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견(犬/犭)
개의 옆모습
가축과 짐승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는 개 견(犬), 양 양(羊), 돼지 시(豕), 소 우(牛), 말 마(馬), 사슴 록(鹿), 범 호(虎), 쥐 서(鼠), 거북 귀(龜), 용 용(龍), 토끼 토(兎), 코끼리 상(象)자 등입니다. 이중 쥐 서(鼠), 거북 귀(龜), 용 용(龍)자는 부수자이지만, 다른 글자와 만나 사용되는 예가 거의 없습니다. 또 토끼 토(兎)자와 코끼리 상(象)자는 부수자가 되는 영광을 얻지 못했습니다.
[사진] 십이지(十二支) 중 토끼와 용
나머지 짐승들은 모두 개 견(犬)자를 넣어 만들었습니다. 사자 사(獅), 여우 호(狐), 고양이 묘(猫), 원숭이 원(猿), 이리 랑(狼), 멧돼지 저(猪)자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이외에도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 십이지(十二支)에 들어가는 12 동물을 지칭하는 글자가 있으나, 이런 글자들은 해당 동물의 모습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子)는 아기의 모습, 축(丑)은 손, 묘(卯)는 둘로 나눈 물건, 사(巳)는 태아, 유(酉)는 술병, 술(戌)은 창, 해(亥)는 목이 잘린 짐승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 글자에 12마리의 동물을 십이지(十二支)와 연관시켜 사용한 것은, 갑골문자가 탄생되고 1,000년이 지난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03~221년)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부록을 참조하십시오.
개 견(犬/犭)자는 개의 옆모습을 90도 회전시켜 놓은 것으로, 위가 머리, 왼쪽이 다리, 아래가 꼬리를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개 견(犬)자는 일반적인 짐승과 짐승의 성격을 나타내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고대 중국인에게 있어서 개는 야생의 이리를 식용으로 사육하기 위해 길들인 가축이었습니다. 따라서 개는 그냥 짐승 중의 하나에 불과했고, 개를 특별히 다른 짐승과 분리해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애완용으로 개를 기르는 서양 사람들은 개를 먹는 동양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개를 다른 짐승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 견(犬)자는 일반적인 짐승을 지칭하는 글자에 대부분 들어갑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물을 빌려 교훈을 주는 이솝 우화처럼 사자성어에도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 짐승의 종류
▶ 구(狗:狗:) : 개 구, 개 견(犭) + [글귀 구(句)]
▶ 묘(猫:猫:) : 고양이 묘, 개 견(犭) + [싹 묘(苗)]
▶ 호(狐:狐:) : 여우 호, 개 견(犭) + [오이 과(瓜)→호]
▶ 원(猿:猿:) : 원숭이 원, 개 견(犭) + [옷/성씨 원(袁)]
▶ 유(猶:犹:) : 원숭이/머뭇거릴 유, 개 견(犭) + [술익을/두목 추(酋)→유]
▶ 사(獅:狮:) : 사자 사, 개 견(犭) + [스승 사(師)]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한자로 견(犬)이라고 쓰지만, 중국에서는 개 견(犬)자를 잘 사용하지 않고 개 구(狗)자를 주로 씁니다. 당구풍월(堂狗風月)은 '서당(堂) 개(狗) 삼 년에 풍월(風月)한다'는 뜻으로, 어떤 방면에 아는 것이 없는 사람도 그 방면에 오래 있으면 어느 정도 익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泥) 밭(田)에서 싸우는(鬪) 개(狗)'라는 뜻으로, 볼썽사납게 서로 헐뜯거나 다투는 모양을 일컫는 말입니다.
고양이 묘(猫)자에 들어 있는 싹 묘(苗)자는 밭(田)에 풀(艹)이 난 모습에서 '싹'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흑묘백묘(黑猫白猫)는 '검은(黑) 고양이(猫)든 흰(白) 고양이(猫)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등소평(鄧小平)이 취한 중국의 경제정책입니다. 즉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이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입니다. 묘두현령(猫頭懸鈴)은 '고양이(猫) 머리(頭)에 방울(鈴) 달기(懸)'로, 《순오지(旬五志)》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진]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중국을 개방한 등소평(鄧小平)
여우 호(狐)자에서 개 견(犭)자를 아들 자(子)자로 바꾸면 외로울 고(孤)자가 됩니다.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수호(搜狐, 소후)는 '여우(狐) 찾기(搜)'라는 뜻으로, 검색 사이트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여우(狐)가 범(虎)의 위세(威)를 빌려(假) 호기를 부리다' 뜻으로, 남의 권세에 의지하여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원숭이 원(猿)자가 들어가는 사자성어로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 있습니다. '개(犬)와 원숭이(猿)의(之) 사이(間)'라는 뜻으로,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의 관계를 비유하여 일컫는 말입니다.유인원(類人猿)은 '사람(人)과 유사한(類) 원숭이(猿)'로, 긴팔원숭이류,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이 있습니다.
머뭇거릴 유(猶)자는 원래 원숭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원숭이는 사람이 오라고 하면 머뭇거리기 때문에 '머뭇거리다'는 뜻도 생겼고, 나중에는 '오히려'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정도가 지나친(過) 것은 오히려(猶) 미치지(及) 못한(不)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사자 사(獅)자는 '짐승(犭) 중의 우두머리(師)'라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스승 사(師)자는 원래 군대의 장수나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사자후(獅子吼)는 '사자(獅子)의 울부짓음(吼)'이란 뜻으로, 크게 열변을 토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또 석가모니의 목소리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는데, 사자가 소리쳐 울 때 작은 사자는 용기를 내고 다른 짐승은 도망쳐 숨어버리는 것과 같이 석가모니의 설법을 들을 때 보살은 정진하고 도를 벗어난 악마들은 숨어버린다는 뜻입니다.
- 짐승과 사냥
▶ 수(獸:兽:獣) : 짐승 수, 개 견(犬) + [짐승 수(嘼)]
▶ 획(獲:获:) : 사로잡을 획, 개 견(犭) + [붙잡을 확(蒦)→획]
▶ 수(狩:狩:) : 사냥 수, 개 견(犭) + [지킬 수(守)]
▶ 렵(獵:猎:猟) : 사냥할 렵, 개 견(犭) + [쥐털 렵(巤)]
사냥에 관련되는 글자에도 개 견(犭)자가 들어갑니다. 이때 '개(犭)가 사냥을 하다'는 뜻이 아니라, '짐승(犭)을 사냥하다'는 뜻으로 개 견(犭)자가 들어갑니다.
