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전(田) 밭의 모습
문명과 국가의 탄생은 농업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농업은 근대 공업이 탄생되기 이전까지 주요 산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농업의 근간이 되는 땅은 부의 척도가 되어, 수많은 나라들이 땅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하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국가가 생기거나 왕조가 바뀌면 반드시 토지제도를 개혁하였습니다. 토지개혁은 소수의 기득권자에게 편중되어 있는 부(富)를 빼앗아 일반 백성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주나라의 정전법(井田法)에서 시작한 토지제도는 한전법(限田法), 둔전제(屯田制), 균전제(均田制), 정전제(丁田制), 과전법(科田法), 직전법(職田法), 전시과(田柴科) 등 수많은 제도로 바뀌어 왔습니다.
밭 전(田)자는 정전제(井田制)에서 가로 세로로 나누어진 밭의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원래의 밭은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재미있게도 원유(油)을 생산하는 유전(油田), 석탄(炭)을 생산하는 탄전(炭田), 소금(鹽)을 생산하는 염전(鹽田) 등에도 밭 전(田)자를 썼습니다.
밭 전(田)자가 밭과 상관없이 다른 물건의 모습을 본뜬 글자도 있습니다. 가축 축(畜→가축의 위), 밥통 위(胃→동물의 위), 여러 누(累→물건), 열매 과(果→나무 위의 열매), 새집 소(巢→나무 위의 새집)자가 그런 예입니다.
- 논밭과 들 ▶ 답(畓:畓:) : 논 답, 밭 전(田) + 물 수(水) ▶ 리(里:里:) : 마을 리, 밭 전(田) + 흙 토(土) ▶ 야(野:野:) : (밭이 있는) 들 야, 마을 리(里) + [나 여(予)→야] ▶ 계(界:界:) : 지경 계, 밭 전(田) + [낄 개(介)→계] ▶ 기(畿:畿:) : 경기 기, 밭 전(田) + [몇/기미 기(幾)]
우리나라에서는 논과 밭을 구분합니다. 논에는 벼를 심어서 봄부터 여름까지 물에 잠겨 있습니다. 반면 밭에는 보리나 채소를 심어 필요할 때에만 물을 뿌려줍니다. 논 답(沓)자는 '물(水)을 댄 밭(田)이 논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논 답(畓)자라는 한자가 없습니다. 이 한자는 한국에서 만든 글자입니다. 중국에서는 논과 밭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논을 의미하는 글자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천수답(天水畓)은 '강이나 저수지 물을 이용하지 않고 하늘(天)의 물(水)인 비로 농사를 짓는 논(畓)'입니다.
[사진] 천수답(天水畓)인 계단식 논
마을 리(里)자는 '땅(土) 위에 밭(田)을 일구어 놓은 곳에 마을(里)이 있다'는 뜻입니다. 《택리지(擇里志)》는 '마을(里)을 가려(擇) 놓은 기록(志)'으로, 조선 영조 27년(1751년)에 이중환이 지은 우리나라의 지리서입니다. 전국 8도의 지형, 풍토, 풍속, 인심 등을 상세히 기록하였습니다.
