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보일 시(示) | 귀신 귀(鬼) | 점 복(卜) | 점괘 효(爻)

    4-16. 제사와 점: 보일 시(示) | 귀신 귀(鬼) | 점 복(卜) | 점괘 효(爻)


보일 시(示), 귀신 기(示)
제사를 지내는 제사상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귀신(鬼神)이 되어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인간에게 닥치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이 모두 돌아가신 조상신(祖上神)과 관련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종묘(宗廟)나 사당(祠堂)에서 돌아가신 조상신에게 제사(祭祀)를 지냈습니다. 이러한 조상신 외에도 하늘, 황하강, 땅의 신(神) 등에게도 제사를 지냈고, 전쟁을 치르거나, 농사를 짓거나, 병이 나거나, 집을 지을 때도 제사(祭祀)를 지냈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는 복(福)을 빌거나 화(禍)를 막아달라고 기도(祈禱)를 하였고, 또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귀신(鬼神)에게 물어보기 위해 점을 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점을 쳐서 전쟁에 이길지, 농사가 잘 될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귀신 기(示)자로도 알려져 있는 보일 시(示)자는 원래 귀신(鬼神)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물을 올리기 위한 제사상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제사상→(제사상의) 귀신→(귀신이) 지시(指示)하다→(귀신이) 알려주다→보이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보일 시(示)자는 '눈(目)으로 보다'는 뜻의 볼 견(見)자와는 달리 '신(神)이 미래를 보여주거나 알려주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신의 계시(啓示)는 '신이 일깨워주고(啓) 알려주다(示)'는 뜻입니다.

보일 시(示)자는 제사, 귀신, 복, 기도 등에 관련된 글자에 들어갑니다.

- 제사와 관련되는 글자
▶ 제(祭:祭:) : 제사 제, 보일 시(示) + 고기 육(肉/月) + 또 우(又)
▶ 사(祀:祀:) : 제사 사, 보일 시(示) + [뱀 사(巳)]

제사 제(祭)자는 '제사상(示)에 고기(肉/月)를 손(又)으로 올리며 제사를 지내다'는 뜻입니다. 기우제(祈雨祭)는 '비(雨)가 오기를 비는(祈) 제사(祭)'입니다. 기제(忌祭)는 '기일(忌日: 조상이 죽은 날)에 지내는 제사(祭)'이고,시제(時祭)는 '철(時)마다(음력 2월,5월,8월,11월) 지내는 종묘의 제사(祭)'이고, 묘제(墓祭)는 '음력 9~10월에 조상의 묘(墓)를 찾아가 지내는 제사(祭)'입니다.

제사 사(祀)자는 제단(示) 앞에 있는 아기(巳)의 모습입니다. 아마도 새로 태어난 아이를 조상에게 보이거나 아기를 제물로 바치는 모습으로 추측됩니다. 사대봉사(四代奉祀)는 '4대(四代) 조상까지 받들어(奉) 모시는 제사(祀)'로, 부모(父母), 조(祖), 증조(曾祖), 고조(高祖) 등 4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1973년 박정희 대통령 때 제정하여 공포한 가정의례준칙에서는 이대봉사(二代奉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제사상에서 빔
▶ 축(祝:祝:) : 빌 축, 보일 시(示) + 맏 형(兄)
▶ 기(祈:祈:) : 빌 기, 귀신 기(示) + [도끼 근(斤)→기]
▶ 도(禱:祷:) : 빌 도, 보일 시(示) + [목숨 수(壽)→도]

☞ 빌 축(祝)

빌 축(祝)자는 '제사상(示) 앞에서 맏이(兄)가 복을 빌다'는 뜻입니다. 축복(祝福)은 '복(福)을 빌다(祝)'는 뜻입니다.

