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병과 죽음: 병 녁(疒) | 부서진뼈알(歺/歹)

    3-14. 병과 죽음: 병 녁(疒) | 부서진뼈알(歺/歹)


병 녁(疒)
침대에 누운 환자의 모습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병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 사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골문을 보면 은나라 사람들은 병이 귀신의 재앙, 나쁜 꿈, 기후의 변화, 더러운 음식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점을 쳐서 병의 원인이 귀신이나 꿈 때문이라면 귀신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칼이나 화상에 의한 외상에 대해서는 점을 치지 않았고, 약초 등을 이용하여 치료하였습니다. 의원 의(醫)자에 보면 술 유(酉)자가 들어가는데, 술이 마취제와 소독제의 역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술이 병을 낫도록 하는 약효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병 녁(疒)자는 침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인 나무조각 장(爿→ㅕ)자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人→ㅗ)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병 녁(疒)자는 병의 이름에 관련되는 모든 글자에 들어갑니다. 암 암(癌), 천연두 두(痘), 염병 역(疫)자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척(瘦瘠), 피곤(疲困), 마비(痲痺), 고질병(痼疾病), 치료(治療) 등의 글자에도 병 녁(疒)자가 들어갑니다.

- 병과 치료
▶ 병(病:病:) : 병 병, 병 녁(疒) + [남녘 병(丙)]
▶ 질(疾:疾:) : 병 질, 병 녁(疒) + 화살 시(矢)
▶ 질(嫉:嫉:) : 시기할 질, 여자 녀(女) + [병 질(疾)]
▶ 통(痛:痛:) : 아플 통, 병 녁(疒) + [길 용(甬)→통]
▶ 료(療:疗:) : 병고칠 료, 병 녁(疒) + [밝을 료(尞)]

병 병(病)자는 발병(發病), 병실(病室), 문병(問病) 등에 사용됩니다. 전염병(傳染病)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거나(傳) 물들이는(染) 병(病)'입니다. 물들일 염(染)자는 염색(染色)이란 말에 사용됩니다.

병 질(疾)자는 '화살(矢)에 맞아 침대에 누운 사람(疒)이 아프다'는 뜻입니다. 질병(疾病)은 '병(疾)과 병(病)'이란 뜻입니다.

병 질(疾)자 앞에 여자 녀(女)자를 붙이면 시기할 질(嫉)자가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시기나 질투(嫉妬)를 여자(女)에게만 있는 병(疾)의 일종으로 보았습니다.

아플 통(痛)자는 고통(苦痛), 두통(頭痛), 요통(腰痛), 생리통(生理痛), 치통(齒痛) 등에 사용됩니다.

병고칠 료(療)자는 '병(疒)을 고치니 마음이 밝아졌다(尞)'는 뜻입니다. 치료(治療), 진료(診療), 의료(醫療) 등에 사용됩니다.

- 병의 종류
▶ 역(疫:疫:) : 염병 역, 병 녁(疒) + [부릴 역(役→殳)]
▶ 암(癌:癌:) : 암 암, 병 녁(疒) + [바위 암(喦)]
▶ 두(痘:痘:) : 천연두 두, 병 녁(疒) + [콩 두(豆)]

염병 역(疫)자의 염병(染病)은 '다른 사람을 물들이는(染) 병(病)'이란 뜻으로, 전염병(傳染病)의 준말이며 장티푸스의 속된 말이기도 합니다.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고도 합니다. 검역(檢疫), 면역(免疫), 방역(防疫) 등에 사용됩니다. 구제역(口蹄疫)은 '소나 돼지의 입(口)과 발굽(蹄) 사이에 물집이 생기는 병(疫)'입니다. 홍역(紅疫)은 '피부에 붉은(紅) 좁쌀 모양의 발진이 돋는 전염병(疫)'입니다.

암 암(癌)자는 '몸속에 바위(喦)처럼 딱딱한 종양이 있는 병(疒)이 암이다'는 뜻입니다. 바위 암(嵒)자는 산(山) 위에 있는 바위들(品)의 모습입니다.

