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비수 비(匕) | 어진사람 인(儿) | 큰 대(大)

    3-2. 사람(2): 비수 비(匕) | 어진사람 인(儿) | 큰 대(大)


비수 비(匕)
오른쪽으로 향한 사람의 모습




비수 비(匕)자의 훈인 '비수'는 옷 안에 숨겨서 다닐 수 있는 아주 작은 칼을 의미합니다. 비수 비(匕)자를 뒤집어 돌려 보면 칼 도(刀)자와 닮아서 비수라는 훈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비수 비(匕)자는 원래 숟가락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그래서 숟가락 시(匙)자를 보면 비수 비(匕)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갑골문자에 나오는 사람 인(人)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匕)자로 변화한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 인(亻)자가 왼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비수 비(匕)자는 오른쪽을 향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서 있는 사람의 모습도 있지만 글자에 따라 앉아 있거나 꿇어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도 있습니다.

- 사람의 모습
▶ 비(比:比:) : 견줄 비,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
▶ 화(化:化:) : 될 화, 사람 인(亻) + 비수 비(匕)
▶ 북(北:北:) : 북녘 북, 달아날 배, 등진 두 사람의 모습
▶ 배(背:背:) : 등 배, 고기 육(肉/月) + [달아날 배(北)]
▶ 차(此:此:) : 이 차, 그칠 지(止) + 비수 비(匕)
▶ 사(死:死:) : 죽을 사, 부서진뼈 알(歹) + 비수 비(匕)

☞ 견줄 비(比)☞ 될 화(化)☞ 북녘 북(北)


견줄 비(比)자는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형상의 상형문자입니다. 두 사람이 무언가 겨루기 위해 출발선에 서 있는 모습에서, '견주다, 경쟁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견줄 비(比)자는 5획이 아니라 4획임에 유의해야 합니다. 비교(比較), 대비(對比), 비례(比例), 비중(比重) 등에 사용됩니다.

될 화(化)자는 바로 서 있는 사람 인(亻)과 거꾸로 서 있는 사람(匕)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거꾸로 서 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서로 윤회하여 변화(變化)한다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될 화(化)자에 풀 초(艹)자를 합친 꽃 화(花)자도 꽃에서 씨가 나고, 씨에서 다시 꽃이 피는 윤회를 의미합니다.

북녘 북(北)자는 두 사람(匕,匕)이 서로 등을 대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 '등'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등→등지다→(등지고) 달아나다→패배(敗北)'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패배(敗北)는 ‘싸움에 패하여(敗) 달아나다(北)’는 뜻입니다. 또 옛날에 집이나 궁전에서 높은 사람이 앉을 때 남쪽을 향해 앉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등이 북쪽을 향하는 데에서 북녘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등이라는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고기 육(肉/月)자를 추가하여 등 배(背)자를 만들었습니다. 배반(背反)은 '등지고(背) 되돌아(反) 가다'는 뜻이고, 배경(背景)은 '등(背) 뒤에 있는 경치(景)'입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는 '산(山)을 등지고(背) 물(水)에 임하다(臨)'는 뜻으로,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여 풍수적으로 살기 좋은 입지를 말합니다.

이 차(此)자는 '사람(匕)이 서 있는(止) 곳이 이곳이다'는 뜻입니다. 차일피일(此日彼日)은 '이(此) 날(日), 저(彼) 날(日)' 하고 자꾸 기한을 미루는 모양입니다.

죽을 사(死)자는 죽은 사람(歹) 옆에 다른 사람(匕)이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부서진뼈 알(歹)자는 죽음이나 죽은 사람을 뜻합니다. 사해(死海)는 '죽은(死) 바다(海)'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바다처럼 넓은 호수입니다. 호숫물 속에 소금이 너무 많아 물고기나 해초류 등의 생물들이 거의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해(死海, Dead Sea)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 숟가락인 경우(1)
▶ 시(匙:匙:) : 숟가락 시, 비수 비(匕) + [옳을 시(是)]
▶ 경(頃:顷:) : 잠깐 경, 비수 비(匕) + 머리 혈(頁)
▶ 지(旨:旨:) : 뜻 지, 비수 비(匕) + 달 감(甘→曰)
▶ 진(眞:真:) : 참 진, 비수 비(匕) + 솥 정(鼎→貝)
▶ 사(司:司:) : 맡을 사, 입 구(口) + 비수 비(匕)

