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음식과 그릇: 먹을 식(食) | 닭 유(酉) | 그릇 명(皿)

    4-3. 음식과 그릇: 먹을 식(食) | 닭 유(酉) | 그릇 명(皿)...


먹을 식(食)
밥그릇의 모습




중국 사람들은 신석기 시대부터 황하강 중류의 황토고원(黃土高原)과 황하강 하류의 화북평야(華北平野) 전체를 덮고 있는 황토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었습니다. 송(宋)대에는 도자기 산업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발굴된 가마 중에는 길이가 100m나 되고, 2만5천개의 도자기를 동시에 구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릇은 물론이고 책상이나 의자, 심지어 침대까지 만들었습니다. 유약을 발라 1300도의 높은 열에서 구워낸 자기(瓷器)는, 흙으로 만들었지만 물이 스며들지 않는 그릇입니다. 중국은 이미 은나라 때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런 자기를 만들었습니다. 쇠나 나무로 그릇을 만들었던 옛 서양에서는 흙으로 만든 이런 그릇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중세 및 근대 유럽에서는 중국 도자기가 부나 신분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하멜표류기(漂流記)》로 유명한 하멜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으로, 1653년 7월 중국과 일본에서 도자기를 수입하러 왔다가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하였습니다.

중국을 뜻하는 영어 이름 차이나(China)가 '도자기'라는 뜻을 동시에 갖게 된 것도 중국의 도자기 문화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에는 그릇에 관련되는 글자가 많습니다.

먹을 식(食)자는 받침대가 있는 밥그릇(良)과 밥뚜껑(人)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 데에서 '밥'과 함께 '먹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먹을 식(食)자는 먹는 음식, 배부름과 굶주림 등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대식국(大食國)은 ‘많이(大) 먹는(食) 나라(國)’라는 뜻으로, 중국 당나라 때에, 이슬람 국가인 사라센(Saracen) 제국을 이르던 말입니다. 아마도 덩치가 큰 사람들이 밥을 많이 먹어 생긴 이름으로 추측됩니다. 한식(寒食)은 ‘찬(寒) 음식을 먹는(食) 날'로, 양력 4월 5일경입니다. 한식의 기원은 중국 진(晉)나라의 충신 개자추(介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개자추가 간신에게 몰려 면산(緜山)에 숨어 있었는데 문공(文公)이 그의 충성심을 알고 찾았으나 산에서 나오지 않자, 나오게 하기 위하여 면산에 불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개자추는 나오지 않고 불에 타죽고 말았으며, 사람들은 그를 애도하여 이 날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었습니다.

- 음식을 먹고 마심
▶ 반(飯:饭:) : 밥 반, 먹을 식(食) + [돌이킬 반(反)]
▶ 찬(餐:餐:) : 먹을 찬, 먹을 식(食) + [뼈를추릴 찬(𣦼)]
▶ 식(蝕:蚀:) : 벌레먹을 식, 벌레 충(虫) + [먹을 식(食)]
▶ 음(飮:饮:) : 마실 음, 먹을 식(食) + [하품 흠(欠)→음]

밥 반(飯)자는 '그릇(食)에 들어 있는 밥'이란 뜻과 함께 '밥(食)을 먹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음식점인 북경반점이나 상해반점에 들어가는 반점(飯店)은 '밥(飯)을 파는 가게(店)'로, 우리나라의 식당(食堂)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여관이나 호텔 이름에도 반점(飯店)이 들어갑니다. 옛날에는 잠을 자는 여관에서 밥도 함께 팔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주막(酒幕)도 술과 밥을 팔고, 잠자리도 제공하였습니다.

먹을 찬(餐)자에 들어가는 뼈를추릴 찬(𣦼)자는 손(又)에 뼈(歺)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먹을 찬(餐)자는 '손(又)으로 뼈(歺)를 추리면서 맛있게 먹다(食)'는 뜻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각각 조찬(朝餐)오찬(午餐)만찬(晩餐)이라고 합니다. 풍찬로숙(風餐露宿)은 '바람(風)부는 데에서 먹고(餐) 이슬(露)을 맞으며 자다(宿)'는 뜻으로, 큰 뜻을 이루려는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일컫는 말입니다.

벌레먹을 식(蝕)자는 글자 그대로 '벌레(虫)가 나뭇잎을 갉아먹다(食)'는 뜻입니다. 월식(月蝕), 일식(日蝕), 침식(浸蝕), 해식(海蝕) 등에 사용됩니다. 월식(月蝕)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려 '달(月)을 갉아먹다(蝕)'는 뜻이고, 일식(日蝕)은 달이 해를 가려 '해(日)를 갉아먹다(蝕)'는 뜻입니다.

[사진] 해가 달에 가려지는 일식(日蝕)

음식(飮食), 음료수(飮料水)에 들어가는 마실 음(飮)자는 '하품(欠) 하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먹다(食)'는 뜻입니다. 아픈 사람에게 주는 미음(米飮)은 '쌀(米)을 마실(飮) 수 있도록 묽게 쑨 죽'입니다.

- 배부름과 굶주림
▶ 포(飽:饱:) : 배부를 포, 먹을 식(食) + [쌀 포(包)]
▶ 아(餓:饿:) : 주릴 아, 먹을 식(食) + [나 아(我)]
▶ 기(飢:饥:) : 주릴 기, 먹을 식(食) + [안석 궤(几)→기]

배부를 포(飽)자에 들어가는 쌀 포(包)자는 불룩한 뱃(勹)속에 아기(巳)가 있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배부를 포(飽)자는 '밥(食)을 많이 먹어 아이 밴 배(包)처럼 배가 부르다'는 뜻입니다. 포만(飽滿), 포식(飽食), 포화(飽和) 등에 사용됩니다.

