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칼 도(刀/刂)

    4-11. 칼: 칼 도(刀/刂)


칼 도(刀/刂)
칼의 모습




고대 사회에서 인간이 만든 도구 중에 가장 유용한 것 중 하나가 칼입니다. 칼로 나무를 깎아 다른 도구를 만들 수 있었고, 사냥을 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도 사용하였습니다. 청동기 문화를 꽃피웠던 중국 황하문명에서도 많은 칼을 만들었습니다.

칼 도(刀/刂)자는 칼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보통 사용하는 칼은 날이 한쪽에만 있지만, 전쟁에서 사용하는 칼은 양날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칼을 검(劍)이라고 합니다.

칼 도(刀)칼 검(劍)


- 칼과 관련되는 글자
▶ 검(劍:剑:剣) : 칼 검, 칼 도(刂) + [다 첨(僉)→검]
▶ 인(刃:刃:刄) : 칼날 인, 칼 도(刀) + 점 주(丶)

칼 검(劍)자는 '날이 양쪽에 모두 다(僉) 있는 칼(刂)'을 뜻합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은 배를 타고 가다 강에 빠뜨린 칼을 찾기 위해 칼이 떨어진 위치를 '배(舟에 새겨(刻) 칼(劍)을 구한다(求)'는 뜻으로 어리석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칼날 인(刃)자는 칼(刀)의 날을 표시하기 위해 점(丶)을 찍어 놓았습니다. 칼날 인(刃)자에 마음 심(心)자를 붙이면 참을 인(忍)자가 됩니다. 양인지검(兩刃之劍)은 '양(兩) 날(刃)의(之) 칼(劍)'이라는 뜻으로, 쓰기에 따라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함을 뜻합니다.

[사진] 경주 석굴암의 금강역사(金剛力士)

- 나누거나 분해함
▶ 반(班:班:) : (칼로) 나눌 반, 칼 도(刂) + 구슬 옥(玉/王) + 구슬 옥(玉/王)
▶ 별(別:別:) : 다를/(칼로) 나눌 별, 칼 도(刂) + 가를 령(另)
▶ 분(分:分:) : (칼로) 나눌 분, 칼 도(刀) + 여덟 팔(八)
▶ 해(解:解:觧) : (칼로) 풀 해, 뿔 각(角) + 칼 도(刀) + 소 우(牛)
▶ 절(絶:绝:) : (실을) 끊을 절, 실 사(糸) + 칼 도(刀) + [병부 절(卩→巴)]
▶ 절(切:切:) : 끊을 절, 온통 체, 칼 도(刀) + [일곱 칠(七)→절, 체]

반장(班長), 양반(兩班) 등에 나오는 나눌 반(班)자는 '칼(刂)로 옥(玉) 덩어리를 두 조각으로 나누다'는 뜻입니다.

나눌 별(別)자에 들어가는 가를 령(另)자는 가를 과(叧)자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가를 과(叧)자는 칼(刀)로 '물건을 잘라서 가르다'는 의미로 만든 글자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칼 도(刂)자가 다시 추가되어 나눌 별(別)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나누다→따로 떨어지다→(나누어진 것이) 다르다→차별(差別)→특별(特別)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구별(區別), 별세(別世), 분별(分別), 작별(作別) 등에 사용됩니다. 별무반(別武班)은 '특별(別)히 무술(武)을 잘하는 반(班)'으로 고려 때 윤관이 여진족을 정벌하기 위해 기병을 중심으로 조직한 특별 부대입니다. 삼별초(三別抄)는 '3(三)개의 특별히(別) 뽑은(抄) 군대'로, 원래 무신정권을 위해 만든 부대였으나 몽고 군이 쳐들어 오자 몽고군에 대항하여 끝까지 항쟁하였습니다. 별기군(別技軍)은 '특별한(別) 기술(技)을 가진 군대(軍)'로, 조선 말기 최초로 창설된 신식 군대였습니다. 이들 별기군은 월급이나 의복 지급 등에서 모든 대우가 일반 군대보다 월등했으며, 이러한 차별 대우는 1882년에 임오군란(壬午軍亂)이 일어난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별(別)자가 들어가는 군대는 요즘으로 이야기하면 특수부대입니다.