들 야(野)자는 '땅(土) 위에 밭(田)이 있는 곳이 들이다'는 뜻입니다. 이후 '들→야생(野生)의→시골→범위'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떳떳하지 못한 관계의 남녀가 보리밭에서 만나 정을 통했습니다. 야합(野合)은 '들에서(野) 만나다(合)'는 뜻으로, '부부가 아닌 남녀가 보리밭과 같은 들에서 만나 정을 통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야구(野球)는 '들(野)에서 하는 공(球)놀이'입니다. 야채(野菜)는 원래 '들(野)에서 자란 나물(菜)'이지만, 무, 배추, 시금치 등의 심어서 가꾸는 나물도 됩니다. 수영야유(水營野遊)는 '수영(水營)의 들(野) 놀이(遊)'로 부산의 수영 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탈놀이입니다. 모두 4마당으로 되어 있는 양반에 대한 풍자극입니다. 분야(分野)나 시야(視野)에서는 범위(範圍)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지경 계(界)자는 '밭(田) 사이에 끼어(介) 있는 길이 땅의 경계(境界), 즉 지경(地境)이다'는 뜻입니다. 과학에서계면(界面)은 '경계(境界)를 이루는 면(面)'입니다. 대류권계면(對流圈界面)은 '대류권(對流圈)과 성층권의 경계면(界面)'입니다. 계면반응(界面反應)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면(界面)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反應)'이고, 계면활성제(界面活性劑)는 '두 물질의 경계면(界面)을 활성(活性)화하는 약(劑)'으로, 비누나 세제 등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봉건제도 하에서 왕은 서울 주위의 땅을 다스리고, 나머지 땅들은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어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경기(京畿)란 서울 주위의 오백 리 이내의 땅으로 왕(王)이 직접 다스리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경기기(畿)자는 뜻을 나타내는 밭 전(田)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기미 기(幾)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기도(京畿道)는 서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땅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농사와 관련된 글자 ▶ 묘(苗:苗:) : (밭에 난) 싹 묘, 풀 초(艹) + 밭 전(田) ▶ 비(卑:卑:) : 낮을 비, 밭 전(田) + 칠 복(攵) ▶ 남(男:男:) : (밭에서 일하는) 사내 남, 밭 전(田) + 힘 력(力)
싹 묘(苗)자는 '논밭(田)에 풀(艹)이 나 있는 것이 싹이다'는 뜻입니다. 묘목(苗木)은 '싹(苗)처럼 어린 나무(木)'입니다.
낮을 비(卑)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밭 전(田)자와 손(又)에 도구(卜)를 들고 있는 칠 복(攵)자가 합쳐진 모습입니다. 즉 '밭(田)에서 손(又)에 도구(卜)를 들고 일을 하는 사람의 신분이 낮다'고 해서 '낮다'는 뜻이 생겼습니다.비속어(卑俗語)는 '격이 낮고(卑) 속된(俗) 말(語)'입니다.
사내 남(男)자는 '쟁기(力)로 밭(田)을 가는 사람은 사내이다'는 뜻입니다. 남존여비(男尊女卑)는 '남자(男)는 높고(尊) 귀하게 여기고, 여자(女)는 낮고(卑) 천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 기타 ▶ 당(當:当:当) : 마땅할/맡을 당, 밭 전(田) + [오히려 상(尙)→당] ▶ 략(略:略:) : 간략할/노략질할/꾀 략, 밭 전(田) + [각각 각(各)→략] ▶ 류(留:留:) : (밭에) 머무를 류, 밭 전(田) + [토끼 묘(卯)→류] ▶ 번(番:番:) : (밭의) 차례 번, 밭 전(田) + [분별할 변(釆)→번] ▶ 분(奮:奋:) : (밭에서) 떨칠 분, 밭 전(田) + [날개휘두를 분(奞)] ▶ 주(周:周:) : 두루 주, 밭 전(田) + [입 구(口)→주]
마땅할 당(當)자는 원래 '밭(田)이 건물(尙)을 짓기 위한 밑바탕이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상(尙)자는 집이나 건물의 상형입니다. 이후 '밑바탕→(밑바탕을) 맡다→(맡아서) 대하다→(맡기에) 마땅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담당자(擔當者)는 '일을 맡고(擔) 맡은(當) 사람(者)'이고, 당신(當身)은 '마주 대하는(當) 몸(身)'이란 뜻으로 2인칭대명사이며, 당연(當然)은 '마땅히(當) 그러하다(然)'는 뜻입니다. 또 '(일을 맡은 바로) 그, 이'와 같은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당장(當場)은 '지금 바로 이(當) 자리(場)'이고, 당시(當時)는 '그(當) 때(時)'이며, 당대(當代)는 '그(當) 시대(代)'입니다.
간략할 략(略)자는 원래 '밭(田)을 다스려 경작하다'는 뜻이었으나, 나중에 노략질할 략(略), 꾀 략(略) 등의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약도(略圖)는 '간략한(略) 지도(圖)', 약취(略取)는 '노략질하며(略) 가진다(取)', 전략(戰略)은 '전쟁(戰)의 계략(略)'을 뜻합니다.
머무를 류(留)자는 '밭(田)이 있는 곳에 머물면서 농사를 짓다'는 뜻입니다. 체류(滯留)는 '머무르고(滯) 머무르다(留)'는 뜻이고, 거류(居留)는 '살면서(居) 머무르다(留)'는 뜻입니다.
