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금(金)
간체자: 钅 거푸집
한자를 만들었던 BC 1300년경의 은(殷)나라는 청동기 시대입니다. 그 당시에는 철이 없었기 때문에 무기나 생활 도구를 만드는 데 청동을 사용하였습니다. 또 청동은 매우 귀해 청동으로 만든 솥은 왕이나 귀족들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자를 처음 만들 당시 쇠 금(金)자는 쇠가 아닌 청동이나 금속을 의미하였습니다.
[사진] 청동으로 만든 솥
철은 옛 서아시아의 히타이트 제국에서 발달하여, BC 4세기 초인 전국 시대(戰國時代, BC 403~221년)에 중국에 들어왔고, 전한 시대(前漢時代, BC 202~25년)에 널리 보급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漢)나라 때부터 금속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철(鐵)이나 금(金), 은(銀), 동(銅), 아연(亞鉛)과 같은 용어로 금속을 구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이때부터 쇠 금(金)자가 금속 중에 가장 값어치가 높은 금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쇠 금(金)자는 쇳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거푸집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거푸집은 금속을 녹여 부어서 뭔가를 만들 때 사용하는 모형으로, 쇠에 녹지 않는 가는 모래나 흙으로 만듭니다. 쇠 금(金)자는 금속의 종류나 금속으로 만든 물건을 의미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쇠와 관련된 글자
▶ 철(鐵:铁:鉃) : 쇠 철, 쇠 금(金) + [큰창 질(★)→철]
▶ 강(鋼:钢:) : 강철 강, 쇠 금(金) + [언덕 강(岡)]
▶ 광(鑛:矿:鉱) : 쇳돌 광, 쇠 금(金) + [넓을 광(廣)]
쇠 철(鐵)자는 '큰 창(★)을 만드는 금속(金)이 쇠다'는 뜻입니다. 강철 강(鋼)자는 '언덕(岡)에서 캐내는 금속(金)이 강철이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철강(鐵鋼) 혹은 강철(鋼鐵)이란 말에 나오는 철(鐵)과 강(鋼)은 둘 다 쇠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릅니다. 철(鐵)은 영어로 아이언(iron)이라고 하며, 과학 시간에 배우는 원소 중 하나입니다. 반면 강(鋼)은 철(鐵)과 탄소의 합금으로, 영어로는 스틸(steel)이라고 합니다. 철(鐵)은 탄소 함량이 높을수록 강해지지만 깨지기도 쉽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쇠 제품은 적정한 탄소가 포함된 강(鋼)으로 만듭니다.
쇳돌 광(鑛)의 쇳돌은 '쇠붙이 성분이 들어 있는 돌'로, 광산(鑛山)에서 광부(鑛夫)들이 캐낸 광석(鑛石)입니다. 광석(鑛石)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서 함유한 철이나 금속을 분리하는 것을 제련(製鍊)이라고 합니다.
- 쇠의 제조와 관련된 글자
▶ 주(鑄:铸:) : (쇠를) 부어만들 주, 쇠 금(金) + [목숨 수(壽)→주]
▶ 단(鍛:锻:) : (쇠를) 단련할 단, 쇠 금(金) + [층계 단(段)]
▶ 련(鍊:炼:) : (쇠를) 단련할 련, 쇠 금(金) + [가릴 간(柬)→련]
부어만들 주(鑄)자에는 목숨 수(壽)자가 들어 있는데, 쇠(金)를 부어 물건을 만드는 것이 '쇠(金)에 목숨(壽)을 주다'와 같다고 보고 만든 글자로 짐작됩니다. 주물(鑄物)은 쇠를 녹여서 거푸집에 부어 만든 물건입니다.
단련할 단(鍛)자와 단련할 련(鍊)을 합친 단련(鍛鍊)은 '쇠를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단단하게 하는 것'으로, 순우리말로는 '쇠를 불린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몸이나 정신을 강하게 되도록 수련(修練)한다'는 뜻도 갖게 되었습니다. 훈련도감(訓鍊都監)은 '군사를 가르치고(訓) 단련하는(鍊) 우두머리(都) 관청(監)'이란 뜻으로, 조선시대에 수도의 수비를 맡아보던 군영입니다. 볼 감(監)자는 '백성을 살펴보는 관청'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금속과 관련된 글자
▶ 은(銀:银:) : 은 은, 쇠 금(金) + [괘이름 간(艮)→은]
▶ 동(銅:铜:) : 구리 동, 쇠 금(金) + [같을 동(同)]
▶ 석(錫:锡:) : 주석 석, 쇠 금(金) + [바꿀 역(易)→석]
▶ 연(鉛:铅:) : 납 연, 쇠 금(金) + [산속늪 연(㕣)]
금속을 이르는 글자에도 모두 쇠 금(金)자가 들어갑니다 .은 은(銀), 구리 동(銅), 주석 석(錫), 납 연(鉛)자 등이 그런 예입니다.