비수 비(匕)자는 사람 인(人)자의 모습이 변해서 생긴 글자이기도 하지만, 숟가락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숟가락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숟가락 시(匙)자는 뜻을 나타내는 숟가락 비(匕)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바를 시(是)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시저(匙箸)는 '숟가락(匙)과 젓가락(箸)'으로, 수저의 원래 말입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은 '열(十) 숟가락(匙)이면 한(一) 그릇의 밥(飯)이 되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만 도우면 한 사람을 충분히 도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잠깐 경(頃)자는 머리(頁) 앞에 숟가락(匕)이 있는 형상입니다. 숟가락에 있는 밥을 먹기 위해 머리를 기울이는 데에서 '기울이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나중에 머리를 기울일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는 의미가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 인(亻)자가 추가되어 기울 경(傾)자가 되었습니다. 경각(頃刻)은 '짧은(頃) 시간(刻)'이고, 경사(傾斜)는 '기울어지고(傾) 기울어지다(斜)'는 뜻입니다.

뜻 지(旨)자는 숟가락의 상형인 비수 비(匕)자와 달 감(甘→曰)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따라서 '숟가락(匕)으로 단(甘→曰) 음식을 먹으니 맛있다'는 뜻입니다. 달 감(甘)자는 맛있어 혀를 빼내어 물고 있는 입의 상형입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뜻'이란 의미가 생겼습니다. 취지(趣旨), 요지(要旨), 논지(論旨) 등에 사용되는 지(旨)자는 '뜻'을 의미합니다. 또 교지(敎旨)는 '왕이 가르치는(敎) 뜻(旨)'으로, 조선 시대 왕이 내리는 각종 문서입니다. 도승지(都承旨)는 '왕의 뜻(旨)을 받드는(承) 우두머리(都)'로, 조선시대 왕의 명령을 출납하던 승정원(承政院)의 우두머리입니다.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장에 해당합니다.

[사진] 조선 시대의 교지(敎旨)

참 진(眞)자는 원래 숟가락(匕)과 솥(鼎→貝)이 합쳐진 모습이었는데, 이후 모습이 변해 지금의 글자가 되었습니다. 숟가락(匕)으로 솥(鼎→貝)의 음식을 떠먹는 모습에서 '참, 진실, 사실' 등의 뜻이 생긴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진선미(眞善美 )는 '참됨(眞)과 착함(善)과 아름다움(美)'입니다.

☞ 맡을 사(司)

맡을 사(司)자는 원래 '숟가락(匕)으로 노인이나, 병자, 아기의 입(口)에 밥을 먹이다'는 뜻입니다. 숟가락을 뜻하는 비수 비(匕)자가 거꾸로 들어가 있습니다. '나중에 이런 일을 맡다'는 뜻이 생기자,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먹을 식(食)자를 추가하여 먹일 사(飼)자가 되었습니다. 사서(司書)는 '책(書)을 맡은(司) 사람'으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사제(司祭)는 '(하느님에 대한) 제사(祭)를 맡은(司) 사람', 즉 천주교의 신부를 이르는 말입니다.

- 숟가락인 경우(2)
▶ 창(鬯:鬯:) : 울창주 창, 입 벌릴 감(凵) + 쌀 미(米) + 비수 비(匕)
▶ 울(鬱:郁:欝) : 답답할/울창할 울, 수풀 림(林) + [울금향 울(𩰪)]

☞ 울창주 창(鬯)

울창주(鬱鬯酒)는 검은 기장에 울금향(鬱金香)을 넣어 빚은 향기 나는 술입니다. 제사를 지낼 때, 땅에 술을 부어 그 향기로 신(神)을 부르는 강신(降神)에 사용하는 술입니다. 울창주창(鬯)자는 원래 울금향이 나는 울금초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추정되지만, 이후 '그릇(凵)에 담긴 쌀(米)로 만든 술을 국자(匕)로 퍼는 모습'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이 글자는 부수글자로 사용되지만, 실제 사용되는 글자는 답답할/울창할 울(鬱)자밖에 없습니다.