[사진] 총을 든 신식 군대인 별기군(別技軍)

나눌 분(分)자에 들어 있는 여덟 팔(八)자는 둘로 나누어져 있는 모습으로 원래 '나누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나중에 가차되어 여덟이란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칼 도(刀)자가 추가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미분(微分)은 '작게(微) 나누다(分)'는 뜻으로, 어떤 함수에서 아주 작은 구간을 나누어 이 구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수학입니다. 반대로 적분(積分)은 '작게 나누어진(分) 것을 합쳐서 쌓다(積)'는 뜻으로, 어떤 함수에서 아주 작은 구간들을 합쳐서 쌓으면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수학입니다.

풀 해(解)자는 원래 '소(牛)에서 칼(刀)로 뿔(角)을 자르다'는 뜻입니다. 이후 '자르다→분할(分割)하다→분해(分解)하다→풀다→풀이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해답(解答)은 '문제를 풀어(解) 놓은 답(答)'입니다.

절단(絶斷), 절망(絶望) 등에 들어가는 끊을 절(絶)자는 '칼(刀)로 실(糸)을 자르다'는 뜻과, 병부 절(卩→巴)자의 소리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나중에 글자 오른쪽이 빛 색(色)자로 변했습니다.

끊을 절(切)자에 들어가는 일곱 칠(七)자는 갑골문에 十으로 표시되어 있는데(열 십(十)자는 |로 표시합니다), 세로선은 자르는 칼을, 가로선은 잘리는 물건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자르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이후 가차되어 '일곱'이란 의미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칼 도(刀)자가 추가되어 끊을 절(切)자가 되었습니다.
끊을 절(切)자는 온통 체(切)로도 사용됩니다. 이 두 글자는 똑같이 사용되어 혼동하기가 쉬운데, 일체(一切)와 일절(一切)이 그러한 예입니다. '재산 일체를 학교에 기부하였다'에서 재산 일체(一切)는 '재산 전부'라는 뜻으로 명사로 사용되었지만, '일절 소식이 없다'에서 일절(一切)은 '도무지'라는 뜻으로 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 칼로 하는 행위
▶ 삭(削:削:) : 깎을 삭, 칼 도(刂) + [쇠할 소(肖)→삭]
▶ 각(刻:刻:) : 새길 각, 칼 도(刂) + [돼지 해(亥)→각]
▶ 렬(列:列:) : 벌일 렬/열, 칼 도(刂) + 부서진뼈 알(歹)
▶ 자(刺:刺:) : 찌를 자, 칼 도(刂) + [가시나무 자(朿)]
▶ 할(割:割:) : 벨 할, 칼 도(刂) + [해칠 해(害)→할]
▶ 복(副:副:) : 버금 부, (칼로) 쪼갤 복, 칼 도(刂) + [찰 복(畐)]

깎을 삭(削)자는 '칼(刂)로 고기(肉/月)를 작게(小) 깎아 내다'는 뜻입니다. 삭제(削除), 삭감(削減), 삭발(削髮) 등에 사용됩니다. 첨삭(添削)은 '더하거나(添) 깎아(削) 낸다'는 뜻으로 글이나 답안을 고치는 일을 말합니다.

조각(彫刻)에 사용되는 새길 각(刻)자는 '칼(刂)로 무늬나 형상을 새기다'는 뜻입니다. '상태가 심각하다'의 심각(深刻)은 '마음에 깊이(刻) 새길(深) 정도로 중대하거나 절박하다'는 뜻입니다. 각(刻)자는 옛날에 시간의 단위로도 사용되었습니다. 하루를 12로 나눈 1시간(지금의 2시간)을 다시 8로 나눈 단위(지금의 15분)입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15분을 일각(一刻)이라고 합니다. 시간(時間)을 시각(時刻)이라고도 하는데, 정각(正刻)은 '정확한(正) 시각(刻)'이고, 지각(遲刻)은 '늦은(遲) 시각(刻)'입니다.

