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일 화요일

한자 부수 고기와 뼈, 털

    2-1-8. 고기와 뼈, 털 (肉/月,骨,歺/歹,毛,彡)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에는 주로 살코기 부분만 먹는다. 내장이나 머리, 발, 꼬리 부분은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버린다. 엉덩이 부위나 갈비살의 경우는 갈아서 햄버그의 재료 쓰거나 소시지를 만든다. 프랑스의 소 혀 요리나, 소시지를 만드는 돼지 창자 정도가 예외적으로 요리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머리 끝에서 꼬리 끝까지 모두 먹었다. 돼지 머리 눌린 고기나, 돼지 족발, 소꼬리 곰탕, 소곱창은 우리가 즐겨 먹는 요리이고, 간, 허파, 천엽, 지라 등을 소금 기름장에 찍어 날로 먹기도 한다. 소 등골 속에 들어있는 척수는 소를 잡는 백정들이 먹어버려 일반인들을 구경도 할 수 없는 귀한 음식으로 친다. 심지어 뼈도 고아 곰탕을 만들어 먹고, 닭발도 먹지 않는가?

한자에서 고기 육(肉/月)자는 이와 같이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을 모두 포함한다. 그래서 고기 육(肉)자는 몸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비롯한 신체 부위를 일컫는 글자에 모두 들어간다. 심지어 뼈를 나타내는 벼 골(骨)자에도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 있다. 장기 중에 유일하게 심장(心)만 고기 육(肉)자가 들어 가지 않는다. 마음 심(心)자로 알려져 있는 이 글자는 심장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참고적으로 오장(五臟)은 간(肝), 심장(心), 지라(脾), 폐(肺), 신장(腎) 등이고, 육부(六腑)는 위(胃), 소장(腸), 대장(胴), 쓸개(膽), 방광(膀), 췌장(膵) 등 말한다. 장(臟)은 내부가 차 있는 기관이고, 부(腑)는 반대로 내부가 비어 있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살이나 동물의 고기를 구분하지 않고 고기 육(肉)자를 사용하는 중국에서는 사람을 먹는 식인(食人) 풍습이 있었다. 시대나 장소를 초월해서 인간 사회에 식인(食人) 풍습이 있어 왔으나, 중국이 보편적으로 또한 오랬동안 지속되어 왔다. 고대 중국의 역사를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史記), 묵자(墨子), 열자(列子)를 비롯한 여러가지 책에 식인(食人)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근대 중국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이며 "아큐정전(阿Q正傳)"이란 소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루쉰(魯迅)이, 1918년에 발표한 "광인일기(狂人日記)"에서 당시 중국의 식인 풍습을 다루면서, 책 말미에는 4천년이나 사람을 먹어온 역사를 한탄한다. 또한 1919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약(藥)"에서는 인혈(人血)로 만든 만두를 소재로 하였다. 이런 이야기는 최근까지도 중국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몸에서 고기를 제외한 부분은 뼈가 되는데, 뼈를 나타내는 글자로는 뼈 골(骨)자와 부서진 뼈 알(歺/歹)자가 있다. 뼈 골(骨)자는 살을 발라 내고 남은 뼈를 의미한다. 즉 아직도 뼈에 살점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부서진 뼈 알(歺/歹)자는 죽은 사람이나 짐승의 해골이 오래되어 부서진 모습이다. 따라서 부서진 뼈 알(歺/歹)자는 뼈라는 의미보다도 죽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 고기 육(肉/月) - 고기에 힘줄이 있는 모습

육(肉)은 잘라놓은 고기에 힘줄이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고기 육(肉)자의 간략형은 달 월(月)과 똑같이 생겨 혼동할 수가 있는데, 고기 육(肉)자는 주로 글자 왼쪽(肝, 肛, 腸, 腦)이나 아래쪽(胃, 育, 脊, 肩)에 들어가고, 달 월(月)자는 글자 오른쪽(朔, 望, 期, 朝)에 들어간다. 예외적으로 턱밑살 호(胡)자는 고기 육(肉)자임에도 오른쪽에 들어감에 유의하자.

고기 육(肉)자는 몸 내부에 있는 모든 내장이나 몸 외부의 부위를 나타내는 글자에 들어 간다. 하지만 머리에 있는 신체 기관들은 모두 각자의 글자를 가지고 있다. 머리 혈(頁), 눈 목(目), 코 비(鼻), 귀 이(耳), 입 구(口)가 그러한 예이다.