☞ 답답할/울창할 울(鬱)

침울(沈鬱), 울창(鬱蒼), 울분(鬱憤), 우울(憂鬱), 억울(抑鬱), 암울(暗鬱), 울적(鬱寂) 등에 사용되는 답답할/울창할 울(鬱)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울창한 숲(林)으로 가로막혀 있는 사람(人)의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간단했던 글자가 나중에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𩰪)가 추가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후 '울창(鬱蒼)하다→답답하다→우울(憂鬱)하다→울적(鬱寂)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울릉도(鬱陵島)는 '울창(鬱)한 언덕(陵)이 있는 섬(島)'입니다. 울(鬱)자는 29획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자 중에 획수가 가장 많습니다.



어진사람 인(儿)
아래에 들어가는 사람




갑골문자를 보면 사람의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사람 인(亻)자는 주로 다른 글자의 왼쪽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다른 글자의 아래나 위에 들어가는 사람 인(人)자도 있습니다. 으뜸 원(元), 맏 형(兄), 볼 견(見)자 등을 보면 사람이 글자 아래에 들어가 있습니다. 또 빛 색(色), 위험할 위(危), 짐질 부(負)자를 보면 사람이 글자 위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다른 글자 아래에 들어가 있는 글자를 어진사람 인(儿)자라고 합니다. 어진사람 인(儿)자는 사람 인(人)자처럼 독자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윗부분에 다른 글자를 붙여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데 사용됩니다.

- 머리나 얼굴이 있는 글자
▶ 견(見:见:) : 볼 견, 뵈올 현, 눈 목(目) + 어진사람 인(儿)
▶ 형(兄:兄:) : 맏 형, 입 구(口) + 어진사람 인(儿)
▶ 축(祝:祝:) : 빌 축, 보일 시(示) + 맏 형(兄)
▶ 원(元:元:) : 으뜸 원, 사람 머리 모습(二) + 어진사람 인(儿)
▶ 아(兒:儿:児) : 아이 아, 절구 구(臼) + 어진사람 인(儿)

☞ 볼 견(見)

볼 견(見)자는 눈(目)을 강조한 사람(儿)의 모습에서 '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뵈올 현(見)자로도 사용되는데, 알현(謁見)은 '아뢰며(謁) 뵙다(見)'는 뜻으로, 왕이나 높고 귀한 사람을 찾아가 뵙는 것을 말합니다. 견학(見學)은 '보면서(見) 배우다(學)'는 뜻입니다.

☞ 빌 축(祝)

맏 형(兄)자는 입(口)을 강조한 사람(儿)으로, '제사를 지내면서 입(口)으로 조상신에게 고하는 사람(儿)이 맏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이 글자에는 제사상의 상형인 보일 시(示)자가 붙어 빌 축(祝)자가 되었습니다. 축원(祝願)은 '원하는(願) 것을 빌다(祝)'는 뜻입니다.

으뜸 원(元)자는 머리(二)를 강조한 사람(儿)의 모습으로, 사람의 몸에서 머리가 으뜸이라는 데에서 으뜸이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으뜸→시초→우두머리→근원'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일원론(一元論)은 '근원(元)이 하나(一)인 이론(論)'으로, 하나의 원리나 원인으로 사물이나 우주를 설명하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말한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나,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만물의 근원은 불이다" 등은 모두 일원론입니다. 이원론(二元論)은 '근원(元)이 두(二) 개인 이론(論)'으로, 세상을 선과 악, 주관과 객관, 음과 양 등 두 가지 근원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 아이 아(兒)

아동(兒童), 육아(育兒) 등에 들어가는 아이 아(兒)자는 머리를 뿔처럼 둘로 묶은 아이의 모습이라고도 하고, 젖먹이의 머리뼈가 아직 굳지 않은 모습이라고도 설명하기도 합니다.