차례 번(番)자에 들어 있는 분별할 변(釆)자는 짐승의 발자국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즉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무슨 짐승인지를 분별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차례 번(番)자는 원래 '밭(田)에 있는 짐승의 발자국(釆)'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짐승의 발자국→(발자국이) 번갈다→횟수(回數)→차례'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세대교번(世代交番)은 '무성생식을 하는 무성 세대와 유성생식을 하는 유성 세대(世代)가 교대(交)로 번갈아(番)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해파리나 이끼가 그러한 예입니다. 1, 2, 3, 4 등의 번호(番號)는 '차례(番)를 나타내는 이름(號)'입니다.
떨칠 분(奮)자에 들어 있는 날개 휘두를 분(奞)자는 새(隹)가 날개(大)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서 큰 대(大)자는 새가 날개를 벌린 모습입니다. 따라서 분(奮)자는 '밭(田)에서 새(隹)가 날개(大)를 휘두르며 위로 날아올라 가려고 분발(奮發)하거나 분투(奮鬪)한다'는 뜻입니다. 이후 '휘두르다→힘쓰다→명성 등을 널리 드날리다→떨치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고군분투(孤軍奮鬪)는 '외롭게(孤) 떨어진 군사(軍)가 힘써(奮) 싸우다(鬪)'는 뜻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힘에 벅찬 일을 잘해 나감을 이르는 말입니다.
☞ 두루 주(周)
두루 주(周)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밭 전(田)자 안에 점이 4개 찍혀 있습니다. '밭(田)의 농작물이 두루, 골고루 잘되었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점은 생략되고, 글자 아래에 소리를 나타내는 입 구(口)자가 추가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은(殷)나라를 멸망시킨 주(周)나라는 황토고원에 있는 섬서 지역의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었고, 이런 배경에서 주(周)라는 글자가 만들어졌습니다. 주유천하(周遊天下)는 '천하(天下)를 두루(周) 돌아다니며 구경하면서 논다(遊)'는 뜻입니다.
- 밭 전(田)자와 비슷한 글자 ▶ 유(由:由:) : 말미암을 유, 투구 모습 ▶ 갑(甲:甲:) : 갑옷 갑, 거북 껍질의 모습 ▶ 신(申:申:) : 납 신, 번개 모습
밭 전(田)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밭 전(田)자와는 의미가 전혀 다른 글자 3개만 살펴보겠습니다.
말미암을 유(由)자는 투구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투구 주(胄)자의 간략형이라고도 합니다. 가차되어 '말미암을'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유(理由)는 '말미암은(由) 이치(理)'입니다.
갑옷 갑(甲)자는 거북 껍질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거북 껍질로 만든 갑옷을 의미합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쇠 금(金)자가 추가되어 갑옷 갑(鉀)자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나온 갑옷은 쇠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갑골문자(甲骨文字)는 '거북의 껍질(甲)과 소 뼈(骨)에 새긴 문자(文字)'입니다.
납 신(申)자는 번개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납은 원숭이의 옛말인데, 신(申)자가 십이간지에 들어가면서 12마리의 동물 중 원숭이와 짝을 이루어 납 신(申)자가 되었을 뿐입니다. 번개 전(電)자나 우레 뢰(雷)자의 아랫부분이 납 신(申)자가 변형된 모습입니다. 이후 '번개→(번개가 칠 때에는 한 번만 치지 않고 여러 번) 거듭하다→(번개가) 펴지다→베풀다→알리다→말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신신당부(申申當付)는 '거듭하고(申) 거듭하여(申) 간곡히 하는 당부(當付)'입니다. 신고(申告)는 '알리고(申) 고하다(告)'는 뜻으로 국민이 법에 따라 행정 관청에 일정한 사실을 진술하는 것입니다.
힘 력(力) 쟁기의 모습
힘 력(力)자는 쟁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쟁기는 논밭의 흙을 파 뒤집는 도구 입니다. 쟁기질은 하면 단단한 흙을 부드럽게 함으로서 물이나 공기가 잘 스며들고, 또 쟁기가 지나간 자리에 씨를 뿌릴 수도 있습니다.
(☞ 사진: 김홍도의 쟁기질하는 그림)
쟁기를 끌려면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쟁기는 힘센 소가 끕니다. 하지만 옛 중국에는 소가 귀했고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제물로 사용하는 소는 아주 귀하게 여겨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노예들이 많아 힘센 남자(男子)들이 쟁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노예들은 주로 전쟁터에서 잡혀온 사람들이겠지요. 본격적으로 소가 쟁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춘추 시대 때입니다. 어쨌든 쟁기질은 많은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쟁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가 '힘'을 의미하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사내 남(男)자는 밭(田)에서 쟁기(力)질하는 힘센 사람이 사내라는 뜻입니다.
