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혈(穴) 동굴 집
황토고원에 사는 사람 중에서 평지에 움집을 짓고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고원의 경사진 절벽에 동굴을 파서 사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넓은 평야를 두고 이런 곳에 집을 짓는 이유는 우선 집을 만들기도 쉽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항상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며, 완벽한 방음 효과에, 자연 황토방으로 건강 면에서도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지의 땅에 농사를 더 지을 수 있고, 무서운 맹수의 공격도 피할 수 있습니다. 일설에는,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고, 늘어나는 인구로 인해 농사를 지을 땅이 모자라게 되어 동굴집을 지어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고도 합니다.
[사진] 황토 언덕에 지은 동굴집
흙을 파서 만든 동굴은 사람이 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식량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사용됩니다. 동굴 입구를 밀폐시키면 곡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벌레들이 죽게 되고, 또 1년 내내 서늘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지금도 중국 북부나 몽골,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는 아직도 이러한 동굴 창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몇 천 년이 지난 현재에도 황하강 중류 지방을 중심으로 이런 동굴집에서 사는 사람이 4천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러한 집에 대한 경제성과 건강 면에서의 우수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멍 혈(穴)자는 이러한 동굴집의 모습에서 탄생된 글자입니다.
무협영화나 무협소설을 읽어보면 종종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혈(穴)입니다. 특정한 혈(穴)을 누르면 사람이 마비되기도 하고, 혈(穴)을 풀어주면 다시 살아나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보았거나 들었을 것입니다. 이런 혈(穴)은 사람의 몸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눈썹과 귀 사이에 보면 약간 오목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태양혈(太陽穴)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보통 관자놀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또 귀 바로 밑에 있는 오목한 부분은 예풍혈(叡風穴)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혈은 대부분 조금만 눌러도 아프며, 따라서 신경을 자극하기 쉬워 지압을 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멍 혈(穴)자는 굴이나 구멍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 굴이나 구멍 내부 모습 ▶ 공(空:空:) : 빌 공, 구멍 혈(穴) + [장인 공(工)] ▶ 구(究:究:) : 궁구할 구, 구멍 혈(穴) + [아홉 구(九)] ▶ 궁(窮:穷:) : 다할 궁, 구멍 혈(穴) + [몸 궁(躬)] ▶ 질(窒:窒:) : 막힐 질, 구멍 혈(穴) + [이를 지(至)→질]
공간(空間), 공군(空軍), 공기(空氣), 공중(空中) 등에 들어가는 빌 공(空)자는 '굴이나 구멍(穴)의 안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필기를 하는 데 사용하는 공책(空冊)은 '내용이 비어 있는(空) 책(冊)'이고, 공명첩(空名帖)은 '이름(名)을 적는 난이 비어(空) 있는 장부(帖)'로, 조선 시대에 돈이나 곡식을 바치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던 임명장입니다. 이름을 적는 난을 비워 두었다가 돈이나 곡식을 바치는 사람에게 즉석에서 이름을 적어 넣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국가에서는 공명첩을 발행하여 돈을 모아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였습니다. 공집합(空集合)은 ‘비어있는(空) 집합(集合)’이란 뜻으로. 원소를 하나도 갖지 않은 집합입니다. 기호 ø나 { }를 써서 나타냅니다.
연구(硏究), 탐구(探究)에 등에 들어가는 궁구할 구(究)자는 원래 '굴이나 구멍(穴)이 더 나아갈 곳이 없는 곳까지 손(九)으로 파고들어가다'는 뜻입니다. 이후 '파고들어 깊게 연구(硏究)하다'는 뜻인 '궁구(窮究)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아홉 구(九)자는 원래 손과 팔의 상형입니다.
