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갈 행(行) | 걸을 척(彳) | 갈 착(辵/辶)

    4-10. 길과 이동: 갈 행(行) | 걸을 척(彳) | 갈 착(辵/辶)


다닐 행(行)
사거리




다닐 행(行)은 마차가 다니는 넓은 두 개의 길이 직각으로 만나는 사거리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따라서 행(行)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대부분 수레(車)가 다니는 넓은 길과 관련 있습니다. 또 다닐 행(行)자가 다른 글자와 만나면, 특이하게도 거리 가(街), 재주 술(術)자와 같이 다른 글자가 행(行)자의 중간에 들어갑니다. 수성이나 금성과 같은 행성(行星)은 '움직여 다니는(行) 별(星)'이고, 태양이나 북극성과 같은 항성(恒星)은 '위치가 항상(恒) 일정한 별(星)'입니다.

- 다닐 행(行)자가 들어가는 글자
▶ 충(衝:冲:) : 찌를/(길에서) 부딪칠 충, 다닐 행(行) + [무거울 중(重)→충]
▶ 가(街:街:) : 거리 가, 다닐 행(行) + [홀 규(圭)→가]
▶ 위(衛:卫:) : (길에서) 지킬 위, 다닐 행(行) + [가죽/둘러쌀 위(韋)]
▶ 술(術:术:) : (길을 만드는) 재주 술, 다닐 행(行) + [차조/삽주 출(朮)→술]
▶ 형(衡:衡:) : 저울 형, 가로 횡, 뿔 각(角) + 큰 대(大) + [다닐 행(行)→형, 횡]

찌를 충(衝)자는 원래 '사거리(行)에서 무거운(重) 차들이 부딪치다'는 뜻입니다. 이후 ' 부딪치다→치다→찌르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충돌(衝突)은 '부딪치고(衝) 부딪치다(突) '는 뜻입니다. 갑자기 돌(突)자는 '부딪치다'는 뜻도 있습니다. 좌충우돌(左衝右突)은 '왼쪽(左)으로 부딪치고(衝), 오른쪽(右)으로 부딪치다(突)'는 뜻으로, 아무에게나 또는 아무 일에나 함부로 맞닥뜨림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기충천(士氣衝天)은 '사기(士氣)가 하늘(天)을 찌를(衝) 정도로 높다'는 뜻입니다.

가로등(街路燈), 가판대(街販臺), 가로수(街路樹) 등에 사용되는 거리 가(街)자는 '사람이 다니는 길(行)이 거리이다'는 뜻입니다. 빈민가(貧民街)는 '가난한(貧) 백성(民)들이 사는 거리(街)'이고, 홍등가(紅燈街)는 '붉은(紅) 등불(燈)이 있는 거리(街)'로, 술집이나 기생집이 있는 거리입니다.

지킬 위(衛)자는 '왕이나 높은 사람들이 길을 다닐(行) 때 전후좌우로 둘러싸(韋) 호위(護衛)한다'는 뜻입니다.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붉은(紅) 깃발을 들고 다니며 중국 공산주의를 지키는(衛) 병사(兵)'라는 의미의 홍위병(紅衛兵)은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약 1300만 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준군사적인 조직입니다.

[사진] 홍위병(紅衛兵)이 등장하는 영화 〈패왕별희(覇王別姬)〉의 한 장면

재주 술(術)은 '도로(行)를 만드는 기술(技術)이나 재주'를 뜻합니다. 기술(技術), 예술(藝術), 수술(手術), 미술(美術) 등에 사용됩니다.

균형(均衡), 평형(平衡), 형평성(衡平性)등에 사용되는 저울 형(衡)자는 원래 '사거리(行)에서 수레를 끄는 큰 소(大)의 뿔(角)에, 사람이 받히지 않도록 두 뿔을 가로로 매어 놓은 뿔 막이 나무'를 뜻합니다. 이후 이러한 뿔 막이 나무가 저울을 닮아 저울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또, 가로로 매어 놓아 가로 횡(衡)자도 되었습니다. 중국 전국 시대의 외교 전술이었던 합종연횡(合從連衡)이 가로 횡(衡)자로 쓰인 예입니다.



걸을 척(彳)
행(行)자의 왼쪽 절반




걸을 척(彳)자는 사거리를 모습은 본떠 만든 글자인 다닐 행(行)자의 생략형입니다. 즉 행(行)자에서 왼쪽 반만 취한 것입니다. 사람 인(亻)자를 두 개 겹쳐 놓은 모습 같아 '두인 변'이라고 부르지만, 사람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주로 길이나 걷는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 길과 관련되는 글자
▶ 경(徑:径:径) : 지름길 경, 걸을 척(彳) + [물줄기 경(巠)]
▶ 대(待:待:) : (길에서) 기다릴 대, 걸을 척(彳) + 모실 시(寺)
▶ 득(得:得:) : (길에서 돈을) 얻을 득, 걸을 척(彳) + 조개 패(貝→旦) + 마디 촌(寸)
▶ 철(徹:彻:) : (길이) 통할 철, 걸을 척(彳) + [철저할 철(철)]
▶ 피(彼:彼:) : 저 피, 걸을 척(彳) + [가죽 피(皮)]

지름길 경(徑)자는 원의 지름이란 뜻도 있습니다. 첩경(捷徑)은 '빠른(捷) 지름길(徑)'이란 뜻으로 빠른 방법을 일컫습니다. 반경(半徑)은 '원의 반(半)지름(徑)'이고, 총의 구경(口徑)은 '총구(銃口)의 지름(徑)'으로, 1/100 인치(inch)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38구경의 스미스 권총은 총구의 지름이 38/100X2.54=9.652mm 입니다.

