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일 화요일

한자 부수 흙과 지형 (土. 山, 阜/阝,厂)

    2-2-2. 흙과 지형 (土. 山, 阜/阝,厂)
황하(黃河)강의 발원지인 중국 서부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발달된 사막지역에서 황사바람과 황하(黃河)강이 매년 수억톤을 황사(黃砂)를 중국 동부지역으로 이동시킨다. 그 중 일부는 서해로 흘러 들고(그래서 서해를 황해라고 부른다) 또 일부는 우리나라까지 날아온다.

이러한 황사와 황하강으로 인해, 황하강 중류 일대에는 황토고원(黃土高原)이 있다. 면적이 40여만 평방 Km로 지면에 50~80m두께의 황토로 덮혀있다. 다시 이러한 황토는 하류로 내려가서 화북평야(華北平野)를 뒤덮고 있다. 대부분 나라의 땅은 검은색을 띄고 있는데 유독 중국만 땅이 황색(黃色)인 이유이다. 이러한 사실은 천자문을 첫 귀절인 천지현황(天地玄黃 -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에도 나온다.

중국 고대 문명은 이 황토고원과 화북 평야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이유로 황하(黃河)강과 황토(黃土)흙은 고대 중국인의 생활 밑바닥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많은 한자들이 이 황하(黃河)강과 황토(黃土)흙과 관련이 있다.

황토고원(黃土高原)에 살던 사람들은 동굴을 만들어 살았다. 나중에 나오는 구명 혈(穴)자가 바로 그러한 동굴집 모습이다. 또한 기슭 엄(厂)자는, 황토고원에서 침식작용으로 깍여져 나간 곳의 비탈진 언덕이나 절벽의 형상을 본따 만든 글자이고, 언덕 부(阜/阝)자는 언덕 벽에 만들어둔 동굴집을 오르내리는 계단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또한, 황토 흙은 신석기 시대인 앙소(仰韶)문화의 사람들과 청동기 시대인 은(殷)나라(일명 상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생활 도구이었다. 밥먹는 그릇(皿)을 만들고, 물이나 술을 저장하는 항아리(缶)를 만들었으며, 벽돌(塼)을 만들었다. 집을 짓고, 무덤(墳)을 만들고, 제방(堤防)을 막고, 성(城)을 쌓고, 탑(塔)을 만드는데도 모두 흙(土)을 사용하였다.

성(城)이나 탑(塔)은 모두 흙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갑골문자가 만들어진 은(殷), 주(周) 시대만 하더라도 청동기 시대이었고, 돌을 조각하는데 필요한 징을 만들 수 있는 쇠는 BC3세기경인 전한(前漢)시대가 되어서야 일반화 되었다. 따라서 은(殷), 주(周) 시대에는 돌(石)을 이용한 건축이 발달되지 못했고. 흙을 쌓아 올리거나, 벽돌(塼)을 쌓아 만들었던 것이다. 또한 중원(中原)이라 불리우는 황하강 주변에는 전부 황토 흙으로 덮혀 있어서 돌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리장성(萬里長城)도 춘추시대의 제(齊)나라에서 명나라에 걸쳐 만들어 졌는데, 초기에 만든 성은 모두 진흙(土)을 찹쌀에 이겨 햇볕에 말린 벽돌(塼)을 사용하였다고한다. 또한 진시왕릉에서 발견된 만개가 넘는 토용(土俑)을 보더라도 흙 문화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흙 토(土) - 흙덩어리 모양

흙 토(土)자는 흙 자체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땅위에 있는 흙덩어리를 표시한 글자이다. 흙 토(土)자는 흙이나 땅에 관련된 글자, 지역이나 장소, 터 등을 나타내는 글자에 들어간다.