몸 속의 장기에 관련되는 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밥통 위(胃)자 위의 밭 전(田)자는 소의 위를 본 따 만든 글자로, 밭과는 상관 없다. 위도 신체 내부의 장기이니까,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간다. 위통(胃痛)은 위가 아픈 병이다.

허파 폐(肺)자는 고기 육(肉→月)자와 [나눌 폐(市)]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사람의 장기 중에 폐는 둘로 나누어져 있어서 나눌 폐(市)자가 들어간다. 폐병(肺病)은 결핵의 다른 말이다. 나눌 폐(市)자는 4획인 반면, 비슷하게 생긴 시장 시(市)자는 5획입니다.

척추 척(脊)자는 등뼈의 상형에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간다. 척추(脊椎)는 등뼈이다.

뇌 뇌(腦)자는 고기 육(肉→月), 정수리 신(囟), 머리털 모양(巛)이 합쳐진 글자이다. 머리 모양의 상형인 정수리 신(囟)자와 그 위에 머리털이 나 있는 머리에 고기 육(肉→月)자를 합쳐 머리 속의 뇌를 나타 내었다. 뇌파(腦波)는 뇌에서 발생하는 약한 전류이다. 고기 육(肉→月)자 대신 마음 심(忄)자가 들어가면 고민할 뇌(惱)자가 된다. 백팔 번뇌(百八煩惱)는 불교에서 이르는 108가지의 번뇌이다.

몸속에 있는 아이도 몸의 일부이므로, 고기 육(肉)자가 들어간다.
아이밸 배(胚)자는 고기 육(肉→月)자와 [아닐 부(不)→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아이밸 태(胎)자는 고기 육(肉→月)자와 [별 태(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예로부터 임신 1개월된 아기를 배(胚)라고 부르고, 임신 3개월이 지난 아이를 태(胎)라고 부른다. 임신 1개월 까지는 수정을 마친 난자가 핵분열을 계속하는 상태로, 아직 몸이 여러 요소로 분화된 상태가 아닌 둥근 덩어리의 모양이나, 이후 줄기 세포가 생겨, 3개월 정도 지나 머리와 사지가 생겨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 태(胎)라고 부른다. 배아(胚芽)는 식물의 씨눈이고, 태아(胎兒)는 몸속의 아기이다.

몸 외부의 부위에 관련되는 글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어깨 견(肩)자는 어깨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게 호(戶)자에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진 회의문자이다. 오십견(五十肩)은 오십세 전후에 어깨에 통증이 나는 병의 일종이다.

등 배(背)자는 배반할 때 등을 돌린다고 해서 배반(背反)한다는 의미도 생겼다.
또한 옆구리 협(脅)자는 협박할 때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고 해서 협박(脅迫)한다는 의미도 생겼다.

허리 요(腰)자는 고기 육(肉→月)자에 [중요할 요(要)]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중요할 요(要)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여자 녀(女)자의 허리에 두손(臼)이 있는 모습으로, 허리를 의미하는 글자이었다. 나중에 두손이 글자 위로 올라가 현재의 모습이 되었고, "중요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자, 원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고기 육(肉→月)자가 붙어 허리 요(腰)자가 되었다.

이외에도 고기 육(肉)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돼지 돈(豚)자는 돼지 시(豕)자에 고기 육(肉→月)자를 더함으로서 뜻을 분명히 한다. 양돈(養豚)은 돼지를 기른다는 의미이다.

벗을 탈(脫)자의 원래 의미는 "몸(肉→月)이 마르다", "살이 빠지다"라는 의미였으나, "벗는다, 벗어나다"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탈의실(脫衣室)은 옷을 벗는 곳이다.

기를 육(育)자는 고기 육(肉→月)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위에 있는 글자는 아들(子)자를 180도 회전한 형상이다. 즉 아이를 양육(養育)한다는 뜻이 된다.

