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실과 옷(1): 실 사(糸) | 검을 현(玄) | 작을 요(幺)

    4-1. 실과 옷(1): 실 사(糸) | 검을 현(玄) | 작을 요(幺)


실 사/면(糸)
실을 꼬아 만드는 모습




중국에서는 갑골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실을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황제(黃帝)와 그 왕비 서릉씨(西陵氏)가 누에를 치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 짜는 기술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중국의 비단은 한(漢)나라 때부터 서양으로 수출될 정도로 유명습니다. 당시 서양에서는 벌레로부터 옷감을 만든다고 하니 신기해 했다고 합니다. 또 서양에서는 누에를 실크웜(silkworm, 비단 벌레), 비단이 들어온 무역로를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라 불렀습니다.

[사진] 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

누에는 뽕잎을 먹고 자라는데, 20여일 동안 자라면 고치를 짓기 시작합니다. 누에는 약 2~3일에 걸쳐 무게가 2.5g되는 타원형의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서 번데기가 됩니다. 번데기가 다 자라면 고치를 뚫고 나와 나방이 되는데, 비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치를 뚫고 나오기 전에 고치를 삶아, 고치에서 가는 실을 뽑아냅니다. (고치 속에 있던 번데기는 길거리 간식으로 팔려 나갑니다.) 실은 1개의 고치에서 1,200∼1,500m가 나옵니다. 이렇게 뽑아낸 가는 실은 여러 가닥을 꼬아서 베를 짤 수 있는 실을 만듭니다. 실 사(糸)자의 아래에 있는 소(小)자는 누에고치에서 나온 여러 가닥의 가는 실을 형상화하였고, 위에 있는 요(幺)자는 여러 가닥의 실을 꼬고 있는 형상입니다.

[사진] 중국이 자랑하는 실크웜 미사일. 누에 미사일이란 뜻입니다.

솜으로 만든 무명실은 비단이 나온 지 몇 천 년이 지난 11세기경부터 일반화되었습니다. 솜을 일컫는 면(綿)자는 실 사(糸)자에 비단 백(帛)자를 합쳐 만든 글자입니다. 이것을 보면 무명이 비단보다 나중에 나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골문자에는 솜이나 무명을 나타내는 글자가 없습니다.

- 실에 관련되는 글자
▶ 사(絲:丝:糸) : 실 사, 실 사(糸) X 2
▶ 경(經:经:経) : 날실/지날/글 경, 실 사(糸) + [물줄기 경(巠)]
▶ 위(緯:纬:) : 씨줄 위, 실 사(糸) + [가죽/둘러쌀 위(韋)]
▶ 종(縱:纵:) : 세로 종, 실 사(糸) + [좇을 종(從)]
▶ 면(綿:绵:) : 솜 면, 실 사(糸) + 비단 백(帛)

[사진] 베틀에서 베를 짜는 김홍도 그림

실 사(糸)자는 부수로만 사용되고, 실 사(糸)자가 2개 모인 실 사(絲)자는 실제 글자로 사용됩니다. 중국 음식 중 기스면(鷄絲麵: 계사면)은 '닭고기(鷄)를 실(絲)처럼 가늘게 썰어 넣어 만든 국수(麵)'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요리를 다 먹고 마지막으로 먹기 때문에 분량이 아주 적습니다. 사구체(絲球體)는 '실(絲)처럼 생긴 모세혈관이 공(球)처럼 둥글게 뭉친 물체(體)'로, 콩팥 피질부(皮質部)에서 혈액을 여과하여 오줌을 만듭니다.

베를 짜는 사람을 기준으로, 가로(베의 폭 방향)로 들어가는 실을 씨줄, 세로(길이 방향)로 들어가는 실을 날실이라고 합니다. 베틀에 걸려 있는 날실 사이로 북(필통 크기의 배 모양으로 생긴 나무통으로 이곳에 씨줄이 들어 있습니다)이 들락날락하면서 베를 짭니다.

[사진] 씨줄이 들어가는 북

날실 경(經)자에 들어 있는 물줄기 경(巠)자는 '실(巛)이 걸려 있는 베틀(壬)'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따라서 날실 경(經)자는 '베틀(巠)에 걸려 있는 실(糸)'을 의미합니다. 이후 '날실→(베를 짤 때 날실이) 지나가다→(세로의 날실처럼 세로로 쓴) 글→경서(經書)→법→(법으로) 다스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경로(經路)는 '지나가는(經) 길(路)'이고, 경전(經典), 불경(佛經), 성경(聖經), 사서삼경(四書三經) 등은 글이나 경서를 뜻하고, 우이독경(牛耳讀經)은 '소(牛) 귀(耳)에 경(經) 읽기(讀)'입니다. 경제(經濟)는 중국 수나라 때 왕통이 편찬한 《문중자(文中子)》에 나오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世)을 다스리고(經) 백성(民)을 구제하다(濟)'는 말의 줄임말입니다. 영어의 'economy'를 일본인이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경세제민을 줄여 경제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 물줄기 경(巠)

씨줄 위(緯)자는 '날실을 둘러싸듯이(韋) 지나가는 실(糸)'입니다. 날실 경(經)자의 쓰임새에 비하면 씨줄 위(緯)자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 글자입니다. 지도의 위도(緯度)와 위선(緯線)에 사용되고, 경위(經緯)라는 단어에 사용되는 것이 고작입니다.