[사진] 38구경(口徑)의 스미스 권총(拳銃)

기다릴 대(待)자는 '길(彳)에서 오는 사람을 모시기(寺) 위해 대기(待機)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글자로 모실 시(侍)자가 있는데, 모실 시(寺)자가 절 사(寺)자로 사용되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사람 인(亻)자를 추가하여 모실 시(侍)자를 만들었습니다. 대합실(待合室)은 ‘기다리기(待) 위해 모여있는(合) 방(室)’입니다.

☞ 얻을 득(得)

얻을 득(得)자는 '길(彳)에서 손(寸)으로 돈(貝→旦)을 줍다'는 뜻입니다. 기득권(旣得權)은 '이미(旣) 얻은(得) 권리(權)'라는 뜻으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를 말합니다.득실(得失)은 '얻음(得)과 잃음(失)'으로, 이익과 손해를 말합니다.

통할 철(徹)자는 '길(彳)이 통하다'는 뜻입니다. 철야(徹夜), 철저(徹底), 관철(貫徹) 등에 사용됩니다. '머리(頭)에서 통하여(徹) 꼬리(尾)까지 통하다(徹)'는 뜻의 철두철미(徹頭徹尾)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이나 방침을 바꾸지 않고 철저히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저 피(彼)자는 '길(彳)의 저쪽'이란 뜻입니다. 피안(彼岸)은 '강의 저쪽(彼) 언덕(岸)'이란 뜻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 세계 너머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입니다. '저쪽(彼)을 알고(知) 자기(己)를 알면(知),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百) 번 싸워도(戰) 위태롭지(殆) 않다(不)'는 뜻의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 걷는 것과 관련되는 글자(1)
▶ 왕(往:往:) : (발로) 갈 왕, 걸을 척(彳) + 그칠 지(止→丶) + [임금 왕(王)]
▶ 복(復:复:) : (걸어서) 돌아올 복, 다시 부, 걸을 척(彳) + [갈 복(复)]
▶ 서(徐:徐:) : 천천히 (걸을) 서, 걸을 척(彳) + [나 여(余)→서]
▶ 순(循:循:) : (걸어서) 돌 순, 걸을 척(彳) + [방패 순(盾)]

☞ 갈 왕(往)

갈 왕(往)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소리를 나타내는 임금 왕(王)자 위의 점이 원래는 발의 상형인 그칠 지(止)자입니다. 따라서 갈 왕(往)자는 '발(止→丶)로 걸어서(彳) 가다'는 뜻입니다.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다섯(五) 개의 천축국(天竺國)을 가보고(往) 쓴 전기(傳)'로, 신라의 승려 혜초(慧超, 704∼787년)가 고대 인도의 다섯 천축국을 답사하고 쓴 여행기입니다. 다섯 천축국은 오늘날 인도의 동부, 서부, 남부, 중부, 북부를 말합니다. 천축국은 손오공으로 알려진 중국 소설 《서유기(西遊記)》에도 나오는데, 《서유기》는 손오공과 함께 삼장법사가 황제의 명령으로 불경을 구하러 천축국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돌아올 복(復)자 혹은 다시 부(復)자에 들어가는 돌아올 복(复)자는 풀무질을 하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풀무에 발로 눌렀다 떼었다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가고 오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돌아오다→회복하다→반복하다→다시 (반복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걸을 척(彳)자가 추가되어 돌아올 복(復)자와 다시 부(復)자가 되었습니다. 왕복(往復)은 '갔다(往)가 돌아오다(復)'는 뜻이고, 부활(復活)은 '죽었다가 다시(復) 살아오다(活)'는 뜻으로 쇠퇴하였다가 다시 성하게 됨을 일컫는 말입니다.

천천히 서(徐)자는 서희(徐熙), 서경덕(徐敬德), 서재필(徐載弼) 등에서 보듯이 성씨로 많이 사용됩니다. 서행(徐行)은 '천천히(徐) 다니다(行)'는 뜻입니다. '서서히 움직이다'의 서서(徐徐)는 '천천히(徐) 천천히(徐)'라는 뜻입니다.

돌 순(循)자는 '빙빙 돈다, 돌아다니다(彳)'는 뜻입니다. 순환소수(循還小數)는 '빙빙 돌아서(循) 원래로 돌아오는(還) 소수(小數)'라는 뜻으로 123/999=0.123123123...과 같이 소수점 이하에서 계속 같은 수가 반복하여 나오는 소수입니다. 혈액순환(血液循環)도 '혈액(血液)이 빙빙 돌아서(循) 원래대로 심장에 돌아오는(還) 것'입니다.

- 걷는 것과 관련되는 글자(2)
▶ 정(征:征:) : 칠 정, 걸을 척(彳) + [바를 정(正)]
▶ 도(徒:徒:) : (걷는) 무리 도, 걸을 척(彳) + [달릴 주(走)→도]
▶ 후(後:后:) : 뒤 후, 걸을 척(彳) + 작을 요(幺) + 천천히걸을 쇠(夊)
▶ 종(從:从:从) : (걸어서) 쫓을 종, 걸을 척(彳) + [따를 종(从)] + 그칠 지(止)

칠 정(征)자에 들어가는 바를 정(正)자의 상형문자는, 나라 국(國)자의 옛 글자(口) 아래에 정벌(征伐)에 나선 군인들의 발(止)을 표현하여 '다른 나라(口)를 치러 가다(止)'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똑같은 모양의 발 족(足)자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나라 국(口)자가 한 일(一)자로 변해 정(正)자가 되었습니다. 또 다른 나라를 치기 위해서는 바른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르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걸을 척(彳)자을 추가해 칠 정(征)자를 만들었습니다.

무리 도(徒)자는 원래 '길(彳) 위로 걸어가다(走)'는 뜻입니다. 이후 '걸어가다→(걷는) 무리→일꾼→제자'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도보(徒步)는 '걷고(徒) 걷다(步)'는 뜻이고, 신도(信徒)는 '종교를 믿는(信) 무리(徒)'입니다.