주릴 아(餓)자는 '먹지(食) 못해 굶주리다'는 뜻입니다. 아귀(餓鬼)는 '주린(餓) 귀신(鬼)'이란 뜻이며, 불교에서 탐욕을 부려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으로 앙상하게 마른 몸에 배가 엄청 크고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늘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귀신입니다. 아구찜의 재료로 사용되는 아구(餓口)라는 물고기는 입이 무지하게 커 '주린(餓) 입(口)'이란 뜻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혹자는 이 물고기를 아귀(餓鬼)라고도 부릅니다.

[사진] 입이 큰 아구(餓口)

주릴 기(飢)자도 '먹지(食) 못해 굶주리다'는 뜻입니다. 기아(飢餓)는 주릴 기(飢)자와 주릴 아(餓)자가 합쳐진 낱말로 몹시 굶주림을 뜻합니다.

- 기타
▶ 관(館:馆:舘) : 집 관, 먹을 식(食) + [벼슬 관(官)]
▶ 양(養:养:) : 기를 양, 먹을 식(食) + [양 양(羊)]
▶ 여(餘:余:余) : 남을 여, 먹을 식(食) + [나 여(余)]
▶ 식(飾:饰:) : 꾸밀 식, [먹을 식(食)] + 사람 인(人) + 베 포(布)

집 관(館)자는 '먹고(食) 자는 집(官)'이란 뜻입니다. 이때 집은 일반인이 사는 집이 아니라, 여행객이 먹고 자는 객사(客舍)나 관리들이 먹고 자는 관사(官舍)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여관(旅館)은 '나그네(旅)들이 자는 집(館)'입니다. 왜관(倭館)은 '왜(倭)나라 사람들이 머물던 여관(旅館)'으로, 조선시대 외교적인 일이나 무역을 하러 온 왜인(倭人)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倭館邑)은 왜인(倭人)이 낙동강 하류에서 뱃길을 따라 올라와 이곳에서 무역을 하여 생긴 이름입니다.

중국에서 양고기 요리는 인기 있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기를 양(養)자는 원래 '맛있는 양(羊)을 먹다(食)'는 뜻입니다. 이후 '먹다→(먹여서) 기르다→치료하다→가르치다' 뜻이 생겼습니다. 양육(養育), 양친(養親), 봉양(奉養), 양분(養分), 휴양(休養), 교양(敎養), 수양(修養) 등에 사용됩니다.

꾸밀 식(飾)자는 '사람(人)이 베(巾)로 만든 옷을 꾸민다, 장식(裝飾)한다'는 뜻입니다. 가식(假飾)은 '거짓으로(假) 꾸미다(飾)'는 뜻이고, 허례허식(虛禮虛飾)은 '속이 비어(虛) 있는 예절(禮)과 속이 비어(虛) 있는 꾸밈(飾)'이란 뜻으로 정성이 없이 겉만 번지르하게 꾸민 예절이나 법식을 말합니다.

여분(餘分), 여유(餘裕), 여가(餘暇) 등의 남을 여(餘)자는 '먹을(食) 것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여각(餘角)은 '남은(餘) 각(角)'라는 뜻으로, 두 각의 합이 직각일 때 그 한 각에 대한 다른 각을 이르는 말입니다. 즉 x의 여각은 90-x가 됩니다. 코사인(cosine)은 '여각(餘角: complementary angle)의 사인(sine)'이란 뜻입니다. 즉 cos(x)는 sin(90-x)입니다. cos(x)=sin(90-x)라는 공식을 암기하는 대신, cosine에서 co가 여각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면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사진] x의 여각(餘角)은 90-x

여집합(餘集合)은 '남은(餘) 집합(集合)'이란 뜻으로 전체 집합에서 어떤 집합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집합입니다. 또 20개가 조금 넘는 개수를 '20여 개'라고 하는데, 이때 '여'자가 남을 여(餘)자입니다.

[사진] A의 여집합(餘集合)은 Ac

- 뚜껑이 열린 밥그릇
▶ 즉(卽:即:) : 곧 즉, 향내날 형(皀) + 병부 절(卩)
▶ 기(旣:既:) : 이미 기, 향내날 형(皀) + [숨막힐/목맬 기(旡)]
▶ 향(鄕:乡:) : 시골 향, 작을 요(幺) + [향내날 형(皀)→향] + 고을 읍(邑/阝)
▶ 향(饗:飨:) : 잔치 향, 먹을 식(食) + [시골 향(鄕)]
▶ 경(卿:卿:) : 벼슬 경, 토끼 묘(卯) + [향내날 형(皀)→경]
▶ 작(爵:爵:) : 벼슬 작, 손(寸)으로 들고 있는 술잔

먹을 식(食)자 위에 있는 밥뚜껑(人)을 열면 향내날 형(皀)자가 되는데, 밥뚜껑이 열려 있어 밥 냄새가 나기 때문에 향내날 형(皀)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향내날 형(皀)자가 들어가는 글자들을 몇 개 살펴보겠습니다.
향내날 형(皀)곧 즉(卽)이미 기(旣)고향 향(鄕)

즉각(卽刻), 즉결(卽決), 즉석(卽席), 즉심(卽審) 등에 들어가는 곧 즉(卽)자는 밥을 곧 먹으려 하는 모습에서 '곧'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은 '한(一) 번 닿기만(觸) 하여도 곧(卽) 폭발한다(發)'는 뜻으로, 작은 일로도 계기가 되어 크게 벌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기득권(旣得權), 기왕(旣往), 기존(旣存), 기혼(旣婚) 등에 들어가는 이미 기(旣)자는 이미 밥을 먹고 돌아앉은 모습에서 '이미'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기약분수(旣約分數)는 '이미(旣) 약분(約分)이 되어 있는 분수(分數)'라서, 더 이상 약분되지 않는 분수입니다. 기출문제(旣出問題)는 '이전에 이미(旣) 한 번 나왔던(出) 문제(問題)'입니다.