[사진] 쟁기질 하는 김홍도 그림
- 힘과 관련되는 글자 ▶ 노(努:努:) : 힘쓸 노, 힘 력(力) + [종 노(奴)] ▶ 려(勵:励:励) : 힘쓸 려, 힘 력(力) + [힘쓸 려(厲)] ▶ 면(勉:勉:) : 힘쓸 면, 힘 력(力) + [면할 면(免)] ▶ 무(務:务:) : 힘쓸 무, 힘 력(力) + 칠 복(攵) + 창 모(矛)
힘쓸 노(努)자는 '종(奴)이 힘(力)을 쓰다'는 뜻입니다. 노력(努力)은 '힘(力)을 다해 힘을 쓰다(努)'는 뜻입니다.
힘쓸 려(勵)자에 들어 있는 힘쓸 려(厲)자는 전갈(萬)이 힘을 쓰며 절벽(厂)을 기어오르는 모습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힘 력(力)자가 추가되어 힘쓸 려(勵)자가 되었습니다. 장려상(奬勵賞)은 '더욱 힘쓰도록(勵) 장려할(奬) 목적으로 주는 상(賞)'입니다.
힘쓸 면(勉)자에 들어가는 면할 면(免)자는 아이를 낳는 모습으로, '아이를 낳을(免) 때 힘(力)을 쓴다'는 의미입니다. 근면(勤勉)은 '부지런히(勤) 힘쓰다(勉)'는 뜻입니다. 《면암집(勉菴集)》은 46권으로 이루어진 '면암(勉菴)이 만든 문집(集)'으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면암은 조선 후기의 유학자인 최익현의 호입니다. 최익현은 1855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올랐으나, 흥선대원군의 실정(失政)을 상소하여 관직을 박탈당하였습니다. 일본과의 통상조약과 단발령(斷髮令)에 격렬하게 반대하였으며,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항일 의병 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쓰시마 섬으로 끌려간 뒤, 일본이 주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 하여 단식하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진] 《면암집(勉菴集)》을 지은 최익현. 일본 군에게 체포된 후 찍은 사진
힘쓸 무(務)자는 '손에 막대기를 들고(攵) 창(矛)을 이기려고 힘을 쓰다'는 뜻인데,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힘 력(力)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이후 '힘쓰다→일하다→업무(業務)→직무(職務)'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사무실(事務室)은 '일(事)과 업무(務)를 하는 방(室)'입니다. 양무운동(洋務運動)은 '서양(洋)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힘쓰는(務) 운동(運動)'으로, 19세기 후반 중국 청나라가 서양에서 근대 기술을 도입하여 이루려 한 자강운동(自强運動: 스스로 강해지려는 운동)을 말합니다.
- 전쟁에 이기거나 공을 세움 ▶ 승(勝:胜:) : 이길 승, 힘 력(力) + [밀어 올릴 등(朕)→승] ▶ 공(功:功:) : 공 공, 힘 력(力) + [장인 공(工)] ▶ 훈(勳:勋:) : 공 훈, 힘 력(力) + [연기낄 훈(熏)]
힘이 세면 전쟁에서 이기거나 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글자에도 힘 력(力)자가 들어갑니다. 승리(勝利), 승패(勝敗), 승부(勝負) 등에 들어가는 이길 승(勝)자는 '힘(力)으로 밀어붙여(朕) 이기다'는 뜻입니다. 이후 '이기다→뛰어나다→훌륭하다→경치가 좋다'는 뜻도 파생되었습니다. 명승지(名勝地)는 '경치 좋기로(勝) 이름(名)난 땅(地)'입니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은 '동쪽나라(東國: 우리나라) 땅(輿地)의 경치 좋은(勝) 곳을 둘러보다(覽)'는 뜻으로, 조선 성종의 명(命)에 따라 노사신 등이 편찬한 우리나라의 지리책입니다.
공 공(功)자는 '힘써(力) 싸워 공(功)을 세우다'는 뜻입니다. 공신전(功臣田)은 '공(功)을 세운 신하(臣)에게 지급한 밭(田)'으로 조선 시대 공(功)을 세운 사람에게 지급한 토지이며, 세습이 가능했습니다.