짐승 수(獸)자에는 홑 단(單)의 변형자인 짐승 수(嘼)자가 들어 있는데, 홑 단(單)자는 줄의 양끝에 돌을 매어 던져 짐승을 산채로 잡는 무기의 모습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짐승 수(獸)자는 사냥으로 잡는 짐승이란 뜻입니다. 맹수(猛獸)는 '사나운(猛) 짐승(獸)'이고, 야수(野獸)는 '들(野) 짐승(獸)'이란 뜻으로, 포악하고 잔인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수의사(獸醫師)는 '짐승(獸)을 치료하는 의사(醫師)'입니다.
사로잡을 획(獲)자에 들어 있는 붙잡을 확(蒦)자는 '풀(艹) 속의 새(隹)를 손(又)으로 잡다'는 뜻의 글자였으나,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짐승을 의미하는 개 견(犭)자가 추가되었습니다. 포획(捕獲), 획득(獲得) 등에 들어갑니다.
신석기 시대의 인류는 채집(採集)과 수렵(狩獵) 생활을 하였는데, 이때 수렵(狩獵)의 수(狩)자와 렵(獵)자는 모두 '사냥을 하다'는 뜻입니다. 수(狩)자에 들어가는 지킬 수(守)자는 '집(宀)을 손(寸)으로 지키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사냥 수(狩)자는 '짐승(犭)으로부터 집을 지키기(守) 위해 사냥을 하다'는 뜻이 됩니다. 사냥할 렵(獵)자가 들어가는 엽총(獵銃)은 '사냥(獵) 총(銃)'이고, 밀렵(密獵)은 '불법으로 비밀리(密) 하는 사냥(獵)'입니다.
[사진]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수렵도(狩獵圖)
- 짐승의 특성
▶ 광(狂:狂:) : 미칠 광, 개 견(犭) + [임금 왕(王)→광]
▶ 독(獨:独:独) : 홀로 독, 개 견(犭) + [나라이름 촉(蜀)→독]
▶ 맹(猛:猛:) : 사나울 맹, 개 견(犭) + [맏 맹(孟)]
▶ 돌(突:突:) : 갑자기 돌, 집 면(宀) + 개 견(犬)
▶ 묵(默:默:) : 잠잠할 묵, [검을 흑(黑)→묵] + 개 견(犬)
▶ 범(犯:犯:) : 범할 범, 개 견(犭) + [병부 절(卩)→범]
개 견(犬/犭)자는 짐승의 종류뿐만 아니라 짐승의 특성에 관련되는 글자에도 들어갑니다.
미칠 광(狂)자는 '사람이 볼 때 짐승(犭)들은 정상적인 이성을 가지지 않고 미친 것 같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광화사(狂畵師)〉는 '미친(狂) 화가(畵師)'란 뜻으로, 김동인(金東仁)이 1930년에 지은 단편소설 제목입니다. 이 소설은 신라 때의 화가 솔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광견병(狂犬病)은 '미친(狂) 개(犬)에 의해 발병되는 병(病)'으로, 보통 개에게 물려 감염되는 전염병입니다.
독학(獨學), 독자(獨子), 독립(獨立), 독도(獨島) 등에 들어가는 홀로 독(獨)자는 '짐승(犭)들이 사람들처럼 사회를 이루고 살지 않고 홀로 산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사나울 맹(猛)자는 맹렬(猛烈), 맹수(猛獸), 맹타(猛打), 맹호(猛虎), 용맹(勇猛) 등에 사용됩니다.
돌출(突出), 돌진 (突進) 등에 들어가는 갑자기 돌(突)자는 '개(犬)가 구멍(穴)에서 갑자기(突) 튀어나오다'는 뜻입니다. 돌기(突起)는 뾰족하게 내민 부분을 말합니다.
잠잠할 묵(默)자는 '개(犬)는 말을 할 줄 몰라 침묵(沈默)하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묵비권(默秘權)은 '침묵(沈默)하며 숨길(秘) 수 있는 권리(權)'입니다.
범할 범(犯)자는 짐승(犭) 앞에 쪼그리고 있는 사람(卩)의 모습으로, '짐승이 사람을 침범(侵犯)하다'는 뜻입니다. 병부 절(卩)자는 쪼그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범죄(犯罪)는 '죄(罪)를 범한다(犯)'는 뜻이고, 범인(犯人)은 '범죄(犯罪)를 지은 사람(人)'입니다.
- 기타(1)
▶ 적(狄:狄:) : 오랑캐 적, 개 견(犭) + [또 역(亦→火)→적]
▶ 헌(獻:献:献) : 바칠 헌, 개 견(犬) + [솥 권(鬳)→헌]
▶ 루(淚:泪:) : 눈물 루, 물 수(氵) + [어그러질 려(戾)→루]
▶ 상(狀:状:状) : 모양 상, 문서 장, 개 견(犬) + [나무조각 장(爿)]
중국에서 오랑캐를 일컫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동서남북별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 불렀습니다. 이중 북쪽 오랑캐인 적(狄)자는 '오랑캐는 짐승(犭)과 같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원래 또 역(亦)자였으나, 나중에 불 화(火)자로 변했습니다. 우리나라 평안북도에 있는 적유령산맥(狄踰嶺山脈)은 '오랑캐(狄)가 넘어오는(踰) 고개(嶺)가 있는 산맥(山脈)'입니다.
바칠 헌(獻)자에 들어 있는 솥 권(鬳)자는 솥 력(鬲)자와 호랑이 호(虍)자가 합쳐진 글자로, 호랑이(虍)가 새겨진 솥(鬲)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바칠 헌(獻)자는'개(犬)를 솥(鬳)에서 삶아 조상신에게 바치다'는 뜻입니다. 이후 '바치다→올리다→나타내다→표현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문헌(文獻)은 '글(文)로 표현한(獻) 책이나 문서'를 의미합니다.