다할 궁(窮)자는 원래 '굴이나 구멍(穴)이 다하여 더 나아갈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후 '다하다→막다르다→(더 나아갈 곳이 없어서) 궁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궁지에 몰린 쥐'의 궁지(窮地)는 '막다른(窮) 곳(地)'을 말합니다. 무궁무진(無窮無盡)은 '다함(窮)이 없고(無) 다함(盡)이 없다(無)'는 뜻으로, 끝이 없다는 의미입니다.무궁화(無窮花)는 '다함(窮)이 없는(無) 꽃(花)'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다가 지고 또 다시 피기를 거듭하는 데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막힐 질(窒)자는 '굴이나 구멍(穴) 끝에 이르면(至) 막혀 있다'는 뜻입니다. 질식(窒息)은 '숨(息)이 막히다(窒)'는 뜻입니다. 질소(窒素)는 '숨을 막아(窒) 질식시키는 원소(素)'라는 뜻입니다. 공기 속에는 질소가 약 80%, 산소가 약 20% 들어 있습니다. 1789년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Lavoisier, 1743~1794년)가 공기를 연소시켜 산소를 모두 없애고 남은 기체를 동물에게 주었더니 동물이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하여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체의 이름을 '호흡을 할 수 없는 기체'라는 뜻으로 만들었는데, 한자로는 '질식(窒息)시키는 원소(原素)'라는 뜻의 질소(窒素)라고 불렀습니다. ‘병원이라면 질색하고 운다’에서 질색(窒塞)은 ‘막히고(窒) 막히다(塞)’는 뜻과 함께, 몹시 싫어하거나 꺼리다는 뜻도 있습니다.
- 굴과 관련되는 글자 ▶ 굴(窟:窟:) : 굴 굴, 구멍 혈(穴) + [굽힐 굴(屈)] ▶ 절(竊:窃:) : 훔칠 절, 구멍 혈(穴) + 분별할 변(釆) + [사람이름 설(卨)→절] ▶ 창(窓:窗:) : 창문 창, 구멍 혈(穴) + [바쁠/급할 총(悤/忩)→창] ▶ 돌(突:突:) : 갑자기 돌, 집 면(宀) + 개 견(犬)
굴 굴(窟)자는 '좁은 굴(穴)에 들어갈 때 몸을 굽혀야(屈)한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흙 토(土)자가 추가되어 굴 굴(堀)자가 되었습니다. 경주의 석굴암(石窟庵)은 '돌(石)로 만든 굴(窟)로 된 암자(庵子)'입니다. 암자(庵子)는 큰절에 딸린 작은 절로 석굴암은 불국사에 딸린 암자입니다.
훔칠 절(竊)자는 '먹을 것을 훔치러 구멍(穴)으로 몰래 들어온 짐승이 발자국(釆)을 남겼다'는 데에서 '훔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분별할 변(釆)자는 짐승의 발자국 상형입니다. '발자국을 보고 짐승을 분별하다'는 뜻입니다.절도(竊盜)는 '훔치고(竊) 도둑질하다(盜)'는 뜻입니다.
창문 창(窓)자는 '벽에 구멍(穴)을 뚫은 것이 창이다'는 뜻입니다. 동창(同窓)은 '같은(同) 창(窓)을 나온 사람'이란 뜻으로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입니다.
갑자기 돌(突)자는 ‘개(犬)가 구멍(穴)에서 갑자기(突) 튀어나오다’는 뜻입니다. 이후 ‘갑자기→(갑자기) 내밀다→쑥 나오다→부딪히다’ 등의 뜻의 생겼습니다. 돌출(突出), 돌진 (突進), 돌기(突起) 등에 사용됩니다. 좌충우돌(左衝右突)은 ‘왼쪽(左)으로 찌르고(衝) 오른쪽(右)으로 부딪히다(突)’는 뜻으로, 아무에게나 또는 아무 일에나 함부로 맞닥뜨리다는 뜻입니다. 돌연변이(突然變異)는 ‘갑작스럽게(突然) 다르게(異) 변하다(變)’는 뜻입니다.