뒤 후(後)자는 길(彳)에서 죄수가 줄(幺)에 묶여 끌려가는(夊) 모습입니다. 작을 요(幺)자는 실 사(糸)자와 마찬가지로 줄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끌려가는 죄수는 뒤에서 늦게 간다'고 해서 '늦다', '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후형질(後形質)은 '세포가 만들어질 때는 없었지만 후(後)에 형태(形)가 생긴 물질(質)'로, 원형질(原形質)의 반대입니다.

좇을 종(從)자는 원래 사람(人)이 사람(人)을 좇아가는 모습(从)이었습니다. 지금의 글자보다 훨씬 간단하고 의미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중국의 간체자도 종(从)으로 표시합니다. 나중에 뜻을 강조하기 위해 그칠 지(止)자와 걸을 척(彳)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또 '좇다→따르다→모시다→만나다' 등의 뜻도 생겼습니다. 여필종부(女必從夫)는 '여자(女)는 반드시(必) 남편(夫)의 뜻에 좇아야(從) 한다'는 뜻으로 유교사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 기타
▶ 덕(德:德:) : 덕 덕, 걸을 척(彳) + [큰 덕(悳)]
▶ 률(律:律:) : 법 률, 걸을 척(彳) + [붓 율(聿)→률]
▶ 미(微:微:) : 작을 미, 걸을 척(彳) + 긴 장(長) + 칠 복(攵)
▶ 역(役:役:) : 부릴 역, 걸을 척(彳) + 창 수(殳)

덕 덕(德)자에 들어 있는 큰 덕(悳)자는 원래 '바른(直) 마음(心)이 곧 덕이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덕이) 크다'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걸을 척(彳)자가 추가되어 덕 덕(德)자가 되었습니다. 즉, '바른(直) 마음(心)을 따라가는(彳) 것이 덕이다'는 뜻입니다.

법률(法律)이나 율법(律法)에 사용되는 법 률(律)자는 '사람이 갈(彳) 길을 붓(聿)으로 적어 놓은 것이 법이다'라는 뜻입니다. 이후 '법→법칙(法則)→규칙(規則)→음률(音律) →가락'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내재율(內在律)은 '내부(內)에 존재(在)하는 운율(律)'로, 자유시나 산문시에서 문장 내에 깃들어 있는 운율(韻律)입니다. 외형률과 같이 겉으로 들어나진 않지만, 시를 읽어 보면 은근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형률(外形律)은 '바깥(外) 모양(形)으로 드러나는 운율(律)'입니다.

☞ 작을 미(微)

작을 미(微)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갈 척(彳)자, 긴 장(長)자, 칠 복(攵)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즉, 길(彳)을 가는 힘이 약한 노인(長)을 몽둥이로 때리는(攵) 모습에서 '약하다, 작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미세(微細), 경미(輕微), 미동(微動), 미묘(微妙) 등에 사용됩니다. 미소(微笑)는 '작은(微) 웃음(笑)'입니다.

부릴 역(役)자는 '전쟁, 싸움, 부역(賦役: 강제 노동), 줄짓다, 늘어서다, 부리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즉, 부릴 역(役)자는 길(彳)에서 손(又)에 창이나 연장을 들고(殳) 전쟁, 싸움, 부역을 하러 가기 위해 줄을 서서 가는 모습으로 추측됩니다. 병역(兵役)은 '병사(兵)로 부리다(役)'는 뜻으로, 국민으로서 수행하여야 하는 군사적 의무입니다. 균역법(均役法)은 '양인과 양반에게 균등(均)하게 병역(兵役)을 부과하는 법(法)'으로 조선 영조 26년(1750년)에 백성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만든 납세 제도로, 양인에게 베 2필을 부과하던 것을 1필로 줄이고 양반에게 1필을 부과하였습니다.

- 길게걸을 인(廴)
▶ 회(廻:回:) : 돌아올 회, 길게걸을 인(廴) + [돌 회(回)]
▶ 건(建:建:) : 세울 건, 길게걸을 인(廴) + 붓 율(聿)
▶ 연(延:延:) : 끌 연, 길게걸을 인(廴) + 그칠 지(止→正)
▶ 정(廷:廷:) : 조정 정, 길게걸을 인(廴) + [줄기 정(壬)]

길게걸을 인(廴)자는 걸을 척(彳)자의 아랫부분을 길게 늘여 쓴 글자로 부수자입니다. 걸을 척(彳)자의 아랫부분을 길게 늘여 '길게 걷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길게걸을 인(廴)자의 획수는 3획이지만, 중국에서는 2획으로 씁니다.

돌아올 회(廻)자에 들어가는 돌 회(回)자는 '둥글고(○→囗) 둥글게(○→囗) 돌아가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는 나중에 길게걸을 인(廴)자가 추가되어 돌아올 회(廻)자가 되었습니다. 회전(回轉/廻轉)은 '돌아서(回/廻) 구르다(轉)'는 뜻입니다.

세울 건(建)자는 '붓(聿)을 사람이 걸어 가듯이(廴) 세워서(建) 글을 쓰다'는 뜻입니다. 혹은 '도로(廴)를 건설(建設)하기 위해 붓(聿)으로 설계도를 그리다'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건국대학교(建國大學校)는 '나라(國)를 세우는(建) 인재를 키우는 대학교(大學校)'입니다.

끌 연(延)자는 원래 '먼 길(彳)을 가다(止→正)'는 뜻입니다. 이후 '멀다→길다→끌다'라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연세대학교(延世大學校)는 '세상(世)을 끌고(延) 나가는 인재를 키우는 대학교(大學校)'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1957년 연희전문대학과 세브란스의과대학이 통합되면서 두 학교 이름의 첫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 조정 정(廷)

조정 정(廷)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흙(土) 위에 사람(人)이 서서 정원(庭園)을 가꾸는 모습입니다. 원래 뜰을 의미하는 글자였으나 조정(朝廷)이나 관청이란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집 엄(广)자를 추가하여 뜰 정(庭)자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뜰은 한쪽 벽이 없는 집이나 회랑(回廊)의 앞쪽에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뜰 정(庭)자도 조정이나 관청이란 뜻이 있습니다. 법정(法廷/法庭)은 '법(法)으로 판결하는 관청(廷/庭)'입니다.