진흙 도(塗)자에서, 진흙은 흙(土)에 물(氵)을 섞어 만든 것이다.[도탄지고(塗炭之苦)]
땅 곤(坤)자는 흙 토(土)자와 펼 신(申)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즉 흙 (土)이 끝없이 펼쳐져(申) 있는 곳이 땅이다.[건곤감리(乾坤坎離)]

마을 리(里)는 땅(土) 위에 밭(田)을 일군 곳이 마을(里)이란 의미이다. 글자를 쓸 때에는 밭 전(田)과 흙 토(土)를 따로 쓰지 않고, 중앙의 ㅣ를 한번에 쓴다.
묻을 매(埋)자는 흙에 묻으니까, 흙 토(土)자가 들어간다. 오른쪽에 있는 마을 리(里)자는 구덩이에 사람이나 소를 묻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로 땅(土)이나 밭(田)과는 상관 없는 글자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토신에게 제사를 지낸 후에는 제물로 사용한 사람이나 소를 땅에 묻었다. 매립(埋立)은 흙으로 매운다는 뜻이다.

앉을 좌(坐)자는 사람들(人,人)이 땅(土)위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좌선(坐禪)은 앉아서 참선을 하는 것이다. 집을 뜻하는 돌집 엄(广)자가 추가 되면 자리 좌(座)자가 된다. 즉 집안에서 앉는 자리가 좌석(座席)이다.

토할 토(吐)자는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자와 [흙 토(土)]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토(土)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 地 : 땅 지, 흙 토(土) + [이것 이(也)→지] / 천지(天地)
▶ 場 : 마당 장, 흙 토(土) + [빛날 양(昜)→장] / 장소(場所)
▶ 基 : 터 기, 흙 토(土) + [그 기(其)] / 기반(基盤)
▶ 垈 : 터 대, 흙 토(土) + [세 대(代)] / 대지(垈地)
▶ 塊 : 흙 덩어리 괴, 흙 토(土) + [귀신 귀(鬼)→괴] / 금괴(金塊)
▶ 壤 : 부드러운 흙 양, 흙 토(土) + [도울 양(襄)] / 천양지차(天壤之差)
▶ 塗 : 진흙 도, 흙 토(土) +물 수(氵) + [나 여(余)→서→사→다→도] / 도탄지고(塗炭之苦)
☞ 途 : 길 도, 갈 착(辶) + [나 여(余)→서→사→다→도] / 도중(途中)
▶ 墻 : (흙으로 만든) 담장 장, 흙 토(土) + 장(嗇) / 장벽(墻壁)
▶ 壇 : (흙으로 만든) 제단 단, 흙 토(土) + [높을 단(亶)] / 제단(祭壇)
☞ 檀 : 박달나무 단, 나무 목(木) + [높을 단(亶)] / 단군(檀君)
▶ 埠 : (흙으로 만든) 부두 부, 흙 토(土) + [언덕 부(阜)] / 부두(埠頭)
▶ 墨 : (흙으로 만든) 먹 묵, 흙 토(土) + [검을 흑(黑)→묵] / 필묵(筆墨)
▶ 墳 : (흙으로 만든) 봉분 분, 흙 토(土) + [꾸밀 분(賁)] / 봉분(封墳), 분묘(墳墓)
▶ 墓 : (흙으로 만든) 무덤 묘, 흙 토(土) + [없을 막(莫)→묘] / 묘지(墓地)
▶ 城 : (흙으로 만든) 재 성, 성 성, 흙 토(土) + [이룰 성(成)] / 수성(守城)
▶ 塔 : (흙으로 만든) 탑 탑, 흙 토(土) + [작은콩 답(荅)→탑] / 석탑(石塔)
▶ 塼 : (흙으로 만든) 벽돌 전, 흙 토(土) + [오로지 전(專)] / 전탑(塼塔)
▶ 壁 : (흙으로 만든) 바람벽 벽, 흙 토(土) + [죄 다스릴 벽(辟)] / 벽장(壁欌)
▶ 堤 : (흙으로 만든) 방죽 제, 막을 제, 흙 토(土) + [바를 시(是)→제] / 제방(堤防)
☞ 題 : 이마 제, 머리 혈(頁) + [바를 시(是)→제] / 제목(題目)
▶ 塞 : (흙으로 만든) 요새 새, 막을 색, 변방 새 / 새옹지마(塞翁之馬)
▶ 坪 : 땅 평, 평평할 평, 흙 토(土) + [평평할 평(平)] / 건평(建坪)
▶ 壓 : (흙으로) 누를 압, 흙 토(土) + [싫어할 염(厭)→압] / 압력(壓力)
▶ 培 : (흙을) 붂돋울 배, 흙 토(土) + [떼 부()→배] / 배양(培養)
▶ 均 : (땅이) 고를 균, 평평할 균, 흙 토(土) + [고를 균(勻)] / 기회균등(機會均等)
▶ 堅 : (흙이) 굳을 견, 흙 토(土) + [어질 간(臣又)→견] / 견고(堅固)
▶ 壞 : (흙이) 무너질 괴, 흙 토(土) + [그리워할 회(褱)→괴] / 붕괴(崩壞)
☞ 懷 : (마음에) 품을 회, 마음 심(忄) + [그리워할 회(褱)] / 회의론자(懷疑論者)
▶ 在 : (땅에) 있을 재, 흙 토(土) + [재주 재(才)] / 존재(存在)
▶ 增 : (흙을) 더할 증, 흙 토(土) + [거듭 증(曾)] / 증가(增加)
▶ 境 : (땅의) 지경 경, 흙 토(土) + [마칠 경(竟)] / 경계(境界)