- 구멍 혈(穴)자의 변형 자 ▶ 심(深:深:) : 깊을 심, 물 수(氵) + [깊을 심(罙)] ▶ 탐(探:探:) : 찾을 탐, 손 수(扌) + 깊을 심(罙)
상형문자를 보면 분명 구멍 혈(穴)자인데, 이후 모양이 조금 변한 글자도 있습니다. 깊을 심(深)자에 들어 있는 깊을 심(罙)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굴(穴) 안에 사람(大→木)이 서 있는 형상으로, '굴 안 깊이 들어왔다'에서 '깊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물 수(氵)자가 추가되어 깊을 심(深)자가 되었습니다. '물(氵)이 깊다(罙)'는 뜻입니다. 심화학습(深化學習), 심해(深海), 심야(深夜) 등에 사용됩니다. 심성암(深成岩)은 ‘땅 속 깊은(深) 곳에서 생성(成)된 암석(岩)’입니다.
탐험(探險), 탐구(探究), 탐사(探査) 등에 들어가는 찾을 탐(探)자는 '어두운 굴(穴) 속에서 사람(大→木)이 손(扌)으로 더듬으며 길이나 물건을 찾다'는 뜻입니다. 어군탐지기(魚群探知機)는 '물고기(魚) 무리(群)를 찾아(探) 알아내는(知) 기계(機)'입니다.
높을 고(高) 높이 서있는 건물
높을 고(高)자는 높이 지은 건물이나 누각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런 높은 건물의 모습에서 '높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높을 고(高)자는 부수이기는 하지만 다른 글자와 만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신 다른 부수와 만나 소리로 사용됩니다. 볏짚 고(稿)자와 두드릴 고(敲)자가 그런 예입니다. 높을 고(高)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글자에 대해서는 하권에서 자세하게 살펴보고, 여기에서는 높을 고(高)자처럼 건물을 본떠 만든 글자들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건물(1) ▶ 교(喬:乔:) : 높을 교, 높은 건물 모습 ▶ 경(京:京:) : 서울 경, 높은 건물 모습 ▶ 정(亭:亭:) : 정자 정, 높을 고(高) + [장정 정(丁)] ▶ 형(亨:亨:) : 형통할 형, 높은 성루 모습 ▶ 향(享:享:) : 누릴 향, 높은 성루 모습 ▶ 곽(郭:郭:) : 성곽 곽, 고을 읍(邑/阝) + [누릴 향(享)→곽]
☞ 높을 교(喬)
높을 교(喬)자는 높을 고(高)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높을 고(高)자와 마찬가지로 높이 서 있는 건물이나 누각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지붕 꼭대기에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높을 교(喬)자가 다른 글자와 만나 소리 역할을 할 때 '높다'라는 의미도 함께 가집니다. 높이 솟아 있는 다리 교(橋)자, 지위가 높아 교만할 교(驕)자, 미모가 높아 아리따울 교(嬌)자 등이 그런 예입니다.
☞ 서울 경(京)
서울 경(京)자도 원래 높이 지은 건물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왕이 사는 서울은 높은 건물이 많아 '서울'이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고래 경(鯨)자에도 서울 경(京)자가 들어 있는데, '고래 등처럼 큰 집(京) 같은 고기(魚)'라는 뜻입니다.
정자 정(亭)자는 '경치를 보기 위해 높이(高) 지은 집이 정자(亭子)이다'는 뜻입니다.
형통할 형(亨)자는 성벽 위의 높이 솟아 있는 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가차되어 '형통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만사형통(萬事亨通)은 '모든(萬) 일(事)이 뜻과 같이 잘되어 가다(亨通)'는 뜻입니다.
누릴 향(享)자도 성벽 위의 높이 솟아 있는 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가차되어 '누리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향락(享樂)은 '즐거움(享)을 누리다(樂)'는 뜻입니다. 고을 읍(阝)자가 추가된 성곽 곽(郭)자는 '고을(阝)을 둘러싸고 있는 높이 솟아 있는 집(享)이 성곽(城郭)이다'는 뜻입니다. 형(亨)자와 향(享)자는 한글이나 한자가 모두 닮아서 혼동이 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향(享)자는 한글과 한자 둘 다 오른쪽으로 선이 튀어나와 있어, 이것으로 구별을 하면 됩니다.