- 기타(1)
▶ 선(先:先:) : 먼저 선, 그칠 지(止) + 어진사람 인(儿)
▶ 면(免:免:) : 면할 면, 사람 인(人) + 구멍 혈(穴) + 어진사람 인(儿)
▶ 만(娩:娩:) : 해산할 만, 여자 녀(女) + [면할 면(免)→만]
▶ 충(充:充:) : 채울 충, 아이돌아나올 돌(𠫓) + 어진사람 인(儿)

먼저 선(先)자는 발(止)을 강조한 사람(儿)의 모습으로, 먼저 간(止) 사람(儿)을 말하고 여기에서 '먼저'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그칠 지(止)자는 발의 상형입니다. 선생(先生)은 원래 '먼저(先) 태어난(生) 사람'이란 뜻입니다.

 
☞ 면할 면(免)

면할 면(免)자의 갑골문자를 보면 다리를 벌리고 사람이 아이를 낳는 모습입니다. 나중에는 글자 모양이 변해 글자 맨 위에 사람(人)이 있고, 아래에도 사람(儿)이 있는 형상입니다. 아기가 빠져 나오는 모양에서, '어떤 상태를 면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원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여자 녀(女)자를 붙여 해산할 만(娩)자가 되었습니다. 면책특권(免責特權)은 '책임(責)을 면하는(免) 특별한(特) 권리(權)'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하여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이나, 외교 대사가 현행범이 아니면 주재국의 법을 적용받지 않는 특권 등을 말합니다.

충분(充分), 충실(充實), 충전(充電), 충족(充足) 등의 채울 충(充)자에 들어 있는 아이돌아나올 돌(𠫓)자는 뱃속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나오려는 아기(子자를 180도 회전)의 모습입니다. 이런 만삭으로 배가 가득 차 있는 모습에서 '채우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충혈(充血)은 '피(血)로 채워지다(充)'는 뜻으로, 눈의 흰자위가 붉게 변하거나, 모기에게 물려 긁으면 그 자리가 붉게 변하는 것과 같이 몸의 일정한 부분에 피가 비정상적으로 모이는 것을 충혈이라고 합니다

- 기타(2)
▶ 광(光:光:) : 빛 광, 불 화(火) + 어진사람 인(儿)
▶ 극(克:克:) : 이길 극, 열 십(十)+ 입 구(口) + 어진사람 인(儿)
▶ 경(竟:竟:) : 마침내 경, 소리 음(音) + 어진사람 인(儿)
▶ 경(競:竞:) : 다툴 경, [마침내 경(竟)] X 2

☞ 빛 광(光)

빛 광(光)자는 불(火)이 타는 화로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모습을 한 사람(노예)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광복절(光復節)은 '빛(光)이 다시 돌아온(復) 명절(節)'이란 뜻이고, 광합성작용(光合成作用)은 '빛(光) 에너지로 물질을 합성(合成)하는 작용(作用)'입니다. 식물이 빛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 내는 작용입니다.

[사진] 불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의 등잔(燈盞)

이길 극(克)자는 사람(儿)의 머리(口) 위에 무거운 것(十)을 이고 있는 사람(노예)의 형상입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는 '자신(己)을 이기고(克) 예(禮)로 돌아오다(復)'는 뜻으로, 과도한 욕망을 누르고 예(禮)를 따름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무게의 단위인 그램(g)을 극(克)이라고 합니다.

☞ 마침내 경(竟)

마침내 경(竟)자에 들어 있는 소리 음(音)자는 입에 피리를 물고 소리를 내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따라서 경(竟)자는 입에 피리를 물고(音) 부는 사람(儿)의 모습입니다. '피리 불기를 마치다'에서 '마치다, 마침내'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 다툴 경(競)

경쟁(競爭), 경연(競演), 경기(競技) 등에 들어가는 다툴 경(競)자는 두 사람이 피리를 누가 잘 부는지 겨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경시대회(競試大會)는 '시험(試)으로 다투는(競) 큰(大) 모임(會)'으로, 지식이나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시험으로써 겨루는 대회입니다. 경매(競賣)는 '사는 사람들을 다투게(競) 하여 판다(賣)'는 뜻으로,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 값을 제일 많이 부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일입니다. 영어로 옥션(auction)입니다.



