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싸일 위(囗), 나라 국(囗) 둘러싼 울타리의 모습
고대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나 나라를 동그라미(○)로 표시하였습니다. 둘러싸일 위(囗)자는 이러한 동그라미(○)가 변한 글자로, '지역, 나라, 울타리, 경계, 둘러싸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둘러싸일 위(囗)자는 나라 국(國)자의 옛 글자이기도 합니다.
둘러싸일 위(囗)자는 입 구(口)자와 모양이 같으나, 대부분의 경우 글자 바깥을 둘러싸므로 입 구(口)자와 구별이 됩니다.
- 지역과 나라 ▶ 혹(或:或:) : 혹시 혹, 창 과(戈) + 둘러싸일 위(囗) + 한 일(一) ▶ 역(域:域:) : 지경 역, 흙 토(土) + 혹시 혹(或) ▶ 국(國:国:国) : 나라 국, 둘러싸일 위(囗) + 혹시 혹(或)
혹시 혹(或)자는 땅(一) 위의 지역(囗)을 창(戈)으로 지키는 모습으로 원래 '지경(땅의 경계)'이나 '나라'를 나타내는 글자였으나, '혹시(或是)'라는 뜻으로 가차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혹(或)자는 원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흙 토(土)자가 추가되어 지경 역(域)자가 되었습니다. 영역(領域)은 '다스리는(領) 지역(地域)'을 말합니다. 경제수역(經濟水域)은 '경제(經濟)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물(水)의 영역(領域)'이란 뜻으로 바다에 대한 경제적인 권리, 즉 어업과 자원 등을 보유, 관할할 수 있는 영역이며, 보통 연안에서 200해리까지입니다.
또 혹(或)자의 둘레에 울타리(囗)를 쳐서 나라 국(國)자도 만들었습니다. 동국대학교(東國大學校),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등에 나오는 동국(東國)은 '중국의 동(東)쪽에 있는 나라(國)', 즉 우리나라를 가리킵니다.
- 둥근 원 ▶ 단(團:团:団) : 둥글 단, 둘러싸일 위(囗) + [오로지 전(專)→단] ▶ 원(員:员:貟) : 인원 원, 둘러싸일 위(囗) + 솥 정(鼎→貝) ▶ 원(圓:圆:) : 둥글 원, 둘러싸일 위(囗) + [인원 원(員)] ▶ 회(回:回:) : (원형으로) 돌 회, 둘러싸일 위(囗) X 2 ▶ 회(廻:回:) : 돌아올 회, 길게걸을 인(廴) + [돌 회(回)]
한글의 이응(ㅇ)이나 영어의 오(O)와 같은 동그라미가 한자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갑골문자 문자를 보면 동그라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붓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글자는 직선화되었고, 따라서 동그라미도 네모로 변했습니다. 따라서 둘러싸일 위(囗)자는 동그라미를 뜻하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 오로지 전(專)
둥글 단(團)자에 들어가는 오로지 전(專)자는 원래 둥근 실패(叀)를 손(寸)으로 잡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여기에 동그라미(○→囗)를 추가하여 '둥글다'라는 의미의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둥글다→모이다→덩어리→모임→단체(團體), 집단(集團)'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기단(氣團)은 '공기(氣)의 덩어리(團)'라는 말로, 넓은 지역에 걸쳐 같은 온도와 습도를 가진 공기의 덩어리입니다. 발원지에 따라 적도기단, 열대기단, 한대기단, 북극기단 따위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단이 서로 만나는 경계선을 전선(前線)이라고 합니다. 성단(星團)은 '별(星)의 집단(團)'으로, 별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단입니다. '둥근 공(球) 모양(狀)'의 구상성단(球狀星團)과 '흩어져(散) 열려(開)' 있는 산개성단(散開星團) 등이 있습니다.
☞ 인원 원(員)
인원 원(員)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둥근 원(○→囗) 아래에 솥 정(鼎→貝)자가 있습니다. 즉 둥근 원을 강조하기 위해 둥근 솥을 그린 모습입니다. 나중에 '인원, 수효(數爻)'라는 뜻이 생기면서 '둥글다'는 원래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둥근 원(○→囗)을 바깥에 둘러싸서 둥글 원(圓)자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위원(委員)은 '어떤 일을 맡은(委) 인원(員)'입니다.