지도에서 경선(經線)과 위선(緯線) 중 어느 것이 세로로 있는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를 알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경(經)자에 들어가는 물줄기 경(巠)자에 실(巛)이 세로로 걸려 있기 때문에, 지도에서 세로로 있는 선이 경선(經線)입니다. 경위(經緯)는 '베를 이루는 날실(經)과 씨줄(緯)'이란 뜻에서 '사건의 전말'이나 '일의 내력'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세로 종(縱)자는 원래 세로로 있는 날실이란 뜻에서 '세로'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또 '날실이 느슨하다'는 의미로 '(실을) 느슨하게 하다→놓아주다→멋대로 하다→풀어 주다'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종횡(縱橫)은 '세로(縱)와 가로(橫)'이고, 방종(放縱)은'놓아주어(放) 멋대로(縱) 행동하다'는 뜻입니다.

솜 면(綿)자는 '솜이 비단(帛)처럼 부드러운 실(糸)이다'는 뜻입니다. 해면(海綿)은 '바다(海)의 솜(綿)'이란 뜻으로, 바다에서 나는 천연 스펀지(sponge)입니다. 해면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식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다량의 물을 빨아들여서 필요한 유기물이나 먹이를 걸러 먹는 동물입니다.

- 실에 물을 들임
▶ 순(純:纯:) : 순수할 순, 실 사(糸) + [진칠 둔(屯)→순]
▶ 소(素:素:) : (실이) 흴/바탕 소, 실 사(糸) + 드리울 수(垂)
▶ 납(納:纳:) : (물에) 들일 납, 실 사(糸) + [들일 납(內)]
▶ 홍(紅:红:) : (실이) 붉을 홍, 실 사(糸) + [장인 공(工)→홍]
▶ 록(綠:绿:) : (실이) 푸를 록, 실 사(糸) + [새길 록(彔)]
▶ 자(紫:紫:) : (실이) 자줏빛 자, 실 사(糸) + [이 차(此)→자]

실을 만들면 먼저 색으로 염색을 했기 때문에, 색을 나타내는 글자에 실 사(糸)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에에서 뽑아낸 명주실은 맨 먼저 잿물에 삶아 희고 부드럽게 만듭니다. 이러한 과정을 '누인다'고 하는데, 순수할 순(純)자는 원래 누이지 않은 실을 의미하였고, 이후 '가공하지 않아 순수하다'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순수(純粹), 순결(純潔), 순진(純眞), 순금(純金), 단순(單純) 등에 사용됩니다.

휠 소(素)자는 '명주실을 누인 후, 물에 빨아 널어 드리운(垂) 명주실(糸)이 깨끗하고 희다'는 뜻입니다. 이후 '희다→(염색을 하지 않아) 수수하다→(염색을 할) 바탕→본디'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흰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의소복(素服)은 '흰(素) 옷(服)'이란 뜻으로, 사람이 죽으면 입는 상복(喪服)을 뜻합니다. 소박(素朴)한 옷차림은 '수수하고(素) 순박한(朴)' 옷차림이며, 수학에서 나오는 소수(素數)는 '바탕(素)이 되는 수(數)'라는 뜻으로 어떤 수를 계속 나누어 내려갈 때,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아 바탕이 되는 수라는 뜻입니다.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로, 2, 3, 5, 7, 11,13 등이 그러한 수입니다.

납입(納入), 납세(納稅), 납부(納付), 출납(出納) 등에 사용되는 들일 납(納)자는 원래 '실(糸)을 염색하기 위해 물에 넣다'는 뜻입니다. 원납전(願納錢)은 '자신이 원해서(願) 납부하는(納) 돈(錢)'이란 뜻으로, 조선 후기 대원군이 경복궁을 새로 고치기 위해 거둔 기부금입니다. 원래 기부금은 스스로 원해서 내지만, 원납전은 강제적으로 거두었고 심지어 많이 내는 사람에게 벼슬까지 주는 등 폐해가 많았습니다.

붉을 홍(紅), 자줏빛 자(紫), 푸를 록(綠)자는 모두 물들인 실의 색을 뜻하기 때문에 실 사(糸)자가 들어갑니다.
홍의장군(紅衣將軍)은 '붉은(紅) 옷(衣)을 입은 장군(將軍)'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곽재우 장군의 별명입니다. 전쟁에서 붉은 옷을 입고 선두에서 많은 왜적을 무찔러서 홍의장군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자외선(紫外線)은 '자주색(紫) 빛보다 바깥(外)에 있는 광선(線)'으로, 자주색보다 더 짧은 파장을 가져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엽록소(葉綠素)는 '잎(葉)에 있는 푸른(綠) 색소(色素)'로, 빛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전환시키는데 식물의 엽록체(葉綠體) 안에 있습니다.

- 길쌈
▶ 방(紡:纺:) : 길쌈 방, 실 사(糸) + [모 방(方)]
▶ 적(績:绩:) : 길쌈 적, 실 사(糸) + [꾸짖을 책(責)→적]
▶ 직(織:织:) : 짤 직, 실 사(糸) + [새길 시(戠)→직]
▶ 조(組:组:) : 짤 조, 실 사(糸) + [또 차(且)→조]
▶ 문(紋:纹:) : 무늬 문, 실 사(糸) + [글월 문(文)]

길쌈은 삼, 누에, 목화 등의 원료를 가공하여 삼베, 명주, 무명 등의 베를 짜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길쌈 방(紡)자와 길쌈 적(績)자를 합치면 방적(紡績)이 되는데, 방적(紡績)은 동식물의 섬유를 가공하여 베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방(混紡)은 '성질이 다른 섬유를 섞어서(混) 짠(紡) 베'입니다.