고향(故鄕), 향토(鄕土), 향리(鄕里) 등에 들어가는 시골 향(鄕)자는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으로 '대접하다, 잔치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대접하다→잔치하다→시골→고향'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경향신문의 경향(京鄕)은 '서울(京)과 시골(鄕)', 즉 전국(全國)이란 뜻이고, 향교(鄕校)는 '시골(鄕)의 학교(校)'라는 뜻으로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때 지방에 있던 문묘(文廟: 공자를 모시던 사당)와 그에 속한 학교입니다. 조선 중기 이후 서원(書院)이 발달하자 기능이 약화되었습니다.

[사진] 전라남도 나주 향교(鄕校)

잔치 향(饗)자는 시골 향(鄕)자의 원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밥 식(食)자를 추가하여 만든 글자입니다. 향연(饗宴)은 '잔치(饗)와 잔치(宴)'라는 뜻으로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지은 책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비극 시인 아가톤의 집에서 열린 잔치에서 대화하는 형식이며, 연애의 신 에로스와 소크라테스를 찬미한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벼슬 경(卿)자의 어원은 시골 향(鄕)자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人)이 마주 보고 밥(皀)을 먹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벼슬을 받아 높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벼슬이라는 뜻이 생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삼공육경(三公六卿)은 '3(三) 명의 공(公)과 6(六) 명의 경(卿)'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에 삼정승(三政丞)과 육조판서(六曹判書)를 통틀어 이르던 말입니다.

벼슬 작(爵)자는 벼슬 경(卿)자와는 달리 손(寸)으로 새처럼 생긴 술잔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원래는 술잔이라는 의미였으나, 벼슬을 받으면 술잔을 받는 관습에서 벼슬이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오등작(五等爵)은 다섯 등급으로 나눈 작위(爵尉)로 공작(公爵), 후작(侯爵), 백작(伯爵), 자작(子爵), 남작(男爵)이 있습니다.

[사진] 새 모양으로 생긴 술잔. 벼슬 작(爵)자는 이 술잔의 모습에서 나왔습니다.



닭 유(酉)
목이 좁은 술병의 모습




닭 유(酉)자는 목이 가는 술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원래는 술이나 술병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알코올 성분의 술은 빨리 증발되므로 술을 담는 그릇은 항상 입구를 좁게 만듭니다. 고대 중국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닭 유(酉)자로 더 잘 알려진 이 글자는 간지(干支)로 사용되면서, 십이지(十二支)의 하나인 닭과 짝을 이루어 닭 유(酉)자가 되었을 뿐, 닭의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사진] 닭 유(酉)자처럼 입구를 좁게 만든 질그릇

닭 유(酉)자는 술 유(酉)자로 부르기도 하며, 술과 관련되는 글자에 사용됩니다. 술 주(酒)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술은 과실과 같은 당분을 함유하는 액체에 공기 속에 있는 효모(酵母)가 들어가 자연적으로 발효(醱酵)하면서 알코올로 변하여 술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낙농(酪農), 식초(食醋), 간장(醬) 등 발효(醱酵)에 관계되는 글자에도 닭 유(酉)자 모두 들어갑니다.

- 발효와 관련되는 글자
▶ 발(醱:酦:) : (발효하여) 빚을/술익을 발, 닭 유(酉) + [필 발(發)]
▶ 효(酵:酵:) : (발효시키는) 술밑 효, 닭 유(酉) + [효도 효(孝)]
▶ 산(酸:酸:) : (발효하여) 실 산, 닭 유(酉) + [갈 준(夋)→산]
▶ 초(醋:醋:) : (발효하여 만든) 식초 초, 닭 유(酉) + [옛 석(昔)→초]
▶ 장(醬:酱:) : (발효하여 만든) 장 장, 닭 유(酉) + [장수 장(將)]

'술을 빚다'는 '술을 담근다'는 뜻입니다. 빚을/술익을 발(醱)자는 '술(酉)로 발전한다(發)', 즉 '술(酉)이 익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술밑 효(酵)자의 '술밑'은 술을 발효(醱酵)시키는 효모균(酵母菌)을 말합니다. 효모균(酵母菌)은 '발효시키는(酵) 모체(母)가 되는 균(菌)'이란 뜻으로 곰팡이나 버섯 종류이지만 균사가 없는 단세포 생물입니다. 효모(酵母)는 영어로 이스트(yeast)입니다. 그리스어의 어원으로 '끓다'는 의미로 발효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거품이 나기 때문입니다.

[사진] 단세포 생물인 효모균(酵母菌)

술을 더욱 발효하면 시어지는데, 실 산(酸)자는 '술(酉)이 오래 가면(夋) 시어진다'는 뜻입니다. 산성(酸性)은 '신(酸)맛이 나는 성질(性)을 가진 물질'로 사이다, 오렌지, 포도, 사과 등 신맛이 나는 것은 대부분 산성입니다. 산소(酸素)는 '신(酸)맛으로 변하게 하는 원소(素)'라는 뜻입니다. 산소(酸素)를 영어로 옥시전(oxygen)이라고 하는데, '신맛이 나는 물질'을 뜻하는 oxys와 '생성되다'는 뜻의 gennao가 합쳐져 만들어졌습니다. 옛 그리스 사람은 공기속의 어떤 물질이 술을 시게 만든다고 믿었고, 이를 옥시전(oxygen)이라고 불렀습니다.

술이 오래되면 시어져 식초(食醋)가 됩니다. 식초 초(醋)자는 '옛날(昔)에 담근 오래된 술(酉)은 발효되어 식초(食醋)가 된다'는 뜻입니다.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에 들어가는 장 장(醬)자에도 닭 유(酉)자가 들어갑니다. 장(醬)자는 간장이나 된장뿐만 아니라, 육장(肉醬)이나 젓갈을 뜻하기도 합니다. 중국 음식집에 가면 자장면에 들어가는 검은 중국 된장을 첨장이라고 하는데, 첨장(甛醬)은 '단(甛)맛이 나는 장(醬)'이란 뜻입니다. 보통 발음하기 쉽게 춘장이라고 부릅니다. 또 자장면(煮醬麵)은 '첨장(醬)을 삶아(煮) 비벼먹는 국수(麵)'라는 뜻입니다.