수은(水銀)은 '물(水)처럼 생긴 은(銀)'이란 뜻으로, 보통 온도에서 유일하게 액체 상태로 있는 은백색의 금속입니다. 중국 청나라 때 만들어진 은행(銀行)은 '은(銀)이 오고가는(行) 집'이란 뜻으로, 청나라 때 은(銀)이 화폐의 주류를 이루면서 생긴 말입니다.
청동(靑銅)은 '푸른색(靑)의 구리(銅)'라는 뜻으로, 구리에 주석(朱錫)이나 아연(亞鉛) 등을 조금씩 섞어 구리를 단단하게 만든 금속입니다.
주석(朱錫)은 은백색의 고체 금속으로, 녹슬지 않아 도금에 많이 사용되고, 영어로 틴(tin)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양철이나 깡통은 주석으로 도금을 하기 때문에, 양철이나 깡통을 틴(tin)이라고 합니다. 또 주석은 청동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주석 석(錫)자에 바꿀 역(易)자가 들어 있는 이유는 구리에 주석을 합하면 둘의 성질이 바뀌어서(易) 청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연은 납처럼 무겁고 무릅니다. 그래서 아연(亞鉛)은 '납(鉛)에 버금(亞)가는 금속'이란 뜻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흑연(黑鉛)은 '검은색(黑)의 납(鉛)'이란 뜻으로,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광물입니다. 검은색 금속광택이 나고, 납처럼 전기가 잘 통하여 '검은색의 납'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흑연으로 심을 만드는 연필(鉛筆)은 '흑연(鉛)으로 만든 붓(筆)'입니다.
- 쇠로 만든 물건을 뜻하는 글자(1)
▶ 감(鑑:鉴:) : (쇠로 만든) 거울 감, 쇠 금(金) + [볼 감(監)]
▶ 경(鏡:镜:) : (쇠로 만든) 거울 경, 쇠 금(金) + [마침내 경(竟)]
▶ 종(鐘:钟:) : (쇠로 만든) 쇠북 종, 쇠 금(金) + [아이 동(童)→종]
▶ 종(鍾:钟:) : (쇠로 만든) 쇠북 종, 쇠 금(金) + [무거울 중(重)→종]
☞ 볼 감(監)
거울 감(鑑)자에 들어 있는 볼 감(監)자는 사람(人)이 눈(臣)으로 그릇(皿) 속의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모습으로, 원래 '거울'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후 '(거울을) 보다'는 뜻으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쇠 금(金)자가 추가되어 거울 감(鑑)자가 되었습니다. 유리가 없었던 옛날에는 금속면을 매끈하게 갈아서 거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나 《명심보감(明心寶鑑)》처럼 책 이름에 거울 감(鑑)자가 들어가는데, 이때는 '본보기'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보감(寶鑑)은 '다른 사람이나 후세에 본보기(鑑)가 될 만한 귀중한(寶) 것을 적은 책'이란 뜻이 됩니다.
거울 경(鏡)자가 들어가는 사자성어로 명경지수(明鏡止水)가 있습니다. '맑은(明) 거울(鏡)과 고요한(止) 물(水)'이란 뜻으로, 마음이 맑고 깨끗함을 일컫습니다.
쇠북 종(鐘)의 쇠북은 종(鐘)의 옛말입니다. 종(鐘)과 같은 뜻의 글자인 쇠북 종(鍾)자는 '무거운(重) 쇠(金)로 만든 것이 쇠북이다'는 뜻입니다. 서울 종로(鍾路)는 '종(鍾)이 있는 길(路)'이고, 종로에 있는 종각(鐘閣)은 '종(鐘)이 있는 누각(閣)'입니다. 종각의 종(鐘)은 조선 시대에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역할을 하였습니다.
- 쇠로 만든 물건을 뜻하는 글자(2)
▶ 추(錐:锥:) : (쇠로 만든) 송곳 추, 쇠 금(金) + [새 추(隹)]
▶ 침(針:针:) : (쇠로 만든) 바늘 침, 쇠 금(金) + [열 십(十)→침]
▶ 쇄(鎖:锁:) : (쇠로 만든) 쇠사슬/자물쇠 쇄, 쇠 금(金) + [작을 소(小)→쇄] + 조개 패(貝)
▶ 총(銃:铳:) : (쇠로 만든) 총 총, 쇠 금(金) + [채울 충(充)→총]
▶ 전(錢:钱:銭) : (쇠로 만든) 돈 전, 쇠 금(金) + [적을 전(戔)]
▶ 부(釜:釜:) : (쇠로 만든) 가마 부, 쇠 금(金) + [아버지 부(父)]
송곳 추(錐)자는 '쇠(金)가 새(隹) 부리처럼 뾰족한 것이 송곳이다'는 뜻입니다. 행사장이나 영화관 등에 사람이 많이 모인 모습을 '입추(立錐)의 여지(餘地)가 없다'고 하는데, 이때 입추(立錐)는 '송곳(錐)을 세우다(立)'는 뜻이고, 여지(餘地)는 '남은(餘) 땅(地)'이란 뜻입니다. 즉 '송곳을 세울만한 땅도 없다'는 뜻입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주머니(囊) 속(中)의(之) 송곳(錐)'이란 뜻으로, 송곳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어도 그 날카로운 끝이 드러나는 것처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세상을 피해 있어도 자연히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비유하는 말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바늘 침(針)자에 들어 있는 열 십(十)자의 옛 글자는 1자(ㅣ)처럼 생겼습니다. 즉, '1자(ㅣ)처럼 생긴 쇠(金)가 바늘이다'는 뜻입니다. 침엽수(針葉樹)는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잎(葉)이 바늘(針)처럼 생긴 나무(樹)'입니다.