큰 대(大)
팔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




큰 대(大)자는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는 사람 인(人)자가 있지만, 키가 큰 어른을 뜻하는 의미로 큰 대(大)자가 만들어졌습니다.

큰 대(大)자는 다른 글자 안에서 '크다, 사람, 어른' 등을 뜻하는 글자로 사용됩니다.

- 머리 위에 무엇이 있는 사람
▶ 부(夫:夫:) : 남편/사내 부, 큰 대(大) + 비녀(一)
▶ 천(天:天:) : 하늘 천, 큰 대(大) + 하늘(一)
▶ 미(美:美:) : 아름다울 미, 양 양(羊) + 큰 대(大)
▶ 해(奚:奚:) : 어찌/종 해, 손톱 조(爪) + 작을 요(幺) + 큰 대(大)

옛 중국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 모두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면 머리에 비녀를 꽂는데, 아비 부(夫)자는 어른(大)이 된 사람이 머리에 비녀(一)를 한 모습입니다.

하늘 천(天)자는 '어른(大)의 머리 위에 하늘(一)이 있다'는 뜻입니다. 개천절(開天節)은 '하늘(天)이 열린(開) 날을 기념하는 명절(節)'로, 기원전 2333년 10월 3일에 단군이 우리나라를 건국한 것을 기념하는 명절입니다.

☞ 아름다울 미(美)

아름다울 미(美)자를 '살찐(大) 양(羊)이 아름답다(美)'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형문자를 보면 큰 사람(大)이 머리에 양(羊) 가죽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즉, '이렇게 장식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미국(美國)은 '아름다운(美) 나라(國)'라는 뜻인데, 아메리카(America)를 한자로 음역한 아미리가(亞美里加), 미리가(美理哥), 미리견(美利堅) 등의 미(美)자를 따서 미국(美國)이라고 불렀습니다. 일본에서는 '쌀이 많이 나는 나라'라는 뜻으로 '쌀 미(米)'자를 사용하여 미국(米國)이라고 합니다.

어찌 해(奚)자는 사람(大)의 목에 매여 있는 밧줄(幺)을 손(爪)으로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포로로 잡힌 이런 사람들이 종(노예)이 되기 때문에 종을 의미하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어찌'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 글자는 소리로 사용되는데, 새 조(鳥)자가 합쳐지면 닭 계(鷄)자가 되고, 물 수(氵)자가 합쳐지면 시내 계(溪)자가 됩니다.

- 사람
▶ 주(走:走:) : 달릴 주, 큰 대(大→土) + 그칠 지(止)
▶ 분(奔:奔:) : 달릴 분, 큰 대(大) + 풀 훼(卉)
▶ 상(爽:爽:) : 시원할 상, 큰 대(大) + 점괘 효(爻) X 2
▶ 인(因:因:) : 인할 인, 둘러싸일 위(囗) + 큰 대(大)
▶ 앙(央:央:) : 가운데 앙, 큰 대(大) + 베개 모습
▶ 교(交:交:) : 사귈 교, 다리를 교차한 사람 모습
▶ 역(亦:亦:) : 또 역, 겨드랑이를 강조한 사람 모습

☞ 달릴 주(走)

달릴 주(走)자는 발(止)을 강조한 사람(大→土)의 모습에서 '달리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400m 계주(繼走)는 '400m를 이어(繼)달리기(走)'입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은 '달리는(走) 말(馬)에 채찍(鞭)을 더하다(加)'는 뜻으로, 잘하는 사람을 더욱 장려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 달릴 분(奔)

달릴 분(奔)자는 풀 밭(卉) 위로 사람(大)이 분주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분주하다'의 분주(奔走)는 '달리고(奔) 달리다(走)'는 뜻입니다.

시원할 상(爽)자는 큰 사람(大)이 성긴 올의 옷(爻爻)을 두르고 있는 모습에서 '시원하다, 상쾌(爽快)하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인할 인(因)자는 돗자리(囗) 위에 사람이 큰 대(大)자로 누워 있는 모습으로, 원래는 '돗자리'를 의미하였습니다. 이후 '돗자리→(돗자리에) 의지하다→친하게 지내다→인연(因緣)→인하다→까닭→원인(原因)'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인과관계(因果關係)는 '원인(因)과 결과(果)의 관계(關係)'로 어떤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실과의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 가운데 앙(央)

가운데 앙(央)자는 양팔을 벌리고 누운 사람(大)이 머리에 베개를 베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베개는 가운데를 베기 때문에 가운데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중앙(中央)은 '가운데(中)와 가운데(央)'라는 뜻입니다.