- 술과 관련되는 글자
▶ 주(酒:酒:) : 술 주, 물 수(氵) + [닭 유(酉)→주]
▶ 취(醉:醉:酔) : 술취할 취, 닭 유(酉) + [군사 졸(卒)→취]
▶ 작(酌:酌:) : 술따를/잔 작, 닭 유(酉) + [구기/잔 작(勺)]

술 주(酒)자에 들어 있는 유(酉)자가 원래 술을 의미하는 글자이지만,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물 수(氵)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술(酒)이 못(池)을 이루고 고기(肉)가 숲(林)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중국 은(殷)나라 때 폭군으로 알려진 주왕(紂王)이 많은 술과 고기로 호화롭게 차린 술잔치를 벌이고 나라를 돌보지 않은 데서 유래합니다. 〈권주가(勸酒歌)〉는 '술(酒)을 권하는(勸) 노래(歌)'로, 조선 시대 12가사(歌辭) 중의 하나이며,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라고 권하는 노래입니다. 내용은 인생의 무상함을 한탄하고 부귀와 장수(長壽)를 비는 것입니다.

술취할 취(醉)자는 도취(陶醉), 심취(心醉), 취객(醉客), 취흥(醉興) 등에 사용됩니다.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는 '부벽정(浮碧亭)에서 술에 취해(醉) 놀던(遊) 기록(記)'으로, 조선 시대 김시습이 지은 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에 수록된 5편 중 하나입니다. 부벽정 아래에서 술을 먹으며 뱃놀이를 하다 만난 선녀를 그리워하다 결국 죽어 하늘나라로 간 선비의 이야기입니다. 부벽정(浮碧亭)은 평양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정자(亭子)입니다.

[사진] 일제강점기 사진엽서에 있는 평양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술따를/잔 작(酌)자는 '술(酉)을 잔(勺)에 따르다'는 뜻입니다. 자작(自酌)은 자신의 술을 스스로(自) 따르는(酌) 것을 말하고, 작부(酌婦)는 '술집에서 손님을 접대하며 술을 따라(酌) 주는 여자(婦)'입니다.

- 술익을 추(酋)자와 관련되는 글자
▶ 추(酋:酋:) : 술익을/두목 추, 닭 유(酉) + [여덟 팔(八)→추]
▶ 전(奠:奠:) : 바칠 전, 큰 대(大) + [술익을 추(酋)→전]
▶ 정(鄭:郑:) : 나라이름 정, 고을 읍(邑/阝) + [바칠 전(奠)→정]
▶ 존(尊:尊:) : 높을 존, 마디 촌(寸) + [술익을/두목 추(酋)→존]
▶ 준(遵:遵:) : 좇을 준, 갈 착(辶) + [높을 존(尊)→준]

술익을 추(酋)자는 술이 익어 술병(酉) 위로 냄새가 솔솔 나는(八) 모습입니다. 이후 '술이 익다→이루다→성취하다→뛰어나다→우두머리→두목, 추장(酋長)'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자가 다른 글자 내에서는 '잘 익어 제사상에 올리는 술'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바칠 전(奠)자는 '제사상(ㅠ→大)에 익은 술(酋)을 바치다'는 뜻입니다. 이후 '술을 바치다→제물을 올리다 →제사를 지내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장례 전 영좌 앞에 간단한 술과 과일을 차려 놓는 것도 전(奠)이라고 합니다.

나라이름 정(鄭)자는 원래 '제사(奠)를 잘 지내는 고을(邑/阝)'이라는 뜻입니다. 정(鄭)나라는 중국 춘추시대에 섬서성(陝西省)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아마도 제사를 잘 지내는 나라로 짐작됩니다. 정(鄭)자는 우리나라의 성씨 중 하나입니다.

존대(尊待), 존경(尊敬), 존중(尊重)에 들어가는 높을 존(尊)자는 원래 '제사상에 술을 올리기 위해 손(寸)에 들고 있는 술 단지(酋)'를 뜻하는 글인데, 이후 '술 단지→(술 단지를) 소중히 생각하다→공경하다→높이다'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존댓말의 존대(尊待)는 '높게(尊) 대접하다(待)'는 뜻입니다.

준수(遵守), 준법(遵法) 등에 들어가는 좇을 준(遵)자는 '높은(尊) 사람을 따르거나 좇아가다(辶)'는 뜻입니다.

- 기타
▶ 배(配:配:) : 짝 배, 닭 유(酉) + [몸 기(己)→배]
▶ 추(醜:丑:) : 추할 추, 귀신 귀(鬼) + [닭 유(酉)→추]
▶ 의(醫:医:医) : 의원 의, 닭 유(酉) + 상자 방(匚) + 화살 시(矢) + 창 수(殳)

☞ 짝 배(配)

짝 배(配)자는 술(酉) 옆에 사람이 꿇어않아 있는 사람((己)의 모습입니다. 옛날에 결혼식을 할 때 술(酉)을 나누어 마시면서 짝을 맞이하는 데에서 '(술을) 나누다, 짝짓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분배(分配), 배정(配定)에서는 '나누다', 배우자(配偶者), 배필(配匹)에서는 '짝짓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추할 추(醜)자는 '귀신(鬼)의 모습에 술(酉)까지 취해 추(醜)하다'는 뜻입니다. 추악(醜惡), 추잡(醜雜), 추문(醜聞) 등에 사용됩니다.

