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활 궁(弓) | 화살 시(矢) | 이를 지(至)

    4-13. 활과 화살: 활 궁(弓) | 화살 시(矢) | 이를 지(至)


활 궁(弓)
낙타 등 모양으로 굽은 활의 모습




부메랑(boomerang)을 사용하는 호주와 남태평양 제도를 제외하고, 활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사냥이나 무기로 사용되었습니다. 중국도 갑골문자가 만들어질 때 이미 활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활은 반달 모양의 다른 나라 활과는 달리, 탄력을 더 크게 하기 위해 낙타 등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활 궁(弓)자는 이런 활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활은 멀리 있는 적을 살상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무기에 비유하면 총에 해당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대 국가에서는 활을 질 쏘는 사람이 우대를 받았으며,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 활의 모습
▶ 홍(弘:弘:) : 클 홍, 활 궁(弓) + [클 굉(宏→厶)→홍]
▶ 약(弱:弱:) : 약할 약, 활 궁(弓) X 2 + 깃 우(羽)
▶ 강(强:强:) : 강할 강, 벌레 충(虫) + [클 홍(弘)→강]

클 홍(弘)자는 '활(弓)이 크다(宏)'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이후 '크다→넓다→높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홍보(弘報)는 '널리(弘) 알리다(報)'는 뜻이고, 홍익인간(弘益人間)은 '널리(弘) 인간(人間) 세계를 이롭게(益) 하다'는 뜻으로 단군의 건국이념입니다.

☞ 약할 약(弱)

노약자(老弱者), 약소(弱小) 등에 들어가는 약할 약(弱)자는 의장용으로 쓰기 위해 깃(羽)으로 장식을 한 활이 나란히 있는 모습(弜)으로 이런 활은 '힘이 약하다'는 뜻입니다. 색약(色弱)은 '색(色)을 분간하는 능력이 약하다(弱)'는 뜻으로, 시신경에 이상이 있어서 색을 분간하는 힘이 약한 증상입니다. 색맹(色盲)은 특정한 색이 회색으로 보이는 데 반해, 색약(色弱)은 특정색이 다른 색 곁에 있으면 원래의 색과 다르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적록색약(赤綠色弱)인 사람은 적색 곁에 있는 황색이 녹색으로 보이고, 녹색 곁에 있는 황색이 적색으로 보입니다.

강력(强力), 강제(强制), 강자(强者) 등에 들어가는 강할 강(强)자는 활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본래 글자는 강(強=弘+虫)자로, 원래 껍질이 단단한 딱정벌레의 일종인 바구미를 뜻하는 글자였습니다. 이후 껍질이 단단한 벌레(虫)에서 ‘단단하다→굳세다→강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강약(强弱)은 '강함(强)과 약함(弱)'입니다.

- 호(弧)와 현(弦)
▶ 호(弧:弧:) : 활 호, 활 궁(弓) + [오이 과(瓜)→호]
▶ 현(弦:弦:) : 활시위 현, 활 궁(弓) + [검을 현(玄)]

활 호(弧)자는 활을 뜻하는 동시에 곡선이나 원둘레의 한 부분을 뜻합니다. 이런 부분의 모습이 활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호(弧)라고 부릅니다. 원호(圓弧)는 원둘레의 두 점 사이에 있는 한 부분입니다. 괄호(括弧)는 '묶음(括)표의 하나로 원호(圓弧)처럼 생긴 문장부호'입니다.

[그림] 호(弧)와 현(弦)

활시위 현(弦)자는 '활(弓)에 매어져 있는 실(玄)이 활시위'라는 뜻입니다. 검을 현(玄)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실 사(糸)자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으로, 실 사(糸)자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학에서 현(弦)은 곡선이나 원호(弧)의 두 끝을 잇는 선분(線分)입니다. 상현(上弦)은 '활시위(弦)가 위(上)에 있는 반달'로 음력 매달 7~8일경에 나타나는 반달이고, 하현(下弦)은 활시위(직선 부분)가 아래에 있으며, 반달의 둥근 부분은 위에 있게 됩니다.

[사진] 현(弦)이 위에 있는 상현(上弦)

- 활을 쏘는 것과 관련되는 글자
▶ 인(引:引:) : 끌 인, 활 궁(弓) + 뚫을 곤(丨)
▶ 장(張:张:) : 베풀 장, 활 궁(弓) + [길 장(長)]
▶ 발(發:发:発) : 필 발, 활 궁(弓) + 창 수(殳) + [걸을 발(癶)]
▶ 사(射:射:) : 쏠 사, 활 궁(弓→身) + 마디 촌(寸)
▶ 탄(彈:弹:弾) : 탄알 탄, 활 궁(弓) + [홑 단(單)→탄]

끌 인(引)자는 '활(弓)의 줄을 끌어당겨 팽팽하게(丨) 되다'는 뜻입니다. 이후 '당기다→끌다→이끌다→늘이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인력(引力)은 '끌어(引)당기는 힘(力)', 만유인력(萬有引力)은 '만유(萬有: 세상에 있는 모든 것)가 서로 끌어(引)당기는 힘(力)'입니다.