돌 회(回)자는 '둥글고(○→囗) 둥글게(○→囗) 돌아가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는 나중에 길게걸을 인(廴)자가 추가되어 돌아올 회(廻)자가 되었습니다. 회전(回轉/廻轉)은 '돌아서(回/廻) 구르다(轉)'는 뜻입니다. 윤회(輪廻)는 '바퀴(輪)가 굴러 돌아오다(廻)'는 뜻으로 불교에서는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중생이 삶과 죽음을 반복해서 돌고 도는 일을 말합니다.
이슬람(Islam)교를 한자로는 회교(回敎)라고 하는데, 회교(回敎)는 '회흘족(回紇族: 위구르족)이 전해준 종교(敎)'라는 뜻입니다. 중국에서는 회회교(回回敎)라고 하였고, 이후 회교(回敎)라고 불렀습니다. 고려 시대의 가요인 〈쌍화점(雙花店)〉을 보면,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회회(回回)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회회(回回) 아비는 이슬람교도, 즉 아라비아 사람을 말합니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지배하에 있으면서 외국과의 교류가 매우 많았고, 이러한 외국인에 의해 '고려(Kore)의 땅(~a)'이란 뜻의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이 전 세계로 알려졌습니다. 영어 접미사 ~a는 땅을 의미합니다. 이탈리아, 아라비아, 리비아, 콜롬비아,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지명을 보면 대부분 '~아(~a)'로 끝납니다.
- 둘레 ▶ 위(韋:韦:) : 가죽 위, 둘러싸일 위(囗) + 2개의 발 ▶ 위(圍:围:囲) : 둘레 위, 둘러싸일 위(囗) + [가죽/둘러쌀 위(韋)] ▶ 권(圈:圈:) : 둘레 권, 둘러싸일 위(囗) + [책 권(卷)]
☞ 가죽 위(韋)
가죽 위(韋)자는 원래 성이나 지역(囗)의 아래위로 발의 모습을 그려 '둘러싸다'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였으나, 나중에 '가죽'이란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원래의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둘러싸일 위(囗)자를 추가하여 둘레 위(圍)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주위(周圍), 범위(範圍), 포위(包圍) 등에 사용됩니다.
둘레 권(圈)자에 들어가는 책 권(卷)자는 원래 '둘둘 말다'는 뜻을 가졌는데, '옛 중국에서 대나무 죽간(竹簡)으로 만든 책을 두루마리처럼 말았다'고 해서 책이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원래의 뜻을 보존하기 위해 둘러싸일 위(囗)자를 추가하여 둘레 권(圈)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수도권(首都圈)은 '수도(首都)의 둘레(圈)'이며, 대기권(大氣圈)은 '큰(大) 공기(氣)가 있는 지구 둘레(圈)'로, 지상에서 약 1000km까지를 이릅니다.
- 둘러싸인 물건과 사람 ▶ 고(固:固:) : 굳을 고, 둘러싸일 위(囗) + [예 고(古)] ▶ 곤(困:困:) : 곤할 곤, 둘러싸일 위(囗) + 나무 목(木) ▶ 균(菌:菌:) : 버섯 균, 풀 초(艹) + 둘러싸일 위(囗) + 벼 화(禾) ▶ 수(囚:囚:) : 가둘 수, 둘러싸일 위(囗) + 사람 인(人)
굳을 고(固)자는 '둘러싸인(囗) 채로 오래되면(古) 굳어져 버리다'는 뜻입니다. 응고(凝固)는 '엉겨서(凝) 굳음(固)'이란 뜻이고, 액체가 고체가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고유명사(固有名詞)는 '굳어져(固) 있는(有) 이름(名)을 나타내는 말(詞)'입니다.