갈 착(辵/辶)
길에 발이 있는 모습




발은 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발(止, 夊)에 관련되는 글자와 길(行, 彳)에 관련되는 글자는 대부분 '가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자에는 이 두 글자가 함께 들어가는 글자들이 많습니다. 쫓을 종(從), 갈 왕(往), 돌아올 복(復), 칠 정(征), 무리 도(徒), 뒤 후(後)자 등이 그런 예입니다. 이런 이유로, 아예 발과 길을 합쳐 놓은 글자가 생겨났습니다. 갈 착(辵/辶)자는 길을 의미하는 걸을 척(彳→彡)자와 발을 의미하는 그칠 지(止)자를 합쳐 만든 글자입니다. 이 글자는 앞에서 나온 걸을 척(彳)자와 그칠 지(止)자가 가지는 뜻(길, 간다, 달아나다, 쫓아가 잡다, 빠르다, 늦다, 가서 만나다)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갈 착(辵)자의 간략형인 갈 착(辶)자는 글꼴에 따라 획수가 3획이나 4획으로 보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4획이고, 중국에서는 3획으로 씁니다.

- 길
▶ 도(道:道:) : 길 도, 갈 착(辶) + 머리 수(首)
▶ 도(途:途:) : 길 도, 갈 착(辶) + [나 여(余)→도]

길 도(道)자는 '사람(首)이 가는(辶) 곳이 길이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머리 수(首)자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도(道)자는 일반적인 길뿐만 아니라, 사람이 마땅히 따라가야 할 바른 길도 뜻합니다. 도리(道理)나 도덕(道德)이 그런 예입니다. 또 도가(道家), 도술(道術), 도사(道士)에서 도(道)자는 '우주 만물이나 자연이 따라가는 길'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이 오면 해가 뜨고, 달이 차면 기울고, 꽃이 피면 지는 것이 오늘날에는 모두 과학적인 원리로 설명이 되지만, 옛 중국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길, 즉 이치가 숨어 있다고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우주의 이치를 도(道)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이치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을 '도(道)를 닦는다'고 하고, 이런 이치를 알게 되면 '도(道)를 깨우쳤다'고 하며, 이치를 알게 된 사람을 도사(道士)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베르누이 정리'라는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여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다닐 수 있듯이, 옛 사람들도 우주의 이치를 알면 이러한 이치를 이용하여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비를 오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기술을 도술(道術)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진] 도술(道術)을 소재로 한 영화 〈전우치〉의 포스터

길 도(途)자는 길 도(道)자와 음이 같아 혼동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글자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방법은 없고, 사용되는 단어를 통해서 익힐 수밖에 없습니다. 중도(中途), 도중(途中) 등에 사용됩니다. ‘이것은 별도로 생각해 볼 문제이다’에서 별도(別途)는 '다른(別) 길(途)' 이란 뜻으로, 딴 방면이나 방법을 말합니다.

- 멀고 가까움
▶ 근(近:近:) : 가까울 근, 갈 착(辶) + [도끼 근(斤)]
▶ 원(遠:远:逺) : 멀 원, 갈 착(辶) + [옷 길/성씨 원(袁)]
▶ 요(遙:遥:) : 멀 요, 갈 착(辶) + [질그릇 요(䍃)]

길의 멀고 가까움을 나타내는 글자에도 갈 착(辶)자가 들어갑니다.
가까울 근(近)자는 '가는 길(辶)이 가깝다'는 뜻입니다. 근대(近代)는 '현재와 가까운(近) 시대(代)'이고, 근시(近視)는 '가까운(近) 것이 잘 보이는(視) 눈'입니다.

멀 원(遠)자는 '가는 길(辶)이 멀다'는 뜻입니다. 원양어업(遠洋漁業)은 '먼(遠) 바다(洋)에서 물고기를 잡는(漁) 일(業)'이고, 원시(遠視)는 '먼(遠) 것이 잘 보이는(視) 눈'입니다.

멀 요(遙)자도 '가는 길(辶)이 멀다'는 뜻입니다. '갈 길이 요원하다'에서 요원(遙遠)은 '멀고(遙) 멀다(遠)'는 뜻입니다.

- 오고 감
▶ 진(進:进:) : 나아갈 진, 갈 착(辶) + 새 추(隹)
▶ 견(遣:遣:) : 보낼 견, 갈 착(辶) + [바칠 견(★)]
▶ 서(逝:逝:) : 갈 서, 갈 착(辶) + [꺾을 절(折)→서]
▶ 환(還:还:) : 돌아올 환, 갈 착(辶) + [둥근옥 환(睘)]
▶ 반(返:返:) : 돌아올 반, 갈 착(辶) + [돌이킬 반(反)]

☞ 나아갈 진(進)

나아갈 진(進)자는 '새(隹)는 앞으로만 날아가거나 걸어갈(辶) 수 있다'는 데에서 유래한 글자입니다. 새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뒤로 갈 수 없습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은 '나아가거나(進) 물러나는(退) 것이 양(兩)쪽 다 어렵다(難)'는 뜻입니다.

보낼 견(遣)자는 '가서(辶) 물건을 바치기(★) 위해 보내다'는 뜻입니다. 파견(派遣)은 '보내고(派) 보내다(遣)'는 뜻입니다. 물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의 상형인 물갈래 파(派)자에는 '보내다'는 뜻도 있습니다. 견당매물사(遣唐買物使)는 '물건을(物) 사러(買) 당나라(唐)에 보낸(遣) 사신(使)'으로, 신라 시대에 장보고가 당나라에 파견한 무역사절입니다.