▶ 臟 : 오장 장, 고기 육(肉) + [감출 장(藏)] / 오장육부(五臟六腑)
▶ 腑 : 장부 부, 고기 육(肉) + [관청 부(府)] / 오장육부(五臟六腑)
▶ 膣 : 여자 질, 고기 육(肉) + [구멍 막을 질(窒)]
▶ 肝 : 간 간, 간은 고기 육(肉) + [방패 간(干)] / 간담상조(肝膽相照)
▶ 肛 : 항문 항, 고기 육(肉) + [빈 공(工)→강→항] / 항문(肛門)
▶ 腸 : 창자 장, 고기 육(肉) + [빛날 양(昜)→장] / 대장(大腸)
▶ 胴 : 큰창자 동, 고기 육(肉) + [같을 동(同)] / 비행기 동체(胴體)
▶ 腎 : 콩팥 신, 고기 육(肉) + [어질 간(臣又)→긴→신] / 신장(腎臟)
▶ 膀 : 방광 방, 고기 육(肉) + [두루 방(旁)] / 방광(膀胱)
▶ 胱 : 방광 광, 고기 육(肉) + [빛 광(光)] / 방광(膀胱)
▶ 脾 : 지라 비, 고기 육(肉) + [낮을 비(卑)] / 비장(脾臟)
▶ 胎 : 아이밸 태, 고기 육(肉) + [별 태(台)] / 태아(胎兒), 환골탈태(換骨奪胎)
▶ 膽 : 쓸개 담, 고기 육(肉) + [이를 첨(詹)→담] / 와신상담(臥薪嘗膽)
☞ 擔 : 멜 담, 손 수(扌) + [이를 첨(詹)→담] / 담당(擔當)
▶ 肺 : 허파 폐, 고기 육(肉) + [나눌 폐(市)] / 폐병(肺病)
▶ 膜 : 막 막, 고기 육(肉) + [없을 막(莫)] / 망막(網膜)
▶ 肢 : 사지 지, 고기 육(肉) + [가지 지(支)] / 사지(四肢)
▶ 肱 : 팔 굉, 고기 육(肉) + [팔꿈치 굉()] / 고굉지신(股肱之臣)
▶ 肋 : 갈비 륵, 고기 육(肉) + [힘 력(力)→륵] / 늑골(肋骨), 계륵(鷄肋)
▶ 胸 : 가슴 흉, 고기 육(肉) + [오랑케 흉(匈)] / 흉상(胸像)
▶ 脚 : 종아리 각, 고기 육(肉) + [물리칠 각(却)] / 각선미(脚線美)
▶ 背 : 등 배, 고기 육(肉) + [달아날 배(北)] / 배반(背反)
▶ 脅 : 옆구리 협, 협박할 협, 고기 육(肉) + [힘합할 협(劦)] / 협박(脅迫)
▶ 腹 : 배 복, 고기 육(肉) + [갈 복(复)] / 면종복배(面從腹背)
▶ 腿 : 넓적다리 퇴, 고기 육(肉) + [물러날 퇴(退)] / 대퇴부(大腿部)
▶ 腰 : 허리 요, 고기 육(肉) + [중요할 요(要)] / 요통(腰痛)
▶ 膏 : 심장의 아랫부분 고, 기름 고, 고기 육(肉) + [높을 고(高)의 변형자] / 고황(膏肓)
▶ 肓 : 명치끝 황, 고기 육(肉) + [망할 망(亡)→황] / 천석고황(泉石膏肓)
▶ 胡 : 턱밑살 호, 오랑케 호, 고기 육(肉) + [옛 고(古)→호] / 병자호란 (丙子胡亂)
▶ 脣 : 입술 순, 고기 육(肉) + [별 진(辰)→신→순] / 순망치한(脣亡齒寒)
▶ 膝 : 무릎 슬, 고기 육(肉) + [옷 칠(桼)→슬] / 슬하(膝下)
▶ 脂 : 기름 지, 고기 육(肉) + [맛있을 지(旨)] / 탈지유(脫脂乳)
▶ 肥 : 살찔 비, 고기 육(肉) + [꼬리 파(巴)→비] / 비만(肥滿)
▶ 脫 : 벗을 탈, 고기 육(肉→月) + [기쁠 태(兌)→탈] / 탈출(脫出)
▶ 脹 : 배부를 창, 고기 육(肉) + [긴 장(長)→창] / 팽창(膨脹)
▶ 肪 : 기름 방, 몸에 기름이 있으니까 고기 육(肉) + [모날 방(方)] / 지방(脂肪)
▶ 腐 : 부패할 부, 고기 육(肉) + [관청 부(府)] / 부패(腐敗)
▶ 膾 : 육회 회, 고기 육(肉) + [만날 회(會)] / 육회(肉膾)


■ 비스듬히 누운 고기 육(月) - 다른 글자 위에 올라가는 고기 육(月)

고기 육(月)자가 주로 다른 글자의 왼쪽이나 아래에 위치하지만 다른 글자의 위에 올라 갈 때에도 있다. 이 경우에는 고기 육(月)자가 옆으로 비스듬하게 눕는다. 다음은 그러한 글자들의 예이다.