벌일 렬(列)자는 '죽은(歹) 짐승이나 가축에서 뼈와 살을 칼(刀/刂)로 갈라서 벌여 놓다'는 뜻입니다. 직렬(直列)은 '곧게(直) 벌여 놓다(列)'는 뜻이고, 병렬(竝列)은 '나란히(竝) 벌여 놓다(列)'는 뜻입니다.

찌를 자(刺)자는 '칼(刂)이나 가시(朿)로 찌르다'는 뜻입니다. 자상(刺傷)은 '못이나 칼 등에 찔린(刺) 상처(傷)'이고, 자객(刺客)이란 '사람을 몰래 찔러(刺) 죽이는 사람(客)'입니다.

벨 할(割)자는 '누구를 해치기(害) 위해 칼(刂)로 베다'는 뜻입니다. 이후 '베다→가르다→나누다→비율'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배(腹)를 갈라(割) 자살하는 것을 할복(割腹), '나누고(分) 나누다(割)'는 분할(分割), '돈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割) 주다(賦)'는 할부(割賦)입니다. '이자율이 2할(割) 3분(分: '푼'으로 쓰기도 함)이다'는 '이자율이 23%이다'라는 뜻입니다.

쪼갤 복(副)자는 원래 '칼(刂)로 물건을 쪼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버금 부(副)자가 되면서 '쪼개다'라는 의미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버금은 '다음'이나 '둘째'라는 뜻의 순우리말입니다. 이후 둘째의 사람이 첫 번째 사람을 '돕다, 보좌한다'는 뜻도 생겼습니다. 사장(社長)-부사장(副社長), 회장(會長)-부회장(副會長), 반장(班長)-부반장(副班長)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 옷을 제작
▶ 초(初:初:) : 처음 초, 옷 의(衤) + 칼 도(刀)
▶ 제(制:制:) : 마를 제, 칼 도(刂) + 소 우(牛) + 수건 건(巾)
▶ 제(製:制:) : (옷을) 지을 제, 옷 의(衣) + [마를 제(制)]

초기(初期), 시초(始初), 초등(初等), 최초(最初), 태초(太初) 등에 사용되는 처음 초(初)자는 '옷(衣/衤)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칼(刀)로 자르는 것이 처음의 일이다'는 뜻입니다.

마를 제(制)자는 '옷을 만들기 위해 소(牛) 가죽으로 만든 베(巾)를 칼(刂)로 자르다(마르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마르다→(옷을) 짓다→제작(制作)하다→(칼로 자르듯이) 절제(節制)하다→억제(抑制)하다→제도(制度)' 등의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옷 의(衣)자를 추가하여 (옷을) 지을 제(製)자를 만들었습니다. 7월 17일 제헌절(制憲節)은 ‘헌법(憲)을 만든(制) 것을 축하하는 명절(節)’입니다. 천일제염(天日製鹽)은 ‘하늘(天)의 해(日)로 소금(鹽)을 만든다(製)’는 뜻으로, 염전(鹽田: 소금 밭)에 바닷물을 끌어 들여서 태양열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 재판과 형벌
▶ 판(判:判:) : 판단할 판, 칼 도(刂) + [절반 반(半)→판]
▶ 변(辨:辨:) : 분별할 변, 칼 도(刂) + [죄인서로송사할 변(辡)]
▶ 형(刑:刑:) : 형벌 형, 칼 도(刂) + [우물 정(井)→형]
▶ 벌(罰:罚:) : 벌할 벌, 그물 망(网/罒) + 말씀 언(言) + 칼 도(刂)

판단할 판(判)자는 원래 '칼(刂)로 물건을 반(半)으로 자르다'는 의미입니다. '재판(裁判)에서 잘잘못을 판단(判斷)할 때 칼로 자르듯이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해서 '판단(判斷)하다, 판결(判決)하다. 판별(判別)하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판사(判事)는 '판단(判)하는 일(事)을 하는 사람'으로서, 판사(判事)를 판사(判士)나 판사(判師)로 잘못 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분별할 변(辨)자에 들어가는 죄인서로송사할 변(辡)자는 두 명의 죄인(辛)이 서로 소송하며 싸우는 형상입니다. 따라서 변(辨)자는 '두 명의 죄인(辛)이 서로 소송하여 싸울 때 칼(刂)로 물건을 자르듯이 누가 잘못했는지를 분별하다'는 뜻입니다. 전민변정도감(田民辨整都監)은 '억울하게 빼앗긴 밭(田)과 노비가 된 백성(民)을 분별하고(辨) 정리하는(整) 우두머리(都) 관청(監)'으로 고려 후기 권력가에게 강탈당한 토지나 노비로 전락한 농민을 되찾아 바로잡기 위하여 설치된 최고 관청입니다.