■ 뫼 산(山) - 봉우리가 3개인 산의 모습

뫼 산(山)자는 봉우리가 3개인 산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중국의 글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5개의 산이 있다. 고대 중국 문명이 발달한 하남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있는 5개의 산을 오악(五岳)이라 부르는데 다음과 같다.
  1. 중악(中嶽) 숭산(嵩山) : 하남성(河南省)에 위치. 해발 1440m. 하나라와 은나라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림사가 잇다.
  2. 동악(東嶽) 태산(泰山) : 산동성(山東省)에 위치. 해발 1532m.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돌출되어 있는 산동(山東)반도에 있는 산이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묘이로다..."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산이다.
  3. 서악(西嶽) 화산(華山) : 섬서성(陝西省)에 위치. 해발 2040m. 주, 진, 한, 당나라의 수도이었던 서안(西安)이 근처에 있다. 진시왕의 병마총이 발굴되기도 하였다.
  4. 남악(南嶽) 형산(衡山) : 호남성(湖南省)에 위치. 해발 1290m. 
  5. 북악(北嶽) 항산(恒山) : 산서성(山西省)에 위치. 해발 2017m.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로 알려진 산이다.
이외에도 중국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의 북쪽에 있는 북망산(北邙山)이 있다. 이곳은 왕이나 유명인들의 무덤이 2만5천 개가 있다. 중국 산둥(山東)에 있는 영산(靈山)인 아미산(峨嵋山)도 유명하다. 또한 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성산(聖山)인 곤륜산(崑崙山)도 있다.

가장 많은 산 이름이 등장하는 책으로는 한(漢)대에 편찬된 산해경(山海經)이 있다. 중국의 모든 산과 바다, 주변의 나라에 대해 설명한 이 책은, 산이나 바다에 사는 각종 동식물이나 다른 종족들이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를 비롯해, 날개 달린 말, 눈이 하나인 사람 등 허무 맹랑한 상상속의 동물이나 사람들이 끝도 없이 열거되어 있다.

뫼 산(山)자는 다음과 같은 의미의 글자에 들어간다.

큰 산 악(岳)자는 언덕 구(丘)자와 뫼 산(山)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언덕(丘)과 산(山)이 있는 곳이 큰 산(岳)이라는 의미이다.
바위 암(岩)자는 산(山)에 있는 돌(石)이 바위(岩)란 뜻으로, 바위 암(巖)자의 약자이다.