짤 직(織)자는 '실(糸)로 베를 짤(織) 때 무늬를 새겨(戠) 넣다'는 뜻입니다. '견우와 직녀'의 직녀(織女)는 '베를 짜는(織) 여자(女)'입니다. 길쌈 방(紡)자와 짤 직(織)자를 합치면 방직(紡織)이 되는데, 방직(紡織)은 기계를 사용하여 실을 뽑아서 베를 짜는 것을 의미합니다.

짤 조(組)자와 짤 직(織)자를 합치면 '실(糸)을 가지고 베를 짜다'는 뜻의 조직(組織)이 되는데, '어떤 목적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짜인 집단'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또 동식물에서 같은 형태나 기능을 가진 세포의 모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동물의 신경조직이나 연골조직, 식물의 동화조직이나 흡수조직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 글월 문(文)

무늬 문(紋)자에 들어가는 글월 문(文)자는 가슴에 문신을 새긴 사람의 모습니다. 따라서 무늬 문(紋)자는 '실(糸)로 베를 짜면서 문신(文身)을 새긴 것이 무늬이다'는 뜻입니다. 유문암(流紋岩)은 '흐르는(流) 물결 무늬(紋)가 있는 암석(岩)'으로, 화산암(火山岩)의 일종입니다. 규산이 많이 들어 있는 유리질 광석으로, 흰색을 띠며 물결무늬가 있습니다. 화문석(花紋席)은 '꽃(花) 무늬(紋)가 있는 돗자리(席)'로, 물들인 한해살이풀인 왕골로 무늬를 엮어 짠 돗자리입니다.

- 비단과 종이
▶ 견(絹:绢:) : (실로 만든) 비단 견, 실 사(糸) + [작은벌레 연(肙)→견]
▶ 지(紙:纸:) : (실로 만든) 종이 지, 실 사(糸) + [성씨 씨(氏)→지]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든 베를 보통 비단(緋緞) 혹은 명주(明紬)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단의 종류에 따라 한자가 다릅니다. 비(緋), 단(緞), 채(綵), 주(紬), 능(綾), 금(錦), 사(紗), 견(絹)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단 견(絹)자는 '작은 벌레(肙)가 만든 실(糸)'이란 뜻으로, 원래 누에고치에서 나온 명주실을 의미하였으나 이후 비단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견직물(絹織物)은 '명주실(絹)로 짠(織) 물건(物)'이란 뜻으로, 비단을 말합니다.

실 사(糸)자에 관련되는 글자 중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종이 지(紙)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종이는 나무(木)로 만든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의채륜(蔡倫)이 나무로 종이를 만들기 시작한 서기 105년 이전에는 비단으로 만든 천이 종이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종이 지(紙)자에는 나무 목(木)자 대신 천의 재료인 실 사(糸)자가 들어갑니다. 나무로 만든 종이가 나온 이후에도 왕이 쓴 글이나 중요한 문서는 비단에 글을 써 보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에도 비단에 쓴 글이 많습니다. 나무로 만든 종이를 한지(漢紙)라고 부르는 이유는 한(漢)나라 때 이런 종이를 처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한지(漢紙)를 한국에서는 한지(韓紙), 일본에서는 화지(和紙)라고 부릅니다.

[사진] 다산 정약용이 비단에 쓴 글

- 그물과 관련되는 글자
▶ 망(網:网:) : (실로 만든) 그물 망, 실 사(糸) + [없을/그물 망(罔)]
▶ 기(紀:纪:) : 벼리 기, 실 사(糸) + [몸 기(己)]
▶ 강(綱:纲:) : 벼리 강, 실 사(糸) + [언덕 강(岡)]
▶ 유(維:维:) : 벼리/오직 유, 실 사(糸) + [새 추(隹)→유]

옛 중국 사람들은 고기나 새를 잡기 위한 그물도 실로 만들었습니다. 그물 망(網)자는 그물 망(罔)자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실 사(糸)자가 추가된 것입니다. 망막(網膜)은 '시신경이 그물(網)처럼 퍼져 있는 얇은 막(膜)'으로, 빛에 의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세포가 분포합니다.

벼리 기(紀)자에서 벼리는 그물 가장자리의 굵은 줄로, 그물을 잡아당기는 줄입니다. 이후 '벼리→(벼리로 그물을) 다스리다→통치하다→규제하다→(인간을 규제하는) 도덕이나 규범'이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벼리 기(紀)자와 벼리 강(綱)자가 합쳐진 기강(紀綱)은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과 규범'이란 뜻입니다. 군기(軍紀)는 '군대(軍)의 질서 유지를 위한 기본 규범(紀)'이고, 삼강오륜의 삼강(三綱)은 '인간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한 세(三) 가지 기본 규범(綱)'입니다.

벼리 유(維)자는 '벼리'라는 뜻보다는 가차되어 '오직'이란 뜻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한국의 10월 유신의 유신(維新)은 '오직(維) 새롭다(新)'는 뜻으로, 묵은 제도를 아주 새롭게 고침을 일컫습니다.

- 실을 잇거나 묶음(1)
▶ 계(系:系:) : 이어맬 계, 실 사(糸) + 삐침 별(丿)
▶ 손(孫:孙:) : 손자 손, 아들 자(子) + 이어맬 계(系)
▶ 계(係:系:) : 맬 계, 사람 인(亻) + [이어맬 계(系)]

이어맬 계(系)자는 손(爪→丿)으로 두 개의 실(絲→糸)을 잇고 있는 모습이 변한 글자로, 손으로 실을 이어 맨다는 뜻입니다. 소화계, 태양계, 생태계와 같이 과학 용어에는 계(系)로 끝나는 단어가 많습니다. 이때의 계(系)는 여러 개의 요소들이 실을 이어 매듯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는 집합체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소화계(消化系)는 입, 식도, 위, 창자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집합체로, 함께 소화에 관련되는 역할을 합니다. 태양계(太陽系)는 태양을 비롯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집합체로, 태양의 주위를 회전합니다. 이러한 계(系)를 영어로는 시스템(system)이라고 합니다.

