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건(巾) 나무에 걸린 천인 깃발
수건 건(巾)자는 나무에 걸려 있는 수건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긴 막대기에 끝에 걸려 있는 깃발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추측합니다. 중간의 ㅣ는 막대기이고 ㄷ자를 90도 돌려놓은 글자는 수직으로 드리워진 깃발로, 농악대나 상여꾼 앞에 깃발쟁이가 들고 가는 그런 깃발입니다. 태극기와 같이 수평으로 달려 있는 깃발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보이지 않지만, 수직으로 달아두면 항상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쟁터에서 북과 함께 군대를 지휘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수건 건(巾)자는 다른 글자 내에서 깃발이나 베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사진] 단오제 행사에 들고 가는 깃발
- 깃발 ▶ 수(帥:帅:) : (언덕 위의) 장수 수, 언덕 부(阜) + 수건 건(巾) ▶ 사(師:师:师) : (언덕 위의) 스승 사, 언덕 부(阜) + 깃발 잡(帀) ▶ 시(市:市:) : 저자 시, 깃발 모습
장수 수(帥)자는 '언덕(阜)에서 깃발(巾)을 들고 지휘하는 사람이 장수(將帥)이다'는 뜻입니다.
장수 수(帥)자와 비슷하게 생긴 스승 사(師)자는 원래 '언덕(阜) 위에 깃발(帀)을 꽂고 주둔하는 군대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사단(師團)은 지금도 군부대의 단위로 사용됩니다. 이후 '군대→(군대를 깃발로 지휘하는) 장수→우두머리→스승'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사부(師父)는 '스승과 아버지'라는 뜻과 함께 '스승'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사모님의 사모(師母)는 '스승(師)의 어머니(母)'가 아니고, 스승의 부인을 이르는 말입니다. 중국 무술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형(師兄)은 '스승(師)의 형(兄)'이 아니고, 자기보다 먼저 스승의 제자가 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사(師事)는 '스승(師)으로 섬기며(事) 가르침을 받다'는 뜻이고, 은사(恩師)는 '은혜(恩)를 베풀어 준 스승((師)'입니다.
저자는 시장(市場)을 뜻합니다. 저자 시(市)자는 천(巾)으로 만든 깃발이, 장식(ㅗ)이 있는 깃대에 달려 있는 모습으로, 고대 중국의 시장에서는 간판처럼 깃발을 달아 물건을 파는 것을 표시한 데에서 유래합니다. 이후 '저자→번화한 곳→도시→행정 구획의 단위'가 되었습니다. 파시(波市)는 '파도(波) 위의 시장(市)'이란 뜻으로, 고기가 한창 잡힐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입니다. 연평도와 흑산도의 조기 파시, 울릉도의 오징어 파시, 거문도 및 청산도의 고등어 파시, 추자도의 멸치 파시 등이 유명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 베 ▶ 포(布:布:) : 베 포, 보시 보, 수건 건(巾) + 왼손 좌(屮) ▶ 폐(幣:币:) : 비단/화폐 폐, 수건 건(巾) + [해질 폐(敝)] ▶ 백(帛:帛:) : 비단 백, 수건 건(巾) + [흰 백(白)]
베 포(布)자는 손(屮)으로 베(巾)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군포(軍布)는 ’조선 시대에, 군대(軍)를 면제하여 주는 대신으로 받아 들이던 베(布)’입니다. 베 포(布)자는 보시 보(布)자로도 사용되는데, 보시(布施)는 불교에서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을 의미합니다.
비단 폐(幣)자는 화폐(貨幣)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옛날에는 비싼 비단을 돈 대신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금이 화폐처럼 사용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불환지폐(不換紙幣)는 '금이나 은으로 바꾸어(換) 주지 않는(不) 종이(紙) 화폐(幣)'입니다.
비단 백(帛)자는 '흰색(白)의 비단 천(巾)'입니다. 폐백(幣帛)은 ‘비단(幣)과 비단(帛)’이란 뜻으로, 결혼 전에 신랑이 신부 집에 함(函)에 넣어 보내는 비단 예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또 결혼식이 끝나고 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를 뵐 때 큰절을 하고 올리는 물건도 폐백(幣帛)이라고 합니다.