높을 숭(崇)자는 뫼 산(山)자와 마루 종(宗)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여기에서 마루는 대청 마루의 마루가 아니라, 산 마루, 고개 마루에서 보듯이 "꼭대기"나 높다"를 의미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따라서 높은 산(山)과 높은 마루(宗)가 합쳐진 글자가 높을 숭(崇)자이다. 숭배(崇拜)는 높이 공경한다는 의미이다.

섬 도(島)자는 뫼 산(山)자와 [새 조(鳥)→도]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로, 새(鳥)가 날아서 갈 수 있는 바다 위의 산(山)이 섬(島)이라는 의미이다.
석탄 탄(炭)자는 뫼 산(山)자와 재 회(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산(山) 속에 묻혀 있는 재(灰)가 석탄(石炭)이란 이야기다.
신선 선(仙)자는 산(山)에서 사는 사람(人)이 신선(神仙)이란 의미이다.

▶ 巖 : (산의) 바위 암, 뫼 산(山) + [엄할 엄(嚴)→암] / 암석(巖石)
▶ 嶽 : 큰 산 악, 뫼 산(山) + [옥 옥(獄)→악] / 설악산(雪嶽山)
▶ 峰,峯 : (산의) 봉우리 봉, 뫼 산(山) + [이끌 봉(夆)] / 만학천봉(萬壑千峰)
▶ 峽 : (산의) 골짜기 협, 뫼 산(山) + [낄 협(夾)] / 협곡(峽谷)
▶ 峻 : (산이) 높을 준, 뫼 산(山) + [갈 준()] / 준령(峻嶺)
▶ 崔 : (산이) 높을 최, 성 최, 뫼 산(山) + [새 추(隹)→초→최] / 최최(崔崔), 최치원(崔致遠)
▶ 崩 : (산이) 무너질 붕, 뫼 산(山) + [친구 붕(朋)] / 붕괴(崩壞)
▶ 岸 : (산의) 언덕 안, 뫼 산(山) + 기슭 엄(厂) + [방패 간(干)→안] / 해안(海岸)
▶ 嶺 : (산의) 고개 령, 뫼 산(山) + [두령 령(領)] / 추풍령(秋風嶺), 대관령(大關嶺), 죽령(竹嶺)
▶ 密 : (산의 나무가) 빽빽할 밀, 뫼 산(山) + [편안할 밀()] / 밀림(密林)
☞ 蜜 : 꿀 밀, 벌레 충(虫) + [편안할 밀()] / 밀월여행(蜜月旅行)
▶ 崖 : (산의) 낭떠러지 애, 뫼 산(山) + [언덕 애(厓)] / 단애청벽(丹崖靑壁)
▶ 峨 : (산의) 봉우리 아, 뫼 산(山) + [나 아(我)] / 아미산(峨嵋山)
▶ 嵋 : 산이름 미, 뫼 산(山) + [눈썹 미(眉)] / 아미산(峨嵋山)
▶ 崑 : 산이름 곤, 뫼 산(山) + [벌레 곤(昆)] / 곤륜산(崑崙山)
▶ 崙 : 산이름 륜, 뫼 산(山) + [둥글 륜(侖)] / 곤륜산(崑崙山)
▶ 島 : (바다 위의 산인) 섬 도, 뫼 산(山) + [새 조(鳥)→도] / 다도해(多島海)


■ 언덕 부(阜/阝) - 동굴집의 계단

언덕 부(阜/阝)자는 황토고원(黃土高原)에 사는 고대 중국인들의 동굴집을 오르내리는 계단(階段)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또, 이런 계단들이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언덕이라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간략형으로 쓰는 부(阝)자는 고을 읍(邑)자의 간략형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언덕 부(阝)자는 항상 왼쪽(阿, 險, 隔, 障)에, 고을 읍(邑)자는 항상 오른쪽(鄭,郡, 都, 郞)에 사용된다. 언덕 부(阝)자를 자전에서 찾을 때 2획이 아니라 3획이라는 것에 유의해야한다. 다음과 같은 글자에 들어간다.