의원(醫員), 의사(醫師) 등에 사용되는 의원 의(醫)자는 화살에 맞아 몸속(匚)에 화살(矢)이 있거나 창(殳)으로 찔렸을 때 술(酉)로 소독하고 마취를 시킨 데에서 유래합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술이 병도 치료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다른 해석에서는 상자(匚) 속에 수술 칼로 사용되는 화살촉(矢)과 수술 도구를 들고 있는 손(殳), 치료제인 술(酉)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글자는 원래 '치료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치료하다→(치료하는) 의원→의술→의학'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그릇 명(皿)
그릇의 모습




그릇 명(皿)자는 음식을 담는 그릇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그릇 명(皿)자는 그릇이나 쟁반, 술잔을 일컫는 글자에 모두 들어갑니다. 밥그릇 로(盧), 소반 반(盤), 잔 배(盃)자 등이 그런 예입니다. 다른 글자와 만날 때에는 글자의 아래에 들어갑니다.

그릇 명(皿)자와 비슷한 글자로 피 혈(血)자가 있습니다. 피 혈(血)자는 그릇(皿)에 담겨진 동물의 피를 점(丶)으로 표시해 놓은 모습입니다. 피 혈(血)자는 부수 글자이지만, 피 혈(血)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거의 없습니다. 먼저 피 혈(血)자와 관련 있는 글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피 혈(血)자와 관련 있는 글자
▶ 맹(盟:盟:) : 맹세 맹, 그릇 명(皿) + [밝을 명(明)→맹]
▶ 중(衆:众:) : 무리 중, 날 일(日→血) + [무리 중(乑)]

☞ 맹세 맹(盟)

춘추전국시대에 제후들이 동맹(同盟)에 합의하면, 제사를 지내면서 천지신명 앞에 서약하고, 그릇(皿)에 동물의 피(血)를 서로 나누어 마셨습니다. 맹세 맹(盟)자는 '해(日)와 달(月) 아래에서 피(血)를 나누어 마시며 동맹(同盟)을 맹세하다'는 뜻입니다. 옛 글자를 보면 글자 아래의 그릇 명(皿)자를 피 혈(血)자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혈맹(血盟)은 '피(血)를 나누어 마시면서 한 맹세(盟)'이고, 동맹(同盟)은 '동일하게(同) 행동하기로 맹세(盟)한 약속이나 조직체'입니다. 한자동맹(同盟)은 '한자(Hansa)라는 상인조합들이 맺은 동맹(同盟)'으로, 중세 중기 북해·발트해 연안의 독일 여러 도시가 뤼베크를 중심으로 상업상의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입니다. 한자(Hansa)는 말은 원래 '집단'이나 '단체'을 뜻하며, 외지에서의 상업권익을 지키기 위해 단결한 무역상인의 조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큰 항공사는 루프트한자(Luft-Hansa)입니다. 루프트(Luft)는 영어 에어(air: 공기, 하늘, 항공)와 같은 뜻이고, 한자(Hansa)는 한자동맹의 한자와 같은 뜻입니다.

☞ 무리 중(衆)

무리 중(衆)자는 햇볕(日→血) 아래에서 무리를 지어 일하는 사람(众→乑)의 모습에서 '무리'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중국 간체자에서는 사람이 3명 있는 모습(众)으로 나타냈습니다. 대중(大衆)이나 중생(衆生) 등에 사용됩니다. 글자 위의 피 혈(血)자는 날 일(日)자가 변형된 모습일 뿐, 피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무리 중(衆)자의 부수는 피 혈(血)자입니다.

- 그릇의 종류
▶ 반(盤:盘:) : 소반 반, 그릇 명(皿) + [일반 반(般)]
▶ 분(盆:盆:) : 동이 분, 그릇 명(皿) + [나눌 분(分)]
▶ 잔(盞:盏:) : 잔 잔, 그릇 명(皿) + [적을 잔(戔)]
▶ 합(盒:盒:) : 합 합, 그릇 명(皿) + [합할 합(合)]

소반 반(盤)자의 소반(小盤)은 음식이나 그릇을 받치기 위한 큰 쟁반이나 자그마한 밥상입니다. 소반 반(盤)자는 원래 큰 쟁반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쟁반→소반→받침→바탕'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소반(小盤), 쟁반(錚盤)에서는 그릇이란 의미로, 기반(基盤), 지반(地盤)에서는 받침이나 바탕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배전반(配電盤)은 ‘전기(電)를 나누어 주는(配) 소반(盤)’이란 뜻으로, 발전소에서 온 전기를 나주어 주는 장치입니다.

[사진] 다리가 개의 다리처럼 생긴 개다리소반(小盤)

동이 분(盆)자의 동이는 질그릇으로 만든 큰 항아리로,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있습니다. 물동이는 '물을 담는 동이'이고, 양(洋)동이는 '서양(洋)에서 들어온 동이'로, 함석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한 손으로 들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려있습니다. 영어로는 버켓(bucket), 일본어로는 바께쓰(バケツ)입니다. 화분(花盆)은 '꽃(花)을 심는 동이(盆)'입니다. 지리 시간에 나오는 분지(盆地)는 '동이(盆)처럼 가운데가 들어간 땅(地)'이란 뜻으로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를 말합니다. 하수분(河水盆)은 '황하강(河) 물(水)을 채운 동이(盆)'란 뜻으로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강 물을 길어다 큰 물동이를 채우게 했는데,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 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다고 합니다. 이후 그 안에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온다는 보배 그릇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찻잔(茶盞), 술잔(盞), 등잔(燈盞) 등에 들어간 잔 잔(盞)자는 '그릇 (皿)이 작은(戔) 것이 잔이다'는 뜻입니다. 금잔화(金盞花)는 ‘금(金)으로 만든 잔(盞)처럼 생긴 꽃(花)’입니다.