형벌(刑罰)은 국가가 범죄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대 중국의 형벌(刑罰)들은 머리 자르기, 다리 자르기, 코 베기, 배 가르기 등인데, 주로 칼을 사용했으므로 형벌 형(刑)자와 벌할 벌(罰)자에 칼 도(刂)자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런 형벌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한국 형법에는 생명형(生命刑)인 사형, 자유형(自由刑)인 징역, 금고, 구류, 재산형(財産刑)인 벌금, 과료, 몰수, 명예형(名譽刑)인 자격상실, 자격정지 등 9가지의 형벌이 있습니다.

- 글을 새김
▶ 간(刊:刊:) : 책펴낼 간, 칼 도(刂) + [방패/줄기 간(干)]
▶ 쇄(刷:刷:) : 인쇄할 쇄, 칼 도(刂) + [닦을 쇄(㕞)]
▶ 계(契:契:) : 맺을 계, [새길 계(丰)] + 칼 도(刀) + 나무 목(木→大)
▶ 권(券:券:) : 문서 권, 칼 도(刀) + [책 권(卷)]

옛 중국에서는 붓으로 글을 쓰기 전에 대나무 죽간(竹簡)에 칼로 글을 새겼습니니다. 책펴낼 간(刊)자는 원래 '칼(刂)로 대나무 줄기(干)에 글을 새기다'는 뜻인데, 이후 책을 펴내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출간(出刊)은 '책을 펴내어(刊) 세상에 내놓다(出)'는 뜻입니다.

인쇄할 쇄(刷)자에 들어가는 닦을 쇄(㕞)자는 '손(又)에 수건(巾)을 들고 시신(尸)을 깨끗이 닦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인쇄할 쇄(刷)자는 원래 '칼(刂)로 글을 새긴 자리를 깨끗이 닦다'는 뜻이며, 이후에 '인쇄(印刷)하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쇄신(刷新)은 '새로워지게(新) 닦는다(刷)'는 뜻으로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없애고 새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맺을 계(契)자는 '칼(刀)로 나무(木→大)에 숫자나 글을 새기다(丰)'는 뜻입니다. 이 글자의 원래 의미는 '글'이었으나, 나중에 '계약(契約)을 맺을 때 글로 새겨둔다'는 의미로 '맺다'는 뜻으로 변했습니다. 계(契)는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하여 만든 전래의 협동 조직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때 회원들을 계원(契員)이라 하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를 곗돈이라 합니다.

문서 권(券)자는 '대나무 죽간으로 된 책(卷)에 칼(刀)로 글을 새긴 것이 문서'라는 뜻입니다. 복권(福券)은 '복(福)을 가져오는 문서(券)'이고, 채권(債券)은 '빚(債)을 증명하는 문서(券)'입니다.

- 기타
▶ 제(劑:剂:剤) : 약지을 제, 칼 도(刂) + [가지런할 제(齊)]
▶ 칙(則:则:) : 법칙 칙, 곧 즉, 칼 도(刂) + 솥 정(鼎→貝)
▶ 리(利:利:) : 이로울 리, 칼 도(刂) + 벼 화(禾)
▶ 전(前:前:) : 앞 전, 그칠 지(止→ㅛ) + 배 주(舟→月) + 칼 도(刂)
▶ 전(剪:剪:) : 자를/가위 전, 칼 도(刀) + [앞 전(前)]
▶ 창(創:创:) : 비롯할 창, 칼 도(刂) + [곳집 창(倉)]
▶ 강(剛:刚:) : 굳셀 강, 칼 도(刂) + [언덕 강(岡)]