기도(祈禱)에 들어가는 기(祈)자와 도(禱)자는 모두 '빌다'는 뜻입니다. 이중 빌 도(禱)자는 '제사상(示)에서 오래 살게 해달라고 목숨(壽)을 빌다'는 뜻입니다. 안수기도(按手祈禱)는 '손(手)으로 머리를 누르며(按) 하는 기도(祈禱)'로서, 목사나 신부 등이 기도를 받는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하는 기도입니다.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는 '천수관음(千手觀音)에게 기도(禱)하는 노래(歌)'로, 신라 경덕왕 때 희명(希明)이 지은 향가입니다. 천수관음(千手觀音)은 '천(千) 개의 손(手)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소리(音)를 살펴보는(觀) 보살'입니다. 경덕왕 때 한기리에 살던 희명이란 여자의 아들이 태어난 지 5년 만에 눈이 멀자 분황사 천수관음 앞에서 이 노래를 지어 아이에게 부르게 하자 눈을 떴다고 합니다.

[사진] 천 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千手觀音)을 표현하는 춤

- 복과 재앙
▶ 복(福:福:) : 복 복, 보일 시(示) + [찰 복(畐)]
▶ 화(禍:祸:) : 재앙 화, 보일 시(示) + [입삐뚤어질 와(咼)→화]

옛 중국에서는(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이지만) 사고가 나거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본인의 부주의나 무절제한 생활이 원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순전히 운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禍)를 물리치고 복(福)을 빌기 위해 제사를 지냈습니다.

복 복(福)자는 '제물이 가득 찬 항아리(畐)를 제사상(示)에 올리며 복을 빌다'는 뜻입니다. 기복신앙(祈福信仰)은 '복(福)을 비는(祈) 신앙(信仰)'으로, 종교를 믿는 목적이 사업, 건강, 공부 등이 잘되도록 복(福)을 비는 것입니다.

재앙 화(禍)자는 복(福)의 반대말입니다. 원화소복(遠禍召福)은 '화(禍)를 멀리(遠)하고 복(福)을 부르다(召)'라는 뜻입니다. 사화(士禍)는 '선비(士)들의 재앙(禍)'이란 뜻으로, 조선 중기 당파 싸움에서 진 많은 선비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을 간 사건입니다. 조선 시대의 사대사화(四大士禍)로 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가 있습니다.

- 조상신
▶ 조(祖:祖:) : 할아비 조, 보일 시(示) + [도마 조(且)]
▶ 신(神:神:) : 귀신 신, 보일 시(示) + [납 신(申)]

할아비 조(祖)자는 조상(祖上)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조상(祖上)은 '할아버지(祖) 위(上)의 분'을 뜻하고, 선조(先祖)는 '할아버지(祖)보다 먼저(先) 가신 분'을 뜻합니다. 둘 다 같은 말입니다. 시조(始祖)는 '처음(始) 조상(祖)'으로 박씨의 시조(始祖)는 박혁거세입니다.

귀신 신(神)자에 들어가는 납 신(申)자는 번갯불의 상형으로 '번갯불(申)을 만드는 것은 하늘을 떠도는 귀신(示)이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죽으면 사람의 정신이 귀신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귀신 신(神)자는 '정신(精神), 혼(魂), 마음'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몸속에 있는 신경(神經)은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神)이 지나가는 길(經)'이란 뜻입니다. 신성(神聖)로마 제국은 '신(神)처럼 성(聖)스러운 로마 제국(帝國)'이란 뜻으로 962년부터 1806년까지에 있었던 독일제국의 이름입니다. 독일 제국이지만 고대 로마 제국의 부활이라고 여겨 로마 제국이라 불렀고, 15세기부터는 그리스도 교회와 일체라는 뜻에서 신성(神聖)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 기타(1)
▶ 종(宗:宗:) : 마루 종, 집 면(宀) + 보일 시(示)
▶ 사(社:社:) : 모일 사, 보일 시(示) + 흙 토(土)
▶ 례(禮:礼:礼) : 예도 례, 보일 시(示) + 풍년 풍(豊)
▶ 금(禁:禁:) : 금할 금, 보일 시(示) + 수풀 림(林)