쇠사슬 쇄(鎖)자는 쇠 금(金)자에 작을 소(小)자와 조개 패(貝)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작은 조개(혹은 동전)를 쇠사슬에 꿰어 다녀서 생긴 글자입니다. 나중에 자물쇠라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연쇄반응(連鎖反應)은 '쇠사슬(鎖)의 고리처럼 계속 이어져(連) 일어나는 반응(反應)'이란 뜻입니다. 쇄국정책(鎖國政策)은 '나라(國)를 자물쇠(鎖)로 잠그는 정책(政策)'이란 뜻으로, 조선 후기 흥선 대원군이 청(淸)나라를 제외한 다른 외국과의 통상 및 교류를 금지한 정책입니다.
요즘 총은 총알이 발사되면 다음 총알이 자동으로 장전되지만, 예전에는 화약과 탄알을 다시 채워야 했습니다. 총 총(銃)자는 '화약을 다시 채우도록(充) 만든 쇠가 총(金)이다'는 뜻입니다.
갑골문자를 만들었던 중국 은나라는 조개를 화폐로 사용하였습니다. 금속으로 만든 화폐는 춘추 시대에 유통되기 시작하여 전국 시대에 보편화되었습니다. 돈 전(錢)자는 '쇠(金)로 만든 작은(戔) 물건이 돈이다'는 뜻입니다.당백전(當百錢)은 '상평통보(常平通寶)의 백(百) 배에 해당(當)하는 돈(錢)'으로, 흥선 대원군 정권이 경복궁을 중건하고 군비를 증강하기 위해, 1866년(고종 3년)에 발행한 화폐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고액권(高額券)입니다. 당백전의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물가가 크게 오르는 등 혼란을 빚었습니다.
가마 부(釜)자는 아버지 부(父)자와 쇠 금(金)자가 합체한 글자입니다. 도끼 부(斧)자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가마솥(釜)과 도끼(斧)는 아버지만 들 수 있다'는 뜻에서 아버지 부(父)자가 들어갑니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부산(釜山)은 산(山) 모양이 가마솥(釜)과 같이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다"고 되어 있습니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해(日)를 우러러(仰) 보는 가마솥(釜)의 그림자(晷)'라는 뜻으로, 조선 세종 때 만든 해시계입니다.
[사진]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인 앙부일구(仰釜日晷)
- 쇠에 글자를 새겨 기록함
▶ 명(銘:铭:) : (쇠에) 새길 명, 쇠 금(金) + [이름 명(名)]
▶ 록(錄:录:) : (쇠에) 기록할 록, 쇠 금(金) + [새길 록(彔)]
한자를 만들었던 은(殷)나라에서는 갑골(甲骨)에 글을 새겨 남겼지만, 이후 주(周)나라 때에는 쇠(金)로 만든 청동 그릇이나 종(鐘)에 글을 새겼습니다. 이러한 글자를 금석문자(金石文字)라고 합니다.
새길 명(銘)자는 '쇠(金)에다 이름(名)을 새기다'는 뜻입니다. 고구려 불상으로 경상남도 의령군에서 발견된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延嘉七年銘金銅如來立像)은 '서기 537년인 연가(延嘉) 7년(七年)에 글을 새긴(銘) 금동(金銅)으로 만들어진 여래(如來)의 서(立) 있는 상(像)'입니다.
[사진]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延嘉七年銘金銅如來立像)
기록할 록(錄)자는 '쇠(金)에 글을 새겨(彔) 기록하다'는 뜻입니다. 녹음(錄音)은 '소리(音)를 기록한다(錄)'는 뜻이고, 녹화(錄畵)는 '그림(畵)을 기록한다(錄)'는 뜻입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조선(朝鮮) 왕조(王朝)의 역사적 사실(實)을 기록(錄)한 책'입니다.
