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들을 보면 글자 속에 자주 등장하는 글자로서 손(又)에 무엇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가 있다. 가지 지(支), 칠 복(攴/攵), 칠 수(殳)가 그것이다. 손(又)에 들고 있는 것은 나무가지나, 도구, 사람을 치기 위한 몽둥이, 공부하는 아이를 때리기 위한 회초리, 북을 치기 위한 북채, 숫자를 배우기 위한 산가지,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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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지(支) | 칠 복(攴/攵) | 칠 수(殳) | 역사 사(史) | 고칠 경(更) |
이 3가지 글자의 초기 상형문자는 거의 비슷하여 구분이 되지 않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3가지로 변하여 갔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칠 복(攴)자와 칠 수(殳)자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손(又)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이외에도 아비 부(父)자와 어른 장(丈)자가 있다.
아비 부(父)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칠 복(攵)자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옛날에는(몇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지만) 아이를 때려서 가려쳤고, 이렇게 때리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아래에 상세한 설명이 나오겠지만 가르치는 글자에 모두 때린다는 칠 복(攵)자가 들어가 있다.
어른 장(丈)의 상형문자를 보면 손에 나무가지를 들고 있는 가지 지(支)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즉 지팡이(ㅣ)를 잡은 손(又)의 모습이다. 원래 지팡이를 의미하는 이 글자는 나중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어른이라는 의미가 생기자, 본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나무 목(木)자가 추가되어 지팡이 장(杖)자가 되었다. 장인(丈人)은 부인의 아버지이다.
어른 장(丈)자와 비슷하게 생긴 글자로 역사 사(史)자가 있다. 역사 사(史)자에 중(中)자가 들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유는 역사(歷史)란 좌우로 치우침이 없이 중심(中心)을 잡아 손(又)으로 쓰기 때문이라고 하나, 상형문자를 보면 손(又)에 붓과 같은 물건을 잡고 있는 형상이다. 즉 손에 붓을 잡고 역사를 쓴다는 의미가 맞을 것 같다. 비슷한 글자인 아전 리(吏)자도 역사 사(史)자와 마찬가지로 손(又)에 붓과 같은 물건을 잡고 있는 형상이다. 관리(官吏)들이 손에 붓을 잡고 나랏일을 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유치원생도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기 때문에 이런 글자가 만들어 졌다.
고칠 경(更)자의 상형문자도 손에 무언가를 잡고(攴) 무언가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아마도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는 것이라 짐작된다. 옛 사람들이 하루의 밤을 5등분 한 것을 경(更)이라고 하였고, 각각 초경(初更), 이경(二更), 삼경(三更) 등으로 불렀다.
위에서 나온 부(父), 장(丈), 사(史), 리(吏), 경(更)자가 모두 손에 관련된 글자이지만, 부수는 각각 아비 부(父), 한 일(一), 입 구(口), 입 구(口), 가로 왈(曰)자 임에 유의하자.
칠 복(攵)자를 '등 글월 문'이라고도 부르는데, 흡사 등을 돌리고 있는 글월 문(文)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렇게 부를 뿐, 글월 문(文)자와는 전혀 상관 없는 글자이다.
칠 수(殳)자도 '갖은 등글월 문'이라고도 부르는데, '등 글월 문'보다 획수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가지 지(支) - 손(又)에 나무가지(十)를 들고 있는 모습
가지 지(支)자는 손(又)에 나무가지(十)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나무가지로 치거나 때리는 대신에, 가지가 갈라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나무가지 지(枝)자는 나무(木)에 갈라진 것이 가지라다는 의미이다. 일지매(一枝梅)는 매화나무 가지 하나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사지 지(肢)자는 몸(肉→月)에서 가지(支)가 뻗어 나간 것이라는 의미이다. 사지(四肢)는 팔다리를 의미한다.
재주 기(技)[기능(技能)]자나, 기생 기(妓)[기생(妓生)]자에서는 가지 지(支)자가 소리 역할을 한다.
■ 칠 복(攴/攵) - 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습
복(攴)자를 살펴보면 오른손을 나타내는 또 우(又)자와 막대기나 무기 혹은 산(算)가지를 나타내는 모양인 동시에 소리를 나타내는 [점 복(卜)]자를 합쳐 놓았다. 따라서 복(攴)자는 손으로 막대기나 무기를 들고 두드리거나, 때리거나, 친다는 뜻이 있다. 여기서 잠깐, 두드리거나, 때리거나, 쳐야할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 글자가 어떤 글자에 들어가야 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천년전의 중국이나, 문명사회라고 자처하는 지금이나 공통적으로 다음의 경우가 그렇다.