언덕과 관련 되거나 막혀있다는 의미의 글자에 들어간다. 또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섬돌에도 사용된다. 물론 이러한 계단이나 섬돌은 모두 흙으로 만들어 졌다.

글자의 본래 모습인 계단을 의미하는 글자로는 계단 계(階)자가 있다. 계단 계(階)자는 뜻을 나타내는 언덕 부(阝)자에 [다 개(皆)]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언덕 아(阿)자는 뜻을 나타내는 언덕 부(阝)자에 [옳을 가(可)]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언덕 등성이 굽어 있다고 해서 굽을 아(阿)[곡학아세(曲學阿世)], 더 나아가 아첨할 아(阿)[아첨(阿諂)]자가 되었다.

모일 제(際)자는 언덕 부(阝)자와 [제사 제(祭)]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제사(祭)를 지내기 위해 언덕(阝)에 모인다는 의미로, 옛 사람은 높은 단(壇)이나 언덕에서 제사를 지냈다.[국제(國際)]

가마 도(陶)자는 언덕 부(阝)자와 [질그릇 도(匋)]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모든 가마는 언덕(阝)을 따라 비스듬히 만들기 때이다.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를 도요지(陶窯址)한다.

볕 양(陽)자는, 해(日)에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본 따 만든 [빛날 양(昜)]자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阝)자가 들어 갔다. 언덕(阝) 앞 쪽이 볕(陽)에는 잘 들기 때문이다. 반면 그늘 음(陰)자는 언덕(阝)자에 이를 운(云)자와 [이제 금(今)→음]자가 들어 있다. 언덕(阝) 뒤쪽에는 그늘이 지기 때문이다. 이를 운(云)자는 구름 운(雲)자의 고어인데, 해가 구름에 가려져 그늘이 진다는 의미로 들어가 있다.

구덩이 함(臽)자는 구멍(臼)에 사람(人)이 빠지려는 모습이다. 나중에 함정(陷穽)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阝)자가 추가 되어 빠질 함(陷)자가 되었다. 함정은 주로 언덕에 있기 때문이다.

숨길 은()자는 두 손(爪,彐) 사이이 무언가(工)를 숨기려는 마음(心)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나중에 숨길 은()자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阝)자가 들어가서 숨길 은(隱)자가 되었다. 언덕 뒤에 숨는다라는 의미이다. 은둔(隱遁) 생활은 숨어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

집 원(院)자는 원래 언덕(阝)처럼 튼튼한 담장을 의미했으나, 나중에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을 의미하게 되었다. 병원(病院)은 병을 고치는 집이다.

이웃 린(隣)자는 원래 다섯 집으로 이루어진 주민의 조직을 뜻하였다. 고대 중국에서 집들이 홍수를 피해 언덕(阝) 위에 위치하여 있었고, 이러한 조직에서 이웃이란 의미가 생겼고, 다시 인접(隣接)하다 또는 가깝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언덕 부(阝)자 대신 사슴 록(鹿)자가 들어가면 기린 린(麟)자가 된다.[기린(麒麟)]

동서고금에 전쟁을 할 때에는 언덕 위에 진(陣)을 친다. 높은 언덕 위에서는 적의 동태나 전황을 파악하기가 좋고, 깃발로 병사들을 지휘하기도 편하며, 적들이 쳐들어 오더라도 방어하기가 좋다. 따라서 언덕 부(阜/阝)자는 전쟁과 관련된 글자에도 사용된다.

진칠 진(陣)자는, 옛날 중국에서 언덕(阝) 위에 수레(車)를 배열함으로 진을 친데서 유래하는 글자이다. 진을 칠 때에는 평지보다는 언덕 위가 유리기 때문이다.