곤할 곤(困)자의 '곤하다'는 '기운 없이 나른하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는 원래 '나무(木)가 울타리에 둘러싸여(囗),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괴롭다'는 뜻입니다. 이후 '괴롭다→시달리다→지치다→졸리다→곤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곤궁(困窮), 곤란(困難), 빈곤(貧困), 피곤(疲困) 등에 들어갑니다. 식곤증(食困症)은 '음식을 먹은(食) 뒤에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困)이 오는 증상(症)'이고, 춘곤증(春困症)은 '겨울에서 봄(春)이 오면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困)이 오는 증상(症)'입니다.
버섯이나 곰팡이를 뜻하는 버섯 균(菌)자는 '벼(禾)를 밀폐된 창고(囗)에 넣어 두면 풀(艹)의 일종인 곰팡이나 버섯(菌)이 생기다'는 뜻입니다. 옛 중국 사람들은 버섯이나 곰팡이를 풀로 여겼습니다. 세균(細菌)은 '미세(細)한 균(菌)'이란 뜻으로 단세포 생물을 말합니다.
가둘 수(囚)자는 '사람(人)을 울타리(囗)에 가두다'는 뜻입니다. 죄(罪)를 짓고 감옥에 갇힌 사람을 죄수(罪囚)혹은 수인(囚人)이라고 합니다. 둘러싸일 위(口)자는 이와 같이 감옥을 뜻하는 글자에도 들어갑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고 표현하는데, 이때 영어(囹圄)는 감옥이란 뜻입니다.
- 기타 ▶ 원(園:园:) : 동산 원, 둘러싸일 위(囗) + [옷 길/성씨 원(袁)] ▶ 인(因:因:) : 인할 인, 둘러싸일 위(囗) + 큰 대(大) ▶ 도(圖:图:図) : 그림 도, 둘러싸일 위(囗) + [그림 도(啚)]
낙원(樂園), 공원(公園), 농원(農園), 정원(庭園) 등에 들어가는 동산 원(園)자는 원래 둘러싸인 울타리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울타리→구역→밭→뜰→동산'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인할 인(因)자는 돗자리(囗) 위에 사람이 큰 대(大)자로 누워 있는 모습으로 원래는 '돗자리'를 의미하였습니다. 이후 '돗자리→(돗자리에) 의지하다→친하게 지내다→인연(因緣)→인하다→까닭→원인(原因)'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원인(因)과 결과(果)는 마땅히(應) 갚다(報)'는 뜻으로 불교에서 전생(前生)에 지은 선악의 결과에 따라 현세의 행과 불행이 있고, 현세에 지은 선악의 결과에 따라 내세(來世)에서 행과 불행이 있음을 일컫습니다.
☞ 그림 도(啚), 마을 비(啚)
그림 도(圖)자에 들어 있는 그림 도(啚) 혹은 마을 비(啚)자는 마을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글자는 '그림'이나 '지도'라는 뜻과 함께 '성 밖이나 변방의 마을'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 글자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림이나 지도의 테두리(囗)를 추가하였습니다. 도화지(圖畵紙)는 '그림(圖)을 그리는(畵) 종이(紙)'이고, 지도(地圖)는 '땅(地)의 그림(圖)'입니다. 《어린도책(魚鱗圖冊)》은 '물고기(魚) 비늘(鱗)처럼 생긴 지도(圖)를 모아 놓은 책(冊)'으로, 중국의 송나라 때부터 청나라 때까지 조세(租稅) 징수를 위한 토지대장(土地臺帳)입니다. 일정한 구역의 전체 토지를 세분한 지도의 모양이 물고기 비늘과 같다 해서 어린도책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오감도(烏瞰圖)는 ‘까마귀(烏)가 내려다볼(瞰) 때의 모양을 그린 그림(圖)이란 뜻으로, 시인 이상(李箱, 1910~1937년)이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었던 시입니다. 오감도(烏瞰圖)라는 말은 조감도(鳥瞰圖)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조감도(鳥瞰圖)는 ‘공중에서 새(鳥)가 내려다볼(瞰) 때의 모양을 그린 그림(圖)’으로, 입체도(立體圖)를 말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였던 이상에게 익숙한 용어인 조감도를 조금 비틀어 오감도(烏瞰圖)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고을 읍(邑/阝) 고을(口)과 사람(巴)의 모습