눈물 루(淚)자는 '문(戶)에 있는 사나운 개(犬)가 무서워 눈물(氵)을 흘리다'는 뜻입니다. 누관(淚管)은 '눈물(淚)이 눈에서 코로 흐르는 관(管)'입니다. 울면 콧물이 나는 이유가 눈물이 누관을 통해 코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에서 나오는 것은 콧물이 아니라 눈물입니다.
모양 상(狀)자는 '개(犬)의 모양'이란 뜻입니다. 문서 장(狀)자로도 사용됩니다. 형상(形狀)은 '모양(形)과 모양(狀)'이란 뜻으로, 형상(形象)과 같은 말입니다. 상장(賞狀)은 '상(賞)을 줄 때 함께 주는 문서(狀)'입니다. ‘영장을 받고 입대했다’의 영장(令狀)은 ‘명령(令)을 기록한 문서(狀)’입니다. 형사 소송법에서 영장(令狀)은 사람 또는 물건에 대하여 강제 처분을 명령하는,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하는 서류입니다.
- 기타(2)
▶ 취(臭:臭:) : 냄새 취, 스스로 자(自) + 개 견(犬)
▶ 복(伏:伏:) : 엎드릴 복, 사람 인(亻) + 개 견(犬)
▶ 옥(獄:狱:) : 옥 옥, 개가싸울 은(犾) + 말씀 언(言)
▶ 곡(哭:哭:) : 울 곡, 개 견(犬) + 입 구(口) X 2
▶ 기(器:器:) : 그릇/도구 기, 개 견(犬) + 입 구(口) X 4
냄새 취(臭)자는 '개(犬)의 코(自)'를 뜻하는 글자로, 개가 냄새를 잘 맡는 데에서 유래한 글자입니다. 스스로 자(自)자는 사람 코의 앞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악취(惡臭)는 '나쁜(惡) 냄새(臭)'입니다. 구상유취(口尙乳臭)는 '입(口)에서 아직(尙) 젖(乳) 냄새(臭)가 난다'는 뜻으로, 말과 하는 짓이 아직 유치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엎드릴 복(伏)자는 '개(犬)가 사람 앞(亻)에 엎드린다(伏)'는 뜻입니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은 '땅(地)에 엎드려(伏) 움직이지(動) 않는다(不)'는 뜻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몸을 사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복선(伏線)은 '원래의 줄 아래 엎드려(伏) 숨겨져 있는 줄(線)'이란 뜻으로,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하여 미리 독자에게 넌지시 암시하는 부분을 복선이라고 합니다.
옥 옥(獄)자에 들어 있는 개가싸울 은(犾)자는 '개 두 마리(犭,犬)가 서로 싸우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씀 언(言)자가 추가되어, '말싸움→송사(訟事)→판결(判決)→감옥(監獄)'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문자(文字)의 옥(獄)은 '문자(文字)를 감옥(獄)에 가두다'는 뜻으로, 중국을 지배하던 청나라의 만주인이 한족들의 글을 탄압한 사건입니다.
울 곡(哭)자는 '개(犬) 여러 마리가 입(口,口)으로 소리내어 울다'는 뜻입니다. 대성통곡(大聲痛哭)은 '큰(大) 소리(聲)로 심하게(痛) 울다(哭)'는 뜻입니다. 아플 통(痛)자는 '심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이(是) 날에(日也) 소리(聲) 놓아(放) 크게(大) 울다(哭)'는 뜻으로,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실린 장지연의 논설 제목입니다. 내용은 일본의 이등박문(伊藤博文, 이토 히로부미)가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자, 조약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매국노 이완용을 비롯한 을사오적을 비난한 내용입니다.
악기(樂器), 용기(容器), 식기(食器), 변기(便器), 흉기(凶器), 총기(銃器), 무기(武器), 기구(器具), 계기(計器) 등에 들어가는 그릇/도구 기(器)자는 개고기를 네 개의 그릇(여러 사람의 그릇)에 나누어 덜어 먹는 모습에서 그릇이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大) 그릇(器)을 이루려면(成) 늦어진다(晩)'는 뜻으로,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짐을 말합니다.
돼지 시(豕)
돼지의 옆모습
돼지는 고대 중국인이 가축(家畜)으로 가장 많이 길렀고, 또한 중국 요리에 빠지지 않는 것이 돼지고기입니다. 돼지고기의 지방 중 불포화지방산은 폐에 쌓인 탄산가스 등의 공해물질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먹습니다. 황사나 황토 먼지가 많은 중국에서 예로부터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이유가 이러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돼지 시(豕)자는 돼지의 옆모습을 90도 회전시켜 놓은 것으로, 왼쪽은 4개의 다리, 오른쪽 아래는 꼬리를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 돼지와 관련 있는 글자
▶ 가(家:家:) : (돼지가 있는) 집 가, 집 면(宀) + 돼지 시(豕)
▶ 돈(豚:豚:) : 돼지 돈, 고기 육(肉/月) + 돼지 시(豕)
▶ 축(逐:逐:) : (돼지를) 쫓을 축, 갈 착(辶) + 돼지 시(豕)
▶ 호(豪:豪:) : (멧돼지 같은) 호걸 호, 돼지 시(豕) + [높을 고(高)→호]
집 가(家)자는 집(宀)안에 돼지(豕)가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돼지는 가축(家畜)들 중에서 최초로 집안에서 길러서 생긴 글자입니다. 옛날에는 돼지를 집안에서 길렀고, 사람들의 분뇨와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이후 '집→집안→학파→학자→전문가(專門家)'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는 공자(孔子), 노자(老子), 한비자(韓非子) 등의 제자(諸子: 모든 스승)와 유가(儒家), 도가(道家), 법가(法家) 등의 백가(百家: 백가지 학자나 학파)를 일컫는 말입니다. 아들 자(子)자는 스승이란 뜻도 있습니다.
돼지 돈(豚)자는 돼지 시(豕)자에 고기 육(肉/月)자를 추가하여, '고기를 먹기 위해 기르는 돼지'라는 뜻을 강조하였습니다. 양돈(養豚)은 '돼지(豚)를 기르다(養)'는 뜻입니다. 장지연의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에 을사오적을 비난하는 말로 돈견불약(豚犬不若)이 나오는데, '개(犬)나 돼지(豚)만도 못하다(不若)'는 뜻입니다.