사귈 교(交)자는 다리를 꼬고 서 있는 사람(大)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양다리가 교차되어 있다'고 해서 원래 '교차하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후 '교차하다→주고받다→오고가다→사귀다'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주고받는 교류(交流), 오고가는 교통(交通), 사귀는 교제(交際) 등에 사용됩니다.

또 역(亦)자는 원래 사람(大→六) 겨드랑이 부분에 두 개의 점을 찍어 겨드랑이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나중에 '또, 역시(亦是)'라는 뜻으로 가차되었습니다.

- 크다는 의미로 쓰임
▶ 태(太:太:) : 클 태, 큰 대(大) + 점 주(丶)
▶ 첨(尖:尖:) : 뾰족할 첨, 큰 대(大) + 작을 소(小)
▶ 기(奇:奇:) : 기이할 기, 큰 대(大) + [옳을 가(可)→기]
▶ 장(奬:奖:奨) : 장려할 장, 큰 대(大) + [장수 장(將)]

[사진] 대서양과 태평양(太平洋)을 잇는 마젤란 해협을 지나는 마젤란의 항로

클 태(太)자는 큰 대(大)자에 점을 하나 찍어 '크다'는 의미를 강조한 지사문자입니다. 태학(太學)은 '큰(太) 학교(學)'로, 372년 고구려의 소수림왕이 설립한 대학교입니다. 소수점을 좋아하는 소수림왕이 대학(大學)을 만들고 나서, 큰 대(大)자에 소수점을 하나 찍어 태학(太學)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태평양(太平洋)은 '크게(太) 평화로운(平) 바다(洋)'라는 뜻으로, 1520년 마젤란이 세계 일주 항해를 할 때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 끝의 해협(마젤란 해협)을 빠져 나오자 거친 바다가 씻은 듯이 조용해지고 평온한 바다가 나타나자 '평화로운 바다(Pacific Ocean)'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나중에 중국 사람들이 한자로 옮기면서 태평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뾰족할 첨(尖)자는 '위가 작고(小), 아래가 크니(大) 뾰쪽하다'는 뜻입니다. 첨탑(尖塔)은 '꼭대기가 뾰족한(尖) 탑(塔)'입니다. '첨예한 대립'에서 첨예(尖銳)는 '뾰쪽하고(尖) 날카롭다(銳)'는 뜻입니다.

[사진] 교회의 첨탑(尖塔)

기이할 기(奇)자는 '사람이 너무 커(大) 기이하다'는 뜻입니다. 기이(奇異)는 '기이하고(奇) 다르다(異)'는 뜻입니다. 전기소설(傳奇小說)은 '전해(傳) 내려오는 기이한(奇) 이야기를 담은 소설(小說)'로, 중국 당(唐)나라 중기(7∼9세기)에 발생한 소설의 명칭입니다. 조선 초기의 문인인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기소설입니다. 중국 사대기서(中國四大奇書)는 '중국에서 만든 4(四)개의 큰(大) 기이한(奇) 책(書)'으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수호지(水滸志)》, 《서유기(西遊記)》, 《금병매(金甁梅)》 등을 말합니다.

장려할 장(奬)자는 '크게(大) 도와서(將) 장려하다'는 뜻입니다. 장수 장(將)자는 원래 '(왕을) 돕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려상(奬勵賞)은 '장려하고(奬) 힘쓰라(勵)고 주는 상(賞)'입니다.