마루 종(宗)자의 마루는 집안의 마루가 아니라, 산마루, 고갯마루에서 보듯이 '꼭대기'나 '높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마루 종(宗)자는 원래 집(宀) 안에 제사상(示)을 모셔 놓은 모습으로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사당(祠堂)을 일컫는 글자입니다. 이후 '사당→조상→시조→맏이→으뜸→마루'라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종묘(宗廟)는 '사당(宗)과 사당(廟)'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 역대의 왕과 왕비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을 일컫습니다.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서울의 종로3가에 위치합니다. 종갓집의 종가(宗家)는 '한 문중에서 맏이(宗)로만 내려온 큰 집(家)'을 말합니다.

사회(社會), 회사(會社)에 사용되는 모일 사(社)자는 원래 '땅(土) 귀신(示)', 즉 토신(土神)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땅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서 '모이다'라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사직(社稷)은 고대 중국에서 나라를 세울 때 임금이 단을 쌓아 제사를 지내던 토신(土神)과 곡신(穀神)을 일컫습니다. 옛날에는 수도를 건설할 때 궁궐 왼쪽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묘(宗廟)를, 오른쪽엔 토신(土神)과 곡신(穀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직단(社稷壇)을 두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직(社稷)은 나라 또는 조정이란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직동(社稷洞)은 조선 시대의 사직단(社稷壇)이 있는 동네입니다.

[사진]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사직단(社稷壇)

예도 예(禮)자에 들어 있는 풍족할 풍(豊)자는 제사 그릇(豆) 위에 음식(曲)을 풍족하게 올려놓은 모습입니다. '귀신에게 제사(示)를 지낼 때 음식(豊)을 풍족하게 갖추어 예를 갖추다'는 뜻입니다. 예의(禮儀), 예절(禮節), 예도(禮度) 등에 사용됩니다.

금할 금(禁)자는 울창한 숲(林)속에 귀신(示)을 모시는 곳으로 '이런 곳에 가기를 금기(禁忌)시 하거나 꺼리다'는 뜻에서 금지(禁止)하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금치산자(禁治産者)는 '자기 재산(産)을 다스리는(治) 것이 금지된(禁) 사람(者)'이란 뜻으로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 자기 재산의 관리, 처분을 금지하도록 한 사람입니다. 금치산자에게는 후견인(後見人)이 있게 되며, 후견인은 금치산자의 요양, 간호는 물론 그 재산상의 행위를 대리합니다. 의금부(義禁府)는 '옳은(義) 것과 금(禁)하는 것을 판결하는 관청(府)'으로 조선 시대에 왕의 명령에 의해 죄인을 다스리던 사법기관입니다. 주로 반역죄를 처벌하였는데, 일반 범죄는 형조(刑曹)에서 다스렸습니다.

- 기타(2)
▶ 상(祥:祥:) : 상서로울 상, 보일 시(示) + [양 양(羊)→상]
▶ 선(禪:禅:) : 고요할 선, 보일 시(示) + [오랑캐이름 선(單)]
▶ 시(視:视:) : 볼 시, [보일 시(示)] + 볼 견(見)
▶ 록(祿:禄:) : 녹 록, 보일 시(示) + [새길 록(彔)]

상서로움은 복되고 길한 일이 있을 듯함을 일컫습니다. 상서로울 상(祥)자는 '제사상(示)에 양(羊)을 희생으로 바쳐 복을 비니 상서롭다'는 뜻입니다.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 불교의 발상지 등에 나오는 발상지(發祥地)는 '상서로운(祥) 것이 발생(發)하는 땅(地)'이란 뜻입니다.