- 베로 만드는 물건 ▶ 대(帶:带:) : (베로 만든) 띠 대, 수건 건(巾) + 띠의 모습 ▶ 모(帽:帽:) : (베로 만든) 모자 모, 수건 건(巾) + [무릅쓸 모(冒)] ▶ 범(帆:帆:) : (베로 만든) 돛 범, 수건 건(巾) + [무릇 범(凡)] ▶ 석(席:席:) : (베로 만든) 자리 석, 수건 건(巾) + [여러 서(庶)→석] ▶ 장(帳:帐:) : (베로 만든) 휘장 장, 수건 건(巾) + [길 장(長)] ▶ 막(幕:幕:) : (베로 만든) 장막 막, 수건 건(巾) + [없을 막(莫)]
띠 대(帶)자의 글자 윗부분은 장식이 달린 허리띠의 모양이고, 아랫부분은 천으로 만든 허리띠라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수건 건(巾)자가 추가되었습니다. 띠는 좁고 길기 때문에, 대(帶)자가 좁고 긴 지역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열대(熱帶), 온대(溫帶), 화산대(火山帶), 지진대(地震帶)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또 대(帶)자는 '허리에 차다'는 뜻도 있습니다. 1⅓과 같은 대분수(帶分數)는 '분수(分數)를 허리에 차고(帶) 있는 수(數)'라는 뜻입니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천으로 머리를 두른 두건(頭巾) 형태를 모자(帽子)라고 불렀습니다. 모자 모(帽)자는 천(巾)으로 만든 모자라는 뜻입니다. 사모관대(紗帽冠帶)는 '비단(紗) 모자(帽)와 관(冠)과 띠(帶)'라는 뜻으로, 벼슬아치의 복장을 일컫습니다. 지금은 전통 혼례에서 착용합니다.
돛 범(帆)자에 들어가는 무릇 범(凡)자는 원래 돛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인데, '무릇'이란 뜻으로 가차되어 사용되자, 원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수건 건(巾)자를 추가하여 돛 범(帆)자가 만들어졌습니다.범선(帆船)은 '돛(帆)이 있는 배(船)'입니다.
[사진] 범선(帆船)
자리 석(席)자는 '베(巾)로 만든 돗자리'라는 뜻에서 '자리'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석차(席次)는 '자리(席)의 차례(次)'라는 뜻으로, 예전에 과거 시험에 합격하면 성적순으로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주석(主席)은 '주인(主人)이 앉는 좌석(座席)'이란 뜻에서 '가장 주요한 자리'를 뜻합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국가나 정당 따위의 최고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상해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 주석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휘장 장(帳)자는 '천(巾)을 길게(長) 늘어뜨린 것이 휘장(揮帳)이다'는 뜻입니다.
장막 막(幕)자는 '천(巾)으로 안을 볼 수 없게(莫) 만드는 것이 장막(帳幕)이다'는 뜻입니다. 천막(天幕)은 '하늘(天)의 해나 비를 가리기 위한 장막(幕)'입니다. 막부(幕府)는 '천막(幕) 관청(府)'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전쟁 중에 있는 장군이 머물던 천막이나 막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또 1192년에서 1868년까지 일본의 쇼군(將軍: 장군)들이 다스린 무신 정부도 막부(幕府)라고 합니다. 천황은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쇼군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가졌습니다.
- 기타 ▶ 폭(幅:幅:) : 너비 폭, 수건 건(巾) + [찰 복(畐)→폭] ▶ 상(常:常:) : 항상 상, 수건 건(巾) + [오히려 상(尙)] ▶ 희(希:希:) : 바랄 희, 수건 건(巾) + 점괘 효(爻) ▶ 제(制:制:) : 마를 제, 칼 도(刂) + 소 우(牛) + 수건 건(巾) ▶ 식(飾:饰:) : 꾸밀 식, [먹을 식(食)] + 사람 인(人) + 베 포(布) ▶ 제(帝:帝:) : 임금 제, 명확하지 않음
너비 폭(幅)자는 '베(巾)의 너비가 폭(幅)'입니다. 한 폭이란 사람의 가슴 너비를 뜻합니다. 이렇게 사람의 가슴 너비로 옷감을 만드는 이유는 옷을 만들 때 몸통 부분의 앞쪽과 뒤쪽은 각각 한 폭을 사용하고, 소매를 만들 때에는 한 폭을 반으로 접기 때문입니다. 열두 폭(幅) 치마란 '열두 폭을 접어 만든 주름치마'로, 호화스러운 치마를 일컬을 때 쓰는 말입니다.