떼 대(隊)자에서 대(隊)란 원래 조직화된 군대, 즉 부대(部隊)라는 뜻이었으나, 무리, 떼 등의 의미가 추가되었다.

내릴 강(降)자는 두 발(舛)로 언덕(阝)을 내려오니까 내릴 강(降)자가 되고, 전쟁 시 언덕 위의 진을 버리고 내려오니 항복할 항(降)자가 된다. 강수량(降水量)은 내린 비의 양이고, 항복(降伏)은 전쟁에 져서 복종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오를 척(陟)자는 언덕(阝) 위로 걸어(步)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걸음 보(步)자의 상형 문자를 보면 그칠 지(止) 두개를 위아래로 붙인 글자이다. 하지만 아래의 지(止)자가 좌우가 뒤집어져 있다.즉 왼발과 오른발을 나타냄으로써, 걷는다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언덕 부(阜)자와 같은 의미의 글자로 언덕 추()자가 있다.
장수 수(帥)자는 언덕()에서 깃발(巾)을 들고 지휘하는 사람이 장수(將帥)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모양의 군대 사(師) 혹은 우두머리 사(師)자는 언덕 추()자에 깃발 잡(帀)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깃발(帀)이 꽂혀있는 언덕() 위에 주둔하는 군대나, 이 군대를 지휘하는 우두머리를 사(師)라고 불렀으나 나중에는 스승이란 의미가 추가되었다. 은나라 때에는 삼사전법(三師戰法)이라고 해서 군대를 좌,중,우의 셋으로 나누어(三師) 배치하여, 중앙의 군대가 정면에서 공격하고, 좌우의 군대가 양쪽에서 포위 하는 공격법을 사용하였다. 사단(師團)은 지금도 군부대의 단위로 사용된다. 그리고 은혜를 베풀어 준 스승을 은사(恩師)라고 부른다.

부두 부(埠)자는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자와 [언덕 부(阜)]자로 이루어져 있다. 언덕 부(阜)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부두(埠頭)는 배를 정박하는 곳이다.

▶ 阿 : 언덕 아, 굽을 아, 언덕 부(阝) + [허락할 가(可)→아] / 아첨(阿諂)
▶ 陵 : 언덕 릉, 언덕 부(阝) + [넘을 릉(夌)] / 왕릉(王陵)
▶ 陸 : 뭍 륙, 언덕 부(阝) + [언덕 륙(坴)] / 육지(陸地)
▶ 險 : (언덕이) 험할 험, 언덕 부(阝) + [다 첨(僉)→험] / 험담(險談)
▶ 陀 : (언덕의) 비탈 타, 언덕 부(阝) + [다를 타(它)] /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 隔 : (언덕으로) 막을 격, 언덕 부(阝) + [솥 력(鬲)→격] / 격리(隔離)
▶ 防 : (언덕으로) 막을 방, 언덕 부(阝) + [모서리 방(方)] / 방화(防火)
▶ 限 : (언덕으로) 막힐 한, 언덕 부(阝) + [그칠 간(艮)→한] / 한계(限界)
▶ 障 : (언덕으로) 막힐 장, 언덕 부(阝) + [글 장(章)] / 장애(障碍)
▶ 階 : (언덕의) 계단 계, 언덕 부(阝) + [다 개(皆)] / 계단(階段)
▶ 際 : (언덕에) 모일 제, 언덕 부(阝) + [제사 제(祭)] / 국제(國際)
▶ 陶 : (언덕에 있는) 가마 도, 질그릇 도, 언덕 부(阝) + [질그릇 도(匋)] / 도요지(陶窯址), 도자기(陶瓷器)
▶ 陰 : (언덕 뒤쪽) 그늘 음, 언덕 부(阝) + 이를 운(云) + [이제 금(今)→음] / 음지(陰地)
▶ 陽 : (언덕 앞쪽) 볕 양, 언덕 부(阝) + [빛날 양(昜)] / 양지(陽地)
▶ 陷 : (언덕의) 함정 함, 빠질 함, 언덕 부(阜) + [구덩이 함(臽)] / 함정(陷穽)
▶ 隱 : (언덕에) 숨길 은, 언덕 부(阝) + [숨길 은()] / 은둔(隱遁)
▶ 院 : 집 원, 언덕 부(阝) + [완전할 완(完)→원] / 병원(病院)
▶ 隣 : 이웃 린, 가까울 린, 언덕 부(阝) + [도깨비 불 린(粦)] / 인접(隣接)
▶ 附 : (언덕에) 기댈 부, 의지할 부, 붙을 부, 언덕 부(阝) + [줄 부(付)] / 부가(附加)