- 기타
▶ 예(銳:锐:) : (쇠가) 날카로울 예, 쇠 금(金) + [날카로울 예(兌)]
▶ 둔(鈍:钝:) : (쇠가) 무딜 둔, 쇠 금(金) + [진칠 둔(屯)]
▶ 착(錯:错:) : (쇠가) 섞일 착, 쇠 금(金) + [옛 석(昔)→착]
▶ 진(鎭:镇:) : 진압할 진, 쇠 금(金) + [참 진(眞)]
▶ 금(錦:锦:) : 비단 금, 비단 백(帛) + [쇠 금(金)]
예리(銳利), 예민(銳敏), 첨예(尖銳) 등에 사용되는 날카로울 예(銳)자는 '쇠(金)로 만든 칼이 날카롭다(兌)'는 뜻입니다. 예각(銳角)은 0°보다 크고 90°보다 작은 각(角)을 말하고, 예각삼각형(銳角三角形)은 3개의 내각(內角)이 모두 예각인 삼각형입니다.
무딜 둔(鈍)자는 '쇠(金)로 만든 칼이 무디다'는 뜻입니다. 둔각(鈍角)은 90°보다 크고 180°보다 작은 각(角)을 말하고, 둔각삼각형鈍角三角形)은 3개의 내각(內角) 중 하나가 둔각인 삼각형입니다. 우둔(愚鈍)은 '바보(愚)처럼 무디다(鈍)'는 뜻입니다.
섞일 착(錯)자는 원래 '쇠(金)를 도금하여 꾸미다'는 뜻입니다. 이후 '도금하다→꾸미다→(도금하기 위해 쇠를) 섞다→(섞여서) 어긋나다→잘못되다→틀렸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착각(錯覺), 착란(錯亂), 착오(錯誤)는 모두 '잘못하거나 틀렸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진압할 진(鎭)자는 원래 '무거운 쇠(金)로 누르다'는 뜻을 가졌으나, 나중에 눌러 진압(鎭壓)한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진정(鎭靜)은 '흥분되거나 어지러운 상태를 눌러(鎭) 조용하게(靜) 가라앉히는 것'을 말하며, 진통제(鎭痛劑)는 '아픈 통증(痛症)을 진정(鎭靜)시키는 약(劑)'입니다.
비단 금(錦)자는 쇠 금(金)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은 '비단옷(錦衣)을 입고 고향(鄕)에 돌아온다(還)'는 뜻으로, 출세하여 고향에 돌아옴을 이르는 말입니다.
구슬 옥(玉/王)
실에 꿰어 있는 3개의 구슬
중국 학회의 주장에 따르면 중국의 신석기 시대는 기원전 8,000년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중국 신석기 문화의 큰 특징은 옥(玉)으로 만든 옥기가 많이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중국 동북 지역의 홍산문화(紅山文化)의 유적지에서는 수많은 옥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의 옥은 푸른색의 우리나라의 옥과는 달리 황색(黃色)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황토(黃土)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진] 옥(玉)으로 만든 그릇
중국에서는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000년부터 옥(玉)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출토되는 모든 유적지에는 옥으로 만든 공예품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옥을 반지,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와 같은 장신구, 노리개, 그릇, 제사를 지내는 제기, 조각품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사진] 옥(玉)으로 만든 목걸이
구슬 옥(玉/王)자는 실에 옥으로 만든 구슬 3개를 꿰어 놓은 모습을 본떠 만들 글자입니다. 三은 구슬을, ㅣ은 실을 나타내고, 임금 왕(王)자와 구분하기 위해 점을 하나 더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글자를 만나 사용될 때, 공 구(球), 나타날 현(現)자에서와 같이 임금 왕(王)자로 표기합니다. 진주(珍珠)나 호박(琥珀)과 같은 보석(寶石)이나 장신구(環, 珥), 노리개(珠, 球)를 의미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옥으로 만든 물건
▶ 진(珍:珍:珎) : (옥으로 만든) 보배 진, 구슬 옥(玉/王) + [숱많을 진(㐱)]
▶ 주(珠:珠:) : (옥으로 만든) 구슬 주, 구슬 옥(玉/王) + [붉을 주(朱)]
▶ 구(球:球:) : (옥으로 만든) 공 구, 구슬 옥(玉/王) + [구할 구(求)]
▶ 환(環:环:) : (옥으로 만든) 고리/반지 환, 구슬 옥(玉/王) + [둥근옥 환(睘)]
▶ 이(珥:珥:) : (옥으로 만든) 귀고리 이, 구슬 옥(玉/王) + [귀 이(耳)]
옛 중국 사람들은 옥을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진귀(珍貴), 진주(珍珠)에 들어가는 보배 진(珍)자에 옥(玉/王)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산해진미(山海珍味)는 '산(山)과 바다(海)의 진귀한(珍) 맛(味)'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말합니다.