공 훈(勳)자도 '힘써(力) 싸워 공(功)을 세우다'는 뜻입니다. 훈구파(勳舊派)는 '공(勳)을 세운 오래된(舊) 파(派)'로, 조선 건국 또는 조선 초기에 공을 세워 높은 벼슬을 해오던 신하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조 이후에는 정치권력을 독점한 기성 집권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게 됩니다. 반대로 사림파(士林派)는 '선비(士)가 숲(林)처럼 무리를 이룬 파(派)'라는 뜻으로, 지방에서 서원을 중심으로 공부하던 선비들로, 벼슬을 하면서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위훈삭제(僞勳削除)사건은 '거짓(僞) 공(勳)을 삭제(削除)한 사건'으로, "훈구파들이 중종반정 때 공을 세운 사람들의 이름을 거짓으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삭제해야 한다"고 사림파가 주장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훈구파에게 타격을 가하려다, 주초위왕(走肖爲王)사건으로 반격을 받아 오히려 사림파들이 사형을 당하거나 유배를 갔는데 이를 기묘사화(己卯士禍)라고 합니다.
- 힘이 약함 ▶ 렬(劣:劣:) : 못할 렬, 힘 력(力) + 적을 소(少) ▶ 유(幼:幼:) : 어릴 유, 작을 요(幺) + 힘 력(力)
못할 렬(劣)자는 '힘(力)이 적어(少) 남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열세(劣勢)는 '상대편보다 형세(形勢)가 못하다'는 뜻이고, 열등감(劣等感)은 '남들보다 등급(等)이 못하다(劣)고 느끼는(感) 감정'입니다. 열성유전자(劣性遺傳子)는 '우성유전자(優性遺傳)에 비해 못한(劣) 성질(性)의 유전자(遺傳子)'입니다.
어릴 유(幼)자는 '힘(力)이 작으니까(幺) 어리다'는 뜻입니다. 유치(幼稚)는 '어리고(幼) 어려서(稚)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이고, 유아(幼兒)는 '어린(幼) 아이(兒)'이고, 유충(幼蟲)은 '어린(幼) 벌레(蟲)'로 순우리말로 '애벌레'라고 합니다.
- 힘을 모으거나 도움 ▶ 모(募:募:) : 모을 모, 힘 력(力) + [없을 막(莫)→모] ▶ 조(助:助:) : 도울 조, 힘 력(力) + [도마 조(且)] ▶ 협(協:协:) : 도울 협, 열 십(十) + [힘을합할 협(劦)]
모을 모(募)자는 '나에게 없는(莫) 것을 힘(力)으로 모으다'는 뜻입니다. 모금(募金), 모집(募集) 등에 사용됩니다.
도울 조(助)자는 '힘(力)이 세어서 남을 돕다'는 뜻입니다. 영어의 조동사(助動詞)는 '다른 동사를 도와주는(助) 동사(動詞)'입니다. 조수(助手)는 '도와주는(助) 사람(手)'입니다. 손 수(手)자는 사람이란 뜻도 있습니다.
도울 협(協)자에 들어 있는 힘을합할 협(劦)자는 '여러 개의 힘(力, 力, 力)을 합하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강조하기 위해 '많다'는 뜻의 열 십(十)자를 추가하였습니다. 이후 '힘을 합하다→협력(協力)하다→화합하다→돕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협주곡(協奏曲)은 '독주와 관현악이 협력하여(協) 연주하는(奏) 곡(曲)'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독주(獨奏) 악기와 관현악(管絃樂)의 합주(合奏)를 말합니다. 독주 악기에 따라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첼로 협주곡이라고 합니다. 영어는 콘체르토(concerto)입니다.
- 기타(1) ▶ 권(勸:劝:劝) : (힘으로) 권할 권, 힘 력(力) + [황새 관(雚)→권] ▶ 근(勤:勤:) : (힘이 세어) 부지런할 근, 힘 력(力) + [진흙 근(堇)] ▶ 동(動:动:) : (힘으로) 움직일 동, 힘 력(力) + [무거울 중(重)→동] ▶ 포(抛:抛:) : (힘으로) 던질 포, 손 수(扌) + 아홉 구(九) + 힘 력(力) ▶ 세(勢:势:) : (힘이 센) 권세 세, 힘 력(力) + [심을/재주 예(埶)→세]
권할 권(勸)자도 원래는 '힘(力)쓰다'는 뜻입니다. 이후 '힘쓰다→애써 일하다→(일을) 즐기다→권장하다→권하다' 등의 뜻도 생겼습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선(善)을 권하고(勸), 악(惡)을 징계하다(懲)'는 뜻입니다.