고기 구울 자(炙)자는 불(火)위에 고기(肉→月)를 굽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회자(膾炙)란 "육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많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름을 일컫는다. 당나라 말기 때의 사람인 한악의 작품이 맛있는 육회와 구운 고기처럼 당시 사람들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그러할 연(然)자는 원래 불(灬)에 고기(肉→月)나 개(犬)를 굽는 형상으로 "불타는"이라는 의미였으나, "그러할"이란 의미가 추가되면서, 원래의 의미는 다시 불(火)가 추가되어 불탈 연(燃)자가 되었다.[자연(自然)]

제사지낼 제(祭)자는 제사지낼 때, 제단(示)에 고기(肉→月)를 손(又)으로 올리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귀신 기(示)자는 제단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기우제(祈雨祭)는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제사이다.

도울 장(將) 혹은 장수 장(將)자는 고기 육(肉→月), 마디 촌(寸), [나무조각 장(爿)]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손(寸)으로 고기(肉)를 들고 제사를 도와 주는 데에서 도운다는 뜻이 유래한다. 나중에 왕의 싸움을 도와주는 장수(將帥)라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많은 다(多)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고기를 쌓아 놓은 모습으로, 많다는 의미를 가진다. 고기 육(月)자가 저녁 석(夕)자로 변형되었음에 유의하라. 다수(多數)는 많은 수효를 말한다.


■ 뼈 골(骨) - 뼈의 모습

뼈 골(骨)자는 뼈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 아래에 고기 육(肉→月)자가 들어 있다. 뼈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는 부서진 뼈 알(歺/歹)자가 있는데, 알(歺/歹)자는 살점 하나 없는 앙상한 뼈를 뜻하고, 골(骨)자는 살이 조금 붙어 있는 뼈를 말한다. 뼈 골(骨)자는 뼈와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간다.

몸 체(體)자는 뼈 골(骨)자와 풍족할 풍(豊)자가 합쳐진 회의문자이다. 뼈(骨)와 풍족한(豊) 살이 몸(體)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풍족할 풍(豊)자는 제사 그릇(豆) 위에 음식(曲)을 풍족하게 올려 놓은 모습이다. 체육(體育)은 몸을 튼튼하게 하는 교육이다.

골수 수(髓)자와 뼈 해(骸)자는 모두 형성문자이다. 척수(脊髓)는 등골이고, 해골(骸骨)은 죽은 사람의 머리 뼈이다.

▶ 髓 : 골수 수, 뼈 골(骨) + [따를 수(隨)] / 척수(脊髓)
▶ 骸 : 뼈 해, 뼈 골(骨) + [돼지 해(亥)] / 해골(骸骨)


■ 부서진 뼈 알(歺/歹) - 죽음을 의미하는 글자

부서진 뼈 알(歺/歹)자는 사람이나 짐승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해골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뼈만 남아 있는 모습은 죽은 모습으로 죽음이나 위험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간다.

죽을 사(死)자는 죽은 사람(歹) 옆에 다른 사람(匕)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비수 비(匕)자는 사람 인(人)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가를 렬(列) 혹은 벌릴 렬(列)자는 짐승이나 가축에서 칼(刂)로 뼈(歹)를 갈라서 벌려 놓는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열거(列擧)란 여러가지를 늘어 놓는다는 의미이다. 잔인할 잔(殘)자는 창(戈) 두 자루를 가지고 찔러 상하게(戔) 하여, 죽였으니(歹) 잔인(殘忍)하다는 뜻이다.

위태롭다는 뜻의 글자에도 부서진 뼈 알(歺/歹)자가 들어가는데, 위태로울 태(殆)자는 부서진 뼈 알(歺/歹)자와 [별 태(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百戰百勝)한다"는,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글로 알고 있지만, 원문을 보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危殆)롭지 않다"는 뜻이다.