고요할 선(禪)자는 원래 '제단(祭壇)을 설치하여 하늘에 제사(示)를 지내다'는 뜻이었으나, 이러한 제사를 지낼 때 조용히 지냈기 때문에 '고요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불교에서 '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를 찾는다'는 뜻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선종(禪宗)은 '참선(禪)을 하는 불교의 종파(宗)'로, 정신 수양을 통한 해탈을 강조한 반면, 불경의 교리(敎理)를 중시하는 종파를 교종(敎宗)이라고 합니다.

시청자(視聽者), 시각(視覺) 등에 들어가는 볼 시(視)자는 '눈(目)으로 보다'는 의미의 볼 견(見)자와 '신(神)의 뜻이나 미래를 보다'는 의미의 보일 시(示)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녹 록(祿)자는 원래 귀신이 내려준 복(福)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신이 준) 복(福)→(신이 준) 선물→녹봉(祿俸)→봉급(俸給)'이란 뜻이 추가되었습니다. 녹(祿)이나 녹봉(祿俸)은 관리들의 봉급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공무원의 월급은 신이 내려준 복입니다. 녹읍(祿邑)은 '녹(祿)으로 주던 고을(邑)'이란 뜻으로 신라에서 고려 초기까지, 벼슬아치에게 월급 대신 고을을 배정해 주고, 그 고을에서 세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귀신 귀(鬼)
귀신의 모습




귀신 귀(鬼)자는 어진사람 인(儿)자 위에 귀신 머리가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의 주나라에는 방상씨(方相氏)라는 관직이 있었는데, 이 관직에 있는 사람은 눈이 4개 달린 탈을 쓰고, 몸에는 곰 가죽을 걸치고 악귀(惡鬼)를 물리쳤다고 합니다. 방상(方相)은 '사방(方)을 살피다(相)'는 뜻인데, 그래서 4개의 눈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귀신 귀(鬼)자는 이런 가면을 쓴 무당의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사진] 중요민속자료 제16호인 방상씨(方相氏)탈.

귀신 귀(鬼)자는 죽은 사람의 넋인 혼백(魂魄)을 뜻하기도 합니다. 가령 《장화홍련전》에서는 죽은 장화와 홍련이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때의 귀신은 남을 해치는 나쁜 귀신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넋인 혼백(魂魄)입니다.

귀신 귀(鬼)자는 귀신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가는데, 다른 글자와 만나 소리로도 사용됩니다. 이때 '괴'로 소리가 납니다. 허수아비 괴(傀), 흙덩어리 괴(塊), 부끄러워할 괴(愧)자가 그러한 예입니다.

- 귀신과 관련되는 글자
▶ 혼(魂:魂:) : 넋 혼, 귀신 귀(鬼) + [이를 운(云)→혼]
▶ 백(魄:魄:) : 넋 백, 귀신 귀(鬼) + [흰 백(白)]
▶ 마(魔:魔:) : 마귀 마, 귀신 귀(鬼) + [삼 마(麻)]
▶ 추(醜:丑:) : 추할 추, 귀신 귀(鬼) + [닭 유(酉)→추]

혼(魂)자와 백(魄)자는 둘 다 죽은 사람의 넋을 뜻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정신적인 넋인 혼(魂)은 하늘로, 육체적인 넋인 백(魄)은 육신과 함께 땅으로 들어간다고 믿었습니다. 제사를 지낼 때 맨 먼저하는 일이 향을 피우고 땅(혹은 흙과 풀이 들어 있는 모사 그릇)에 술을 붓는데, 향을 피우는 이유는 하늘에 있는 혼(魂)을 불러오기 위함이고, 땅에 술을 붓는 이유는 땅에 있는 백(魄)을 불러오기 위함입니다.