옛날에는 천연두를 앓고 나면 얼굴에 곰보가 생겼습니다. 천연두 두(痘)자는 '얼굴에 콩(豆) 자국과 같은 곰보가 생기는 병(疒)이 천연두이다'는 뜻입니다.

- 기타
▶ 증(症:症:) : 증세 증, 병 녁(疒) + [바를 정(正)→증]
▶ 피(疲:疲:) : 피곤할 피, 병 녁(疒) + [가죽 피(皮)]
▶ 흔(痕:痕:) : 흉터 흔, 병 녁(疒) + [그칠 간(艮)→흔]
▶ 치(癡:痴:痴) : 어리석을 치, 병 녁(疒) + 의심할 의(疑)
▶ 마(痲:麻:) : 저릴/마비될 마, 병 녁(疒) + [삼 마(麻)]

증세 증(症)자는 증상(症狀), 증세(症勢), 증후(症候), 통증(痛症) 등에 사용됩니다. 결핍증(缺乏症)은 '몸에 필요한 물질이 결핍(缺乏: 모자람)되어 일어나는 증세(症)'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夜盲症), 비타민 B가 부족하면 각기병(脚氣病)이 걸립니다.

피곤하면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피곤할 피(疲)자는 '피곤은 병이 아니지만 병(疒)의 껍질(皮)과 같다'는 뜻입니다. 피곤(疲困), 피로(疲勞) 등에 사용됩니다.

흉터 흔(痕)자는 '병(疒)이 그친(艮) 자리에 흉터가 남는다'는 뜻입니다. 흔적(痕跡)은 '흉터(痕)와 발자취(跡)'라는 뜻으로,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를 말합니다. 조흔색(條痕色)은 '줄(條)을 그을 때 나타나는 흔적(痕跡)의 색(色)'으로, 광물로 조흔판(條痕板) 위에 줄을 그을 때 나타나는 흔적의 색을 말합니다.

치매(癡呆)나 바보 천치(天癡)라는 글자에 들어가는 어리석을 치(癡)자는 '정신이 헛갈리어(疑) 갈팡질팡 헤매는 병(疒)'이란 뜻입니다. 간체자나 약자로 사용되는 어리석을 치(痴)자는 '지(知)적인 능력에 병(疒)이 생겼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마취(痲醉), 마약(痲藥) 등에 사용되는 저릴/마비될 마(痲)자에는 삼 마(麻)자가 들어 있는데, 마(麻)는 삼베를 짜는 원료이지만 동시에 대마초(大麻草)라고 부르는 마약(麻藥, 痲藥, 魔藥)의 원료입니다. 마(麻)의 잎에는 THC(Tetra Hydro Cannabinol)를 주성분으로 하는 마취(痲醉) 물질이 들어 있어 담배로 만들어 흡연하면 중독 증세를 보입니다. 예전에 농촌에서 마를 길러 줄기는 삼베를 짜는 원료로 사용하고 잎은 태워버렸는데, 태울 때 나는 연기 근처에 아이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부서진뼈 알(歺/歹)
죽음을 의미하는 글자




중국 사람들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병에 걸린 것으로 여겼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상형문자를 사용했던 고대 이집트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죽음을 의미하는 글자로 부서진뼈를 사용하였습니다.

부서진뼈 알(歺/歹)자는 사람이나 짐승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해골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뼈만 남아 있는 모습은 죽은 모습으로 죽음이나 위험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죽음과 관련되는 글자
▶ 사(死:死:) : 죽을 사, 부서진뼈 알(歹) + 비수 비(匕)
▶ 장(葬:葬:) : 장사지낼 장, 풀 초(艹) + 죽을 사(死) + 풀 초(艹→廾)
▶ 순(殉:殉:) : 따라죽을 순, 부서진뼈 알(歹) + [열흘 순(旬)]
▶ 잔(殘:残:残) : (죽어서 뼈만) 남을 잔, 부서진뼈 알(歹) + [해칠 잔(戔)]
▶ 수(殊:殊:) : 다를 수, 부서진뼈 알(歹) + [붉을 주(朱)→수]