합 합(盒)자에 들어가는 합할 합(合)자는 그릇(口) 위에 뚜껑(亼)를 덮어 서로 합한 모습으로, 원래 뚜껑이 있는 그릇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이후 '합(盒: 뚜껑이 있는 그릇)→(그릇과 뚜껑의) 짝→(그릇에 뚜껑을) 합하다' 등의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릇 명(皿)자를 추가하여 합 합(盒)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찬합(饌盒)은 '반찬(饌)을 담는 여러 총으로 된 그릇(盒)'입니다. 책상에 붙어 있는 서랍은 원래 설합(舌盒)으로, '혀(舌)처럼 생긴 그릇(盒)'이란 뜻입니다. 설합을 빼었다 넣었다하는 것이 흡사 혀를 빼었다 넣었다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진] 여러 층으로 된 찬합(饌盒)

- 기타(1)
▶ 익(益:益:) : 더할 익, 그릇 명(皿) + 물 수(水)
▶ 일(溢:溢:) : (물이) 넘칠 일, 물 수(氵) + [더할 익(益)→일]
▶ 감(監:监:监) : 볼 감, 신하 신(臣) + 사람 인(人) + 한 일(一) + 그릇 명(皿)
▶ 감(鑑:鉴:) : (쇠로 만든) 거울 감, 쇠 금(金) + [볼 감(監)]
▶ 로(盧:卢:) : 밥그릇/성씨 로, 그릇 명(皿) + 밭 전(田) + [범 호(虍)→로]
▶ 로(爐:炉:炉) : 화로 로, 불 화(火) + [밥그릇 로(盧)]

이익(利益), 수익(收益) 등에 들어가는 더할 익(益)자는 원래 그릇(皿)에 물(水)을 부어 넘치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글자 윗부분이 물 수(水)자를 90도 회전한 것입니다. 이후 '(물이) 넘치다→(물을) 더하다→돕다→이롭다' 등이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물 수(氵)자가 추가되어 넘칠 일(溢)자가 되었습니다. 해일(海溢)은 '바닷물(海)이 넘치다(溢)'는 뜻입니다.

☞ 볼 감(監)

감독(監督), 감시(監視), 감사(監査)에 들어가는 볼 감(監)자는 사람(人)이 눈(臣)으로 그릇(皿) 속의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모습으로, 원래 '거울'입니다. 글자에 들어 있는 한 일(一)자는 거울에 비친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 '거울→보다→살피다→(백성을 살피는) 관청'이란 뜻이 생겨,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쇠 금(金)자가 추가되어 거울 감(鑑)자가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금속면을 매끈하게 갈아서 거울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국사책을 읽어보면 볼 감(監)자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볼 감(監)자는 백성을 살피는 관청이나 벼슬을 의미합니다. 국자감(國子監)은 '나라(國)의 아이(子)들을 가르치는 관청(監)'으로 고려 시대의 학교입니다. '가르치고(敎) 결정하는(定) 우두머리(都) 관청(監)'이라는 뜻의 교정도감(敎定都監)은 고려 시대 최충헌이 설치한 무신정권의 최고 정치기관으로 국정을 총괄하였습니다. 벼슬이나 직책에도 감(監)자가 많이 들어갑니다. ‘상감마마 납시오’의 상감(上監)은 맨 위(上)에서 감독하는(監) 사람이고, 조선 시대 정2품 이상의 벼슬인 대감(大監)은 ‘크게(大) 감독하는(監) 사람’이고, 조선시대 종2품에서 정3품 벼슬인 영감(令監)은 ‘명령(令)을 내리고 감독하는(監)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으나, 나중에 노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교육감(敎育監)은 각 시·도의 교육청을 감독하는 우두머리입니다.
☞ 밥그릇 로(盧)

밥그릇 로(盧)자는 원래는 화로(火爐)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였으나, 나중에 뜻을 나타내는 그릇 명(皿)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범 호(虍)자가 합쳐진 형성문자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밥그릇이란 뜻으로 사용되자 원래의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불 화(火)자를 추가하여 화로 로(爐)자가 되었습니다. 밥그릇 로(盧)자는 성씨로도 사용되는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그런 예입니다. 청자향로(靑瓷香爐)는 '푸른(靑) 도자기(瓷)로 만든 향(香)을 피우는 화로(爐)'이고, 용광로(熔鑛爐)는 '광물(鑛)을 녹이는(熔) 화로(爐)'입니다.

- 기타(2)
▶ 성(盛:盛:) : 성할 성, 그릇 명(皿) + [이룰 성(成)]
▶ 영(盈:盈:) : (그릇에) 찰 영, 그릇 명(皿) + [아이밸 잉(孕)→영]
▶ 진(盡:尽:尽) : 다할 진, 그릇 명(皿) + 솔의 모습
▶ 개(蓋:盖:盖) : (그릇 뚜껑을) 덮을 개, 풀 초(艹) + [갈 거(去)→개] + 그릇 명(皿)
▶ 녕(寧:宁:寍) : 편안할 녕, 집 면(宀) + 마음 심(心) + 그릇 명(皿) + [장정 정(丁)→녕]
▶ 도(盜:盗:) : 도둑 도, 그릇 명(皿) + 물 수(氵) + 하품 흠(欠)
▶ 맹(孟:孟:) : 맏 맹, 아들 자(子) + [그릇 명(皿)→맹]

풍성(豊盛), 왕성(旺盛), 무성(茂盛) 등에 사용되는 성할 성(盛)자는 원래 '그릇(皿)이 두텁다'는 뜻입니다. 이후 '두텁다→성대(盛大)하다→무성(茂盛)하다→성(盛)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성수기(盛需期)는 '수요(需要)가 두터운(盛) 시기(期)'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은 시기입니다.

찰 영(盈)자에 들어가는 아이를 밸 잉(孕)자는 불룩 나온 가슴과 뱃(乃)속에 아이(子)가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따라서 찰 영(盈)자는 '아이를 밴 것처럼 그릇(皿)이 가득 차다'는 뜻입니다. 영덕게로 유명한 경상북도 영덕군(盈德郡)은 '덕(德)이 가득 찬(盈) 고을(郡)'입니다.