첫번째로, 전쟁을 할 때이다. 이 경우는 시대나 장소를 초월할 것 같다.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이런 "폭력"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전쟁에서는 쳐야(攵)할 상대이라는 의미의 적 적(敵)자, 이러한 적(敵)을 치기 위해 공격(攻擊)한다는 의미의 칠 공(攻)자, 공격(攻擊)에서는 용감(勇敢)해야 하니까 용감할 감(敢)자, 적을 두드려 패서 죽인다는 죽을 고(故)자[고인(故人)], 적을 쳐서 붙잡힌 아군을 구원할 구(救)[구원((救援))], 잡은 적을 때려서 벌을 준 후 사면해줄 사(赦)[사면(赦免)], 놓아줄 방(放)[석방(釋放)] 등에 모두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거만할 오(敖)자는 놓아줄 방(放)자와 나갈 출(出→土)자가 합쳐진 글자인다. 놓아주어(放) 나가도록(出→土) 해주니 거만해지거나 오만(傲慢)해진다는 의미이다. 나중에 글자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사람 인(人)자를 붙여 거만할 오(傲)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치려면 식량과 돈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세금으로 거두어 들이기 위해 폭력을 휘둘렀다. 세금을 거둔자는 의미의 거둘 수(收)[수금(收金)]나 거둘 렴(斂)자에도 모두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가렴주구(苛斂誅求)란 세금 같은 것을 가혹하게 받고 물건을 강제로 청구하여 백성을 못살게 구는 일을 의미한다.
부를 징(徵)자를 보면 군사를 모으거나 노역을 시키기 위해 징집(徵集)할 때에도 폭력이 행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는, 기르거나 가르칠 때이다. 홍콩 영화 "패왕별희"를 보면 경극을 가르치기 위해 선생들이 하는 일이란 아이들을 때리는 것 밖(?)에 없다. 잔인한 정도를 넘어서 끔찍할 정도로 아이들을 두드려 팬다. 예로 부터 중국은 가르치는 것과 때리는 것을 동일시했다. 이 점도 동서양이나 시대를 초월하는 것 같다.
닦을 수(修)자는 매를 맞아가며(攵), 땀을 흘려 가면서(ㅣ) 열심히 수련(修鍊)하는 사람(人)의 모습이다. 터럭 삼(彡)자는 "빛나다"라는 의미도 있다. 아마도 열심히 수련 함으로서 빛나게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가르칠 교(敎)자는 아이(子)들을 때려 가며(攵) 산수(爻)를 가르친다는 의미이다. 점괘 효(爻)자는 고대 중국에서 점을 치거나 수를 셈하기 위해 사용하는 산(算)가지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다.
열 계(啓)자는 원래 한쪽 문을 의미하는 호(戶)자와 손을 의미하는 우(又)자로 만들어져, "손으로 문을 연다"는 의미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又)자는 칠 복(攵)자로 바뀌고 입 구(口)자가 추가 되었다. 입(口)으로 가르치고 매로 때리면서(攵) 깨우쳐 준다는 의미가 되었다. 계몽(啓蒙)은 무지몽매한 것을 깨우쳐준다는 의미이다.
소(牛)나 짐승들도 때려서(攵) 기른다는 의미에서, 기를 목(牧)자에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목장(牧場)은 동물을 기르는 곳이다.
세번째는, 나라를 다스릴 때이다. 즉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政治)에도 폭력이 필요하였다. 사실 이 점은 몇 천년이 지난 지금도 독재국가에서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래서 다스릴 정(政)자에도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즉 사람을 때려서(攵) 바르게(正) 하는 것이 정치(政治)라는 의미이다.
다스린다는 것이 사람을 때려 공손하게 만들거나, 고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똑 같다) 그래서 공손할 경(敬)[공경(恭敬)], 고칠 개(改)[개정(改正)], 변할 변(變)[변화(變化)]자에는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꾸물대는 사람을 때리면 민첩(敏捷)해지므로 민첩할 민(敏)자가 만들어졌고, 때려서 본받게 만들므로 본받을 효(效)[효과(效果)]자가 만들어졌다.
위에서 말한 세가지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글자에도 칠 복(攵)자가 들어간다.
북을 두드린다는 두드릴 고(敲)자에 칠 복(攴)자가 들어간다. 하나 명심해야할 것은 고대국가에서 현대국가에 이르기까지 북이 전쟁터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고대국가에서는 북이 깃발과 함께 전쟁터에서 아군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를 지휘하는데 큰 역활을 하였다.
흩어질 산(散)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왼쪽에 있는 글자(昔)는 林자처럼 생겼다. 그리고 이 글자 옆에는 점이 몇개 찍혀 있다. 즉 벼나 콩줄기(林→昔)를 막대기로 때려(攵) 알곡을 털어내는 모습이다. 잘 익은 알곡을 도리께질 하면 알곡이 흩어지는 데에서 "흩어진다"라는 말이 나왔다. 해산(解散)은 흩어지게 한다는 뜻이다.
도둑 구(寇)자는 도둑이 집(宀)에 있는 사람의 머리(元)를 흉기로 치는(攴)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왜구(倭寇)는 일본 도적을 일컫는다.
가지런할 정(整)자는 묶을 속(束), 칠 수(攵)자에 [바를 정(正)]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묶고(束) 쳐서(攵) 바르게(正) 정리(整理)한다는 의미이다.