손자(孫子), 손녀(孫子), 자손(子孫) 등에 들어가는 손자 손(孫)자는 '아들(子)의 대를 이어가는(系) 사람이 손자다'라는 뜻입니다.

맬 계(係)자는 '사람(亻)들 사이를 잇거나(系), 관계(關係)를 맺다'는 뜻입니다. 수학 시간에 나오는 계수(係數)는 '매어져(係) 있는 수(數)'라는 뜻으로, 숫자와 문자의 곱으로 이루어진 항에서 숫자가 문자에 매어져 있는 수입니다. 예를 들어 3x에서 3은 x의 계수입니다. 영어의 관계대명사(關係代名詞)는'두 문장의 관계(關係)를 맺어 주는 데 사용하는 대명사(代名詞)'입니다.

- 실을 잇거나 묶음(2)
▶ 계(繼:继:継) : (실을) 이을 계, 실 사(糸) + [이을 계(★㡭)]
▶ 속(續:续:続) : (실을) 이을 속, 실 사(糸) + [팔고다닐 독(賣)→속]
▶ 락(絡:络:) : (실을) 이을 락, 실 사(糸) + [각각 각(各)→락]
▶ 결(結:结:) : (실을) 맺을 결, 실 사(糸) + [길할 길(吉)→결]
▶ 약(約:约:) : (실을) 맺을 약, 실 사(糸) + [구기/잔 작(勺)→약]
▶ 계(繫:系:) : (실을) 맬 계, 실 사(糸) + [수레부딪칠 격(毄)→계]
▶ 총(總:总:総) : 다 총, 실 사(糸) + [바쁠/급할 총(悤)]

이을 계(繼)자와 이을 속(續)자를 합치면 '끊어지지 않고 뒤를 이어나간다'는 뜻의 계속(繼續)이 됩니다. 두 글자 모두 '베틀에서 베를 짜다가 실이 끝나면 다른 실을 계속 이어주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이을 락(絡)자도 '실(糸)을 잇거나 묶다'는 뜻입니다. 연락선(連絡船)은 '항구나 나루터를 잇고(連) 이어주는(絡) 배(船)'입니다.

맺을 결(結)자는 '실(糸)이나 끈으로 묶어 매듭을 맺는다'는 뜻입니다. 이후 매듭을 맺어 '끝내다, 마치다'는 뜻도 파생되었습니다. 결합(結合), 결속(結束), 결부(結付) 등에 나오는 결(結)자는 '잇다, 묶다, 맺다'는 뜻이고, 결과(結果), 결국(結局), 결말(結末), 결실(結實) 등에 나오는 결(結)자는 '마치다'는 뜻입니다.

맺을 약(約)자도 맺을 결(結)자와 마찬가지로 '실(糸)이나 끈으로 묶어 매듭을 맺다'는 뜻입니다. 이후 실로 단단히 묶듯이 굳게 '약속하다'는 뜻도 생겼습니다. 결혼(結婚)은 '혼인(婚)으로 남녀 두 사람을 묶는다(結)'는 뜻이고, 약혼(約婚)은 '결혼(結婚)을 약속(約束)하다'는 뜻입니다.

맬 계(繫)자도 '실(糸)을 잇다, 묶다, 매다, 이어 매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입니다. 계류(繫留)는 '배를 항구에 매어(繫) 두고 머무르다(留)'는 뜻이고, 연계(連繫)는 '이어서(連) 매다(繫)'는 뜻으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총계(總計), 총장(總長), 총리(總理) 등에 사용되는 다 총(總)자도 원래 '실(糸)을 모두 묶다'는 뜻입니다. 이후 '묶다→모두 (묶다)→다→합하다→총괄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장가를 가지 않은 남자를 총각이라고 하는데, 총각(總角)은 '머리를 뿔(角)처럼 묶다(總)'는 뜻입니다.

- 실이 엉킴
▶ 분(紛:纷:) : 어지러울 분, 실 사(糸) + [나눌 분(分)]
▶ 규(糾:纠:) : (실이) 얽힐/바로잡을 규, 실 사(糸) + [얽힐 구(丩)→규]

어지러울 분(紛)자는 '여러 개로 나누어(分) 놓은 실(糸)들이 엉클어져 어지럽다'는 뜻입니다. 종교분쟁(宗敎紛爭)은 '종교(宗敎)로 인해 어지럽게(紛) 다투다(爭)'는 뜻으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종교분쟁이 많은 곳은 서남아시아(중동 지역)입니다. 서남아시아는 유대교, 유대교에서 탄생한 그리스도교, 다시 그리스도교에서 탄생한 이슬람교 등이 섞여 있는데다, 영토분쟁(領土紛爭)까지 겹쳐서 지구상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첨예한 곳입니다.

☞ 얽힐 구(丩)

얽힐/바로잡을 규(糾)자에 들어 있는 얽힐 구(丩)자는 실이 꼬여 얽힌 모습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실 사(糸)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이후 '얽히다→살피다→(얽힌 것을) 바로잡다→규명(糾明)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노사분규(勞使粉糾)는 '노동자(勞)와 사용자(使)가 어지럽게(粉) 얽혀(糾) 있다'는 뜻으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말합니다.