진주(珍珠), 주옥(珠玉) 등에 들어가는 구슬 주(珠)자는 '옥(玉/王)으로 만든 구슬'이란 뜻에서 만든 글자입니다. 계산기가 없던 시절에 사용했던 주산(珠算)은 '구슬(珠)로 셈하다(算)'는 뜻으로, 예전에는 주산 알이 구슬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농구(籠球), 배구(排球), 야구(野球), 전구(電球), 지구(地球)에 들어가는 공 구(球)자는 원래 '옥(玉/王)으로 만든 공'을 뜻하는 말입니다. 백혈구(白血球)는 '핏(血)속에 흰(血)색의 공(球)처럼 생긴 작은 덩어리'로, 주로 골수, 지라, 림프샘에서 만들어집니다. 쓸모없는 세포나 세균을 먹어치우는 식세포 작용, 외부에서 침범한 병균과 싸우는 면역 작용 따위의 기능이 있습니다.
고리 환(環)자는 원래 '옥(玉)으로 만든 둥근(睘) 반지'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나중에 반지와 같은 고리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금환일식(金環日蝕)은 '금(金)반지(環)처럼 생긴 일식(日蝕)'이란 뜻으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중간만을 가려서 가장자리 부분이 금반지 모양으로 보이는 일식(日蝕)을 말합니다. 환태평양(環太平洋)은 '태평양(太平洋) 주변을 둥근 고리(環)처럼 둘러싼 지역'으로, 이곳에 화산이나 지진이 많아 환태평양화산대 혹은 환태평양지진대라고 부릅니다.
[사진] 금반지처럼 생긴 금환일식(金環日蝕)
귀고리 이(珥)자는 '귀(耳)에 달린 옥(玉/王)이 귀고리이다'는 뜻입니다.
- 옥처럼 귀한 보배
▶ 산(珊:珊:) : 산호 산, 구슬 옥(玉/王) + [책 책(冊)→산]
▶ 호(瑚:瑚:) : 산호 호, 구슬 옥(玉/王) + [오랑캐 호(胡)]
▶ 호(琥:琥:) : 호박 호, 구슬 옥(玉/王) + [범 호(虎)]
▶ 박(珀:珀:) : 호박 박, 구슬 옥(玉/王) + [흰 백(白)→박]
산호(珊瑚)와 호박(琥珀)에 나오는 네 글자는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글자이므로 굳이 암기할 필요는 없지만, 구슬 옥(玉/王)자의 쓰임새를 보여주기 위해 실었습니다.
산호 산(珊)자는 '부채처럼 펼쳐진 산호의 모습이 죽간(竹簡)으로 만든 책((冊)처럼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림] 호박(琥珀) 속의 모기
호박(琥珀)은 우리가 먹는 호박(胡朴)이 아니고, 장식품으로 쓰이는 호박(琥珀)입니다. 송진과 같은 나무의 진이 땅속에 묻혀서 탄소, 수소, 산소 따위와 화합하여 굳어진 누런색의 광물입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을 보면, 호박 속에 갇힌 모기의 피에서 공룡의 DNA를 채취해, 개구리의 유전자와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6천 5백만 년 전의 공룡을 재현시킵니다.
- 옥을 가지고 놀기
▶ 완(玩:玩:) : (옥을) 희롱할 완, 구슬 옥(玉/王) + [으뜸 원(元)→완]
▶ 롱(弄:弄:) : (옥을) 희롱할 롱, 손맞잡을 공(廾) + 구슬 옥(玉/王)
옥은 예나 지금이나 장식물로 사용되고, 또 아이들은 이 예쁜 장식물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습니다. 희롱할 완(玩)자는 '옥(玉/王)을 가지고 논다'는 뜻입니다. 완구(玩具)는 '노는(玩) 도구(道具)'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말합니다.
희롱할 롱(弄)자는 원래 '두 손(廾)으로 옥(玉/王)을 가지고 놀다'는 뜻입니다. 희롱(戱弄)은 실없이 놀리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고, 농담(弄談)은 '놀리거나(弄) 장난으로 하는 말(談)'입니다.
- 기타
▶ 현(現:现:) : (옥에서 빛이) 나타날 현, 구슬 옥(玉/王) + [뵈올 현(見)]
▶ 리(理:理:) : (옥의 결을) 다스릴 리, 구슬 옥(玉/王) + [마을 리(里)]
▶ 보(寶:宝:宝) : (옥이) 보배 보, 집 면(宀) + 구슬 옥(玉/王) + [장군 부(缶)→보] + 조개 패(貝)
▶ 반(班:班:) : (옥을) 나눌 반, 칼 도(刀/刂) + 쌍옥 각(玨)
▶ 반(斑:斑:) : (옥의) 얼룩 반, 글월/무늬 문(文) + 쌍옥 각(玨)
현실(現實), 현재(現在) 등에 포함된 나타날 현(現)자는 '옥(玉/王)을 보면(見) 빛이 나타나다'는 뜻입니다. 소리 부분인 뵈올 현(見)자는 볼 견(見)자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柱狀節理)
다스릴 리(理)자는 원래 옥에 있는 무늿결을 말합니다. '이러한 무닛결을 잘 다루어야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데에서 '다스리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또, 다스리려면 이치에 맞게 다스려야하기 때문에 '이치'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과학시간에 지층이나 암석과 관련되는 용어와 함께 사용할 때는 모두 무늿결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층리(層理)는 '퇴적암에서 층(層)을 따라 생기는 무닛결(理)'이고, 편리(片理)는 '조각(片)으로 쪼개지는 무닛결(理)'이며, 엽리(葉理)는 '나뭇잎(葉)처럼 쪼개지는 무닛결(理)'입니다. 또, 주상절리(柱狀節理)는 '기둥(柱) 모양(狀)의 마디(節)나 무닛결(理)'입니다. 국무총리(國務總理)는 '나라(國)의 일(務)을 모두(總) 다스리는(理) 사람'으로, 대통령 바로 아래에서 행정부를 총괄하는 사람입니다. 이성(理性)은 '자신의 의지로 다스릴(理) 수 있는 성품(性)'으로, 자신의 의지는 상관없이 생기는 감정(感情)과는 반대말입니다. 사리(事理)는 '일(事)의 이치(理)'이고, 도리(道理)는 '자연이 흘러가는 길(道)의 이치(理)'입니다.