죽을 사(死)자는 죽은 사람(歹) 옆에 다른 사람(匕)이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사자(死者)의 서(書)는 '죽은(死) 사람(者)을 위한 글(書)'이란 뜻으로,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사람들을 미라(mirra)로 만들어 묻을 때 함께 묻었던 문서(文書)입니다. 지상에 남은 미라의 온전한 보존과 심판을 받으러 사후 세계로 가는 영혼을 위한 주술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죽은 사람의 영혼이 만나게 될 신들을 달래고 영혼이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 장사지낼 장(葬)

장례(葬禮), 장사(葬事), 화장(火葬) 등에 들어가는 장사지낼 장(葬)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풀이 무성한 수풀(艹)에서 죽은 사람(死)을 장사 지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장송곡(葬送曲)은 '장사 지낼(葬) 때 죽은 사람을 보내기(送) 위해 부르는 곡(曲)'입니다.

고대 국가에서 왕이나 귀족의 장례(葬禮) 때 부인, 신하, 종 등을 함께 매장(埋葬)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순장(殉葬)이라 부르는데, 순(殉)자는 따라죽을 순(殉)자입니다. 은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왕의 무덤을 발굴해 보면 수백 명이 순장되어 있습니다. 따라 죽을 순(殉)자는 '목숨을 바치다'는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종교, 나라, 직업 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교(殉敎), 순국(殉國), 순직(殉職)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순애보(殉愛譜)는 '사랑(愛)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殉) 이야기(譜)'로, 〈낙랑공주〉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대표적인 순애보입니다.

남을 잔(殘)자는 원래 '창(戈)으로 사람을 죽이다(歹)'는 뜻입니다. 이후 '죽이다→해치다→잔인(殘忍)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또 죽이고 남은 뼈(歹)라는 뜻에서 '남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잔액(殘額)은 '남(殘)은 금액(金額)'입니다. 잔해(殘骸)는 '남은(殘) 뼈(骸)'라는 뜻인데, '부서지거나 못 쓰게 되어 남아 있는 물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다를 수(殊)자는 원래 '칼로 베어 죽이다(歹)'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만, 나중에 '다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특수교육(特殊敎育)은 '특별히(特) 다른(殊) 교육(敎育)'이란 뜻입니다.

- 기타
▶ 렬(列:列:) : 벌일 렬/열, 칼 도(刂) + 부서진뼈 알(歹)
▶ 앙(殃:殃:) : 재앙 앙, 부서진뼈 알(歹) + [가운데 앙(央)]
▶ 태(殆:殆:) : 위태할 태, 부서진뼈 알(歹) + [별 태(台)]

벌일 렬(列)자는 '죽은(歹) 짐승이나 가축에서 뼈와 살을 칼(刀/刂)로 갈라서 벌여 놓다'는 뜻입니다. '그물(网/罒)을 벌여 놓다'는 의미의 벌일 라(羅)자와 합치면 나열(羅列)이 되고, 열도(列島)는 '일렬(一列)로 길게 줄을 지어 있는 섬(島)'입니다.

재앙 앙(殃)자는 '죽음(歹)이 재앙(災殃)이다'는 뜻입니다. 지어지앙(池魚之殃)은 '연못(池)에 사는 물고기(魚)의(之) 재앙(殃)'이란 뜻으로,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로 인해 엉뚱하게 화를 당한다는 뜻입니다. 춘추전국 시대에 없어진 구슬이 연못에 있다는 거짓말을 믿고 연못의 물을 다 퍼내고 찾아 보았지만, 구슬은 없고 아무 죄도 없는 물고기들만 모두 죽어 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위태할 태(殆)자는 '죽을(歹) 정도로 위태(危殆)롭다'는 뜻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적(彼)을 알고(知) 나(己)를 알면(知) 백(百) 번 싸워도(戰) 위태롭지(殆) 않다(不)'라는 뜻으로,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나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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