넋 혼(魂)자에 구름의 상형인 이를 운(云)자가 들어가는 이유가 구름과 같이 하늘에 떠다니기 때문입니다. 또 넋백(魄)자에 하얀 해골의 상형인 흰 백(白)자가 들어가는 이유는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백골(白骨)이 되기 때문입니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은 '혼(魂)이 하늘로 날아가고(飛) 백(魄)이 땅에서 흩어지다(散)'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귀 마(魔)자에는 삼 마(麻)자가 들어 있는데, 마(麻)는 삼베를 짜는 원료이지만, 동시에 대마초(大麻草)라고 부르는 마약(麻藥/痲藥/魔藥)의 원료입니다. 마귀 마(魔)자에 삼 마(麻)자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는 '좋은(好) 일(事)에는 마귀(魔)가 많다(多)'는 뜻으로 좋은 일에 방해되는 것이 많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추악(醜惡), 추태(醜態 ), 추잡(醜雜) 등에 사용되는 추할 추(醜)자는 '귀신(鬼)의 모습에 술(酉)까지 취해 추하다'는 뜻입니다. 누추한 옷차림의 누추(陋醜)는 '더럽고(陋) 추하다(醜)'는 뜻입니다.

- 귀신의 모습과 관련 있는 글자
▶ 이(異:异:) : 다를 이, 귀신의 모습
▶ 외(畏:畏:) : 두려울 외, 귀신의 모습

상형문자를 보면 귀신 귀(鬼)자와 비슷한 모양의 글자가 있는데, 다를 이(異)자와 두려할 외(畏)자가 그러한 글자입니다.
다를 이(異)자는 귀신이나 귀신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무당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기이한 모습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다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밭 전(田)자는 귀신의 머리 모습입니다. '이의를 제기하다'고 할 때 이의(異意)는 '다른(異) 의견(意)'이란 뜻입니다. 이양선(異樣船)은 '다른(異) 모양(樣)의 배(船)'로, 주로 나무로 배를 만들었던 조선 시대에 쇠로 만든 외국의 철선(鐵船)을 이르는 말입니다.

두려울 외(畏)자는 귀신이나 귀신 가면을 쓴 무당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귀신은 두렵다'고 해서 '두렵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경외(敬畏) 또는 외경(畏敬)은 '공경하면서(敬) 두려워하다(畏)'는 뜻입니다.



점 복(卜)
거북 배의 껍질이나 소뼈가 갈라지는 모양




은나라 때 거북 배의 껍질이나 소뼈가 갈라지는 형태를 보고 점(占)을 쳤습니다. 점을 치는 방법은 거북의 배 껍질이나 소뼈 등에 불에 달군 쇠막대기를 찔러 거북 뼈가 갈라지는 모양을 보고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했습니다. 점 복(卜)자는 이와 같이 거북 배 껍질에 갈라진 모습을 나타냅니다. 점을 치고 나면 반드시 점친 결과를 거북의 배 껍질이나 소뼈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자의 시작인 갑골문자입니다.

[사진] 복(卜)자처럼 갈라진 모습이 보이는 거북 배의 껍질과 갑골문자.

- 점과 관련되는 글자
▶ 점(占:占:) : 점칠 점, 점 복(卜) + 입 구(口)
▶ 괘(卦:卦:) : 점괘 괘, 점 복(卜) + [홀 규(圭)→괘]
▶ 정(貞:贞:) : 곧을 정, 점 복(卜) + [솥 정(鼎→貝)]
▶ 외(外:外:) : 바깥 외, 점 복(卜) + 저녁 석(夕)
▶ 탁(卓:卓:) : 높을 탁, 점 복(卜) + 이를 조(早)

점칠 점(占)자는 '거북 배 껍질이나 소뼈가 갈라지는 형태(卜)를 보고, 이 뜻을 입(口)으로 말하다'는 뜻입니다. 점성술(占星術)은 '별(星)의 빛이나 위치, 운행 따위를 보고 점(占)을 치는 기술(術)'로, 고대 중국, 바빌론, 인도 등지에서 발달하였고, 서양에서는 중세에 크게 성행하였습니다. 점성술은 천문학에 크게 이바지하였습니다.