보배 보(寶)자는 '집(宀) 안에 있는 옥(玉/王)과 돈(貝)이 보배이다'는 뜻입니다. 상평통보(常平通寶)는 '항상(常) 고르게(平) 통용되는(通) 보배(寶)'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의 화폐입니다.
1학년 1반(一班), 2반(二班), 반장(班長) 등에 나오는 나눌 반(班)자는 '칼(刂)로 옥(玉) 덩어리를 두 조각으로 나누다'는 뜻입니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임금이 대궐에서 신하를 모을 때 임금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문신(文臣)들이 서쪽에는 무반(武臣)들이 섰는데, 동쪽의 문신들을 문반(文班) 혹은 동반(東班)이라 불렀고 서쪽의 무신들을 무반(武班) 혹은 서반(西班)이라 불렀습니다. 또 이 양쪽 모두 합쳐 양반(兩班)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러한 양반은 점차 가족이나 후손까지 포함하여 이르게 되어,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얼룩 반(斑)자는 '옥(玨)에 있는 무늬(文)가 얼룩이다'는 뜻입니다. 글월 문(文)자는 '사람(大)의 가슴에 문신(文身)을 한 모습'에서, 원래 무늬나 문신이란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반점(斑點)은 '얼룩얼룩한(斑) 점(點)'이고, 몽고반점(蒙古斑點)은 '몽고(蒙古)계 아기의 엉덩이에 있는 청색 반점(斑點)'으로, 몽골계 인종이 지닌 특징의 하나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몽고반(蒙古斑) 혹은 몽고점(蒙古點)이라고도 합니다. 황반(黃斑)은 '누른(黃) 얼룩(斑)'으로, 망막의 가운데 부분에 있는 누른 반점입니다. 이곳은 시세포 중 하나인 원추세포(圓錐細胞)가 밀집되어 있어 빛을 가장 선명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입니다.
- 옥과는 관련 없는 글자
▶ 금(琴:琴:) : 거문고 금, 구슬 옥(玉/王) X 2 + [이제 금(今)]
▶ 슬(瑟:瑟:) : 거문고/비파 슬, 구슬 옥(玉/王) X 2 + [반드시 필(必)→슬]
▶ 비(琵:琵:) : 비파 비, 구슬 옥(玉/王) X 2 + [견줄 비(比)]
▶ 파(琶:琶:) : 비파 파, 구슬 옥(玉/王) X 2 + [땅이름 파(巴)]
구슬 옥(玉/王)자가 두 개 들어가지만 옥과는 상관이 없는 글자도 있습니다. 거문고 금(琴)자에는 옥(玉→王)자 두 개가 겹쳐져 들어가 있는데, 상형문자를 보면 옥(玉)과는 상관없이 현악기 줄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부수가 구슬 옥(玉) 부입니다. 이외에도 거문고/비파 슬(瑟), 비파 비(琵), 비파 파(琶)자에는 옥(玉)자가 두 개 겹쳐져 들어가 있는데, 상형문자를 보면 옥(玉)과는 상관없이 현악기 줄을 나타냅니다.
금슬(琴瑟)은 '거문고(琴)와 비파(瑟)의 음이 서로 잘 어울리는 악기'에서 유래해 '부부 사이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비파(琵琶)는 현악기의 일종으로 길이가 60~90cm이며,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전래되었습니다.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은 '비파(琵琶) 모양(形)의 청동 검(銅劍)'으로, 우리나라 북쪽 지방을 중심으로 한반도와 만주 지방에서 많이 발굴됩니다.
[사진] 비파(琵琶)와 비파형동검(琵琶形銅劍)
돌 석(石)
절벽 아래에 있는 바위
돌 석(石)자는 절벽이나 산기슭 아래에 있는 바위(口) 모습을 본떠 만들 글자입니다. 돌로 만든 물건이나, 돌과 관련된 글자에 돌 석(石)자가 들어갑니다.