쫓을 축(逐)자는 '돼지(豕)를 쫓아간다(辶)'는 뜻입니다. 축출(逐出)은 '쫓아(逐)내다(出)'는 의미입니다.
호걸 호(豪)자는 원래 고슴도치처럼 털이 뻣뻣한 멧돼지를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나중에 이러한 멧돼지처럼 용맹스러운 호걸(豪傑)을 의미하는 뜻이 생겼습니다. 호족(豪族)은 지방에서 재산이나 세력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앙집권적인 국가에서는 중앙에서 파견된 지방관이 중앙의 명령을 받아 지방을 관리하고 운영하였으나, 지방관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호족이 그 지방을 다스리기도 하였습니다.
코끼리 상(象)
코끼리의 옆모습(부수가 아님)
기후 학자들에 의하면 고대 중국의 황하강 주변은 고온다습(高溫多濕)하였다고 합니다. 고대의 기후를 알 수 있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층에서 발견된 동식물의 종류와 함께 동위원소 측정으로 연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BC 5000년부터 갑골문자가 만들어졌던 BC 1000년까지의 지층에서 발견된 동물의 25~30%는 코끼리나 코뿔소, 원숭이와 같은 열대 동물들이었습니다. 당시의 유적지에서 코끼리나 코뿔소의 기물들이 발견되었고, 은나라에서 만들었던 갑골문자에도 코끼리 상(象)자나 무소 서(犀)자와 같은 글자가 있습니다. 이후 날씨가 점점 추워져 코끼리나 코뿔소, 원숭이와 같은 동물들은 황하강 주변에서 사라졌습니다.
[사진] 코끼리 모습의 청동기
코끼리 상(象)자는 부수가 돼지 시(豕)자이지만, 돼지와는 관련이 없고 코끼리 옆모습을 90도 회전시켜 놓은 모습입니다. 글자 맨 위에 긴 코가 있고, 왼쪽에 4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와서 날씨가 추워지자 코끼리가 사라졌습니다. 《한비자》의 〈해로편(解老篇)〉을 보면 “사람이 살아있는 코끼리를 보기 힘들어 죽은 코끼리의 뼈로부터 살아있을 때의 형상을 상상하여 모습을 그린다(人希見生象也, 而得死象之骨, 案其圖以想其生也)”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상상(想象: 코끼리를 생각한다)이란 말이 나왔고, 이후 상상(想象)이 ‘(사라진 코끼리) 모양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모양, 형상’ 등의 뜻도 생겼습니다. 구상화(具象畵)는 ‘모양(象)을 구체적(具)으로 상세하게 그린 그림(畵)’이고, 추상화(抽象畵)는 ‘물체의 형상(象)에서 특성을 뽑아내어(抽) 그린 그림(畵)’입니다.
- 코끼리와 관련된 글자
▶ 상(像:像:) : (사람의) 형상 상, 사람 인(亻) + [코끼리 상(象)]
▶ 예(豫:预:予) : 미리 예, 코끼리 상(象) + [나 여(予)→예]
▶ 위(爲:为:為) : 할 위, 손톱 조(爪) + 코끼리 상(象)
▶ 위(僞:伪:偽) : 거짓 위, 사람 인(亻) + [할 위(爲)]
형상 상(像)자는 ‘사람(亻)의 모양(象)’ 이란 뜻인데, 코끼리 상(象)자와 혼용되어 사용됩니다. 상상(想象, 想像),형상(形象, 形像)이나 현상(現象, 現像)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코끼리는 의심이 많은 동물이어서 행동 전에 미리 생각을 해본다고 해서, 미리 예(豫)자에는 코끼리 상(象)자가 들어갑니다. 또 '바로 행동하지 않고 생각하며 머뭇거리다'는 뜻도 있습니다. 예언(豫言), 예감(豫感), 예상(豫想), 예산(豫算) 등에 사용되는 예(豫)자는 ’미리’라는 뜻이고, 유예(猶豫)는 ‘머뭇거리고(猶) 머뭇거린다(豫)’는 뜻입니다. 집행유예(執行猶豫)는 ‘형의 집행(執行)를 유예(猶豫)한다’는 뜻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이 선고된 범죄자에게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일로, 그 기간을 사고 없이 넘기면 형의 선고 효력이 없어집니다.
☞ 할 위(爲)
할 위(爲)자는 '손(爪)으로 코끼리(象)를 잡고 있는 모습에서, 코끼리에게 일을 하게 한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노자와 장자의 도가사상에서 이상적인 상태를 이야기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무위(無爲)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人爲的)인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무위(無爲)는 인위적(人爲的)이지 않은 것, 즉 자연적인 것을 말합니다. 또, 자연적인 것이 참된 것이며, 사람(亻)들이 하는 행위(爲)는 인위적(人爲的)이며, 인위적(人爲的)인 것은 거짓이란 뜻에서 거짓 위(僞)자가 생겼습니다. 즉, ‘비자연적(非自然的)=인위적(人爲的)=거짓(僞)’이라는 공식이 성립됩니다.
소 우(牛)
소의 뿔과 머리 모습
고대 중국에서 소는 매우 요긴한 가축이었습니다. 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데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가죽을 공급해 주어 옷도 만들어 입었고, 먹을 수 있는 고기(肉)도 되어 주었습니다. 갑골(甲骨)문자를 새기는 데 거북 배 껍질(甲)과 소 어깨 뼈(骨)가 사용되었던 것을 보면 소는 중국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소를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소를 희생(犧牲)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수많은 전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소의 도살 금지령이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소는 근육질로 뭉쳐져 별로 맛이 없어졌고, 중국요리에 돼지나 양이 많이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도교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기도 하고, 인도의 영향을 받은 불교에서 소 먹는 것을 금기시한 영향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요리 이름에 고기 육(肉)자가 들어간 요리는 대부분 돼지고기 요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탕수육(糖醋肉: 달고 신맛이 나게 요리한 고기)이나 오향장육(五香醬肉: 5가지 향기가 나는 간장으로 요리한 고기)은 모두 돼지고기 요리입니다.
소 우(牛)자의 갑골문자를 보면, 머리에 뿔이 2개 나 있는 소머리의 모습(半과 유사)이었으나 기호화하면서 하나만 남았습니다.