다할 진(盡)자는 손(彐)에 솔(★)을 들고 그릇(皿)을 씻는 모습입니다. 글 중간에 들어가는 4점(灬)은 솔에 붙은 털의 모습입니다. '그릇에 찌꺼기를 남김없이 깨끗하게 씻다'고 해서 '다하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흥진비래(興盡悲來)는 '즐거운(興) 일이 다하면(盡) 슬픈(悲) 일이 온다(來)'는 뜻으로 세상일이 돌고 돎을 일컫습니다.

덮을 개(蓋)자는 '그릇(皿)의 뚜껑을 덮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에, 풀 초(艹)자를 나중에 추가하였습니다. '풀(艹)로 덮다'는 뜻입니다. 이후 '덮다→덮개→뚜껑→천장→하늘'이란 뜻도 생겼습니다. 구개음(口蓋音)은 '입(口) 천장(蓋) 소리(音)'로, 혓바닥과 입천장 사이에서 나는 소리로, ㅈ,ㅊ,ㅉ 등이 있습니다. 또 ㄷ, ㅌ이 구개음 ㅈ, ㅊ으로 변화하는 것('굳이'가 '구지'로 소리 남)을 구개음화(口蓋音化)라고 합니다. 두개골(頭蓋骨)은 '머리(頭)를 덮는(蓋) 뼈(骨)'입니다.

편안할 녕(寧)자는 '집(宀)에서 밥그릇(皿)의 음식을 먹고 있으니 마음(心)이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안녕(安寧)은 '편안하고(安) 편안하다(寧)'는 뜻입니다.

도둑 도(盜)자는 '밥그릇(皿)을 보고 침(氵)을 흘리며 입을 크게 벌리고 서 있는 사람(欠)이 도둑이다'는 뜻입니다. 옛날에는 배가 고파 밥을 훔쳐가는 도둑이 많았습니다. 포도청(捕盜廳)은 '도둑(盜)을 잡는(捕) 관청(廳)'입니다.

《묵자(墨子)》나 《열자(列子)》와 같은 중국 고전을 보면, 맏아들을 잡아먹는 풍습이 있는 지역이 나옵니다. 약탈혼이 성행했던 옛 중국에서 맏아들은 자기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잡아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맏맹(孟)자는 '그릇(皿)에 담긴 아들(子)'로 이런 풍습에서 생긴 글자입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은 '맹자(孟)의 어머니(母)가 맹자를 가르치기 위하여 세(三) 번이나 집을 옮겼다(遷)'는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솥 정(鼎)
3개의 다리가 있는 솥




솥 정(鼎)자는 3개의 다리가 달린 솥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다리가 3개인 이유는 땅이 고르지 않아도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리가 4개 있는 솥도 있습니다. 이러한 솥은 사각형 솥이란 뜻의 방정(方鼎)이라고 합니다. 청동 솥은 제사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고, 왕이나 제후만이 소유할 수 있었으며, 권력의 상징물이었습니다.

[사진] 정(鼎)

솥 정(鼎)자는 솥과 관련된 글자에 들어가는데, 다른 글자에 들어갈 때에는 조개 패(貝)자와 같이 간략한 형태로 사용됩니다.


[사진] 방정(方鼎)

▶ 구(具:具:) : 갖출 구, 솥 정(鼎→貝) + 손맞잡을 공(廾)
▶ 원(員:员:貟) : 인원 원, 둘러싸일 위(囗) + 솥 정(鼎→貝)
▶ 정(貞:贞:) : 곧을 정, 점 복(卜) + [솥 정(鼎→貝)]
▶ 진(眞:真:) : 참 진, 비수 비(匕) + 솥 정(鼎→貝)
▶ 칙(則:则:) : 법칙 칙, 곧 즉, 칼 도(刂) + 솥 정(鼎→貝)

갖출 구(具)자는 두 손(廾)으로 솥(鼎→貝)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집에 '솥(鼎→貝)을 갖추다'는 뜻입니다. 가구(家具)는 '집(家)에 갖추어야(具) 할 물건'이고, 구비서류(具備書類)란 '갖추고(具) 갖추어야(備) 할 서류(書類)'입니다.

☞ 인원 원(員)

인원 원(員)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둥근 원(○→囗) 아래에 솥 정(鼎→貝)자가 있습니다. 즉 둥근 원을 강조하기 위해 둥근 솥은 그린 모습입니다. 나중에 '인원, 수효(數爻)'라는 뜻이 생기면서 '둥글다'는 원래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둥근 원(○→囗)을 바깥에 둘러싸서 둥글 원(圓)자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위원(委員)은 '어떤 일을 맡은(委) 인원(員)'입니다.

곧을 정(貞)자는 원래 '점(卜)을 치다'는 뜻입니다. 솥 정(鼎→貝)자가 소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점을 칠 때 거북 배 껍질이나 소뼈가 갈라지는 모습이 곧다'는 데에서 '곧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정인(貞人)은 은나라 때 점을 치고 기록하던 사람입니다. 정조(貞操)란 '곧은(貞) 지조(操)'입니다.

진리(眞理), 진실(眞實) 등에 들어가는 참 진(眞)자는 원래 숟가락(匕)과 솥(鼎→貝)이 합쳐진 모습이었는데, 이후 모습이 변해 지금의 글자가 되었습니다. 숟가락(匕)으로 솥(鼎→貝)의 음식을 떠먹는 모습에서 '참, 진실, 사실' 등의 뜻이 생긴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로 찍는 사진(寫眞)은 '사실대로(眞) 베끼다(寫)'는 뜻입니다.