- 실의 팽팽함과 느슨함
▶ 긴(緊:紧:紧) : (실이) 팽팽할 긴, 실 사(糸) + [굳을 간(臤)→긴]
▶ 완(緩:缓:) : (실이) 느릴 완, 실 사(糸) + [이에 원(爰)→완]

팽팽할 긴(緊)자는 '실(糸)이 굳은(臤) 것처럼 팽팽하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긴장(緊張), 긴급(緊急), 긴박(緊迫) 이란 말을 들으면 팽팽함이 느껴집니다.

느릴 완(緩)자는 원래 '실(糸)이 느슨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느슨하다→부드럽다→늦추다→느리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완행열차(緩行列車)는 '느리게(緩) 다니는(行) 열차(列車)'입니다. 산록완사면(山麓緩斜面)은 '산(山) 기슭(麓)의 완만하게(緩) 경사진(斜) 면(面)'으로, 주로 밭농사나 과일나무를 재배합니다.

- 실의 가늠
▶ 세(細:细:) : (실이) 가늘 세, 실 사(糸) + [밭 전(田)→세]
▶ 섬(纖:纤:) : (실이) 가늘 섬, 실 사(糸) + [산부추 섬(韱)]

가늘 세(細)자는 '실(糸)처럼 가늘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 '가늘다→잘다→자세하다→적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은 '끈(紐)을 끼워 넣는 구멍이 여러(多) 개 있고, 가는(細) 줄무늬(紋)가 있는 거울(鏡)'입니다. 우리나라 금석병용 시대(金石竝用時代)의 유물인 구리거울로, 경주 입실리, 평안남도 대동군 반천리 등지에서 출토되었습니다.

[사진] 거울 뒷면에 끈을 끼어 넣는 구멍이 2개 있고, 가는 줄무늬가 있는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

섬유(纖維), 섬세(纖細) 등에 사용되는 가늘 섬(纖)자는 '실(糸)이나 산부추(韱)처럼 가늘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섬섬옥수(纖纖玉手)는 '가늘고(纖) 가는(纖) 옥(玉)같이 고운 손(手)'이란 뜻으로, 가냘프고 고운 여자의 손을 일컫는 말입니다. 섬모운동(纖毛運動)은 '가는(纖) 털(毛)들이 움직이는 운동(運動)'으로, 짚신벌레 등이 세포 표면에 나 있는 가는 털로 흡사 노를 젓듯이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입니다.

- 실의 시작과 끝
▶ 서(緖:绪:) : 실마리 서, 실 사(糸) + [사람 자(者)→서]
▶ 종(終:终:) : 마칠 종, 실 사(糸) + [겨울 동(冬)→종]

실마리 서(緖)자에 들어가는 사람 자(者)자는 수증기로 찌는 솥의 상형입니다. 따라서 실마리 서(緖)자는 '솥(者)에서 수증기로 찐 고치에서 실(糸)을 뽑기 위한 실마리(실의 첫머리)'라는 뜻입니다. 단서(端緖)는 '처음(端)과 실마리(緖)'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입니다. '두서없이 이야기하다'에서 두서(頭緖)는 '이야기의 머리(頭)나 첫머리(緖)'입니다.

마칠 종(終)자에 들어가는 겨울 동(冬)자는 계절의 끝입니다. 따라서 마칠 종(終)자는 실의 끝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종례(終禮)는 '마칠(終) 때의 예도(禮)'로, 학교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뒤에 담임선생님과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예(禮)를 갖추어 나누는 인사를 의미하며, 주의사항이나 지시사항 등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 줄에 관련되는 글자
▶ 선(線:线:) : 줄 선, 실 사(糸) + [샘 천(泉)→선]
▶ 색(索:索:) : 찾을 색, 동아줄/쓸쓸할 삭, 손 모습 + 실 사(糸)

줄도 실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기 때문에 줄을 뜻하는 글자에도 실 사(糸)자가 들어갑니다.
직선(直線), 곡선(曲線) 등에 들어가는 줄 선(線)자는 '샘(泉)에서 물줄기가 끊임없이 나오듯이 줄(糸)이 길게 나오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찾을 색(索)자는 원래 손으로 새끼(糸)를 꼬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새끼→동아줄→(새끼를 꼬듯이) 더듬다→(더듬어) 찾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색출(索出)은 '찾아(索)내다(出)'는 뜻이고, 색인(索引)은 '찾아서(索) 끌어내다(引)'는 뜻으로, 단어나 인명 따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정한 순서에 따라 별도로 배열하여 놓은 목록입니다. 사색(思索)은 '사물의 이치를 생각하여(思) 찾다(索)'는 뜻이고, 탐색(探索)은 '찾고(探) 찾다(索)'는 뜻입니다. 찾을 색(索)자는 쓸쓸할 삭(索)자로도 쓰입니다. 삭막(索寞)은 '쓸쓸하고(索), 쓸쓸하다(寞)'는 뜻입니다.

- 기타(1)
▶ 급(給:给:) : (실을) 줄 급, 실 사(糸) + [합할 합(合)→급]
▶ 연(緣:缘:) : 인연 연, 실 사(糸) + [단/단사(彖辭) 단(彖)→연]
▶ 절(絶:绝:) : (실을) 끊을 절, 실 사(糸) + 칼 도(刀) + [병부 절(卩→巴)]
▶ 급(級:级:) : 등급 급, 실 사(糸) + [미칠 급(及)]
▶ 축(縮:缩:) : (실이) 줄어질 축, 실 사(糸) + 잠잘 숙(宿)

공급(供給), 급식(給食) 등에 들어가는 줄 급(給)자는 '베를 짤 때 모자라는 실(糸)을 이어서(合) 주다'는 뜻입니다. 자급자족(自給自足)은 '스스로(自) 공급(給)하여 스스로(自) 충족하다(足)'는 뜻입니다. 월급(月給)은 '매월(月) 주는(給) 돈'입니다.