갈 서(逝)자는 '목숨이 꺾여(折) 저승으로 가다(辶)'는 뜻으로, '죽다, 가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서거(逝去)는 '가고(逝) 가다(去)'는 뜻으로, 죽음의 높임말입니다.

돌아올 환(還)자는 '둥글게 돌아(睘) 오다(辶)'는 뜻입니다. 개경환도(開京還都)는 ‘개경(開京)으로 도읍(都)이 돌아오다(還)’는 뜻으로,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으로 강화도로 천도(遷都: 도읍을 옮김) 했다가 다시 개경으로 돌아온 것을 말합니다.

돌아올 반(返)자는 '돌이켜(反) 오는(辶) 것이 돌아오다'는 뜻입니다. 마라톤에서 반환점(返還點)은 '돌아오고(返) 돌아오는(還) 지점(點)'입니다.

- 달아나거나 물러남
▶ 퇴(退:退:) : 물러날 퇴, 갈 착(辶) + 괘이름 간(艮)
▶ 도(逃:逃:) : 달아날 도, 갈 착(辶) + [조/조짐 조(兆)→도]
▶ 피(避:避:) : 피할 피, 갈 착(辶) + [피할 피(辟)]
▶ 일(逸:逸:) : 편안할/달아날 일, 갈 착(辶) + 토끼 토(兔)

물러날 퇴(退)자에 들어가는 괘이름 간(艮)자는 사람(人)이 눈(目)을 뒤로 향한 모습으로 원래 '외면(外面)하다, 배신하다, 거스르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물러날 퇴(退)자는 '앞으로 가는(辶) 것을 거슬러(艮) 뒤로 물러나다'는 뜻입니다. 진퇴유곡(進退維谷)은 '나아가거나(進) 물러나는(退) 곳에 오직(維) 골짜기(谷)만 있다'는 뜻이고, 같은 뜻의 진퇴양난(進退兩難)은 '나아가거나(進) 물러나는(退) 것이 둘(兩) 다 어렵다(難)'는 뜻입니다.

도망(逃亡), 도주(逃走) 등에 사용되는 달아날 도(逃)자는 '나쁜 조짐(兆)에서 달아나다(辶)'는 뜻입니다.

☞ 피할 피(辟)

피할 피(避)자에 들어가는 피할 피(辟)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꿇어 앉아 있는 사람(尸) 옆에 형벌 기구(辛)가 있는 모습입니다. 사람(尸) 아래에 있는 입 구(口)자는 상처의 상형입니다. 원래 '형벌로 죄를 다스리다'는 뜻과 함께 '이러한 형벌을 피하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피하다'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갈 착(辶)자가 추가되어 피할 피(避)자가 되었습니다.도피(逃避)는 '달아나서(逃) 피하다(避)'는 뜻이고, 피수대(避水帶)는 '홍수(水)를 피하기(避) 위한 지대(地帶)'로, 홍수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인공적으로 설치한 높은 지대(地帶)를 일컫습니다.

편안할 일(逸)자는 원래 '토끼(兔)처럼 달아나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달아나다→(달아나) 숨다→(숨으니) 편안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일탈(逸脫)은 '달아나고(逸) 벗어나다(脫)'는 뜻으로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입니다. 위인들의 일화(逸話)는 '숨은(逸) 이야기(話)'로,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무사안일(無事安逸)은 '아무 일(事) 없이(無) 편안하고(安) 편안하다(逸)'는 뜻입니다.

- 따라가거나 쫓아감
▶ 추(追:追:) : 쫓을 추, 갈 착(辶) + [언덕 부(阜)→추]
▶ 축(逐:逐:) : 쫓을 축, 갈 착(辶) + 돼지 시(豕)
▶ 준(遵:遵:) : 좇을 준, 갈 착(辶) + [높을 존(尊)→준]
▶ 체(逮:逮:) : 잡을 체, 갈 착(辶) + 미칠 이(隶)
▶ 수(隨:随:随) : 따를 수, 갈 착(辶) + [수나라 수(隋)]

추적(追跡), 추격(追擊), 추월(追越) 등에 사용되는 쫓을 추(追)자는 원래 '언덕(阜) 위의 적을 쫓아 거슬러 올라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쫓다→따르다→사모(思慕)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추적자(追跡者)는 '발자취(跡)를 쫓는(追) 사람(者)'이고, 추모제(追慕祭)는 '죽은 사람을 사모하고(追) 사모하며(慕) 지내는 제사(祭)'입니다.

쫓을 축(逐)자는 '사람이 돼지(豕)를 쫓아가다(辶)'는 뜻입니다. 축출(逐出)은 '쫓아서(逐) 나가게(出) 하다'는 뜻입니다.

준수(遵守), 준법(遵法) 등에 들어가는 쫓을 준(遵)자는 '높은(尊) 사람을 따르거나 쫓아가다(辶)'는 뜻입니다.

잡을 체(逮)자에 들어가는 미칠 이(隶)자는 '쫓아가서 손(彐)으로 짐승의 꼬리(氺)를 잡다'는 뜻에서 '잡다, 미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人)을 손(又)으로 잡는 미칠 급(及)자와 같은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이후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갈 착(辶)자를 추가하여 잡을 체(逮)자가 되었습니다. 체포(逮捕)는 '잡고(逮) 잡다(捕)'는 뜻입니다.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은 '체포(逮捕)되지 않을(不) 특별한(特) 권리(權)'로, 국회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특별한 권리입니다.