점괘(占卦)는 ‘점(占)을 쳐서 나오는 괘(卦)’로, 이 괘를 풀이하여 길흉을 판단합니다. 원래 괘(卦)는 갑골문자가 만들어지기 전,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인 복희씨(伏羲氏)가 만든 글자로, 음양(陰陽)을 나타내는 효(爻)를 3개 조합하여 8가지의 괘를 만들었습니다. 점을 칠 때는 음과 양을 표시한 산가지를 여러 개 넣어놓은 통에서 3개나 6개를 뽑아 괘를 정합니다.

[사진] 태극과 팔괘(八卦)

곧을 정(貞)자는 원래 '점(卜)을 치다'는 뜻입니다. 이후 '점을 칠 때 거북 배 껍질이나 소뼈가 갈라지는 모습이 곧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정인(貞人)은 '은나라에서 점(貞)을 치고 기록하던 사람(人)'입니다. 정조(貞操)란 '곧은(貞) 지조(操)'입니다.

점은 보통 아침에 일어나 그날의 일에 대해 점을 쳤습니다. 또 낮에 점을 치기도 하였습니다. 바깥 외(外)자는 '저녁(夕)에 치는 점(卜)은 맞지 않다'는 뜻으로 '벗어나다, 바깥'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 높을 탁(卓)

높을 탁(卓)자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석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침 일찍(早)에 치는 점(卜)은 적중률이 높다(卓)'고 암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탁월한 선택'의 탁월(卓越)은 '높게(卓) 뛰어남(越)'이란 뜻입니다. 탁자(卓子)는 '물건을 올려놓도록 높게(卓) 만든 물건(子)'이고, 탁상공론(卓上空論)은 '탁자(卓) 위(上)에서 벌이는 헛된(空) 논의(論)'로 실현성이 없는 허황된 논의를 일컫습니다.



점괘 효(爻)
점을 치는 산가지가 흩어져 있는 모습




점괘 효(爻)자는 점을 치기 위해 음(陰)이나 양(陽)을 표시한 막대기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이 막대기들은 젓가락 크기이며 보통 대나무로 만드는데, 상아나 다른 나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음(陰)이 표시된 막대기를 음효(陰爻)라고 하고, 양(陽)이 표시된 막대기를 양효(陽爻)라고 합니다.

또 이러한 막대기를 이용하여 숫자를 세거나 계산을 하기도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산(算)가지라 불렀고, 중국 한나라 때 발명한 주산(珠算)과 함께 조선 시대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점괘 효(爻)자는 X자가 두 개 모여 있는 모습인데, 고대 중국에서 X자는 숫자 5(五)를 의미하는 글자이었습니다. 1, 2, 3, 4는 각각 산가지를 一, 二, 三,...과 같이 숫자만큼 수평으로 배열하였고, 5는 두 개의 산가지를 겹쳐 X로 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10은 산가지 하나를 수직으로 세워 놓은 모습(ㅣ)이었습니다.

[사진] 산(算)가지와 산가지를 담아두는 산통(算筒)

산가지를 담아두는 통을 산통(算筒)이라 부르며, 중간에 누군가의 방해로 일을 그르치는 것을 '산통을 깨다'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산통이 깨어져 점을 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

- 산가지
▶ 교(敎:教:) : 가르칠 교, 점괘 효(爻) + 아들 자(子) + 칠 복(攵)
▶ 학(學:学:学) : 배울 학, 아들 자(子) + 절구 구(臼) + 점괘 효(爻) + 집 면(宀→冖)
▶ 각(覺:觉:覚) : 깨달을 각, 볼 견(見) + 절구 구(臼) + 점괘 효(爻) + 집 면(宀→冖)

교실(敎室), 교사(敎師) 등에 들어가는 가르칠 교(敎)자는 '아이(子)들을 때려가며(攵)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가르치다'는 뜻입니다. 불교(佛敎), 기독교(基督敎), 회교(回敎), 유교(儒敎), 천도교(天道敎) 등에 들어가는 교(敎)자는 종교(宗敎)라는 뜻입니다. 대부분 종교(宗敎)에서는 신의 말씀이나 옛 성현의 말씀을 후세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가르칠 교(敎)자는 종교(宗敎)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宗敎)라는 말 자체가 '으뜸 또는 높은(宗) 가르침(敎)'이란 뜻입니다.