셀 수(數)자는 뜻을 나타내는 칠 복(攵)자와 [포갤 루(婁)→수]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때의 칠 복(攵)자는 손(又)에 수를 셈하기 위해 산가지(卜)를 들고 있는 형상이다. 수학(數學)은 수를 셈하기는 것을 배우는 과목이다.나열한 서(敍) 혹은 서술할 서(敍)자는 칠 복(攴)자와 [나 여(余)→서]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손(又)에 수를 셈하기 위해 산가지(卜)를 들고 차례대로 나열한다는 의미이다. 서술(敍述)은 차례를 따라 말하거나 적는다는 의미이다.
패할 패(敗) 혹은 부술 패(敗)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조개 패(貝)자에 칠 복(攵)자를 합쳐 놓은 글자이다. 즉 손에 든 막대기로 조개를 부수는 형상이다. 패배(敗北)는 싸움에 져서 달아난다는 뜻이고, 패가망신(敗家亡身)은 가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친다는 뜻이다.
▶ 攻 : 칠 공, 칠 복(攵) + [장인 공(工)] / 공격(攻擊) ▶ 敵 : (쳐야할) 원수 적, 칠 복(攵) + [밑둥 적(啇)] / 적군(敵軍) ▶ 故 : (쳐서) 죽을 고, 칠 복(攵) + [옛 고(古)] / 고인(故人) ▶ 敗 : (쳐서) 무너질 패, 패할 패, 칠 복(攵) + [조개 패(貝)] / 패배(敗北) ▶ 放 : (때려서) 달아날 방, 놓아줄 방, 칠 복(攵) + [모서리 방(方)] / 석방(釋放) ▶ 斂 : (때려서) 거둘 렴, 칠 복(攵) + [다 첨(僉)→렴] / 가렴주구(苛斂誅求) ▶ 改 : (때려서) 고칠 개, 칠 복(攵) + [몸 기(己)→개] / 개정(改正) ▶ 政 : (때려서) 바를 정, 정사 정, 칠 복(攵) + [바를 정(正)] / 정치(政治) ▶ 效 : (때려서) 본받을 효, 칠 복(攵) + [사귈 교(交)→효] / 효과(效果) ▶ 敏 : (때려서) 민첩할 민, 칠 복(攵) + [매양 매(每)→민] / 민첩(敏捷) ▶ 變 : (때려서) 변할 변, 칠 복(攵) + [말이을 편()→변] / 변화(變化) ☞ 戀 : 사모할 연, 마음 심(心) + [말이을 편()→연] / 연인(戀人) ▶ 整 : (쳐서) 가지런할 정, 묶을 속(束) + 칠 복(攵) + [바를 정(正)] / 정리(整理) ▶ 數 : (산가지를) 셀 수, 칠 복(攵) + [포갤 루(婁)→수] / 수학(數學) ▶ 敍 : (산가지를) 나열할 서, 차례를 매길 서, 서술할 서, 칠 복(攴) + [나 여(余)→서] / 서술(敍述)
■ 칠 수(殳) - 손에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
손(又)에 나무 막대기 혹은, 사람을 치기 위한 몽둥이나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죽일 살(殺)자는 막대기로 지네()를 쳐서(殳) 죽이는 모습이다. 글자 왼쪽에 있는 것은 지네의 모습이다.[살해(殺害)]
앞에서도 나왔던 소리 성(聲)자는 석경(声)을 쳐서(殳) 귀(耳)로 듣는다에서 유래한다. 석경 성(声)자는 줄에 매달려 있는 돌의 모습을 본 따 만든 상형문자이다. 성량(聲量)은 소리의 크기이다.
의원 의(醫)자는, 화살에 맞아 몸 속(ㄷ)에 화살(矢)이 있거나, 몽둥이로 맞았을(殳) 때 술(酉)로 소독하고 마취를 시킨데서 유래한다. 의사(醫師)는 병을 고치는 직업이다.
헐 훼(毁)자는 절구(臼)에 담긴 쌀을 흙(土)에 쏟아버려 쌀을 훼손했다는 의미에, 칠 수(殳)자를 넣어 훼손(毁損)한다는 의미를 강조하였다. 껍질 각(殼)자에도 칠 수(殳)자가 들어 가는데, 옛날에는 곡식의 껍질을 벗길 때 도리깨 같은 것으로 때려서 벗겼기 때문이다. 벼 화(禾)자와 [껍질 각(殼)→곡]자의 변형자를 합치면 곡식 곡(穀)자가 된다.
구타(毆打)한다는 의미의 때릴 구(毆)자는, 뜻을 나타내는 칠 수(殳)자와 [구역 구(區)]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배를 돌릴 반(般)자는 배 주(舟)자와 칠 수(殳)자로 이루어져 있다. 칠 수(殳)자는 손에 나무 막대기나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인데, 여기에서는 강위에서 배의 방향의 돌리기 위한 삿대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一般)이란 의미로도 쓰이는데 그 유래는 알 수 없다.
던질 투(投)자는 손 수(扌)자와 [칠 수(殳)→투]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손으로 던진다는 뜻이며, 칠 수(殳)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투수(投手)는 공을 던지는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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