장례(葬禮)와 관련되는 글자에도 부서진 뼈 알(歹)자가 들어간다.
죽은 이의 몸을 씻은 다음에 수의(壽衣)를 입히고 염포(殮布)로 묶는 일을 염습(殮襲) 혹은 간단히 염(殮)이라고 하는데, 이때의 염(殮)자가 염습할 렴(殮)자이다. 장례식장에서 관(棺)을 놓아두는 방을 빈소(殯所)라고 부르는데, 이때의 빈(殯)자도 염할 빈(殯)자이다.

장사 장(葬)자는 풀(艹)로 덮은 죽은 사람(死)을 두 손(廾)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풀 초(艹)자는 덮거나 감춘다는 의미의 글자에 모두 들어간다. 감출 장(藏)[장서(藏書)], 덮을 개(蓋)[발산개세(拔山蓋世), 가릴 폐(蔽)[은폐(隱蔽)] 등이 그러한 예이다.

고대 국가에서 왕이나 귀족의 장례(葬禮) 때 부인, 신하, 종 등을 함께 매장(埋葬)하였다. 이런 것을 순장(殉葬)이라 부르는데, 순(殉)자는 따라 죽을 순(殉)자이다. 은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왕의 무덤을 발굴해 보면 수백명이 순장되었다. 남편이 죽은 여자를 미망인(未亡人)이라고 부르는데, 미망인(未亡人)은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다. 순장(殉葬)의 망령이 남아 있는 무시무시한 단어이다. 이러한 순장은 장례식 뿐만 아니라 제사를 지낸 후에도 제물로 바쳐진 사람들을 땅에 묻었다.

▶ 殘 : 잔인할 잔, 나머지 잔, 부서진 뼈 알(歹) + [상할 잔(戔)] / 잔인(殘忍), 잔해(殘骸)
▶ 殃 : 재앙 앙, 부서진 뼈 알(歹)+ [가운데 앙(央)] / 재앙(災殃)
▶ 殆 : 위태로울 태, 부서진 뼈 알(歹) + [별 태(台)] / 위태(危殆)
▶ 殞 : 죽을 운, 부서진 뼈 알(歹) + [수효 원(員)→운] /운명(殞命)
▶ 殊 : 죽을 수, 다를 수, 부서진 뼈 알(歹) + 붉[을 주(朱)→수] / 특수(特殊)
▶ 殉 : 따라 죽을 순, 부서진 뼈 알(歹) + [열흘 순(旬)] / 순장(殉葬)
▶ 殮 : 염습할 렴, 부서진 뼈 알(歹) + [다 첨(僉)→렴] / 염습(殮襲)
▶ 殯 : 염할 빈, 부서진 뼈 알(歹) + [손 빈(賓)] / 빈소(殯所)


■ 털 모(毛) - 털이 무성한 모습

털이 좌우로 나와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꼬리 미(尾)자는 주검 시(尸)자와 털 모(毛)자가 합쳐진 회의문자이다. 상형문자를 보면 엉거주춤 서 있는 사람의 엉덩이(尸) 부분에 털(毛)이 나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토템(totem, 동식물 숭배 사상)은 원시 사회의 공통적인 풍습인데 고대 중국에도 있었다. 이런 풍습으로 동물에게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꼬리를 털로 만들어 달고 다녔다고 한다. 미행(尾行)은 남의 뒤를 몰래 따라간다는 의미이고,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 출발은 용의 머리처럼 크게 시작하나, 끝은 뱀의 꼬리처럼 보잘 것 없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겉옷 표(表)자는 옷 의(衣)자에 털 모(毛)자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옷(衣)에 털(毛)이 나 있는 형상으로, 털옷을 의미하였으나, "겉옷"이나 "겉"이란 의미가 되었다. 표면(表面)은 겉면을 의미한다.

가는털 호(毫)자는 털 모(毛)자와 [높을 고(高)→호]의 변형자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추호(秋毫)는 "가을철에 가늘어진 짐승의 털"이란 뜻으로, 매우 적음을 일컬는다. "추호도 남기지마라"는 의미는 "조금도 남기지 마라"는 의미이다.


■ 터럭 삼(彡) - 털이 나 있는 모습

털이 난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털"이라는 의미 외에도 "붓의 털로 색칠하거나 무늬를 새겨 넣는다" 또는 "색을 칠해 꾸민다"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빛이 나거나(修)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彭)을 표현하기도 한다.