정상(正常), 상식(常識), 비상(非常), 무상(無常) 등에 사용되는 항상 상(常)자는 '천(巾)이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恒常) 똑같다'는 데에서 유래합니다. 수학에서 상수(常數)는 '값이 항상(常) 일정한 수(數)'로, 값이 변할 수 있는 변수(變數)에 반대되는 말입니다. 상수를 알파벳으로 표시할 경우 대문자 C로 표시하는데, C는 '일정한'이란 뜻의 'Constant'의 머리글을 딴 글자입니다.
바랄 희(希)자는 '베(巾)의 올이 효(爻)라는 글자처럼 성기다'는 뜻입니다. 이후 '성기다→드물다→희소성(稀少性)이 있다→(희소성이 있는 것을) 바라다→희망(希望)한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마를 제(制)자는 '옷을 만들기 위해 소(牛) 가죽으로 만든 베(巾)를 칼(刂)로 자르다(마르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마르다→(옷을) 짓다→제작(制作)하다→(칼로 자르듯이) 절제(節制)하다→억제(抑制)하다→제도(制度)' 등의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옷 의(衣)자를 추가하여 (옷을) 지을 제(製)자를 만들었습니다.
꾸밀 식(飾)자는 '사람(人)이 베(巾)로 만든 옷을 꾸민다, 장식(裝飾)한다'는 뜻입니다.
임금 제(帝)자의 부수는 수건 건(巾)자인데, 이 글자는 수건 건(巾)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씨방과 꽃대가 있는 모습, 아래로 향하는 꽃의 모습, 하늘의 신인 상제(上帝)를 위해 쌓아놓은 제단 모습 등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해석은 없습니다. 제국(帝國)은 '황제(皇帝)가 다스리는 나라(國)'입니다.
옷 의(衣/衤) 옷의 앞 모양
옷 의(衣/衤)자는 소매가 있는 옷의 앞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은나라 때의 귀족들은 크게 두 가지 옷을 입었는데, 위에 입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을 '의(衣)'라 불렀고, 아래에 입는 치마를 '상(裳)'이라 불렀으며, 두 글자를 합치면 의상(衣裳)이 됩니다. 의상실(衣裳室)은 '옷(衣)과 치마(裳)를 두고 갈아입는 방(室)'이나 '옷(衣)과 치마(裳)를 만드는 집(室)'입니다.
옷 의(衣/衤)자는 옷과 관련되는 모든 글자에 들어갑니다.
- 옷을 입고 벗음 ▶ 피(被:被:) : (옷을) 입을 피, 옷 의(衤) + [가죽 피(皮)] ▶ 라(裸:裸:) : (옷을) 벗을 라, 옷 의(衤) + [열매 과(果)→라] ▶ 습(襲:袭:) : (옷으로) 염습할 습, 옷 의(衣) + [용 룡(龍)→습] ▶ 복(複:复:) : (옷을) 겹칠 복, 옷 의(衤) + [반복할 복(复)]
입을 피(被)자는 '가죽(皮) 옷(衤)을 입다'는 뜻입니다. 이후 '입다→씌우다→당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피해(被害)는 '해(害)를 입다(被)'는 뜻이고, 재판의 피고(被告)는 '고소(告)를 당한(被) 사람'입니다. 또 피의자(被疑者)는 '의심(疑)을 당하는(被) 사람(者)'으로, 범죄자로 의심되어서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입니다.
나체(裸體), 나신(裸身)에 들어가는 벗을 라(裸)자는 '옷(衤)을 벗다'는 뜻입니다. '숨김없이 본디 모습 그대로 드러내다'는 뜻의 적나라(赤裸裸)는 '붉은(赤) 몸이 드러나도록 벗고(裸) 또 벗다(裸)'는 뜻입니다.
염습할 습(襲)자의 염습(殮襲)은 죽은 사람을 관에 넣기 전에 몸을 씻긴 후, 삼베옷을 입히고 홑이불로 싸는 일입니다. 죽은 분에게 옷을 입혀드리므로 옷 의(衣)자가 들어갑니다.
복사(複寫), 복수(複數), 복식(複式), 복잡(複雜) 등에 나오는 겹칠 복(複)자는 원래 '옷(衤)을 여러번 반복하여(复) 겹쳐 입는 겹옷'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겹옷→겹치다→거듭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복사기(複寫機/複寫器)는 '거듭(複) 베끼는(寫) 기계(機)나 도구(器)'입니다.