고을 읍(邑)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지역을 나타내는 동그라미(○) 아래에 꿇어앉아 있는 사람의 상형인 꼬리 파(巴)자가 들어 있습니다. '울타리로(○→口) 둘러싸인 곳에 사람(巴)들이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을 읍(邑)자는 간략하게 읍(阝)자로 쓰는데, 언덕 부(阜/阝)자의 간략형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언덕 부(阜/阝)자는 항상 왼쪽(阿, 險, 隔, 障)에, 고을 읍(阝)자는 항상 오른쪽(鄭, 郡, 都, 郞)에 사용됩니다. 고을 읍(邑/阝)자는 나라, 지역, 지명 등을 나타내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행정구역 ▶ 도(都:都:) : 도읍/우두머리 도, 고을 읍(邑/阝) + [사람 자(者)→도] ▶ 비(鄙:鄙:) : 마을/더러울 비, 고을 읍(邑/阝) + [마을 비(啚)] ▶ 군(郡:郡:) : 고을 군, 고을 읍(邑/阝) + [임금 군(君)]
갑골문자를 만든 은(殷)나라를 멸망시킨 주(周)의 무왕(武王)이 공을 세운 신하들과 친척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고, 제후(諸侯)로 봉(封)하여 다스리게 함으로써 중국 최초의 봉건제(封建制)가 시작되었습니다. 봉건제(封建制) 하에서 각 제후들은 여러 개의 고을로 이루어진 제후국(諸侯國)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개의 고을 중 중심이 되는 고을(邑)을 도읍(都邑)이라 불렀고 나머지 고을(邑)을 비읍(鄙邑)이라 불렀습니다.
도읍 도(都)자의 도읍은 나라의 수도(首都)를 말합니다. 수도(首都)는 도시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우두머리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도독(都督)은 '우두머리(都) 감독관(督)'이란 뜻으로, 중국에서 지방 관아나 외지를 통치하던 기관의 최고 우두머리 벼슬입니다. 도호부(都護府)는'백성을 보호하는(護) 우두머리(都) 관청(府)'으로 중국 당나라와 우리나라의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지방행정 기관입니다. 이외에도 도승지(都承旨), 도병마사(都兵馬使), 도원수(都元帥), 도방(都房), 도감(都監) 등 도(都)자가 들어가는 말이 국사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도(都)자가 들어가면 '우두머리'나 '최고'라는 뜻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마을 비(鄙)자에 들어가는 마을 비(啚)자는 마을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고을 읍(邑/阝)자가 추가되어 마을 비(鄙)자가 되었습니다. 또 이러한 마을은 더럽다고 해서 '더럽다'는 뜻도 생겼습니다. 비열(鄙劣), 야비(野鄙) 등의 글자에 사용됩니다.
고을 군(郡)자는 '임금(君)이 다스리는 고을(邑/阝)'이라는 뜻입니다. 주(周)나라 때의 행정구역을 말하며, 현(縣) 단위 바로 아래의 고을을 나타냅니다. 전국 시대 이후로는 현(縣)이 군(郡)의 아래가 되었습니다. BC 221년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여 전국을 36개의 군(郡)으로 나누고, 다시 군은 몇 개의 현(縣)으로 나누어 통치하는 군현제(郡縣制)를 실시하였습니다. 군현제(郡縣制) 하에서는 중앙에서 직접 군수(郡守)나 현령(縣令)을 파견하여 다스림으로써 강력한 중앙집권식 왕권정치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로써 제후가 다스렸던 봉건제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단위인 군(郡)과 읍(邑)이나, 일본의 행정구역 단위인 현(縣)이 모두 고대 중국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한사군(漢四郡)은 ‘한(漢)나라에서 설립한 네(四) 개의 고을(郡)’이란 뜻으로, BC 108년, 한나라가 위만조선을 멸망시킨 후, 위만조선이 있었던 지역에 설치한 낙랑군, 임둔군, 진번군, 현도군 등 4개의 고을입니다.