- 땅 위에 서 있는 큰 사람(立)
▶ 립(立:立:) : 설 립, 큰 대(大) + 땅(一)
▶ 병(竝:并:) : 나란히할 병, 설 립(立) X 2
▶ 위(位:位:) : 자리 위, 사람 인(亻) + 설 립(立)
▶ 단(端:端:) : 끝/바를 단, 설 립(立) + [시초 단(耑)]

설 립(立)자는 두 팔을 벌린 사람(大→六)이 땅(一)을 딛고 서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입법부(立法府)는 '법(法)을 세우는(立) 관청(府)'이란 뜻으로, 법을 만드는 국회(國會)를 이르는 말입니다. 설 립(立)자는 소리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낟알 립(粒), 삿갓 립(笠)자가 그런 예입니다. 아이 동(童), 글 장(章), 첩 첩(妾)자에 들어 있는 설 립(立)자는 매울 신(辛)자가 간략화된 글자인데, 이 글자들은 매울 신(辛)자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나란히 할 병(竝)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병렬(竝列)은 '나란히(竝) 늘어서(列) 있다'는 뜻입니다.

위치(位置), 지위(地位), 품위(品位) 등에 들어가는 자리 위(位)자는 '사람(亻)이 서(立) 있는 곳이 자리다'는 뜻입니다.

끝 단(端)자에 들어가는 시초 단(耑)자는 땅 위에 갓 돋아난 어린 싹의 모습에서, '시초'와 '물건의 뾰쪽한 끝'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설 립(立)자가 추가되어 끝 단(端)자가 되었습니다. 서 있는 싹의 끝이란 뜻입니다. 첨단(尖端)은 '뾰족한(尖) 끝(端)'이란 뜻으로, 학문, 기술, 유행 등에 있어서 맨 앞장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끝을 바르게 하다', 단정(端正)하게 하다'는 뜻에서, '바르다'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사단(四端)은 '사람의 4(四) 가지 바른(端) 마음'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일컫는 말입니다.

- 거꾸로 서 있는 사람(屰)
▶ 역(逆:逆:) : 거스를 역, 갈 착(辶) + [거스를 역(屰)]
▶ 삭(朔:朔:) : 초하루 삭, 달 월(月) + [거스를 역(屰)→삭]
▶ 소(遡:溯:) : 거스를 소, 갈 착(辶) + [초하루 삭(朔)→소]
▶ 궐(厥:厥:) : 그 궐, 기슭 엄(厂) + [숨찰 궐(欮)]

☞ 거스를 역(屰)

갑골문자를 보면 큰 대(大)자를 거꾸로 세워 놓은 글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가 거스를 역(屰)자입니다. '사람이 거꾸로 거슬러 가다'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갈 착(辶)자를 붙여 거스를 역(逆)자가 되었습니다. 역행(逆行)은 '거꾸로 거슬러(逆) 가다(行)'는 뜻입니다.

초하루 삭(朔)자는 '한 달(月)이 다 지나가고, 다시 거슬러(屰) 올라가면 초하루가 되다'는 뜻입니다. 삭망(朔望)은 '음력 초하루(朔)와 보름(望)'을 의미합니다. 초하루 삭(朔)자는 토우 소(塑)자와 거스를 소(遡)자의 소리로도 사용됩니다.

거스를 소(遡)자는 '한 달(月)이 다 지나가고 다시 거슬러(屰) 초하루(朔)가 되듯이, 거슬러 가다(辶)'는 뜻입니다. 소급(遡及)은 '지나간 일에까지 거슬러(遡) 올라가서 미치게(及) 하는 것'입니다. 법률불소급(法律不遡及)의 원칙은 '모든 법률은 행위 시의 법률을 적용하고, 나중에 만든 법률(法律)로 소급(遡及)해서 적용할 수 없다(不)는 원칙'입니다.

그 궐(厥)자는 원래 '언덕(厂)에서 거꾸로 떨어진 사람(屰)이 숨이 차서(欮) 기절하다'는 뜻입니다. 숨찰 궐(欮)자는 거꾸로 선 사람(屰)이 숨쉬기가 힘들어 입을 크게 벌리고(欠) 숨을 쉬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지시대명사인 '그'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궐(厥)자는, 6세기 중엽 알타이산맥 부근에서 몽골과 중앙아시아에 대제국을 건설한 돌궐(突厥)이란 낱말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숨찰 궐(欮)자는 집/대궐 궐(闕)자의 소리로도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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