- 건물(2) ▶ 상(商:商:) : 장사 상, 높은 건물 모습 ▶ 상(尙:尚:) : 오히려 상, 높은 건물 모습 ▶ 창(倉:仓:) : 곳집 창, 창고 모습 ▶ 회(會:会:会) : 모일 회, 창고 모습
장사 상(商)자는 원래 높을 고(高)자와 마찬가지로 높은 건물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문명이 발달한 고대 중국의 상(商)나라에는 높은 건물이 많아 상(商)나라로 불렸고, 상나라 사람이 최초로 장사를 해서 상(商)자에 '장사'라는 의미도 생겼습니다. 송상(松商)은 '송도(松都: 지금의 개성)의 상인(商)'이란 뜻의 조선 시대의 개성상인을 일컫는 말이고, 만상(灣商)은 '용만(龍灣)의 상인(商)'으로, 조선 시대 용만(龍灣: 평안북도 신의주 옆의 도시)을 근거지로 하여 중국과 무역을 하던 상인들을 일컫습니다.
오히려 상(尙)자도 원래 높이 지은 건물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그래서 '높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문을 숭상하다'에서 숭상(崇尙)은 '높고(崇) 높게(尙) 여기다'는 뜻입니다. 상서성(尙書省)은 '높은(尙) 곳의 글(書)을 받아 집행하는 관청(省)'으로 고려 때 왕의 명령을 집행하던 관청입니다. 고려 때 조직이나 관직 이름 중에 상(尙)자가 들어가는 것이 많은데, 모두 높은 곳에 있는 왕과 관련됩니다. 상식국(尙食局)은 왕의 식사를 담당하는 관청이고, 상약국(尙藥局)은 왕의 약을 짓는 관청이며, 상궁(尙宮)은 왕을 모시던 여자입니다.
☞ 곳집 창(倉)
곳집 창(倉)자는 지붕(亼)과 문(戶)이 있는 창고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창고(倉庫)는 '곳집(倉)과 곳집(庫)'이란 뜻입니다. 상평창(常平倉)은 '곡식의 가격을 항상(常) 평평하게(平) 조절하는 창고(倉)'로서, 중국 한나라 때 곡식의 가격이 내리면 국가에서 사들여 창고(倉庫)에 저장해 두었다가 가격이 오르면 싸게 내어 팔아 곡식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도는 고려와 조선에도 도입되어 시행되었습니다.
☞ 모일 회(會)
모일 회(會)자도 지붕(亼)과 문(曰)이 있는 창고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러한 창고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모아 놓기 때문에 '모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회사(會社)나 사회(社會)는 둘 다 '모이고(會) 모이는(社) 곳'이란 뜻입니다. 신민회(新民會)는 ‘새로운(新) 백성(民)의 모임(會)’이란 뜻으로, 1907년에 안창호가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조직한 항일 비밀 결사 단체입니다. 회자(會子)는 ‘만나서(會) 지불하는 물건(子)’이란 뜻으로, 중국 당나라 말기부터 금융업자들이 일정한 지역에서 통용하던 약속 어음(일정한 금액의 돈을 일정한 날짜와 장소에서 만나 지불하도록 약속한 것을 기록한 종이)입니다.
문 문(門) 문의 모양
문 문(門)자는 문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또 모든 집에는 반드시 문이 있기 때문에 집이나 집안을 뜻하기도 합니다. 문중(門中)이나 문벌(門閥)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학문을 배우는 학교나 전문(專門) 분야를 이르기도 합니다. 동문(同門), 문하생(門下生), 문파(門派)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문하성(門下省)은 '왕실의 문(門) 아래(下)에 있는 관청(省)'이란 뜻으로, 왕명의 출납을 맡아보던 관청입니다. 왕의 명령을 받기 위해 왕실의 문 아래에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 문하성(門下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진(晉)나라 때부터, 수, 당, 송나라까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려 시대에 최고 중앙 의정 기관이었습니다.