배울 학(學)자는 '집(宀→冖)에서 아들(子)이 두 손(臼)으로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배우다'는 뜻입니다. 물리학(物理學)은 '물체(物)의 이치(理)를 배우는 학문(學問)'이란 뜻으로, 자연에 있는 물체나 물질의 상호작용과 물체나 물질의 성질(물성)을 탐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입니다. 물리학이라는 말의 어원인 피직스(physics)는 원래 그리스어로 자연을 뜻합니다. 화학(化學)은 '물질의 상태나 성질의 변화(變化)에 대해 배우는 학문(學問)'입니다.

깨달을 각(覺)자는 '집(宀→冖)에서 두 손(臼)으로 산가지(爻)를 들고 숫자를 배우는데, 눈으로 보면서(見) 깨닫게(覺) 되다'는 뜻입니다. 각성(覺醒)은 '깨닫고(覺) 깨어나다(醒)'는 뜻으로 정신을 차리거나 자신의 잘못을 깨달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 기타
▶ 희(希:希:) : 바랄 희, 수건 건(巾) + 점괘 효(爻)
▶ 희(稀:稀:) : 드물 희, 벼 화(禾) + [바랄 희(希)]
▶ 상(爽:爽:) : 시원할 상, 큰 대(大) + 점괘 효(爻) + 점괘 효(爻)

효(爻)자가 산가지가 아니라, 베를 성기게 짠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랄 희(希)자는 '베(巾)의 올이 효(爻)라는 글자처럼 성기다'는 뜻입니다. 이후 '성기다→드물다→희소성(稀少性)이 있다→(희소성이 있는 것을) 바라다→희망(希望)한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드물다'라는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벼 화(禾)자를 붙여 드물 희(稀)자가 되었습니다. 즉, '벼(禾)를 드문드문 성기게 심었다'는 뜻입니다. '희미하다'의 희미(稀微)는 '드물고(稀) 작다(微)'는 뜻이고, '희한하다'의 희한(稀罕)은 '드물고(稀) 드물다(罕)'는 뜻입니다.

시원할 상(爽)자는 큰 사람(大)이 성긴 올의 옷(爻爻)을 두르고 있는 모습에서 '시원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정말 상쾌(爽快)해 보입니다.

★★★★★★★ Tip 조(祖)와 종(宗) ★★★★★★★★★★★★★★★★★

왕의 이름에는 보통 조(祖)나 종(宗)이 붙습니다. 흔히 전왕(前王)의 종자(宗子: 맏아들)가 왕이 되면 종(宗)이 붙고, 그 외에는 조(祖)가 붙습니다. 이외에도 쫓겨난 왕에게는 군(君)을 붙였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이 그러한 예입니다. 조선 시대의 왕 중에서 조(祖)를 쓰는 왕은 태조(이성계), 세조,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 등이 있습니다.

○ 태조는 조선을 건국하였으므로 아버지가 왕이 아닙니다.
○ 세조는 전왕(前王)인 단종의 아들이 아닌, 숙부입니다.
○ 선조는 명종이 슬하에 자식이 없이 죽자 왕실을 잇기 위해 조카를 데려와 왕이 되었습니다.
○ 인조는 인조반정으로 왕이 되었습니다.
○ 영조는 이복형인 경종이 아들이 없어서 왕이 되었습니다.
○ 정조는 영조의 아들인 사도세자가 죽어서, 손자인 정조가 왕이 되었습니다.
○ 순조는 후궁 태생의 서자입니다.

여기서 태조와 세조, 정조는 아버지가 왕이 아니고 나머지는 모두 왕의 서자(후궁 태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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