인연 연(緣)자는 원래 '옷을 만들 때 가장자리를 따라 박는 실(糸)인 가선(가장자리 선)'을 의미합니다. 차도와 인도 또는 사이의 경계가 되는 돌을 연석(緣石)이라고 하는데, 이때 연(緣)자가 '가선'이란 뜻입니다. 이후 '가선→연줄→연분→인연(因緣)→(인연을) 좇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이 모든 뜻은 '이어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목구어(緣木求魚)는 '나무(木)에 쫓아가(緣) 물고기(魚)를 구하다(求)'는 뜻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끊을 절(絶)자는 '칼(刀)로 실(糸)을 자르다'는 뜻과 병부 절(卩→巴)자의 소리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나중에 글자 오른쪽이 빛 색(色)자로 변했습니다. 절연(絶緣)은 '인연(緣)이나 관계를 완전히 끊는다(絶)'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그는 아버지와 절연을 했다'고 하면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를 끊었다'는 뜻이 됩니다. 절망(絶望)은 '희망(望)이 끊어졌다(絶)'는 뜻입니다.

등급(等級), 계급(階級), 고급(高級), 급수(級數) 등에 들어가는 등급 급(級)자는 원래 '앞의 실(糸)을 따라 붙어(及) 실을 잇다'는 뜻입니다. 이후 '실을 잇다→이은 곳의 매듭→(매듭과 같이 단이 지는) 계단→등급'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급수(級數)는 '계단(級)처럼 증가하는 수(數)'라는 뜻으로, 수열(數列)을 차례로 덧셈 기호로 묶은 합(合)을 말합니다. 이렇게 차례대로 묶으면 층계나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점차 합(合)이 증가한다고 해서 급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예전에는 옷을 빨고 나면 옷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옷이 작아져서 입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줄어질 축(縮)자는 '실(糸)이 자고(宿) 나면 줄어들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축소(縮小), 단축(短縮) 등에 사용됩니다. 긴축(緊縮)은 '팽팽하도록(緊) 바짝 줄이다(縮)'는 뜻으로, '예산에서 지출을 줄이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 기타(2)
▶ 편(編:编:) : (실로) 엮을 편, 실 사(糸) + [넓적할 편(扁)]
▶ 통(統:统:) : 거느릴 통, 실 사(糸) + [채울 충(充)→통]
▶ 련(練:练:) : 익힐 련, 실 사(糸) + [가릴 간(柬)→련]
▶ 루(累:累:) : 여러 루, 실 사(糸) + [밭사이의땅 뢰(畾→田)→루]
▶ 번(繁:繁:) : (실이) 번성할 번, 실 사(糸) + [재빠를 민(敏)→번]

엮을 편(編)자는 '죽간(竹簡)을 실(糸)로 연결하여 책을 만들다'는 뜻입니다. 편집(編輯)은 '죽간을 모아서(輯) 실로 엮어(編) 책을 만들다'는 뜻입니다.

거느릴 통(統)자는 원래 '실(糸)을 모두 가득(充) 움켜지다'는 뜻입니다. 이후 '모두→합치다→계통(系統)→거느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통일(統一)은 '여럿을 모아 하나(一)로 합치다(統)'는 뜻이고, 통치(統治)는 '거느리고(統) 다스리다(治)'는 뜻입니다.

연습(練習/鍊習), 연마(練磨/鍊磨/硏磨) 등에 사용되는 익힐 련(練)자는 '실(糸)을 만드는 과정을 익히다'는 뜻입니다. 실 사(糸)자 대신 쇠 금(金)자가 들어가면 단련할 련(鍊)자가 되는데, 익힐 련(練)자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 묶을 루(纍)

여러 루(累)자는 '여러 개의 물건(畾)을 실(糸)로 묶다'는 뜻의 묶을 루(纍)자가 간략화된 글자입니다. 이후 '묶다→여러 (개의 물건을 묶다)→(여러 개를) 쌓다, 포개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누적(累積)은 '쌓고(累) 쌓는다(積)'는 뜻이고, 누란지세(累卵之勢)는 '알(卵)을 높이 쌓아(累) 놓은 듯한(之) 형세(勢)'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일컫습니다. 또 누차(累次)는 '여러(累) 차례(次)'를 일컫는 말입니다. 또 누(累)자는 높이 쌓거나 포개면 아래에 깔린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고 해서, '폐를 끼치다' 또는 '누(累)가 되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번성(繁盛), 번영(繁榮) 등에 사용되는 번성할 번(繁)자는 원래 말의 갈기에 붙이는 장식인데, '장식이 많다'는 뜻에서 '번성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농번기(農繁期)는 '농사일(農)이 번성하는(繁) 시기(期)'라는 뜻입니다. 농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 곧 모내기, 논매기, 추수 등을 할 때를 이르는 말입니다. 반대로 '농사일(農)이 가장 한가한(閑) 시기(期)'를 농한기(農閑期)라고 합니다.



검을 현(玄)
실을 꼬아 만드는 모습




검을 현(玄)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실 사(糸)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검을 현(玄)자는 실 사(糸)자와는 달리 많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을 현(玄)자는 '멀다'는 뜻이 있는데, 물건이나 사람이 멀리 있을 때 실처럼 가늘게 보이기 때문에 생긴 뜻으로 짐작됩니다. 이후 '멀다→아득하다→깊다→고요하다→심오하다→오묘하다→(멀리 있는) 하늘→(하늘이) 빛나다→(하늘이) 검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을 현(玄)자가 다른 글자 내에서 사용될 때에는 실이라는 원래의 뜻을 그대로 가집니다.