부지런할 근(勤)자는 '힘(力)으로 일을 부지런히 하다'는 뜻입니다. 근면(勤勉)은 '부지런히(勤) 힘쓰다(勉)'는 뜻이고, 근정전(勤政殿)은 '임금이 부지런하게(勤) 정치(政)를 하는 대궐(殿)'로 경복궁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입니다.
[사진] 국보 제223호인 경복궁 근정전(勤政殿)
움직일 동(動)자는 '무거운(重) 것은 힘(力)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동력(動力)은 '자동차나 비행기 등을 움직이는(動) 힘(力)'이고, 동영상(動映像)은 '움직이는(動) 영상(映像)'입니다.
☞ 아홉 구(九)
던질 포(抛)자에 들어가는 아홉 구(九)자는 손가락이 3개인 손과 팔의 모습으로 원래 팔을 뜻하는 글자인데, 가차되어 아홉이란 뜻으로 사용됩니다. 던질 포(抛)자는 '팔(九)의 힘(力)으로 던지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나중에 손 수(扌)자가 추가되었습니다. 포기(抛棄)는 '던져(抛) 버리다(棄)'는 뜻이고, 포물선(抛物線)은 '공중으로 물건(物)을 던지면(抛) 그려지는 선(線)'입니다.
세력(勢力), 실세(實勢), 승세(勝勢), 기세(氣勢) 등에 들어가는 권세 세(勢)자는 '힘(力)과 재주(埶)가 곧 권세(權勢)'이다는 뜻입니다. 권문세족(權門勢族)은 '권세(權)를 가진 가문(家門)과 권세(勢)가 있는 혈족(血族)'이고,권문세가(權門勢家)는 '권세(權)를 가진 가문(家門)과 권세(勢)가 있는 집(家)'으로, 둘 다 벼슬이 높고 권세가 있는 집안을 일컫는 말입니다.
- 기타(2) ▶ 남(男:男:) : 사내 남, 밭 전(田) + 힘 력(力) ▶ 용(勇:勇:) : 날쌜 용, 힘 력(力) + [길 용(甬)] ▶ 로(勞:劳:労) : 수고로울 로, 힘 력(力) + 등불 형(熒) ▶ 가(加:加:) : 더할 가, 힘 력(力) + 입 구(口) ▶ 근(筋:筋:) : 힘줄 근, 대 죽(竹) + 고기 육(肉/月) + 힘 력(力)
사내 남(男)자는 '쟁기(力)로 밭(田)을 가는 사람은 사내이다'는 뜻입니다.
용맹(勇猛), 용기(勇氣), 용감(勇敢) 등에 들어가는 날쌜 용(勇)자는 '힘(力)이 센 사람이 날쌔다'는 뜻입니다. '남자(男)자의 머리 위에 뿔(첫 두 획)이 달려 있어 용감하다'는 이야기는 속설입니다.
수고로울 로(勞)자는 '밤에도 등불(熒) 아래에서 힘(力)써 일하니 수고롭다'는 뜻입니다. 노동자(勞動者)를 의미대로 해석하면 '밤에도 등불(熒) 아래에서 무거운(重) 것을 힘(力)써 옮기는 사람(者)'입니다. 등불 형(熒)자 아래에 벌레 충(虫)자가 들어가면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잘 알려진 개똥벌레 형(螢)자가 됩니다.
더할 가(加)자는 '쟁기질(力)하는 사람에게 입(口)으로 더 잘하라'고 말하는 데에서 '더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가감법(加減法)은 '더하거나(加) 빼는(減) 방법(法)'이란 뜻으로 두 개의 미지수를 가진 연립방정식에서 한 미지수를 더하거나 빼어 그 미지수를 없애는 방법입니다.
근육(筋肉), 근력(筋力)에 들어가는 힘줄 근(筋)자는 '힘(力)을 주면 대나무(竹)처럼 딱딱해지는 고기(肉/月)가 힘줄이다'는 의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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