[사진] 형벌 도구로도 사용된 중국의 작두

옛날에는 약을 대부분 약초(藥草)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한약방에 가면 이러한 약초를 자르기 위해 작두가 있습니다. 작두는 한자어 작도(斫刀: 자르는 칼)가 변한 말입니다. 약지을 제(劑)자는 '약초를 작두(刂)로 가지런하게(齊) 잘라서 약을 짓다'는 뜻입니다. 소화제(消化劑), 중화제(中和劑), 촉매제(觸媒劑), 표백제(漂白劑), 항생제(抗生劑), 흡습제(吸濕劑) 등은 모두 약품(藥品)이나 약제(藥劑)를 뜻 합니다.

☞ 법칙 칙(則)

법칙(法則), 원칙(原則) 등에 사용되는 법칙 칙(則)자는 주나라에서 법령 같은 것을 솥(鼎→貝)에다 칼(刂)로 글을 새긴 데에서 '법칙'이란 뜻이 유래합니다. 주나라 초기에는 거푸집에 글을 새겨 솥을 만들었지만, 주나라 말기에는 칼로 청동기 표면에 글을 새겼습니다. 법칙 칙(則)자는 가차되어 곧 즉(則)자로도 사용됩니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은 '반드시(必) 죽기(死)를 각오하고 싸우면 곧(則) 산다(生)'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입니다.

이익(利益), 이용(利用), 유리(有利), 편리(便利) 등에 사용되는 이로울 이(利)자는 '다 자란 벼(禾)를 칼(刂)로 베어 수확하니 이익(利益)이 생기다'는 뜻입니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은 '상공업을 잘 이용(利用)하여 생활(生)을 두텁게(厚) 하다'는 뜻으로 조선 후기 실학파에 의해 주장되었습니다. 농업 쪽으로 치우친 관심을 상업과 공업 쪽으로 돌려,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발전된 물질문화를 받아들이고, 특히 상업을 중시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중상주의(重商主義)라고도 합니다.

☞ 앞 전((前)

앞 전(前)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그칠 지(止→ㅛ)와 배 주(舟→月)자가 합쳐진 모습(歬)입니다. 즉, 배(舟)가 앞으로 나아가는(止) 모습에서 앞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이 글자에 칼 도(刂)자가 붙어 '자르다'는 의미의 글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앞'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자 칼 도(刀)자를 한 번 더 추가하여 자를 전(剪)자를 만들었습니다. 전지(剪枝)가위는 '나무의 가지(枝)를 자르기(剪) 위한 가위'입니다. 《전등신화(剪燈新話)》는 '등잔불(燈)의 심지를 가위로 잘라(剪) 가면서 읽을 정도로 재미있는 새로운(新) 이야기(話)'란 뜻으로, 1378년 경 중국 명나라 구우가 지은 전기체(傳奇體) 형식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당나라 전기소설(傳奇小說)을 본떠 고금의 괴담과 기문을 엮은 책입니다. 등잔불을 오래 켜두면 심지가 타서 그으름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가위로 심지 윗부분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사진] 전지(剪枝)가위

창조(創造), 창작(創作), 창의(創意), 독창적(獨創的) 등에 들어가는 비롯할 창(創)자는 원래 '칼(刂)로 인해 상처가 나거나 다치다'는 뜻이었으나, 가차되어 '비롯하다, 시작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창세기(創世記)〉는 '세상(世)이 시작될(創) 때의 기록(記)'을 말하는 《성경》의 맨 처음 부분으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창씨개명(創氏改名)은 '성씨(氏)를 새로 시작하여(創) 이름(名)을 고치다(改)'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1939년 2월 조선총독부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을 강제로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게 한 일입니다.

굳셀 강(剛)자는 '칼(刂)이 무르면 안 되고, 굳세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금강석(金剛石)은 '쇠(金)처럼 굳센(剛) 돌(石)'인 다이어몬드(diamond)를 일컫는 말입니다.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쇠(金)처럼 굳세고(剛) 힘(力)이 센 장사(士)'라는 뜻으로 절의 문 좌우에 서서 문을 지키며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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