문 문(門)자는 문이나 문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이외에도 문 문(門)자는 소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을 문(問), 들을 문(聞)자가 그런 예입니다.
- 문을 열고 닫음 ▶ 개(開:开:) : 열 개, 문 문(門) + 손맞잡을 공(廾) + 한 일(一) ▶ 폐(閉:闭:) : 닫을 폐, 문 문(門) + 재주 재(才) ▶ 관(關:关:関) : 관계할/빗장 관, 문 문(門) + [북실 관(𢇅)]
열 개(開)자는 두 손(廾)으로 문(門)의 빗장(一)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문을 열다'는 뜻입니다. 이후 '열다→피다→펴다→개척(開拓)하다→시작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개화기(開花期)는 '꽃(花)이 활짝 피는(開) 시기(時期)'이고, 전개도(展開圖)는 '펴고(展) 편(開) 그림(圖)'이며, 개척자(開拓者)는 '개척하고(開) 넓힌(拓) 사람(者)'이고, 개시(開始)는 '시작하고(開) 시작하다(始)'는 뜻입니다.
☞ 닫을 폐(閉)
닫을 폐(閉)자는 문(門)에 빗장(才)을 질러 놓은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여기서 재주 재(才)는 질러 놓은 빗장의 모양일 뿐 재주 재(才)자와 상관없습니다. 개폐기(開閉器)는 '열고(開) 닫는(閉) 도구(器)'로서 전기회로를 이었다 끊었다 하는 장치입니다. 영어로 스위치(switch)입니다.
관계할 관(關)자는 원래 문(門)의 빗장을 의미합니다. 이후 '빗장→관문(關門)→(관문을 통해) 관계(關係)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관문(關門)은 국경이나 요새의 성문이나 중요한 길목에 있는 문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관문 중에 가장 유명한 함곡관(函谷關)은 '함(函)처럼 생긴 골짜기(谷)의 관문(關)'으로 중국 문명의 중심지인 중원(中原)에서 서쪽의 관중(關中)으로 가는 관문(關門)입니다. 중국 고전에 자주 등장하는 이곳은 황토고원의 깊은 골짜기가 8km나 이어지고, 벼랑 위의 나무가 햇빛을 차단하여 낮에도 어두우며, 그 모양이 함(函)처럼 깊이 깎아 세워져 있어 이러한 이름이 생겼습니다. '너와 무관하니 상관 마라'의 무관(無關)은 '관계(關)가 없다(無)'는 뜻이고, 상관(相關)은 '서로(相) 관계하다(關)'는 뜻입니다.
- 문이 있는 집과 방 ▶ 각(閣:阁:) : 집 각, 문 문(門) + [각각 각(各)] ▶ 궐(闕:阙:) : 집 궐, 문 문(門) + [숨찰 궐(欮)] ▶ 규(閨:闺:) : 안방 규, 문 문(門) + [홀 규(圭)]
집이나 방에는 문이 있기 때문에 집이나 방에 관련된 글자에도 문 문(門)자가 들어갑니다. 집 각(閣)자는 '집으로 들어오는(各) 문(門)이 있는 집'을 뜻합니다. 각각 각(各)자는 원래 '집으로 들어오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집 각(閣)자는 일반적인 집보다는 누각(樓閣)처럼 높이 지은 집을 뜻합니다. 각하(閣下)는 '집(閣) 아래(下)에 있는 사람'으로 높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높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궁전(殿) 아래(下)에 있는 사람'이란 뜻의 전하(殿下)도 그런 예입니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은 '모래(沙) 위(上)에 지은 누각(樓閣)'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입니다.
