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일 화요일

한자 부수 븟과 책 (聿,冊)

    2-3-5. 븟과 책 (聿,冊)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 배 껍질이나 소 뼈를 불에 태워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길흉을 판단하는 점을 쳤다. 점을 친 후에는 그 내용을 다시 거북 배 껍질이나 소 뼈에 기록해 두었는데, 이런 글자가 중국 한자의 근원이 되는 갑골(甲骨)문자이다.
갑옷 갑(甲)자는 거북 배 껍질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인데, 거북 배 껍질로 갑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였기 때문에 갑옷이란 뜻이 생겼고, 뼈 골(骨)은 소의 뼈를 의미한다. 따라서 갑골(甲骨)문자란 거북 배껍질과 소 뼈에 새겨진 문자라는 뜻이다.

이후 청동기 문화가 발달하면서 그릇이나, 칼, 종 등 금속과 비석과 같은 돌에 글자를 새겼는데, 이런 글자를 금석(金石)문자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양의 글을 쓰야할 필요성을 느낀 중국인들은 대나무 껍질을 잘라 병풍처럼 역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만든 책을 죽간(竹簡) 혹은 죽책(竹冊)이라 불렀다. 책 편(篇), 편지 간(簡), 답장 답(答), 장부 부(簿), 부적 부(符 ), 문서 책(策) 혹은 꾀 책(策), 법 범(範)등은 모두 대나무에 기록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 때 태운 책도 대부분의 죽간(竹簡)으로 되어 있었다.

죽간(竹簡)과 함께 돈이 많은 사람들은 실로 짠 베에다 글을 쓰기도 하였다. 이런 이유로 종이 지(紙)자를 보면 나무 목(木)자 대신 실 사(糸)자가 들어 간다.

후한(後漢)시대인 서기 105년 채륜(蔡倫)이 나무껍질과 마(麻) 등을 원료로 종이를 만들었다. 종이는 화약, 인쇄술, 나침판과 함께 중국의 4대 발명품 중 하나이다. 우리가 옛날 종이를 한지(漢紙)라고 부르는 이유가, 한(漢)나라 때 이런 종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이의 발달과 더불어 한나라 때에는 붓도 일반화 되었다.

서기 100년에는 허신(許愼)에 의해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한자 사전도 완성되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한자 9354자를 530개의 부수로 분류하여 각 글자마다 뜻과 형태에 대한 해석을 달았다. 한자 연구의 바이블(Bible)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고대 중국 한자를 연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사용된다.

한나라 말기에는 글씨체도 현재의 한자와 똑같은 형태인 해서(楷書)가 완성되었다. 우리가 한자를 한자(漢字)라고 부르는 이유도 한(漢)나라 때 현재의 한자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사진]한나라 때의 죽간


■ 붓 율(聿) - 붓을 손으로 잡고 있는 형상

손(彐)으로 붓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중앙의 ㅣ는 붓자루를 아래의 二는 붓에서 난 털을 나타낸다. 붓 율(聿)자는 나중에 대나무로 만든다고 해서 대나무 죽(竹)자가 추가되어 붓 필(筆)자가 되었다. 붓 율(聿)자는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되므로 그런 의미의 글자에 들어간다.

글 서(書)자는 붓(聿)과 벼루의 모습(日)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그림 화(畵) 혹은 가를 획(畵)자는 붓(聿)과 붓으로 그린 그림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붓(聿) 아래의 밭 전(田)자는 그림을 나타내며 밭과는 상관 없다. 나중에 선을 그려서 "가른다, 나눈다"라는 의미도 생겼다. 서화(書畵)는 글과 그림을 의미한다.

쪼갤 획(劃)자는 가를 획(畵)자의 뜻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칼 도(刂)자를 더해 쪼갤 획(劃)자가 되었다. 가를 획(畵)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낮 주(晝)자는 가를 획(畵)의 변형자와 날 일(日)자가 합쳐진 글자로, 하루를 해(日)가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을 갈라 해(日)가 있는 시간이 낮이라는 의미이다. 주야(晝夜)란 밤과 낮이다.

글 서(書)자와 비슷하게 생긴 다할 진(盡)자는 손(彐)으로 솔(ㅗ+灬)을 들고 그릇(皿)을 씻는 모습이다. 그릇에 찌꺼기를 남김없이 깨끗하게 씻는다고 해서 "다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흥진비래(興盡悲來)란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온다는 뜻이다.

엄숙할 숙(肅)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손으로 붓(聿)을 들고 무언가를 그리는 듯한 모습이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엄숙(嚴肅)한 분위기에서 하고 있어서 엄숙(嚴肅)하다는 의미가 생긴 것 같다.

세울 건(建)자는 길게 걸을 인(廴)자와 붓 율(聿)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붓(聿)을 사람이 걸어 가듯이(廴) 세워서(建) 글을 쓴다는 의미이다. 혹은 도로를 건설(建設)하기 위해 붓(聿)으로 설계도를 그린다에서 세울 건(建)자가 유래한다고도 한다. 세울 건(建)자에 사람 인(亻)자를 추가하면 굳셀 건(健)자가 된다.

법 률(律)자는 걸을 척(彳)자에 [붓 율(聿)→률]자를 합친 글자이다. 사람이 바르게 가야할 길(彳)을 붓(聿)으로 적어 놓은 것이 법률(法律)이라는 의미이다.


■ 책 책(冊) - 죽간을 줄로 연결한 모습(부수가 아님)

종이가 없던 시절 대나무로 만든 죽간을 줄로 연결 시켜놓은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책 책(冊)자는 부수가 아니나, 부수처럼 다른 글자와 함께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넣어두었다.

작을 편(扁)자는 외짝 문을 일컫는 호(戶)와 문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들을 책(冊)처럼 연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책(冊)처럼 작은 문짝(戶)이라는 데에서 작을 편(扁)자가 생겼다. 편작(扁鵲)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명의(名醫)이다.

모일 륜(侖)자는 지붕(△) 아래에 책(冊)을 모아 놓은 형상이다. 모일 륜(侖)자가 독자적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다른 글자 만나 소리로 사용된다. 인륜 륜(倫), 바퀴 륜(輪), 산이름 륜(崙), 빠질 륜(淪), 논의할 론(論) 자가 그러한 예이다.

법 전(典)자는 책 책(冊)자에 손맞잡을 공(廾)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두손(廾)으로 공손하게 책을 잡고 있는 형태로, 아마도 법전(法典)을 들고 있는 듯하다. 사전(辭典)은 단어를 풀이한 책이고, 자전(字典)은 글자를 풀이한 책이다. 그래서 한자(漢字)를 풀이한 책을 자전(字典)이라 부른다.

산호 산(珊)자는 산호(珊瑚)의 모습이 죽간(冊)을 벌려 놓은 것처럼 생겼고, 산호도 보석의 일종이므로 구슬 옥(玉)자가 들어간다.

울타리 책(柵)자는 나무(木)를 죽간(冊)처럼 역어 울타리(柵)를 세우는 데에서 유래한다. 나무 울타리를 목책(木柵)이라 부른다. 책 책(冊)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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