- 나라나 땅이름 ▶ 방(邦:邦:) : 나라 방, 고을 읍(邑/阝) + [우거질 봉(丰)→방] ▶ 정(鄭:郑:) : 나라이름 정, 고을 읍(邑/阝) + [바칠 전(奠)→정] ▶ 구(邱:邱:) : 땅이름 구, 고을 읍(邑/阝) + [언덕 구(丘)]
나라 방(邦)자는 원래 '우거진(丰) 나무로 경계를 삼은 땅이나 고을(邑/阝)'로, 나라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우방(友邦)은 '친구(友)의 나라(邦)'라는 뜻으로, 가까이 사귀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는 '우리(我) 나라(邦)의 경계(疆)와 영역(域)을 살핌(考)'이란 뜻으로, 1811년(순조 11년) 정약용이 한국의 영토와 경계를 중국과 한국의 문헌을 중심으로 살펴서 쓴 지리서입니다.
나라이름 정(鄭)자는 원래 '제사(奠)를 잘 지내는 고을(邑/阝)'이라는 뜻입니다. 바칠 전(奠)자는 제단(ㅠ→大)에 익은 술(酋)을 올리는 모습으로 제사를 의미합니다. 정(鄭)나라는 춘추 시대에 섬서성(陝西省)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아마도 제사를 잘 지내는 나라로 짐작됩니다. 정(鄭)자는 우리나라의 성씨 중 하나입니다.
땅이름 구(邱)자는 '언덕(丘)에 있는 고을(邑/阝)'이란 뜻으로 '언덕'이란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대구(大邱)는 경상북도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또 대구에 있는 청구고등학교의 청구(靑丘/靑邱)는 '푸른(靑) 언덕(邱)'이란 뜻으로 옛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컫던 말입니다. 누런 황토 흙이 많았던 중국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는 푸른 산과 강이 많아 이런 이름을 붙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나 청구(靑丘)의 원래 의미는 동쪽의 바다 밖에 있는 신선(神仙)이 사는 세계의 이름입니다. 《청구영언(靑邱永言)》은 '우리나라(靑邱)에서 오랫동안(永) 말(言)로 전해오는 시조들을 모아 만든 책'으로, 조선 영조 4년(1728년)에 김천택(金天澤)이 역대 시조를 수집하여 펴낸 최초의 시조집입니다. 시조 998수와 가사 17편이 실려 있으며,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함께 3대 시조집으로 불립니다.
- 땅이름이 가차되어 사용되는 글자 ▶ 나(那:那:) : 어찌 나, 고을 읍(邑/阝) + [나아갈 염(冄)→나] ▶ 랑(郞:郎:) : 사내 랑, 고을 읍(邑/阝) + [어질 량(良)→랑] ▶ 사(邪:邪:) : 간사할 사, 고을 읍(邑/阝) + [어금니 아(牙)→사] ▶ 야(耶:耶:) : 어조사 야, 고을 읍(邑) + [귀 이(耳)→야] ▶ 부(部:部:) : 떼 부, 고을 읍(邑/阝) + [침 부(咅)]
땅이름은 가차되어 다른 뜻의 글자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나오는 글자는 모두 그러한 글자입니다.
어찌 나(那)자는 원래 중국 서쪽 지방의 땅이름이었으나, 가차되어 '어찌'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인도차이나(Indochina)를 한자로 인도지나(印度支那)라고 하는데, 이때 지나(支那)는 영어 차이나(China)가 한자로 변하면서 생긴 낱말입니다. 즉, '진(秦)→진(Chin)→진(Chin)의 땅(~a)→진아(China)→지나(支那)'로 변화하였습니다.