- 옷을 만듦 ▶ 초(初:初:) : 처음 초, 옷 의(衤) + 칼 도(刀) ▶ 재(裁:裁:) : 옷마를 재, 옷 의(衣) + [해할 재(𢦔)] ▶ 제(製:制:) : (옷을) 지을 제, 옷 의(衣) + [마를 제(制)]
처음 초(初)자는 '옷(衣/衤)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칼(刀)로 자르는 것이 처음의 일이다'는 뜻입니다. '초보자'나 '초보운전'의 초보(初步)는 '첫(初) 걸음(步)'이란 뜻입니다.
옷마를 재(裁)자는 '옷(衣)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자르다(마르다)'는 뜻입니다. 이후 '마르다→자르다→(칼로 자르듯이) 결단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옷을 재단하다'고 할 때, 재단(裁斷)은 '옷감을 자르고(裁) 끊다(斷)'는 뜻으로, 우리말로 마름질이라고 합니다. 재봉(裁縫)틀은 '자른(裁) 옷감을 바느질하는(縫) 틀'입니다. 독재(獨裁)는 '혼자서(獨) 판단하다(裁)'는 뜻이고, 재판(裁判)은 '칼로 자르듯이(裁) 판단하다(判)'는 뜻입니다.
지을 제(製)자는 '소(牛)의 가죽으로 만든 베(巾)를 칼(刂)로 잘라 옷(衣)을 짓다(만들다)'는 뜻입니다. 창제(創製), 제조(製造), 제작(製作)과 같이 '만든다'는 뜻의 낱말에 사용됩니다. 제술과(製述科)는 '시를 짓거나(製) 글을 짓는(述) 시험 과목(科)'으로, 조선시대 진사(進士)를 뽑던 과거시험입니다. 제술과가 글짓기 시험이라면, 생원(生員)을 뽑는 생원과(生員科)는 유교경전 지식에 대한 암기 시험입니다.
- 옷에 관련되는 글자 ▶ 상(裳:裳:) : 치마 상, 옷 의(衣) + [오히려 상(尙)] ▶ 장(裝:装:装) : (옷을) 꾸밀 장, 옷 의(衣) + [씩씩할 장(壯)] ▶ 렬(裂:裂:) : (옷을) 찢을 렬, 옷 의(衣) + 벌릴 렬(列) ▶ 보(補:补:) : (옷을) 기울 보, 옷 의(衣) + [클 보(甫)] ▶ 유(裕:裕:) : (옷이) 넉넉할 유, 옷 의(衣) + [골 곡(谷)→유]
중국에서는 치마 상(裳)자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치마 군(裙)자를 사용합니다. 미니스커트(mini skirt)를 중국에서는 미니군(迷你裙)이라 하는데, '당신(你)을 미혹하는(迷) 치마(裙)'라는 뜻입니다. 의상(衣裳)은 '옷(衣)과 치마(裳)'라는 뜻이고, 동가홍상(同價紅裳)은 '같은(同) 값(價)이면 다홍(紅) 치마(裳)'라는 뜻으로, '같은 값이면 보기 좋은 것을 택하다'는 뜻입니다.
장식(裝飾), 가장(假裝), 복장(服裝), 포장(包裝) 등에 들어가는 꾸밀 장(裝)자는 '옷(衣)을 꾸미거나 장식(裝飾)을 하다'는 뜻입니다. 포장(包裝)은 '싸서(包) 꾸미다(裝)'는 뜻이고, 장갑차(裝甲車)는 '갑옷(甲)으로 겉을 꾸민(裝) 차(車)'입니다.
여유(餘裕), 부유(富裕) 등에 들어가는 넉넉할 유(裕)자는 '옷(衣)이 커서 넉넉하다'는 뜻입니다.
균열(龜裂), 분열(分裂), 파열(破裂) 등에 들어가는 찢을 렬(裂)자는 '옷(衣)을 찢어 벌여(列) 놓다'는 뜻입니다. 벌일 렬(列)자는 '죽은(歹) 짐승이나 가축에서 뼈와 살을 칼(刀/刂)로 갈라서 벌여 놓다'는 뜻입니다. 감수분열(減數分裂)은 '염색체의 수(數)가 감소(減)하는 세포분열(分裂)'로, 생식세포를 만들기 위해 세포가 분열될 때 염색체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분열입니다.
