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 뼈로 만든 한약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99년, 중국의 북경에 왕의영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는 북경 도서관의 관장이었는데, 학질에 걸려 누웠습니다. 친구인 유악은 왕의영을 위해 한약방에서 약을 지었습니다. 이 약 속에는 옛날부터 용의 뼈라고 알려져 있는 뼈가 들어 있었는데, 유악은 뼈를 살펴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뼈에는 지금의 한자와 비슷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왕의영의 병이 낫자, 두 사람은 한약방을 돌아다니며 그림이 새겨진 용의 뼈들을 사다 모았습니다. 나중에 이 뼈들은 용의 뼈가 아니라 거북의 배 껍질과 소의 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최초의 한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었습니다.
이후 이런 껍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아본 결과, 황하강 중류에 있는 안양(安陽)이라는 도시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내고, 1928년에는 대대적인 발굴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안양에서는 수많은 거북의 배 껍질과 소의 뼈, 그리고 질그릇, 청동그릇, 옥, 칼, 창 등이 발굴되었습니다. 또 이곳이 전설로만 존재했다고 믿었던 은(殷)나라의 서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은나라의 수도였던 안양의 은허(殷墟)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모습
■ 은나라의 탄생
은나라는 기원전 1300년 무렵 황하강 중류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사마천(司馬遷, BC 145~86년)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하(夏)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왕(桀王)은 방탕한 생활과 폭정을 하였다고 합니다. BC 1600년 무렵 황하강 중하류에 상(商)이라는 부락을 다스리던 탕(湯)은 폭군 걸왕(桀王)을 쫓아내고 상(商)나라를 건국하였습니다.
이후 수도를 5차례나 옮겼는데, 후세 학자들은 황하강의 홍수로 인해 수도를 여러 번 옮겼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BC 1300년 무렵 상(商)나라는 황하강에서 북쪽으로 100여Km 떨어진 은(殷)으로 천도하여 은(殷)나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자의 기원은 이 무렵부터로 추정됩니다.
■ 갑골문자의 탄생
당시 중국 사람들은 사람이 죽더라도 영혼은 살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왕들은 전쟁을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사냥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집을 지어도 좋은지, 날씨가 좋을지, 농사가 잘 될지 등이 궁금하면, 조상신에게 물어보는 점을 쳤습니다. 점을 치는 방법은, 거북의 배 껍질이나 소뼈를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찔러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길흉을 판단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사냥을 갈 때, 장소(동쪽 산, 서쪽 산 등), 사냥 대상(사슴, 곰, 호랑이 등), 사냥 방법(화살, 창, 함정 등), 시간(내일, 모래 등) 등을 알기 위해 점을 친다고 하면, 모든 질문은 '예'와 '아니요'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으로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찔러 갑골(甲骨)이 위로 갈라지면 '예'가 되고, 아래로 갈라지면 '아니요'가 된다고 정한 후,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합니다.
"사냥을 동쪽 산으로 갈까요?"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찔러 갑골이 아래로 갈라지면, 답이 '아니요'이므로, 다시 점을 칩니다.
"사냥을 서쪽 산으로 갈까요?"
이렇게 반복하여 '예'라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계속합니다. 따라서 한번 점을 치려면 여러 개의 갑골이 필요했습니다. 이중 중요한 사항만 갑골에 기록해 둡니다. 따라서 발굴되는 모든 갑골에 글자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발굴되어 남아있는 갑골은 15만여 점이나 되고, 이중 약 5천 점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사진] 갑골문자가 새겨진 거북 배 껍질. 크기는 어른 손바닥만 합니다.
위의 사진은 점을 친 거북 배 껍질의 앞뒤면입니다. 왼쪽 사진은 거북 배의 앞면으로, 복(卜)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과 점을 치고 난 결과를 기록한 갑골문자가 보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뒷면으로 불로 달군 쇠막대기로 지진 자국이 보입니다.
한자에 나오는 점 복(卜)자는 이와 같이 거북 배 껍질의 갈라진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갈라지는 모습(卜)을 보고 입(口)으로 결과를 말한다고 해서 점칠 점(占)자가 만들어졌습니다. (나중에, 이 글자에 검을 흑(黑)자를 붙여 '점찍을 점(點)'자를 만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불로 지진 곳이 흡사 검은 점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나 과정을 보면 한자를 배우기가 쉽습니다.)
또 이와 같은 한자를 갑골문자(甲骨文字)라고 부르는데, 갑(甲)자는 원래 거북의 배 껍질을 본떠 만든 글자로 '껍질'이란 뜻을 가졌습니다. 나중에 단단한 거북 배 껍질로 갑옷을 만들어 입으면서 갑옷 갑(甲)자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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