- 소를 분해함
▶ 반(半:半:) : (소의) 절반 반, 여덟 팔(八) + 소 우(牛)
▶ 해(解:解:觧) : (소를) 풀 해, 뿔 각(角) + 칼 도(刀) + 소 우(牛)
▶ 건(件:件:) : 사건 건, 사람 인(亻) + 소 우(牛)
▶ 제(制:制:) : (소가죽을) 마를 제, 칼 도(刂) + 소 우(牛) + 수건 건(巾)
▶ 제(製:制:) : (옷을) 지을 제, 옷 의(衣) + [마를 제(制)]
절반 반(半)자는 '소(牛)를 반으로 나누다(八)'는 의미로 만든 글자입니다. 여덟 팔(八)자는 나눌 분(分)자에서 보듯이 원래 둘로 나누어진 모습을 나타냅니다. 한반도, 그리스 반도, 이탈리아 반도 등에 나오는 반도(半島)는 '반(半)이 섬(島)인 지역'이란 뜻으로, 4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이면 섬인데 한쪽이 육지와 이어져 섬이 되다가 말았다는 뜻입니다. 사람 인(亻)자가 추가되면 '자신의 나머지 반쪽(半)인 사람(亻)'이란 뜻의 짝 반(伴)자가 됩니다.
풀 해(解)자는 원래 '소(牛)에서 칼(刀)로 뿔(角)을 자르다'는 뜻입니다. 이후 '자르다→분할(分割)하다→분해(分解)하다→풀다→풀이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가수분해(加水分解)는 '물(水)을 더하면(加) 분해(分解)되는 반응'으로, 사람의 소화기 내에서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녹말→포도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건수(件數), 물건(物件), 사건(事件) 등에 들어가는 사건 건(件)자는 '사람(人)이 칼로 소(牛)를 분해하다'는 뜻에서, '구분하다→세는 단위→물건(物件)→사건(事件)'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사사건건 간섭이다'나 '사사건건 말썽이다'의 사사건건(事事件件)은 '해당되는 모든 일마다'라는 뜻입니다,
마를 제(制)자는 '옷을 만들기 위해 소(牛) 가죽으로 만든 베(巾)를 칼(刂)로 자르다(마르다)'는 의미입니다. 이후 '마르다→(옷을) 짓다→제작(制作)하다→(칼로 자르듯이) 절제(節制)하다→억제(抑制)하다→제도(制度)' 등의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옷 의(衣)자를 추가하여 (옷을) 지을 제(製)자를 만들었습니다. 지을 제(製)자는 제조(製造), 제작(製作), 제품(製品) 등에 사용됩니다.
- 제물로 바치는 소
▶ 희(犧:牺:) : 희생 희, 소 우(牛) + [복희 희(羲)]
▶ 생(牲:牲:) : 희생 생, 소 우(牛) + [날 생(生)]
▶ 특(特:特:) : 특별할 특, 소 우(牛) + 모실 시(寺)
▶ 물(物:物:) : 물건 물, 소 우(牛) + [말 물(勿)]
▶ 고(告:告:) : 고할 고, 청할 곡, 입 구(口) + 소 우(牛)
은(殷)나라의 고분을 발굴해 보면 산 사람을 죽은 사람과 함께 묻는 순장(殉葬)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례뿐만 아니라 조상에게 제사를 올릴 때도 포로를 죽여 제물(祭物)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제물로는 몇 명에서 몇 백 명까지 이용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사람 대신 소가 바쳐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 우(牛)자가 들어가는 글자 중에는 제사나 제물(祭物)과 관련되는 글자가 많습니다. 희생 희(犧)자와 희생 생(牲)자는 '소가 제사상의 제물로 희생(犧牲)되다'는 뜻에서 유래하는 글자입니다.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의 희생(犧牲)이란 낱말도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특별할 특(特)자는 원래 '희생(犧牲)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모시는(寺) 소(牛)'를 뜻합니다. 이러한 소는 수소를 쓰기 때문에 특(特)자는 '희생(犧牲)→수소→특별(特別)하다→뛰어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물건 물(物)자는 원래 '희생(犧牲)으로 사용하는, 부정한 것이 없는(勿) 깨끗한 소(牛)'를 뜻합니다. 나중에 물건(物件: 이 두 글자에 모두 소 우(牛)자가 들어갑니다)이란 의미가 생겼습니다. 제물(祭物)은 '제사(祭祀)에 소용되는 음식물(飮食物)'입니다.
고할 고(告)자는 '소(牛)를 제물로 바친 후 조상에게 입(口)으로 고(告)하다'는 뜻입니다. 또 '제사를 지내면서 조상을 뵙고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요청하다'는 뜻에서 청할 곡(告)자도 됩니다. '고사를 지내다'에서 고사(告祀)는 액운을 없애고 행운이 오도록 집안에서 섬기는 신령(조상신, 터주신, 성주신, 조왕신, 삼신신, 잡신)에게 음식을 차려 놓고 비는 제사입니다. 남자가 지내는 제사와 달리, 고사는 주부(主婦)가 지냅니다. 광고(廣告)는 '널리(廣) 알리다(告)'는 뜻이고, 고별(告別)은 '이별(離別)을 알리다(告)'는 뜻입니다.
- 기타
▶ 목(牧:牧:) : (소를) 칠 목, 소 우(牛) + [칠 복(攵)→목]
▶ 뢰(牢:牢:) : (소의) 우리 뢰, 집 면(宀) + 소 우(牛)
▶ 견(牽:牵:) : (소가) 끌 견, 소 우(牛) + 덮을 멱(冖) + [검을 현(玄)→견]
칠 목(牧)자의 '치다'는 '가축을 기르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칠 목(牧)자는 '말을 듣지 않는 소(牛)나 짐승을 때려서(攵) 기르다, 다스리다'는 뜻입니다. 목장(牧場)은 '소를 기르는(牧) 장소(場)'입니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백성(民)을 다스리는(牧) 데 중심(心)이 되는 글(書)'이란 뜻으로, 다산 정약용이 조선시대 지방관이 지켜야 할 준칙을 서술한 책입니다.