옛날에는 금속을 제외한 광물질이 모두 돌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광물질 이름에는 모두 돌 석(石)자가 들어갑니다. 유황 류(硫), 규소 규(硅), 붕산 붕(硼), 비소 비(砒)자가 그러한 예입니다.
- 돌로 된 물건
▶ 비(碑:碑:) : (돌로 만든) 비석 비, 돌 석(石) + [낮을 비(卑)]
▶ 초(礎:础:) : (돌로 만든) 주춧돌 초, 돌 석(石) + [초나라 초(楚)]
▶ 력(礫:砾:) : 자갈 력, 돌 석(石) + [즐거울 락(樂)→력]
▶ 자(磁:磁:) : 자석 자, 돌 석(石) + [검을 자(玆)]
▶ 포(砲:砲:) : 대포 포, 돌 석(石) + [쌀 포(包)]
돌로 된 물건에 돌 석(石)자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겠죠?
묘비(墓碑), 비문(碑文), 비석(碑石)에 사용되는 비석 비(碑)자는 돌로 만들므로 돌 석(石)자가 들어갑니다. 구비문학(口碑文學)은 '말(口)로 된 비석(碑)과 같이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문학(文學)'이란 뜻으로, '입(口)으로 전(傳)해 내려오는 문학(文學)'이란 뜻의 구전문학(口傳文學)과 같은 뜻입니다.
기초(基礎)라는 말에 들어가는 주춧돌 초(礎)자의 주춧돌은 건축물의 기둥을 받쳐주는 돌을 말합니다. 주춧돌을초석(礎石)이라고도 합니다.
자갈 력(礫)자는 '자갈은 두드리거나 밟으면 악기(樂器)처럼 소리가 나는 돌(石)이다'는 뜻입니다. 역암(礫岩)은 자갈(礫)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岩石)입니다. 반면 사암(沙岩)은 모래(沙)가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岩石)입니다. 사력(沙礫)댐은 '모래(沙)와 자갈(礫)로 만든 댐(dam)'입니다.
자석(磁石)을 일컫는 자(磁)자에도 돌 석(石)자가 들어가는데, 옛 중국에서는 자성(磁性)을 띤 광물을 돌의 일종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석을 지남철이라고도 하는데, 지남철(指南鐵)은' 남쪽(南)을 가리키는(指) 철(鐵)'이란 뜻입니다.
옛 중국의 대포는 화약 대신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여 돌을 발사하였습니다. 대포 포(砲)자는 원래 '지렛대로 돌(石)을 발사하는 포'이지만, 지금은 화약으로 발사합니다. 육혈포(六穴砲)는 '탄알을 재는 구멍(穴)이 여섯(六) 개 있는 포(砲)'라는 뜻으로, 권총의 옛 이름입니다.
[사진] 탄알을 재는 구멍이 여섯 개 있는 육혈포(六穴砲)
- 돌의 성질
▶ 경(硬:硬:) : (돌이) 굳을 경, 돌 석(石) + [고칠 경(更)]
▶ 확(確:确:) : (돌처럼) 굳을 확, 돌 석(石) + [새높이나를 확(隺)]
돌이 단단하게 굳어 있으니까, 강경(强硬), 경직(硬直) 등에 들어가는 굳을 경(硬)자와 확인(確認), 정확(正確) 등에 들어가는 굳을 확(確)자에 돌 석(石)자가 들어갑니다.
경도(硬度)는 '굳은(硬) 정도(度)'라는 뜻으로, 암석의 굳기를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가장 무른 것이 1이고 가장 단단한 것이 10입니다. 금강석(다이아몬드)은 경도가 10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입니다. 열경화성(熱硬化性)은 '열(熱)을 가하면 굳게(硬) 변화하는(化) 성질(性)'로, 열을 가할수록 단단하게 굳어지는 성질입니다. 페놀 수지, 요소 수지, 멜라민 수지 등이 열경화성 물질입니다.
확률(確率)은 '확실(確)한 비율(率)'이란 뜻으로, 어떤 사건이 확실(確實)히 일어날 수 있는 비율(比率)을 말합니다. 일기예보에서 다음 날 비 올 확률이 50%라고 하면, 다음 날 비가 확실하게 올 비율이 50%라는 뜻입니다.
- 돌을 갈거나 깨뜨림
▶ 연(硏:研:) : (돌을) 갈 연, 돌 석(石) + [편편할 견(幵)→연]
▶ 마(磨:磨:) : (돌을) 갈 마, 돌 석(石) + [삼 마(麻)]
▶ 파(破:破:) : (돌을) 깨뜨릴 파, 돌 석(石) + [가죽 피(皮)→파]
돌을 갈거나 깨뜨리는 글자에도 돌 석(石)자가 들어갑니다.