따를 수(隨)자는 '따라서 가다(辶)'는 뜻입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남편(夫)이 노래를 부르면(唱) 아내(婦)가 따라한다(隨)'는 뜻으로 부부가 잘 화합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 이동하거나 움직임
▶ 운(運:运:) : 움직일 운, 갈 착(辶) + [군사 군(軍)→운]
▶ 역(逆:逆:) : 거스를 역, 갈 착(辶) + [거스를 역(屰)]
▶ 천(遷:迁:迁) : 옮길 천, 갈 착(辶) + [옮길 천(䙴)]
▶ 순(巡:巡:) : 돌/순행할 순, 갈 착(辶) + 내 천(巛)
▶ 주(週:周:) : 돌/주일 주, 갈 착(辶) + [두루 주(周)]
▶ 유(遊:游:) : 놀 유, 갈 착(辶) + [깃발 유(斿)]

움직일 운(運)자는 '군대(軍)가 이동하여 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움직이다→옮기다→운반(運搬)하다→운전(運轉)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운지법(運指法)은 '악기를 연주할 때 손가락(指)을 움직이는(運) 방법(法)'이고,운필법(運筆法)은 '붓글씨를 쓸 때 붓(筆)을 움직이는(運) 방법(法)'입니다.

거스를 역(逆)자에 들어가는 거스를 역(屰)자는 사람의 모습인 큰 대(大)자를 거꾸로 쓴 모습으로 '거스르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갈 착(辶)자를 추가하여 거스를 역(逆)자가 되었습니다. 가역변화(可逆變化)는 '거슬러(逆) 돌아가는 것이 가능한(可) 변화(變化)'라는 뜻으로,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역(逆)으로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는 것처럼 물질의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능한 변화입니다. 반대는 비가역변화(非可逆變化)입니다. 나무를 불에 태우면 숯이 되지만, 숯은 나무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옮길 천(遷)자는 '옮겨(䙴) 가다(辶)'는 뜻입니다. 천도(遷都)는 '도읍(都), 즉 수도를 옮기다(遷)'는 뜻이고, 맹모삼천(孟母三遷)은 '맹자(孟子)의 어머니(母)가 맹자를 가르치기 위하여 집을 세(三) 번 옮겼다(遷)'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입니다. 처음에는 공동묘지 가까이에 살았는데 맹자가 장사 지내는 흉내를 내어 시장 가까이로 옮겼고, 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맹자가 물건 파는 흉내를 내므로 다시 글방 있는 곳으로 옮겨서 공부를 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돌 순(巡)자는 '냇물이 흐르듯이(巛) 돌아가다(辶)'는 뜻입니다. 순찰(巡察)은 '돌아다니며(巡) 살피다(察)'는 뜻입니다. 순경(巡警)은 '돌아다니며(巡) 경계하다(警)'는 뜻으로, 경찰관의 가장 낮은 계급입니다. 순사(巡査)는 '돌아다니며(巡) 조사하다(査)'는 뜻으로, 일제강점기의 경찰관을 일컫는 말입니다.

돌 주(週)자는 '두루(周) 돌아다니다(辶)'는 뜻입니다. 학급의 주번(週番)은 '차례(番)로 돌아가면서(週) 교대로 하는 근무'입니다. 주기율(週期律)은 '원자의 성질이 주기(週期)적으로 변화하는 법칙(律)'이란 뜻으로, 원소를 원자량의 순으로 나열하면 성질이 닮은 원소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법칙입니다.

놀 유(遊)자는 원래 '군인들이 깃발(斿)을 들고 떠돌아다니다(辶)'는 뜻입니다. 깃발 유(斿)자는 아이(子)가 깃발(㫃)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후 '떠돌다→여행하다→즐기다→놀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유람(遊覽), 유목(遊牧), 유세(遊說), 유학(遊學) 등 유(遊)자가 들어가는 낱말은 '가다, 떠돌다'는 뜻이 있습니다. 유원지(遊園地)는 '노는(遊) 동산(園)이 있는 땅(地)'입니다.

- 빠르거나 느리게 감
▶ 속(速:速:) : 빠를 속, 갈 착(辶) + [묶을 속(束)]
▶ 지(遲:迟:) : 더딜 지, 갈 착(辶) + [무소 서(犀)→지]

빠를 속(速)자는 '빠르게 가다(辶)'는 뜻입니다. 속도(速度)는 '빠른(速) 정도(度)'이고, 가속도(加速度)는 '속도(速)가 증가(加)하는 정도(度)'입니다. 등속운동(等速運動)은 '계속 같은(等) 속도(速)로 움직이는 운동(運動)'입니다.

더딜 지(遲)자는 '코뿔소(犀)가 더디게 가다(辶)'는 뜻입니다. 지연(遲延)은 '더디고(遲) 시간을 끌다(延)'는 뜻이고, 지각(遲刻)은 '가야 할 시각(刻)에 늦다(遲)'는 뜻입니다.

- 지나가거나 통과함
▶ 투(透:透:) : 통할 투, 갈 착(辶) + [빼어날 수(秀)→투]
▶ 통(通:通:) : 통할 통, 갈 착(辶) + [길 용(甬)→통]
▶ 과(過:过:) : 지날 과, 갈 착(辶) + [입삐뚤어질 와(咼)→과]

통할 투(透)자는 '어떤 곳을 투과(透過)하거나 통과(通過)하여 가다(辶)'는 뜻입니다. 투명(透明)은 '빛이 물체를 통과하여(透) 밝다(明)'는 뜻입니다. 반투막(半透膜)은 '반(半)만 투과시키는(透) 막(膜)'이란 뜻으로, 용액이나 기체의 혼합물에 대하여 어떤 성분은 통과시키고 다른 성분은 통과시키지 아니하는 막입니다. 삼투압(渗透壓)은 '스며서(渗) 투과(透)하게 하는 압력(壓)'으로,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반투막(半透膜)으로 막아 놓았을 때, 농도가 높은 쪽에서 농도가 낮은 쪽으로 액체가 옮겨 가는 현상입니다.