우리 뢰(牢)자는 '소(牛)가 들어가 있는 '집(宀)이 우리다'는 뜻입니다. 망양보뢰(亡羊補牢) 는 '양(羊)을 잃고(亡) 우리(牢)를 고친다(補)'는 뜻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와 같은 의미입니다.
견인차(牽引車)에 들어가는 끌 견(牽)자는 '밧줄(玄)로 코뚜레(冖)를 한 소(牛)를 끌고 가다'는 뜻입니다. 검을 현(玄)자는 실이나 밧줄의 상형인 사(糸)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입니다. 견제(牽制)는 '끌고(牽) 억제(制)한다'란 뜻으로, 상대편이 마음대로 하거나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게 억누르는 행동이나 작용입니다.
양 양(羊)
양의 뿔과 털(毛)이 난 모습
양은 고대 중국에서 좋은 동물로 여겼습니다. 고기와 젖을 제공하고, 털과 가죽으로 옷감을 제공하며, 성질이 순해서 사람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羊)은 아름다울 미(美), 착할 선(善), 옳을 의(義), 상스러울 상(祥)이나 고울 선(鮮)과 같은 좋은 의미의 글자에 등장합니다. 또한 제사의 제물로 소(牛) 대신 사용되어 희생양(犧牲羊)이라는 단어도 생겼습니다.
'양(羊)의 머리(頭)를 내걸어 놓고 실제로는 개(狗)의 고기(肉)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중국 춘추 시대(春秋時代)의 이야기인데, 당시에 양이 가장 비싼 고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양고기를 가장 많이 먹고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 비쌉니다.
양 양(羊)자는 털(毛)이 부숭부숭 나있는 머리에 뿔이 난 모습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양(羊)자는 뜻글자보다는 소리글자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큰바다 양(洋), 기를 양(養), 모양 양(樣), 자세할 상(詳), 상서로울 상(祥), 고울 선(鮮), 성 강(姜)자가 그러한 예입니다.
- 양과 관련되는 글자
▶ 미(美:美:) : 아름다울 미, 양 양(羊) + 큰 대(大)
▶ 선(善:善:) : 착할 선, 양 양(羊) + [말씀 언(言)→선]
▶ 의(義:义:) : 옳을 의, 양 양(羊) + 나 아(我)
▶ 의(儀:仪:) : 거동 의, 사람 인(亻) + [옳을 의(義)]
▶ 군(群:群:) : 무리 군, 양 양(羊) + [임금 군(君)]
아름다울 미(美)자를 '살찐(大) 양(羊)이 아름답다(美)'고 풀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상형문자를 보면 큰 사람(大)이 머리에 양(羊) 가죽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즉, '이렇게 장식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미학(美學)은 '아름다움(美)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學)'입니다. 미학에서는 어떤 사물이 아름답다고 할 때, 이렇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경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인지, 또 사람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등등을 연구합니다.
착할 선(善)자는 뜻을 나타내는 양 양(羊)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말씀 언(言)의 변형 자가 합쳐진 글자로, '양(羊)이 착하다'는 뜻입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선(善)을 권하고(勸) 악(惡)을 징계한다(懲)'는 뜻입니다. 흥부전과 같은 고대소설의 주제는 대부분 권선징악입니다.
옳을 의(義)자의 상형문자는 도끼날이 달린 창(我)에 장식용 양의 머리(羊)가 달려있는 모습입니다. 즉 의장용으로 사용하던 창의 모습입니다. 의장(儀仗)은 나라 의식(儀式)에 쓰는 무기나 깃발 등을 말합니다. 이후 '의장(儀仗)→의식(儀式)→예절(禮節)→거동(擧動)'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또 옳은 의식이나 예절이란 의미에서 '옳다'는 뜻으로 사용되자, 원래의 뜻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 인(亻)자를 붙여 거동 의(儀)자가 생겼습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는 '이익(利)을 보면(見) 의리(義)에 합당한가를 먼저 생각해야(思) 한다'는 뜻입니다.
[사진] 안중근 의사의 글 - 견리사의(見利思義)
무리 군(群)자는 양(羊)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특성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군집(群集)은 '사람들이나 생물들이 무리(群)를 지어 모이다(集)'는 뜻입니다. 남양군도(南洋群島)의 군도(群島)는 '무리(群)를 이룬 섬(島)'이고, 일본열도의 열도(列島)는 '일렬(一列)로 길게 줄지어 있는 섬(島)'입니다
말 마(馬)
간체자: 马 말의 옆모습
말을 처음 가축으로 이용한 곳은 BC 2000년 무렵 흑해 북부의 우크라이나 지방이었습니다. BC 1500년경인 상나라 때에 북방 민족에 의해 중국으로 말이 유입되었고, BC 1300년경에는 마차를 만들어 전쟁에 사용하였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소가 농사를 짓는데 사용되었고 말은 주로 전쟁에 사용되었습니다.
말 마(馬)자는 말의 옆모습으로, 글자의 윗부분은 말머리의 갈기를, 아래쪽에 있는 4개의 점은 네 다리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말 마(馬)자는 말과 관련되는 모든 글자에 들어갑니다.
해마(海馬)는 '바다(海)에서 사는 말(馬)'이고, 하마(河馬)는 '강(河)에 사는 말(馬)'입니다. 마력(馬力)은 '말(馬)의 힘(力)'이란 뜻으로, 일률을 측정하는 단위입니다. 말 1마리가 75kg의 사람을 싣고 1분(60초) 동안에 60m를 가는 크기의 일이 1마력입니다. 승용차가 보통 100~200마력이니까, 말 100~200마리가 끄는 마차와 비슷합니다.
[사진] 바다에서 사는 해마(海馬)
- 말 타기에 관련되는 글자
▶ 등(騰:腾:) : (말에) 오를 등, 말 마(馬) + [밀어올릴 등(朕)]
▶ 기(騎:骑:) : 말탈 기, 말 마(馬) + [기이할 기(奇)]
▶ 구(驅:驱:駆) : (말을) 몰 구, 말 마(馬) + [나눌 구(區)]
▶ 역(驛:驿:駅) : 역마/역 역, 말 마(馬) + [엿볼 역(睪)]
▶ 주(駐:驻:) : (말이) 머무를 주, 말 마(馬) + [주인 주(主)]
오를 등(騰)자는 '말(馬)에 밀어 올려(朕) 올라타다'는 뜻입니다. 폭등(暴騰)은 '물가나 주가가 폭발적(暴)으로 오르다(騰)'는 뜻이고, 등락(騰落)은 '오르락(騰)내리락(落)한다'는 뜻입니다. 또 비등(沸騰)은 '끓어(沸)오르다(騰)'는 뜻으로, 액체가 어느 온도 이상으로 가열되어 그 증기압이 주위의 압력보다 커져서 액체의 표면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기화(氣化)하는 현상을 이릅니다.