갈 연(硏)자는 '돌(石)을 편편하게(幵) 갈다'는 뜻입니다. 또 돌을 갈려면 오랜 시간 동안 계속 반복적인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硏究)하다'는 뜻도 생겼습니다. 연구(硏究)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구멍(穴)의 끝(究)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갈다(硏)'는 뜻입니다. 궁구할 구(究)자는 원래 '굴이나 구멍(穴)이 더 나아갈 곳이 없는 곳까지 손(九)으로 파고 들어가다'는 뜻입니다.
갈 마(磨)자는 '거칠거칠한 삼베(麻)의 표면이 흡사 돌(石)을 갈아 만든 면과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연마(硏磨)는 '갈고(硏) 간다(磨)'는 뜻으로, 학문이나 기술을 갈고 닦는다는 의미입니다. 달마대사(達磨大師)는 '통달하기(達) 위해 연마하는(磨) 큰(大) 스승(師)'이란 뜻으로, 중국 남북조 시대에 중국 선종(禪宗)을 창시한 사람입니다. 남인도(일설에는 페르시아) 향지국(香至國)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520년경 중국에 들어와 하남성 소림사에서 9년간 벽을 바라보며 좌선(坐禪)하였고, 소림 무술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선종(禪宗)을 창시한 달마대사(達磨大師)
파격(破格), 완파(完破), 대파(大破), 난파(難破)에 들어가는 깨뜨릴 파(破)자는 '돌(石)을 깨뜨리다'는 뜻입니다. 파렴치(破廉恥)는 '염치(廉恥)를 깨뜨리다(破)'는 뜻으로, 염치(廉恥)를 모르고 뻔뻔스럽다는 의미입니다.
- 기타
▶ 벽(碧:碧:) : (돌이) 푸를 벽, 돌 석(石) + 구슬 옥(玉/王) + [흰 백(白)→벽]
▶ 척(拓:拓:) : 넓힐/(돌을) 주울 척, 손 수(扌) + [돌 석(石)→척]
▶ 석(碩:硕:) : 클 석, [돌 석(石)] + 머리 혈(頁)
중국 옥은 대부분 누런색이지만 푸른색 옥도 있습니다. 푸를 벽(碧)자는 원래 '푸른 옥(玉/王) 돌(石)'을 가리키는 글자였으나, '푸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벽안의 외국인'에서 벽안(碧眼)은 '눈(眼)동자가 파란(碧) 외국인'이란 뜻이고, 벽오동(碧梧桐)은 '푸른색(碧)의 오동(梧桐)나무'입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나무(桑) 밭(田)이 푸른(碧) 바다(海)가 되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덧없이 바뀜을 이릅니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농사를 지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땅에 있는 돌을 주워 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개척(開拓)에 들어가는 척(拓)자는 '손(扌)으로 돌(石)을 줍다'는 의미입니다. 또 땅을 개척하면 농사지을 땅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넓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간척(干拓)은 '(개펄을) 마르게(干) 하여 땅을 넓히는(拓) 일'을 의미합니다.
클 석(碩)자는 원래 '머리(頁)가 돌(石)처럼 단단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단단하다→(머릿속이) 차다→충실하다→(머리가) 크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석사(碩士)는 '머리가 큰(碩) 선비(士)'라는 뜻으로 대학원을 마치면 주는 학위입니다. 학식이 많고 깊은 사람을 석학(碩學)이라고 합니다. 돌 석(石)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 금(金)씨가 김(金)씨가 된 사연 ★★★★★
금(金)자는 김(金)씨 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금(金)씨인 성을 김(金)씨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를 수립한 이성계가 "쇠는 나무를 이긴다(金克木)"라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금(金)씨가 이(李=木+子)씨를 이겨 금(金)씨 왕조를 설립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금(金)자를 김(金)으로 바꾸어 부르도록 한 것입니다.
★★★★★ 왕(王)씨가 옥(玉)씨가 된 사연 ★★★★★
고려를 세운 이가 왕건(王建)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압니다. 고려가 멸망한 후 왕(王)씨들은 지방으로 흩어져 숨어 살았는데, 일부는 성을 옥(玉)씨로 바꾸어 살았다고 합니다. 왕(王)자에 점만 하나 추가한 것입니다. 옥(玉)씨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 중에 하나가 경상남도 거제도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승을 거둔 곳이 옥포(玉浦)해전인데, 이 옥포가 바로 거제도에 있습니다. 아마도 옥포(玉浦)가 '옥(玉)씨들이 많이 사는 포구(浦)'라는 뜻에서 지은 것 같습니다.
★★★★★ 대(大)씨가 태(太)씨가 된 사연 ★★★★★
왕족인 왕(王)씨가 옥(玉)씨가 된 사연과 비슷한 사연이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씨 중에 태(太)씨는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大祚榮)의 후손입니다. 원래 성이 대(大)씨인 이들은 발해가 멸망한 후, 일부는 성을 태(太)씨로 바꾸어 살았다고 합니다. 대(大)자에 점만 하나 추가한 것입니다. 태(太)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는 탤런트 태현실씨와 가수 태진아 등이 있습니다만, 태진아씨는 본명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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