☞ 법칙 칙(則)

법칙(法則), 원칙(原則) 등에 사용되는 법칙 칙(則)자는 주나라에서 법령 같은 것을 솥(鼎→貝)에다 칼(刂)로 글을 새긴 데에서 '법칙'이란 뜻이 유래합니다. 주나라 초기에는 거푸집에 글을 새겨 솥을 만들었지만, 주나라 말기에는 칼로 청동기 표면에 글을 새겼습니다.
법칙 칙(則)자는 가차되어 곧 즉(則)자로도 사용됩니다. 일천즉천(一賤則賤)은 '부모 중 한(一)쪽이 천민(賤)이면 자식도 곧(則) 천민(賤)이다'는 뜻으로, 양반들이 노비의 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법칙입니다.



솥 력(鬲)
3개의 무 다리를 가진 솥




솥 력(鬲)자는 흡사 무처럼 생긴 3개의 다리가 있는 솥으로, 다리 부분에도 내용물이 들어가도록 만들었는데, 아마도 솥 아래에서 불을 피우면 열이 전달되는 면적을 넓히려고 이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정(鼎)이 청동으로 만든 솥인 반면, 력(鬲)은 주로 흙을 빚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청동으로 만든 솥도 만들어졌습니다. 상형문자를 보면 실제 솥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사진] 솥 력(鬲)

▶ 헌(獻:献:献) : 바칠 헌, 개 견(犬) + [솥 권(鬳)→헌]
▶ 융(融:融:) : 녹을 융, [벌레 충(虫)→융] + 솥 력(鬲)
▶ 격(隔:隔:) : 막힐 격, 언덕 부(阜/阝) + [솥 력(鬲)→격]

바칠 헌(獻)자에 들어가는 솥 권(鬳)자는 '호랑이(虍)가 새겨진 솥(鬲)'입니다. 바칠 헌(獻)자는'개(犬)를 솥(鬳)에서 삶아 조상신에게 바치다'는 뜻으로 만들었습니다. 헌납(獻納)은 재물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바치고(獻) 바치다(納)'는 뜻이고, 헌신(獻身)은 '몸(身)을 바쳐(獻) 있는 힘을 다하다'는 뜻입니다.

녹을 융(融)자는 '뜨거운 솥(鬲)에서 녹다'는 뜻입니다. 벌레 충(虫)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융해(融解)는 ‘녹아서(融) 풀어지다(解)’는 뜻으로, 용융(鎔融)과 마찬가지로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되는 것입니다.융해점(融解點)은 고체가 액체로 변하기 시작하는 온도로, 용융점(鎔融點) 또는 녹는점이라고 합니다.

막힐 격(隔)자는 언덕(阜/阝)으로 막혀, '서로 떨어져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간격(間隔)이나 격리(隔離)가 그런 경우입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세상(世)과 떨어져 있는(隔) 느낌(感)'이란 뜻으로, 짧은 동안에 몰라보게 변하여 아주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장군 부(缶)
배가 불룩한 큰 항아리




장군 부(缶)자에서 장군은 전쟁터에 싸우러 나가는 장군이 아니라 술이나 간장, 오줌, 똥을 담는 배가 불룩하고 아가리가 있는 질그릇을 말합니다.

[사진] 조선 시대의 장군

지금은 화장실이 모두 '물(水)로 씻는(洗) 방식(式)'의 수세식(水洗式)이지만, 예전에는 화장실이 가득차면 퍼내는 일명 푸세식(?)이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나무로 만든 똥장군을 메고 다니면서 화장실의 똥을 퍼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퍼간 똥은 별도로 모아 두었다가 농사를 지을 때 거름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사진] 나무로 만든 똥장군

장군 부(缶)자는 장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주로 질그릇과 관련된 글자에 들어갑니다.

▶ 도(陶:陶:) : 질그릇 도, 언덕 부(阜/阝) + [질그릇 도(匋)]
▶ 결(缺:缺:欠) : 이지러질 결, 장군 부(缶) + [정할 쾌(夬)→결]
▶ 보(寶:宝:宝) : 보배 보, 집 면(宀) + 구슬 옥(玉) + [장군 부(缶)→보] + 조개 패(貝)

질그릇 도(陶)자에 들어가는 질그릇 도(匋)자는 '질그릇(缶)을 둘러싸고(勹) 있는 가마에서 질그릇을 굽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가마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阜/阝)자를 추가해서 질그릇 도(陶)자가 되었습니다. 보통 가마는 언덕을 따라 비스듬히 길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많이 끌려간 도공(陶工)은 '질그릇(陶)을 굽는 장인(工)'이고,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는 '도자기(陶) 조각(片)으로 투표하여 추방(追放)하는 제도(制)'로, 고대 그리스 민주정치 시대에 위험인물을 전 시민에 의한 비밀투표로 10년간 국외로 추방한 제도입니다. 투표용지로 도자기((陶瓷器)의 깨진 조각을 사용하여 도편(陶片)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지러질 결(缺)자에서 '이지러지다'는 '큰 항아리나 장군(缶)의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없어지다'는 뜻입니다. 보름달이 반달로 되는 것을 '달이 이지러지다'고 합니다. 이후 '이지러지다→없어지다→부족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결석(缺席)은 '자리(席)에 없다(缺)'는 뜻이고, 결점(缺點)은 '부족한(缺) 점(點)'입니다. 결핍증(缺乏症)은 '부족하고(缺) 모자라는(乏) 증세(症)'입니다.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야맹증,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구루병 등이 걸리는데, 이와 같이 몸에 필요한 물질이 모자라서 병에 걸리는 증상을 결핍증이라고 합니다.

보배 보(寶)자는 '집(宀)안에 있는 보석(玉)과 돈(貝)이 보배다'는 뜻입니다. 부(缶)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중국식당에서 먹는 팔보채(八寶菜)는 '여덟(八) 가지 보배(寶)와 같은 재료를 넣어 만든 채소(菜) 요리'로 해삼, 새우, 오징어, 죽순, 돼지고기 등 8가지 진귀한 재료를 넣어 만든 채소요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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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와 한자가 실물과 얼마나 닯았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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