기울 보(補)자는 '찢어진 옷(衣)을 깁다'는 뜻입니다. 이후 '깁다→고치다→돕다→(기워 붙여) 보태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보수(補修)는 '고치다', 보조(補助)는 '돕다', 보급(補給)과 보충(補充)은 '보태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절장보단(絶長補短)은 '긴(長) 것을 잘라(絶) 짧은(短) 것에 기워(補) 붙이다'는 뜻으로 장점으로 단점을 보충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 옷 의(衣)자 중간에 다른 글자가 들어가는 경우 ▶ 표(表:表:) : 겉 표, 옷 의(衣) + 털 모(毛) ▶ 리(裏:里:) : 속 리, 옷 의(衣) + [마을 리(里)] ▶ 충(衷:衷:) : 정성 충, 옷 의(衣) + [가운데 중(中)→충] ▶ 애(哀:哀:) : 슬플 애, [옷 의(衣)→애] + 입 구(口)
옷 의(衣)자 중간에 다른 글자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 표(表)자는 '옷(衣)에 털(毛)이 나 있는 털옷'을 의미하였으나, 이후 '털옷→겉옷→겉→바깥→(바깥으로) 나타내다'란 뜻이 생겼습니다. 표음문자(表音文字)는 '소리(音)를 나타내는(表) 문자(文字)'이고, 표의문자(表意文字)는 '뜻(意)을 나타내는(表) 문자(文字)'로, 한자가 대표적인 표의문자입니다. 또 신하가 자기의 생각을 표현(表現)하여 임금에게 고하는 글을 '표(表)'라고 합니다. 〈출사표(出師表)〉는 '전쟁터로 군대(師)가 나가면서(出) 올라는 글(表)'이란 뜻으로, 제갈공명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임금에게 올린 글입니다. 스승 사(師)자는 원래 '언덕(阜) 위에 깃발(帀)을 꽂고 주둔하는 군대'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경세유표(經世遺表)》는 '세상(世)을 다스리는(經) 글을 남겨(遺) 임금에게 올리는 글(表)'로,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이 나라의 정치 사회적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 책의 이름입니다.
속 리(裏)자는 '옷(衣) 속'을 의미합니다. 옷 의(衣)자가 글자의 왼쪽에 들어가도 속 리(裡)자가 됩니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은 '겉(表)과 속(裏)이 같지(同) 않다(不)'는 뜻입니다.
정성 충(衷)자는 '가운데(中)에 입는 속옷(衣)'을 의미하였으나, 이후 '속옷→속마음→정성(精誠)'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충심(衷心)은 '속(衷)에서 우러러나오는 마음(心)'이고, '고충을 털어놓다'의 고충(苦衷)은 '괴로운(苦) 속마음(衷)'입니다.
슬플 애(哀)자는 '입(口)으로 소리내어 울 정도로 슬프다'는 뜻입니다. 옷 의(衣)자가 소리로 사용되었습니다. '슬픈(哀) 근심(愁)'이란 뜻을 가진 애수(哀愁)는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합니다. 전쟁터로 떠난 로이 크로닌(로보트 테일러 분)의 전사 소식을 들은 마이러 레스터(비비안 리 분)는 생계를 위해 거리의 여자로 나서는데, 뜻밖에 살아 돌아온 로이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지만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는 슬픈 러브스토리입니다. 원제는 〈워털루 브릿지(Waterloo Bridge)〉입니다.
[사진] 영화 〈애수(哀愁)〉
- 기타 ▶ 의(依:依:) : 의지할 의, 사람 인(亻) + [옷 의(衣)] ▶ 졸(卒:卒:卆) : 군사 졸, 옷 의(衣) + 한 일(一) ▶ 구(求:求:) : 구할 구, 털옷 모습
의지할 의(依)자는 '옷(衣)이 사람(亻)에게 달라붙듯이 의지(依支)한다'는 뜻입니다. 의존명사(依存名詞)는 '다른 낱말에 의지하여(依) 있는(存) 명사(名詞)'로, 수식하는 말이 있어야만 쓰일 수 있는 명사입니다. '것, 바, 따위, 뿐, 만큼, 마리, 그루, 켤레' 등이 의존명사입니다.