통할 통(通)자는 '길(甬)을 통해 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통하다→알리다→(편지 따위를 세는 단위) 통'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통과(通過), 관통(貫通), 교통(交通)에서는 '통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었고, 통신(通信), 통보(通報), 통지(通知)는 모두 '알리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날 과(過)자는 '길을 지나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지나다→경과(經過)하다→초과(超過)하다→지나치다→허물, 잘못'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과거(過去)는 '지나(過) 간(去) 시간'입니다. 소독약으로 사용되는 과산화수소(過酸化水素: H2O2)는 '산소(酸)가 지나치게(過) 들어가 화합(化)한 수소(水素)'라는 뜻으로 산화수소(酸化水素: H2O) 보다 산소가 1개 많습니다. '공과를 따지다'에서 공과(功過)는 '공로(功)와 잘못(過)'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사진] 과산화수소(過酸化水素)

- 길에서 보내거나 맞이함
▶ 송(送:送:) : 보낼 송, 갈 착(辶) + [불씨 선(灷→关)→송]
▶ 영(迎:迎:) : 맞이할 영, 갈 착(辶) + [오를/우러러볼 앙(卬)→영]
▶ 봉(逢:逢:) : 만날 봉, 갈 착(辶) + [만날/이끌 봉(夆)]
▶ 우(遇:遇:) : 만날 우, 갈 착(辶) + [원숭이 우(禺)]

☞ 보낼 송(送)

송별(送別), 송신(送信), 송금(送金) 등에 사용되는 보낼 송(送)자는 '불씨(灷)를 보내다(辶)'는 뜻입니다. 불씨 선(灷)자는 두 손으로 불씨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옛 사람들은 불씨를 매우 소중하게 여겨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선물'이란 뜻도 있습니다. 취송류(吹送流)는 '바람이 불어(吹) 보내는(送) 해류(流)'로, 바람의 영향으로 흐르는 해류(海流)를 말합니다.

환영(歡迎), 영접(迎接) 등에 들어가는 맞이할 영(迎)자는 '오는(辶) 사람을 우러러보며(卬) 맞이하다'는 뜻입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묶은(舊) 해를 보내고(送) 새(新) 해를 맞이하다(迎)'는 뜻입니다.

만날 봉(逢)자는 '가서(辶) 만나다(夆)'는 뜻입니다. 이산가족상봉(離散家族相逢)은 '해방 후 남북 분단과 한국 전쟁 중에 남북으로 이별(離)하거나 흩어진(散) 가족(家族)이 서로(相) 만나다(逢)'는 뜻입니다.

만날 우(遇)자도 '가서(辶) 만나다'는 뜻입니다. 〈우적가(遇賊歌)〉는 '도적(賊)을 만난(遇) 노래(歌)'로, 신라 때의 화랑이며 승려인 영재(永才)가 지은 향가입니다. 영재가 90세에 승려가 되고자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 60여 명의 도둑떼를 만났는데, 도둑들이 노래 잘 짓는 영재임을 알고 노래를 지으라고 하자 즉석에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도둑들이 감동하여 그를 따라 지리산으로 가서 승려가 되었다고 합니다.

- 짓거나 이룸
▶ 조(造:造:) : 지을 조, 갈 착(辶) + [고할 고(告)→조]
▶ 술(述:述:) : 지을 술, 갈 착(辶) + [차조/삽주 출(朮)→술]
▶ 수(遂:遂:) : 이룰 수, 갈 착(辶) + [따를 수(★㒸)]

지을 조(造)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 앞에 나아가(辶) 고(告)하면서 소원을 비는 모습입니다. 이후 '(소원을) 이루다→만들다→짓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조선소(造船所)는 '배(船)를 짓는(造) 곳(所)'입니다.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는 '피(血)를 만드는(造) 어머니(母) 세포(細胞)'로, 골수 안에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는 세포입니다. 백혈병을 치료할 때 골수를 이식하는데,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지을 술(述)자는 원래 '예전의 습관을 따라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따르다→계승하다→적어서 전하다→기록(記錄)하다→서술(敍述)하다→(글을) 짓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술어(述語)는 '서술(述)하는 말(語)'로, 한 문장에서 주어(主語)의 움직임, 상태, 성질 따위를 서술(敍述)하는 말입니다. 주로 동사나 형용사를 말합니다.

이룰 수(遂)자는 원래 '따라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따라가다→가다→(가서) 이루다→드디어 (이루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완수(完遂)는 '목적을 완전히(完) 이루다(遂)'는 뜻입니다. 살인미수(殺人未遂)는 '사람(人)을 죽이려다가(殺) 이루지(遂) 못하는(未) 일'입니다.

- 기타(1)
▶ 련(連:连:) : 이을 련, 갈 착(辶) + 수레 거(車)
▶ 미(迷:迷:) : 미혹할 미, 갈 착(辶) + [쌀 미(米)]
▶ 편(遍:遍:) : 두루 편, 갈 착(辶) + [넓적할 편(扁)]
▶ 선(選:选:) : 가릴 선, 갈 착(辶) + [괘이름/뽑을 손(巽)→선]
▶ 위(違:违:) : 어긋날 위, 갈 착(辶) + [가죽/둘러쌀 위(韋)]
▶ 유(遺:遗:) : 남길 유, 갈 착(辶) + [귀할 귀(貴)→유]

연속(連續), 연결(連結), 연휴(連休) 등에 들어가는 이을 련(連)자는 '수레(車)가 지나가는(辶) 자리에 바퀴자국이 계속 이어져 연결(連結)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먹이연쇄(連鎖)는 '먹이가 서로 쇠사슬(鎖)처럼 이어지다(連)'는 뜻으로 뱀은 개구리를 먹고, 개구리는 메뚜기를 먹고, 메뚜기는 풀은 먹는 것처럼 먹이를 중심으로 생물 간의 관계가 흡사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 먹이연쇄(連鎖)

미혹할 미(迷)자는 '벌레가 작은 쌀(米)알들 사이에서 길(辶)을 잃고 헤매다'는 뜻입니다. 이후 '헤매다→갈팡질팡하다→헷갈리다→흐릿하다→미혹(迷惑)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미로(迷路)는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어 헤매는(迷) 길(路)'이고, 미신(迷信)은 '사람을 미혹하는(迷) 신앙(信仰)'입니다. 미니스커트(mini skirt)를 중국에서는 미니군(迷你裙)이라 하는데, '당신(你)을 미혹하는(迷) 치마(裙)'라는 뜻입니다.