말탈 기(騎)자는 '말(馬)에 의지하여(奇) 타다'는 뜻입니다. 기이할 기(奇)자는 '의지(依支)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기호지세(騎虎之勢)는 '범(虎)을 타고(騎) 달리는 형세(勢)'라는 뜻으로, 시작한 것을 중도에서 그만 둘 수 없음을 이릅니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은 '한(一) 명의 말 탄(騎) 사람이 천(千) 사람을 당(當)한다'는 뜻으로, 무예가 매우 뛰어남을 일컫는 말입니다.
몰 구(驅)자는 '말(馬)을 타고 몰다'는 뜻입니다. 이후 '몰다→빨리 달리다→내쫓다→몰아내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구동장치(驅動裝置)는 '동력(動)으로 기계를 빨리 달리게(驅) 하는 장치(裝置)'입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구보(驅步)는 '빨리 달리는(驅) 걸음(步)'입니다. 구축함(驅逐艦)은 '어뢰로 적의 배나 잠수함을 몰아내거나(驅) 쫓는(逐) 배(艦)'입니다.
옛날의 역(驛)은 말을 갈아타기 위해 쉬어가는 곳이었습니다. 또 갈아타는 말을 역마(驛馬)라고 불렀습니다. 역역(驛)자는 역마(驛馬)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마제도(驛馬制度)는 삼국시대부터 있었지만, 가장 잘 활용한 나라는 징기스칸의 몽고제국입니다. 당시 몽고군은 하루 150~250킬km를 달려 왕의 명령이나 지방의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일이면 도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몽고제국이 건설한 원(元)나라를 여행했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면 원나라 전역에 역(驛)이 1만개, 역마(驛馬)가 24만 필이 있었다고 합니다.
머무를 주(駐)자는 '달리는 말(馬)을 쉬게 하며, 주인(主)처럼 머무르다'는 뜻입니다. 주둔(駐屯)은 '군사가 머무르면서(駐) 진을 치다(屯)'는 뜻입니다.
-기타
▶ 경(驚:惊:) : (말이) 놀랄 경, 말 마(馬) + [공경할 경(敬)]
▶ 소(騷:骚:) : (말이) 시끄러울 소, 말 마(馬) + [벼룩 조(蚤)→소]
▶ 험(驗:验:験) : (말을) 시험 험, 말 마(馬) + [다 첨(僉)→험]
▶ 독(篤:笃:) : 도타울 독, 대 죽(竹) + 말 마(馬)
말이 다른 동물에 비해 자주 놀라기 때문에 놀랄 경(驚)자에는 말 마(馬)자가 들어갑니다. 경천동지(驚天動地)는 '하늘(天)이 놀라고(驚) 땅(地)이 움직이다(動)'는 뜻으로, 세상을 몹시 놀라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24절기의 하나인 경칩(驚蟄)은 ‘숨어서(蟄)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驚) 뛰어 나온다’는 뜻으로, 양력 3월 6일 경입니다.
시끄러울 소(騷)자에 들어가는 벼룩 조(蚤)자는 손(又) 위에 조그마한 점(丶)이 벼룩이란 뜻입니다. 또 글자 아래에 벌레 충(虫)자를 추가하여 벼룩이라는 뜻을 강조하였습니다. 따라서 시끄러울 소(騷)자는 '말(馬)의 몸에 벼룩(蚤)이 있으며 말이 날뛰고 소동(騷動)을 피우며 시끄럽다'는 뜻입니다. 소음(騷音), 소란(騷亂) 등에 사용됩니다.
시험 험(驗)자는 원래 '말(馬)의 종류'를 나타내는 글자였으나, 나중에 '좋은 말(馬)인지 시험(試驗)해 보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시험하다→검사하다→효과(를 검사하다)→경험(經驗)하다' 등의 뜻도 생겼습니다. 효험(效驗)은 약 따위의 효과를 말합니다. 경험론(經驗論)은 '인식은 경험(經驗)으로 만들어진다는 이론(論)'으로, 경험을 해보지 않은 것은 인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험론은 인식이나 지식의 근원을 이성에서 찾는 이성론과 대립됩니다.
대말(竹馬)을 타고 함께 놀던 친구를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부릅니다. 도타울 독(篤)자는 죽마(竹馬)를 함께 타고 놀던 도타운 친구라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글자이지만, 낙타(駱駝)도 말처럼 타고 다니니까 말 마(馬)자가 들어갑니다.
사슴 록(鹿)
사슴의 옆모습
사슴 록(鹿)자는 머리에 뿔이 있는 사슴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사슴뿔은 녹용(鹿茸)이라고 해서 비싼 한약재로 사용됩니다만, 녹용 용(茸)자를 보면 귀(耳)에 풀(艸/艹)이 난 모습입니다. 한라산 백록담(白鹿潭)은 '흰(白) 사슴(鹿)이 사는 못(潭)'이란 뜻입니다. 흰 사슴도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실제로 있습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사슴(특히 흰 사슴)과 기린을 길한 짐승으로 여겨왔습니다. 이런 이유로 경사스러운 경(慶)자나 빛날 려(麗)자 등에 사슴 록(鹿)자가 들어갑니다.