☞ 군사 졸(卒)
군사 졸(卒)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옷 의(衣)자의 허리 부분에 한 일(一)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즉, 옷(衣)을 허리띠(一)로 묶은 모습으로, 싸움이나 일을 할 때 방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허리를 묶은 옷을 입는 군사나 하인을 지칭하며, 죽은 사람에게 수의를 입힐 때 옷을 묶는 데에서 ‘죽다→마치다→갑자기 (죽다)’ 등의 의미도 생겼습니다. 졸병(卒兵)은 '군사(卒)와 병사(兵)'라는 뜻으로, 지위가 낮은 병사를 일컫는 말입니다. 졸업(卒業)은 '일(業)을 마치다(卒)'는 뜻이며, 졸도(卒倒)는 '갑자기(卒) 넘어지다(倒)'는 뜻으로 심한 충격이나 피로 등으로 정신을 잃는 것을 말합니다.
요구(要求), 구직(求職), 구애(求愛) 등에 사용되는 구할 구(求)자는 상형문자를 보면 털이 나 있는 옷의 모습으로 의(衣)자와 비슷한 모양입니다. 구(求)자의 원래 뜻은 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입니다. 이후 가차되어 '구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옷 의(衣)자가 추가되어 갖옷 구(裘)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는 '실제(實) 일(事)로부터 옳은(是) 진리를 구한다(求)'는 뜻으로, 글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보거나 실험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학적 학문 태도는 조선시대에 실학(實學)이라는 학파를 낳았습니다.
덮을 멱(冖) 머리에 쓰는 두건
덮을 멱(冖)자는 머리에 덮어쓰는 모자(혹은 두건)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고대 중국 사람들은 보자기로 머리를 두른 두건(頭巾)을 모자(帽子)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모자 모(帽)에 수건 건(巾)자가 들어갑니다.
▶ 관(冠:冠:) : 갓 관, 덮을 멱(冖) + [으뜸 원(元)→관] + 마디 촌(寸) ▶ 구(寇:寇:) : 도둑 구, 집 면(宀) + 으뜸 원(元) + 칠 복(攴) ▶ 명(冥:冥:) : 어두울 명, 덮을 멱(冖) + 날 일(日) + 여섯 륙(六) ▶ 모(冒:冒:) : 무릅쓸 모, [쓰게 모(冃)] + 눈 목(目) ▶ 군(軍:军:) : 군사 군, 수레 차/거(車) + [두루 균(勻→勹→冖)→군]
갓 관(冠)자는 사람의 머리(元) 위에 손(寸)으로 모자(갓)를 덮어쓴(冖)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으뜸 원(元)자는 머리(二)를 강조한 사람(儿)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의관(衣冠)이란 '옷(衣)과 갓(冠)'입니다.관상동맥(冠狀動脈)은 '관(冠) 모양(狀)으로 생긴 동맥(動脈)'으로, 심장을 둘러싼 동맥입니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심장이 관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갓 관(冠)자와 비슷한 글자로 도둑 구(寇)자가 있는데, '집(宀)에 있는 사람의 머리(元)를 흉기로 치는(攴) 사람이 도둑이다'는 뜻입니다. 왜구(倭寇)란 '왜나라(倭) 도둑(寇)'입니다.
☞ 어두울 명(冥)
어두울 명(冥)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두 손(六)으로 보자기(冖) 같은 것을 어떤 물건(日) 위로 덮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덮어져 어둡다'는 의미로 만든 글자인 것 같습니다. '구름이 해(日)를 덮어(冖) 어둡다'라는 이야기는 속설일 뿐입니다. 명(冥)자는 어둡다는 뜻 외에도 '(어두운) 저승'이란 뜻도 있습니다. '명복(冥福)을 빌다'는 '저승(冥)에서의 복(福)을 빌다'는 뜻입니다.
모험(冒險), 모독(冒瀆)에 사용되는 무릅쓸 모(冒)자는 '얼굴을 상징하는 사람 눈(目)과 머리카락(二)으로 표시된 머리에 모자(冖)를 쓰다'는 뜻입니다. 이후 '모자→쓰다→덮다→(덮은 것을) 견디다→무릅쓰다' 등의 의미가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수건 건(巾)자를 붙여 모자 모(帽)자가 되었습니다.
군사 군(軍)자는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와 소리를 나타내는 두루 균(勻→勹→冖)자가 합쳐진 형성문자입니다. 덮을 멱(冖)자와는 상관이 없는 글자입니다. 군담소설(軍談小說)은 ‘군사(軍)의 이야기(談)를 소재로 한 소설(小說)’이란 뜻으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대소설입니다. 《징비록(懲毖錄)》, 《임진록(壬辰錄)》, 《박씨전(朴氏傳)》, 《유충렬전(劉忠烈傳)》 등이 모두 군담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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