삼(彡)자가 털의 모양을 의미하는 글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수염 수(須) 혹은 모름지기 수(須)자는 머리 혈(頁)자에 터럭 삼(彡)자가 합쳐긴 글자이다. 머리(頁)에 터럭(彡)이 나있는 것이 수염(鬚髥)이다. 나중에 모름지기라는 의미가 붙었다. 필수(必須)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터럭 발(髮)자는 긴 장(長)자와 터럭 삼(彡)자에 [달아날 발(犮)]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장(長)은 머리가 긴 노인의 모습이다. 백발(白髮)은 하얗게 센 머리털이다.

붓을 털로 색을 칠하거나 꾸민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채색 채(彩)자는 뜻을 나타내는 터럭 삼(彡)자와 [캘 채(采)]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여기에서는 터럭 삼(彡)자가 "털로 색을 칠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채색(彩色)은 색을 입힌다는 뜻이다.
꾸밀 조(彫) 혹은 새길 조(彫)자는 뜻을 나타내는 터럭 삼(彡)자와 [두루 주(周)→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여기에서는 터럭 삼(彡)자가 "털로 색을 칠해 꾸민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조각(彫刻)은 나무나 흙 등을 새기거나 빚어서 만든다는 의미이다.
형상 형(形)자는 뜻을 나타내는 터럭 삼(彡)자와 [우물 정(井)→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여기에서는 터럭 삼(彡)자가 "형상(形狀)을 그린다"라는 의미이다.

빛난다는 의미의 글자에도 사용된다.
닦을 수(修)자는 매를 맞아가며(攵), 땀을 흘려 가면서(ㅣ) 열심히 수련하는 사람(人)의 모습이다. 나중에 열심히 수련함으로서 "빛나게 한다"는 의미로 삼(彡)자가 추가 되었다. 수련(修鍊)은 학문이나 기술을 닦아서 단련한다는 뜻이다.
그림자 영(影)자는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자와 빛날 삼(彡)자와 [서울 경(京)→영]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그림자는 해(日)가 빛날(彡) 때 생기는 것이다. 무영탑 (無影塔)은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釋迦塔)으로, 백제의 공인(工人) 아사달과 그를 찾아온 부인 아사녀의 전설에서 그림자(影)가 없는(無) 탑(塔)이란 뜻이다.

소리가 퍼지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로도 사용된다.
힘있을 팽(彭)자는 북 주(壴)자와 터럭 삼(彡)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받침대 위에 올려 놓은 북(壴)에서 힘차게 소리가 나오는 모습(彡)이다. 팽창(膨脹)은 부피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석 삼(參)자는 사람(人)의 머리 위에 있는 3개의 별의 모양(厶)을 본뜬 글자로, 3이란 뜻으로 사용되면서 [터럭 삼(彡)]자가 추가되었다. 삼(彡)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삼(參)자는 간여할 참(參)자로도 사용됨에 유의하자. 참여(參與)는 참가하여 간여한다는 뜻이다. [석 삼(參)]자에 풀 초(艹)자가 붙으면 인삼 삼(蔘)자가 되고, [간여할 참(參)]자에 마음 심(忄)자가 붙으면 참혹할 참(慘)자가 된다.

선비 언(彦)자는 글월 문(文)의 변형자, 빛날 삼(彡)자, [기슭 엄(厂)→언]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산기슭(厂)에서 문신(文)을 그리기 위한 색상(彡)을 얻어내기 위한 광물성 안료라는 의미이었으나, 이러한 안료를 사용할 만한 미청년이나 선비를 일컫는 말로 전주되었다.

▶ 髮 : 터럭 발, 긴 장(長)의 간략형 + 터럭 삼(彡) + [달아날 발(犮)] / 백발(白髮)
☞ 拔 : 뺄 발, 손 수(扌) + 달아날 발(犮) / 발본색원(拔本塞源)
▶ 彩 : 채색 채, 터럭 삼(彡) + [캘 채(采)] / 채색(彩色)
▶ 彫 : 새길 조, 꾸밀 조, 터럭 삼(彡) + [두루 주(周)→조] / 조각(彫刻)
▶ 形 : 형상 형, 터럭 삼(彡) + [우물 정(井)→형] / 형상(形狀)
▶ 影 : 그림자 영, 날 일(日) + 빛날 삼(彡) + [서울 경(京)→영] / 무영탑 (無影塔)
▶ 彦 : 선비 언, 글월 문(文) + 빛날 삼(彡) + [기슭 엄(厂)→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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