대궐(大闕)과 궁궐(宮闕)에 들어가는 집 궐(闕)자는 '돌아다니려면 숨찰(欮) 정도로 큰 대궐(大闕) 같은 집'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궐(大闕)은 '큰(大) 집(闕)'으로 궁궐(宮闕)을 말합니다. 구중궁궐(九重宮闕)은 ‘아홉(九) 번을 거듭하여(重) 문이 있는 궁궐(宮闕)’이란 뜻으로, 겹겹이 문으로 막은 깊은 궁궐이라는 뜻이빈다. 무거울 중(重)자는 ‘거듭하다, 중첩(重疊)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안방 규(閨)자는 '문(門) 안에 있는 안방'을 말합니다. 또 안방에는 부녀자들이 있다고 해서 '부녀자, 색시'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규수(閨秀)는 '재주와 학문이 빼어난(秀) 부녀자(閨)'를 일컫는 동시에, 남의 집 처녀를 점잖게 이르는 말입니다. 규방가사(閨房歌辭)는 '안방(閨房)의 가사(歌辭)'라는 뜻으로, 조선 시대 부녀자가 짓거나 읊은 가사 작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계녀가(戒女歌)〉, 〈규원가(閨怨歌)〉 등이 있습니다. 〈규원가(閨怨歌)〉는 '안방(閨)에서 원망(怨)하는 노래(歌)'로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지은 가사입니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규방에서 속절없이 눈물과 한숨으로 늙어 가는 여인의 애처로운 정한(情恨)을 노래하였습니다.
[사진]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의 초상화. 〈규원가(閨怨歌)〉를 지었습니다.
- 기타 ▶ 간(間:间:) : 사이 간, 날 일(日) + 문 문(門) ▶ 윤(閏:闰:) : 윤달 윤, 문 문(門) + 임금 왕(王) ▶ 한(閑:闲:) : 한가할 한, 나무 목(木) + 문 문(門) ▶ 열(閱:阅:) : 검열할 열, 문 문(門) + [기뻐할 열(兌)] ▶ 벌(閥:阀:) : 문벌 벌, 문 문(門) + [칠 벌(伐)]
사이 간(間)자는 '햇볕(日)이 문(門)틈 사이로 들어온다'고 해서 '사이'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간헐천(間歇泉)은 '물이 계속 나오지 않고 사이사이(間) 쉬어가면서(歇) 나오는 샘(泉)'이고, 간뇌(間腦)는 '대뇌와 소뇌의 사이(間)에 있는 뇌(腦)'로, 내장이나 혈관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이 매달 초하루에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종묘의 문 밖에서 제사를 지냈으나, 윤달에는 문 안에 들어가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윤달 윤(閏)자는 왕(王)이 문(門) 안에 있는 모습으로, 윤달이란 뜻입니다.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 음력에는 19년 동안 7번의 윤달을 넣습니다. 따라서 19년마다 음력과 양력이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만 19세, 38세, 57세, 76세가 되는 해에 달력을 보면 자신의 음력과 양력 생일이 하루 정도의 오차 범위에서 일치합니다.
한가할 한(閑)자는 원래 '말이나 소가 도망가지 못하게 문(門)에 가로지른 나무(木)인 목책(木柵)'이란 뜻입니다. 이후 '목책→가로막다→닫다→등한시(等閑視)하다→한가(閑暇)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파한집(破閑集)》은 '한가함(閑)을 깨뜨리는(破) 문집(集)'으로, 우리말로 하면 '심심풀이 이야기 모음집'이란 뜻입니다. 고려 시대 이인로가 지은 책이며, 자신이 쓴 글과 더불어 신라의 옛 풍속 및 서경(西京: 평양)과 개경(開京: 개성)의 풍물, 궁궐, 사찰 등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보한집(補閑集)》은 '《파한집(破閑集)》을 보충한(補) 문집(集)'이란 뜻이며, 고려 고종 때 최자가 《파한집》의 속편처럼 지은 문집입니다.
검열할 열(閱)자는 '관문이나 성문을 지날 때 문(門)에서 날카롭게(兌) 살펴보거나 검열하다'는 뜻입니다. 도서열람실(圖書閱覽室)은 '그림(圖)과 글(書)을 보고(閱) 보는(覽) 방(室)'이고, 군대에서 하는 열병식(閱兵式)은 '병사(兵)들의 훈련 상태를 검열하는(閱) 의식(式)'입니다.