- 사슴에 관련되는 글자
▶ 경(慶:庆:) : 경사 경, 마음 심(心) + 사슴 록(鹿) + 천천히걸을 쇠(夊)
▶ 려(麗:丽:) : 고울 려, 사슴 록(鹿) + 뿔의 모습(丽)
▶ 진(塵:尘:) : 티끌 진, 흙 토(土) + 사슴 록(鹿)
▶ 기(麒:麒:) : 기린 기, 사슴 록(鹿) + [그 기(其)]
▶ 린(麟:麟:) : 기린 린, 사슴 록(鹿) + [도깨비불 린(粦)]
옛 중국에서는 결혼식과 같은 경사(慶事)에 사슴가죽을 선물로 가지고 갔습니다. 경사 경(慶)자는 '축하하는 마음(心)으로 경사로운 일에 가는데(夊), 사슴(鹿)을 선물로 가지고 가다'는 뜻입니다.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慶會樓)는 '경사(慶)스러운 날 모이는(會) 누각(樓)'으로, 나라에 크고 작은 경사(慶事)가 있을 때마다 잔치를 베풀던 곳입니다.
[사진]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慶會樓)
고구려(高句麗), 화려강산(華麗江山)에 들어가는 고울 려(麗)자는 사슴(鹿) 머리에 큰 뿔이 달린 모습(丽)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곱다, 빛나다'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한려수도(閑麗水道)는 '한산도(閑)에서 여수(麗)까지의 물(水) 길(道)'이란 뜻입니다.
티끌 진(塵)자는 '사슴(鹿)이 떼지어 달릴 때 흙(土) 먼지나 티끌이 일어나다'는 뜻입니다. 진폐증(塵肺症)은 '폐(肺)에 먼지(塵)가 쌓여 생기는 직업병(症)'입니다.
목이 긴 기린(麒麟)은 원래 고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몸이 사슴 같고 꼬리는 소와 같으며, 발굽과 갈기는 말과 같으며, 빛깔은 5색이라고 합니다. 또 이것이 출현하면 세상에 성왕(聖王)이 나올 길조라고 여겼습니다. 옛 사람은 기린이 상스러운 사슴의 일종으로 알고 있으므로, 기린 기(麒)자와 기린 린(麟)자에는 사슴 록(鹿)자가 들어갑니다. 기린 기(麒)자는 수컷, 기린 린(麟)자는 암컷 기린입니다.
범 호(虍)
호랑이의 옆모습
옛 중국에서는 왕을 중심으로 사냥을 많이 다녔습니다. 사냥은 식량을 얻는 목적도 있었지만, 군사 훈련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나라의 갑골문을 보면 “호랑이 1마리, 노루 40마리, 여우 264마리, 고라니 159마리를 잡았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에도 호랑이는 잡기 힘든 짐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은나라에서는 호랑이와 싸우는 것을 가장 용감하고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또 호랑이와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 옛 중국의 연극에서는 실제 호랑이와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호랑이는 농사의 신이었습니다. 아마도 농작물을 훔쳐 먹는 사슴이나 토끼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중국인은 호랑이를 털을 가진 동물 중에서 가장 신령스럽고 위엄을 갖춘 동물로 여겼고, 용(龍)을 비늘을 가진 동물 중에서 가장 힘세고 신령스러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용은 임금을 뜻하는 동시에 중국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하고, 임금이 앉는 평상을 용상(龍床)이라고 합니다.
범 호(虎)자는 호랑이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하지만 부수로 사용되는 범 호(虍)자는 범의 머리 부분에 해당합니다. 범 호(虎)자는 뜻보다도 소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 호(號), 호박 호(琥), 빌 허(虛), 검을 로(盧)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 범과 관련된 글자
▶ 헌(獻:献:献) : 바칠 헌, 개 견(犬) + [솥 권(鬳)→헌]
▶ 학(虐:虐:) : 사나울 학, 범 호(虍) + 돼지머리 계(彐)
▶ 극(劇:剧:) : 심할 극, 칼 도(刂) + [큰돼지 거(豦)→극]
▶ 거(據:据:拠) : 의지할 거, 손 수(扌) + [큰돼지 거(豦)]
▶ 호(號:号:号) : 이름/부르짖을 호, 부르짖을 호(号) + [범 호(虎)]
바칠 헌(獻)자에 들어 있는 솥 권(鬳)자는 솥 력(鬲)자와 호랑이 호(虍)자가 합쳐진 글자로, 호랑이(虍)가 새겨진 솥(鬲)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바칠 헌(獻)자는'개(犬)를 솥(鬳)에서 삶아 조상신에게 바치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헌화가(獻花歌)〉는 '꽃(花)을 바치는(獻) 노래(歌)'로, 신라 성덕왕(702~737년) 때의 향가입니다.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적에,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절벽에 피어 있는 철쭉꽃을 보고 꽃을 꺾어다가 줄 사람을 찾자 아무도 나서지 못하자, 소를 몰고 지나가던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칠 때 부른 노래입니다.
사나울 학(虐)자는 '호랑이(虍)의 손(彐)이 사납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손(彐)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학대(虐待)는 '사납게(虐) 대하다(待)'는 뜻이고, 학살(虐殺)은 '사납게(虐) 죽이다(殺)'는 뜻입니다.
큰돼지 거(豦)자는 '호랑이(虍)처럼 큰 산돼지(豕)'를 의미합니다. 이 글자는 단독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다른 글자 내에 들어가 사용됩니다. 심할 극(劇)자는 연극에서 호랑이(虍)와 산돼지(豕) 가면을 쓴 사람이 서로 칼(刂)을 들고 싸우는 모습에서 연극(演劇)이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또 이러한 모습이 극적(劇的)이라고 해서 '심하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극약(劇藥)은 '매우 심한(劇) 약(藥)'이란 뜻으로, 독약을 일컫습니다.
의지할 거(據)자는 원래 '손(扌)으로 큰 돼지(豦)를 막아 지키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만, 나중에 '막아 지키다→누르다→의지하다→근거(根據)→증거(證據)'라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이름 호(號)자에 들어 있는 부르짖을 호(号)자는 '입(口)으로 부르짖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부르짖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범 호(虎)자를 추가하였고, 이후 부르는 '이름'이라는 뜻이 추가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이 있었습니다. 시집을 온 색시를 안성댁, 울산댁 등 고향 이름으로 부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름은 부모나 스승이 그 아들이나 제자를 부를 때 사용하였고,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금기시하였습니다. 이런 관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본래의 이름 이외에 호(號)를 지어 불렀습니다. 김정식(金廷湜), 박영종(朴泳鍾), 이백(李白)이란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사람들의 호(號)인 김소월(金素月), 박목월(朴木月), 이태백(李太白)은 잘 알려져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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