■ 기슭 엄(厂), 기슭 한(厂) - 비탈진 언덕이나 절벽의 모습

황화강 중류에 발달된 황토고원에는 토층이 부드러워 표면의 흙이 유실됨에 따라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기슭 엄(厂)자는 이러한 계곡에 의해 만들어진 비탈진 언덕이나 절벽의 형상을 본 따 만든 상형문자이다. 절벽이나 절벽 아래의 기슭에 관련되는 글자에 사용된다.

돌 석(石)자는 절벽(厂)과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口)의 모습을 본따 만들 글자이다.

언덕 애(厓)자는 흙(土)과 흙(土)이 쌓여서 절벽(厂)처럼 만들어진 곳이 언덕(厓)이다.
물가 애(涯)자는 물(氵) 가에 언덕(厓)이 있는 모습의 글자이다.
낭떠러지 애(崖)자는 뫼 산(山)자와 [언덕 애(厓)]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근원 원(原) 혹은 본래 원(原)자는 기슭 엄(厂)자와 샘 천(泉)자가 합쳐진 글자로서, 기슭(厂)에서 흘러 나오는 샘(泉)이 강의 근원(根源)이라는 의미이다. 나중에 "본래"라는 의미가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물 수(氵)자를 추가하여 근원 원(源)자가 생겼다. 원시인(原始人)은 원시 시대의 사람이고, 원천(源泉)은 물이 흘러 나오는 근원이다.

재앙 액(厄)자는 절벽(厂)에서 굴러 떨어져 다쳐서 쪼그리고 있는 사람(卩)의 모습이다. 병부 절(卩)자는 쪼그리고 있는 사람의 상형이다. 厄運(액운)은 나쁜 운이다.
이 글자와 비슷한 위태할 위(危)자는 절벽(厂) 위에 위험(危險)하게 사람(人)이 서 있는 모습과, 절벽(厂)에서 굴러 떨어져 다쳐서 쪼그리고 있는 사람(卩)의 모습이다.

기울 측(仄)자는 경사진 기슭(厂)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사람(人)의 모습이다. 한 쪽으로 기울어져 서 있는 사람의 모습에서 기울다는 의미가 생겼다. "날 일(日) 달 월(月) 찰 영(盈) 기울 측(仄)"은 천자문에서 3번째 나오는 구절로서 "해가 뜨면 지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는 의미이다.

되돌릴 반(反)자는 손(又)으로 기어서 절벽(厂)을 되돌아(反) 올라 간다에서 의미가 유래한다. 또 우(又)자는 손의 상형이다. 반대(反對)는 찬성의 반대말이다.

언덕 안(岸)자는 뜻을 나타내는 뫼 산(山) 자와 기슭 엄(厂), [방패 간(干)→안]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해안(海岸)은 바닷가에 있는 언덕이다.

싫을 염(厭)자는 좀 복잡하다. 뚯을 나타내는 개 견(犬), 달 감(甘→曰), 고기 육(肉→月)자에, [기슭 엄(厂)→염]자로 이루어져 있다. 개(犬)가 맛있는(甘→日) 고기(肉→月)를 실컷 먹어, 싫증이 난 상태라는 뜻에서 "싫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엄(厂)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염증(厭症)은 싫증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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