두루 편(遍)자는 '넓은(扁) 곳을 두루 다니다(辶)'는 뜻입니다. 보편타당(普遍妥當)은 '넓게(普) 두루(遍) 타당(妥當)하다'는 뜻으로, 특별하지 않고 사리에 맞아 타당함을 말합니다.

가릴 선(選)자에 들어가는 뽑을 손(巽)자는 제단(共)위에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뽑혀진 두 명의 사람이 꿇어 앉아있는 모습(巳巳)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뽑혀서 제단으로 가다'는 뜻으로 갈 착(辶)자가 추가되어 가릴 선(選)자가 되었습니다. 선별(選別), 선택(選擇), 선출(選出) 등에 사용됩니다. 동문선(東文選)은 ‘동(東)쪽 니라, 즉 우리나라의 글(文)들을 가려뽑아(選) 만든 책’으로, 조선 시대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이 신라 때부터 조선 숙종 때까지의 시문(詩文)을 모아 편집한 책입니다.

위반(違反), 위법(違法) 등에 들어가는 어긋날 위(違)자는 원래 '포위된(韋) 곳에서 달아나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달아나다→피하다→어기다→어긋나다→다르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위화감(違和感)은 '조화되지(和) 아니하는(違) 어설픈 느낌(感)'입니다.

남길 유(遺)자는 원래 '귀한(貴) 물건을 길(辶)에서 잃어버리다'는 뜻입니다. 이후 '잃다→두다→남기다→버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유언(遺言)는 '남기는(遺) 말(言)'이고, 유서(遺書)는 '남기는(遺) 글(書)'이며, 유산(遺産)은 '남기는(遺) 재산(産)'입니다. 유전(遺傳)은 '남겨서(遺) 전하다(傳)'는 뜻으로 부모의 성격, 체질, 얼굴 모습, 피부 색깔 따위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세 나라(三國)의 남겨진(遺) 사건(事)들을 기록한 책'으로, 고려 충렬왕 11년(1285년)에 중 일연(一然, 1206∼1289년)이 단군, 기자, 부여를 비롯하여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세 나라의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지은 역사 책입니다. 직무유기죄(職務遺棄罪)는 '직무(職務)를 버리고(遺) 버리는(棄) 죄(罪)'라는 뜻으로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하지 않거나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 기타(2)
▶ 체(遞:递:) : 번갈아들 체, 갈 착(辶) + [짐승 치(虒)→체]
▶ 적(適:适:) : 맞을 적, 갈 착(辶) + [꼭지 적(啇)]
▶ 달(達:达:) : 통달할 달, 갈 착(辶) + [어린양 달(羍)]
▶ 박(迫:迫:) : 핍박할 박, 갈 착(辶) + [흰 백(白)→박]
▶ 변(邊:边:辺) : 가 변, 갈 착(辶) + [보이지않을 면(臱)→변]

번갈아들 체(遞)자는 '짐승(虒)이 번갈아 들락날락한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들락날락하다→번갈아→(번갈아) 전하다→역말→역참'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체신(遞信)은 '편지(信)를 전하다(遞)'는 뜻입니다. 믿을 신(信)자는 편지라는 뜻도 있습니다. 우체국(郵遞局)은 '우편(郵)을 전하는(遞) 관청(局)'입니다.

적당(適當), 적합(適合), 최적(最適) 등에 들어가는 맞을 적(適)자는 원래 '딱 맞게 가다(辶)'는 뜻에서 '맞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적재적소(適材適所)는 '집을 지을 때 알맞은(適) 재목(材)을 알맞은(適) 곳(所)에 넣다'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人材)를 알맞은 자리에 쓰다'는 뜻입니다.

통달(通達)은 '막힘없이 환히 통하다'는 뜻입니다. 통달할 달(達)자는 원래 '어린 양(羍)이 어미 뱃속에서 수월하게 나오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나오다→도달(到達)하다→전달(傳達)하다→통(通)하다→통달(通達)하다' 등의 여러 가지 뜻이 생겼습니다. 어린양 달(羍)자의 모습이 조금 변했는데, 아랫부분은 양 양(羊)자입니다. 배달(配達), 발달(發達), 달성(達成) 등에 사용됩니다. 달인(達人)은 '학술과 기예에 통달한(達) 사람(人)'입니다.

핍박할 박(迫)자는 원래 '가까이 다가오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다가오다→닥치다→다급하다→궁하다→핍박(逼迫)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영화관에 붙어있는 개봉박두(開封迫頭)는 '봉(封)한 것을 여는(開) 것이 머리(頭)에 닥치다(迫)'는 뜻으로, 새로운 영화 등이 상영할 시기가 가까이 다가옴을 일컫는 말입니다.

가 변(邊)자는 '보이지 않게(臱) 변방이나 가장자리로 가다(辶)'는 뜻입니다. 변방(邊方)은 '가(邊)에 있는 지방(地方)'이라는 뜻으로,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입니다. 나뭇잎의 공변세포(孔邊細胞)는 '구멍(孔) 주변(邊)에 있는 세포(細胞)'입니다. 식물의 잎에는 조그마한 공기(空氣)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을 기공(氣孔)이라 하고, 기공 주변에 있는 세포를 공변세포라고 합니다. 공변세포는 기공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진] 현미경으로 본 잎의 표면. 기공(氣孔)과 공변세포(孔邊細胞)가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