천자문(千字文)의 맨 처음이 천지현황(天地玄黃)인데, '하늘(天)은 검고(玄) 땅(地)은 누렇다(黃)'는 뜻입니다.현미(玄米)는 ‘검은(玄) 쌀(米)’이란 뜻으로, 벼의 겉껍질만 벗겨 낸 쌀을 말합니다. 속껍질까지 완전히 벗긴 백미(白米)와 달리 약간 검고 누런색을 띱니다.

- 실이나 줄의 뜻
▶ 현(絃:弦:) : 줄 현, 실 사(糸) + [검을 현(玄)]
▶ 현(弦:弦:) : 활시위 현, 활 궁(弓) + [검을 현(玄)]
▶ 견(牽:牵:) : 끌 견, 소 우(牛) + 덮을 멱(冖) + [검을 현(玄)→견]

줄 현(絃)자는 실이 나란히 2개(糸,玄)가 들어 있는 글자입니다. 현악기(絃樂器)는 '줄(絃)을 타거나 켜서 노래하는(樂) 도구(器)'이고, 관현악(管絃樂)은 '관(管)악기와 현(絃)악기로 연주하는 음악(樂)'입니다.

활시위 현(弦)자는 '활(弓)에 매어져 있는 실(玄)이 활시위'라는 뜻입니다. 절현(絶弦)은 '현(弦)을 끊다(絶)'는 뜻으로, 자신을 알아 주는 친한 친구의 죽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춘추 시대에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伯牙)가 자기 거문고 소리를 알아 준 종자기가 죽은 후에는 줄을 끊고 그 후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끌 견(牽)자는 '밧줄(玄)로 코뚜레(冖)를 한 소(牛)를 끌고 가다'는 뜻입니다. 견인차(牽引車)는 '고장 난 차를 끌고(牽) 끌고(引) 가는 차(車)'입니다. '견우와 직녀'의 견우(牽牛)는 '소(牛)를 끄는(牽) 목동'입니다.

- 기타
▶ 자(玆:兹:) : 검을 자, 검을 현(玄) X 2
▶ 률(率:率:) : 비율 률(율), 거느릴 솔, 검을 현(玄) X 3 + 열 십(十)
▶ 축(畜:畜:) : 가축 축, 밭 전(田) + 검을 현(玄)

검을 자(玆)자는 검을 현(玄)자 두 개로 '검다'는 의미를 강조한 글자입니다. 《자산어보(玆山魚譜)》는 '검은(玆) 산(山)에서 지은 물고기(魚)의 계보(譜)'라는 뜻으로, 1814년 정약전이 흑산도에 귀양 가 있던 동안 저술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어류학서(魚類學書)입니다. 자산(玆山)은 흑산(黑山)이란 뜻으로, 흑산도를 일컫습니다. 그런데 흑산도(黑山島)라는 이름은 섬의 앞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은색을 띠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비율 률(率) 또는 거느릴 솔(率)자는 거친 노끈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검을 현(玄)자 좌우에 있는 점들은 노끈의 부스러기입니다. 이후 '거칠다→대강→(대강의) 비율→(대강) 거느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확률(確率)은 '어떤 사건이 확실히(確) 일어날 수 있는 비율(率)'입니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에서 다음 날 비 올 확률이 60%라고 하면, 다음 날 비가 확실하게 올 비율이 60%라는 뜻입니다. 통솔(統率)은 '거느리고(統) 거느리다(率)'는 뜻입니다. 솔거노비(率居奴婢)는 '주인이 통솔하며(率) 주인집에서 거주(居)하는 노비(奴婢)'인 반면, 외거노비(外居奴婢)는 '바깥(外)에서 거주(居)하는 노비(奴婢)'로, 출퇴근을 하는 노비입니다. 고려, 조선 시대에 있었던 이런 노비제도는 1894년 갑오개혁 때부터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가축 축(畜)

가축 축(畜)자는 소의 식도(玄)와 소의 위(田)를 본떠 만든 글자로, 검을 현(玄)이나 밭 전(田)과는 상관없습니다. '식도(玄)를 통해 위(田)에 먹은 풀이 쌓이다'고 해서 '쌓이다, 모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만, 나중에 가축(家畜)이란 뜻으로 사용되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풀 초(艹)자가 추가되어 가축이 먹을 풀을 쌓을 축(蓄)자가 되었습니다. 축산업(畜産業)은 '가축(畜)을 생산하는(産) 일(業)'입니다.



작을 요(幺)
실의 모습




작을 요(幺)자는 실 사(糸)자의 밑부분을 생략한 글자로, 실의 상형입니다. 실처럼 '작다'는 뜻과 함께 '미미하거나 약하다, 어리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또 다른 글자 내에서 실 사(糸)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 작을 요(幺)자가 1개 들어간 글자
▶ 유(幼:幼:) : 어릴 유, 작을 요(幺) + 힘 력(力)
▶ 후(後:后:) : 뒤 후, 걸을 척(彳) + 작을 요(幺) + 천천히걸을 쇠(夊)
▶ 해(奚:奚:) : 어찌/종 해, 손톱 조(爪) + 작을 요(幺) + 큰 대(大)
▶ 환(幻:幻:) : 허깨비 환, 작을 요(幺)

어릴 유(幼)자는 '힘(力)이 작으니까(幺) 어리다'는 뜻입니다. 유치(幼稚)는 '어리고(幼) 어려서(稚)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이고, 유치원(幼稚園)은 '어리고(幼) 어린(稚) 아이들이 노는 동산(園)'입니다.