사내 랑(郞)자는 원래 중국 춘추전국 시대에 노(魯)나라의 땅이름이었으나, 가차되어 사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신라 시대에 왕과 귀족의 자제로 외모가 단정한 사람으로 조직된 청소년 단체인 화랑(花郞)은 '꽃(花) 같은 사내(郞)'라는 뜻으로 요즘 말로 하면 꽃미남입니다. 심신의 단련을 목표로 하였고, 국가에서 인재를 뽑아 쓰기도 하였습니다. '화랑(花郞)의 세계(世)를 기록함(記)'이란 뜻의 《화랑세기(花郞世記)》는 통일신라의 학자 및 정치가인 김대문(金大問)이 화랑의 세계에 대해 쓴 책입니다. 책 내용에는 "어진 재상과 충성스러운 신하가 여기에서 나왔고,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병사가 여기에서 생겼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간사(奸邪), 사악(邪惡) 등에 사용되는 간사할 사(邪)자도 원래 중국 전국 시대에 제(齊)나라의 고을 이름이었으나, 가차되어 '간사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사무사(思無邪)는 '생각(思)에 사악한(邪) 것이 없다(無)'라는 뜻으로 마음이 올바름을 일컫는 말입니다. 《논어》의 공자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어조사 야(耶)자도 원래 땅이름이었으나, 가차되어 어조사로 사용됩니다. 조선 시대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예수(Jesus)를 야소(耶蘇)라고 불렀고, 기독교를 야소교(耶蘇敎)라고 불렀습니다.
떼 부(部)자는 원래 중국 신강성(新疆省)의 땅이름입니다. 이후 가차되어 사람의 무리나 떼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무리, 떼→분야→(사람의 무리가 사는) 마을, 부락(部落)→(마을을) 통솔하다, 거느리다→(통솔하는) 관청→부서'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삼부회(三部會)는 '세(三) 무리(部)로 구성된 모임(會)'으로 성직자(제1신분), 귀족(제2신분), 평민(제3신분)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신분제 의회(議會)입니다. 1신분과 2신분이 의원직을 독점하자, 평민층의 불만이 고조되어 프랑스 혁명의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간부(幹部)는 ‘사람들을 거느리는(部) 줄기(幹)와 같은 사람’이란 뜻으로, 회사나 조직 따위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서 책임을 맡거나 지도하는 사람입니다. 외교부(外交部)는 '외국(外)과 교류하는(交) 관청(部)'이고, 영업부(營業部)는 '회사에서 영업(營業)을 담당하는 부서(部)'입니다.
- 기타 ▶ 곽(郭:郭:) : 성곽 곽, 고을 읍(邑/阝) + [누릴 향(享)→곽] ▶ 교(郊:郊:) : 들 교, 고을 읍(邑/阝) + [사귈 교(交)] ▶ 우(郵:邮:) : 우편 우, 고을 읍(邑/阝) + [드리울/변방 수(垂)→우]
성곽 곽(郭)자에 들어 있는 누릴 향(享)자는 성벽 위의 높이 솟아 있는 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여기에 지역을 나타내는 고을 읍(邑/阝)을 합쳐 성곽(城郭)이란 의미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성곽은 고을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므로 둘레라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외곽(外郭)은 '성 밖(外)에 겹으로 쌓은 성(郭)'이란 뜻도 있지만, '바깥(外) 둘레(郭)'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또 곽(郭)자는 우리나라의 성씨 중 하나입니다.
들 교(郊)자는 주나라 때 성 밖 100리 이내의 땅(邑/阝)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이후 '성 밖→들→근교(近郊)→시골'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근교농업(近郊農業)은 '도시 가까운(近) 들(郊)에서 짓는 농업(農業)'입니다. 교외(郊外)는 ‘들(郊)이 있는 도시 바깥(外)’이란 뜻으로, 도시 둘레의 들이나 논밭이 비교적 많은 곳을 말합니다.
우편 우(郵)자는 원래 '변방(垂)에 있는 고을(邑/阝)'이란 뜻입니다. 이후 '변방의 고을→(변방으로 가는) 역말→역참→우편(郵便)'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우정국(郵政局)은 '우편(郵)을 다스리는(政) 관청(局)'으로, 조선 후기에 체신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으로 오늘날의 우체국입니다. 우표(郵票)는 '우편물(郵便物)에 붙이는 표(票)'입니다. 등기우편(登記郵便)은 ‘기록(記)을 올리는(登) 우편(郵便)’으로, 우체국에서 우편물의 배달을 보증하기 위하여 우편물의 접수자와 접수일자, 배달한 날짜와 받은 사람의 이름을 기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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