[사진] 열병식(閱兵式)
가문이나 문벌은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의미합니다. 문벌 벌(閥)자는 ‘넓은 지역을 정벌하여(伐) 큰 가문(家門)을 이룬 것이 문벌이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벌(財閥)은 '재산(財産)이 많은 가문(家門)이나 문벌(門閥)'입니다.
지게문 호(戶) 문(門)의 한쪽
지게문 호(戶)자는 문(門)의 한쪽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상형문자를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지게 호(戶)라고도 하는데, 지게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어깨에 지는 지게가 아니라, 외짝 문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문 문(門)자와 마찬가지로 지게문 호(戶)자도 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호구조사(戶口調査)나 가가호호(家家戶戶)와 같은 경우가 그러한 예입니다. 또 호주(戶主)는 '집(戶)의 주인(主)'이란 뜻입니다. 조선 시대 의정부 아래에 있는 6조 중 호조(戶曹)는 '호구(戶口)를 조사하여 세금을 걷어,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은 관청(曹)'으로 오늘날 국세청과 재정경제부에 해당합니다.
- 문과 관련된 글자 ▶ 방(房:房:) : 방 방, 지게문 호(戶) + [모/네모 방(方)] ▶ 계(啓:启:) : 열 계, 입 구(口) + 지게문 호(戶) + 칠 복(攵) ▶ 편(扁:扁:) : 넓적할 편, 지게문 호(戶) + 책 책(冊) ▶ 선(扇:扇:) : 부채 선, 지게문 호(戶) + 깃 우(羽) ▶ 견(肩:肩:) : 어깨 견, 고기 육(肉/月) + 지게문 호(戶)
방 방(房)자는 '외짝 문(戶)이 있고 네모(方)난 곳이 방이다'는 뜻입니다. 내방가사(內房歌辭)는 '안(內)방(房)의 가사(歌辭)'라는 뜻으로, 위에서 나온 규방가사(閨房歌辭)와 같은 뜻입니다.
열 계(啓)자는 '손(又)으로 문(戶)을 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우(又)자는 칠 복(攵)자로 바뀌고 입 구(口)자가 추가되어 '입(口)으로 가르치고 매로 때리면서(攵) 문(戶)을 열듯이 깨우쳐주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계몽(啓蒙)은 '어리석음(蒙) 깨우치다(啓)'는 뜻이고, 계몽주의(啓蒙主義)는 '인간을 계몽(啓蒙)하여 인간 생활을 진보시키려는 주의(主義)'로, 16~18세기에 유럽 전역에 일어난 사상입니다. 유럽 중세를 지배해온 기독교와 신앙의 맹신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의 힘을 빌려 자연과 인간, 사회, 정치를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사상입니다. 계몽주의의 첫 장을 연 철학자로는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존 로크를 손꼽을 수 있으며,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됩니다.
넓적할 편(扁)자는 원래 '문(戶)에 거는 대나무 패(冊)'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패→현판(懸板)→작다→넓적하다, 편평(扁平)하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목감기에 걸리면 붓는 편도선(扁桃腺)은 '편평한(扁) 복숭아(桃) 모양의 분비샘(腺)'으로 사람의 입속 목젖 양쪽에 하나씩 있는 편평하고 복숭아 모양의 타원형으로 생긴 림프샘입니다.
부채 선(扇)자는 '날개(羽)나 문짝(戶)처럼 넓게 펼쳐 만든 것이 부채'라는 뜻입니다. 또 새 날개(羽)와 문짝(戶)은 부채(扇)처럼 앞뒤로 움직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선풍기(扇風機)는 '바람(風)을 일으키는 부채(扇) 기계(機)'라는 뜻입니다.
[사진] 선풍기(扇風機)
어깨 견(肩)자는 어깨의 모습을 나타내는 지게문 호(戶)자에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오십견(五十肩)은 오십(五十)세 전후에 어깨(肩)에 통증이 생기는 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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