작을 요(幺)자는 실 사(糸)자와 마찬가지로 줄을 뜻하는 글자로 사용됩니다.
뒤 후(後)자는 길(彳)에서 죄수가 줄(幺)에 묶여 끌려가는(夂) 모습입니다. '끌려가는 죄수는 뒤에서 늦게 가다'고 해서 '늦다', '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후진국(後進國)은 후진 나라가 아니라, '뒤(後)에서 나아가는(進) 국가(國)'입니다.

어찌 해(奚)자는 사람(大)의 목에 매여 있는 밧줄(幺)을 손(爪)으로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포로로 잡힌 사람들이 종(노예)이 되기 때문에 종을 의미하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어찌'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 글자는 소리로 사용되는데, 새 조(鳥)자가 합쳐지면 닭 계(鷄)자가 되고, 물 수(氵)자가 합쳐지면 시내 계(溪)자가 됩니다.

☞ 허깨비 환(幻)

환상(幻想), 환각(幻覺), 환청(幻聽) 등에 사용되는 허깨비 환(幻)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나무 끝에 실이 달린 모습니다. 실을 나무에 걸어 말리는 모습으로 추측됩니다. 이런 모습에서 ‘(나무에 걸린 실의 색이) 변하다→요술→허깨비→헛보이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환등기(幻燈器)는 '허깨비(幻) 같은 그림을 보여주는 등(燈)이 달린 도구(器)'입니다.

- 작을 요(幺)자가 2개 들어간 글자
▶ 기(幾:几:) : 몇/기미 기, 작을 요(幺) X 2 + 사람 인(人) + 창 과(戈)
▶ 기(機:机:) : 베틀 기, 나무 목(木) + [몇/기미 기(幾)]
▶ 유(幽:幽:) : 그윽할/깊은 유, 메 산(山) + [작을 요(幺)→유] X 2
▶ 락(樂:乐:) : 즐거울 락, 노래 악, 좋아할 요, 나무 목(木) + 작을요(幺) X 2 + [흰 백(白)→락]

기미 기(幾)자는 '창(戈)을 맨 사람(人)이 작은(𢆶) 기미(낌새)를 살피다'는 뜻입니다. 일설에는 기(幾)자가 베틀의 상형이라고도 합니다. 즉 창 과(戈)자를 베틀의 형상으로 보고, '사람(人)이 베틀(戈)에서 실(幺幺)로 베를 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베틀에서 베를 짤 때 매우 섬세하게 하지 않으면 실이 끊어지거나 베의 품질이 나빠지므로 조그마한 기미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데에서 기미라는 뜻이 생겼고, 나중에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나무 목(木)자를 붙여 베틀 기(機)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직조기를 모두 쇠(金)로 만들지만 그 시대에는 베틀을 모두 나무(木)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윽할/깊은 유(幽)자는 '산(山)속 깊은 곳이 그윽하다'는 뜻입니다. 작을 요(幺)자가 소리로 사용된 경우입니다.심산유곡(深山幽谷)은 '깊은(深) 산속(山) 깊은(幽) 골짜기(谷)'를 말합니다. 아비뇽유수(幽囚)는 ‘아비뇽에 깊이(幽) 가둔다(囚)’는 뜻으로, 1309년에 교황 클레멘스 5세가 프랑스 왕권에 굴복하여 프랑스 아비뇽에 갇혀 1377년에 로마로 돌아갈 때까지의 일을 일컫습니다. 가둘 수(囚)자는 ‘울타리(囗) 안에 사람(人)을 가두다’는 뜻입니다. 죄수(罪囚)는 ‘죄(罪)를 짓고 감옥에 갇힌(囚) 사람’입니다.

☞ 즐거울 락(樂)

즐거울 락(樂)자는 원래 나무(木) 위에 실(幺幺)을 매어 만든 현악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나중에 소리를 나타내는 백(白)자가 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이후 '악기→노래→즐겁다→좋아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소리도 음악(音樂)의 노래 악(樂), 오락(娛樂)의 즐거울 락(樂),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즐거울 요(樂)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 작을 요(幺)자가 4개 들어간 글자
▶ 계(繼:继:継) : 이을 계, 실 사(糸) + [이을 계(㡭)]
▶ 단(斷:断:断) : 끊을 단, 도끼 근(斤) + 이을 계(㡭)

작을 요(幺)자가 4개나 들어가는 이을 계(㡭)자는 여러 개의 실(幺)을 잇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실 사(糸)자를 추가하여 이을 계(繼)자가 되었습니다. 계속(繼續)은 '잇고(繼) 잇다(續)'는 뜻입니다. 중계무역(中繼貿易)은 '가운데(中)에서 이어주는(繼) 무역(貿易)'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인 상품을 그대로 제3국으로 수출하는 무역입니다. 신데렐라의 계모(繼母)는 '어머니(母)의 역할을 잇다(繼)'는 뜻으로, 아버지가 재혼함으로써 생긴 어머니를 말합니다.

이을 계(㡭)자에 도끼 근(斤)자를 붙이면 끊을 단(斷)자가 되는데, '이은 것을 도끼(斤)로 끊다'는 뜻입니다. 단절(斷絶)은 '끊고(斷) 끊다(絶)'는 뜻입니다. 단층(斷層)은 '땅의 층(層)이 끊어진(斷) 곳'으로, 지각 변동으로 지층(地層)이 끊어진 지형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