베풀 장(張)자도 '활(弓)을 길게(長) 잡아당기다'는 뜻입니다. 이후 '당기다→넓히다→일을 벌이다→베풀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장력(張力)은 '잡아당기는(張) 힘(力)', 표면장력(表面張力)은 '액체의 표면을 이루는 분자들이 표면(表面)에서 서로 당기는(張) 힘(力)'입니다.

[사진] 표면장력(表面張力)을 이용해 물위에 떠 있는 소금쟁이

필 발(發)자는 원래 '손(又)에 화살을 들고(殳) 활(弓)을 쏘다, 발사(發射)하다'는 뜻입니다. 창 수(殳)자는 손(又)에 창이나 연장, 막대기 등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서는 화살을 들고 있습니다. 이후 '쏘다→떠나다→나타나다→드러내다→일어나다→피다' 등 여러 가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발사(發射), 발포(發砲)에서는 '쏘다', 발차(發車), 출발(出發)에서는 '떠나다', 발병(發病), 발생(發生)에서는 '나타내다', 발명(發明), 발표(發表)에서는 '드러내다', 발화(發火), 발기(發起)에서는 '일어나다', 발화(發花)에서는 '피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쏠 사(射)

발사(發射), 반사(反射), 궁사(弓射)등에 들어가는 쏠 사(射)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손(寸)으로 활(弓)을 쏘는 모습입니다. 이후 글자의 모습이 활 궁(弓)자에서 몸 신(身)자로 바뀌었는데, 이유에 알 수 없습니다. 방사선(放射線)은 '입자나 전자기파가 방출되며(放) 쏘는(射) 광선(線)'으로, 엑스레이(x-ray)가 대표적인 방사선입니다.

☞ 홑 단(單)

탄알 탄(彈)자에 들어가는 홑 단(單)자는 줄 양끝에 돌을 매어 던져 짐승이나 사람을 줄에 감아 산채로 잡는 무기의 일종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궁(弓)자와 단(單)자는 모두 전쟁이나 사냥에서 사용된 무기를 나타냅니다. 탄알 탄(彈)자는 원래 탄알을 쏘는 활이란 뜻에서 '(탄알을 쏘는) 활→(탄알을) 쏘다→탄알→(탄알을) 튕기다→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총탄(銃彈), 폭탄(爆彈), 탄약(彈藥)에서는 탄알이란 뜻으로 사용되지만, 탄력(彈力), 탄성(彈性)에서는 '튕기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 활과 상관없는 글자
▶ 이(夷:夷:) : 오랑캐 이, 큰 대(大) + 활 궁(弓)
▶ 조(弔:吊:) : 조상할 조, 불명(不明)
▶ 제(弟:弟:) : 아우 제, 불명(不明)
▶ 불(弗:弗:) : 아니 불, 불명(不明)

   
[그림] 오랑캐 이(夷), 조상할 조(弔), 아우 제(弟), 아닐 불(弗)

글자 내에 활 궁(弓)자가 들어가지만 활과는 상관없는 글자들도 있습니다. 오랑캐 이(夷), 조상할 조(弔), 아우 제(弟), 아닐 불(弗)자 등이 그러한 글자입니다. 또 이 글자들은 공통적으로 학자들의 해석이 다릅니다. 따라서 그냥 암기하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여기에서는 글자의 쓰임새에 대해서만 알아보겠습니다.

오랑캐 이(夷)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화살(矢)의 모습이 보이는데, 활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이(夷)자가 뜻하는 오랑캐는 중국의 동쪽(고구려가 있었던 만주 지방)에 사는 오랑캐, 즉 동이(東夷)를 뜻하고, 동이족(東夷族)은 활을 잘 쏘았습니다. 보통 사람은 말을 탄 채로 활을 쏘기도 힘든데, 고구려 벽화인 수렵도를 보면 말을 타고 뒤로 활을 쏘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큰 사람(大)의 어깨에 활(弓)을 맨 모습의 이(夷)자를 만들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조상할 조(弔)자는 조상(弔喪). 경조사(慶弔事) 등에 사용됩니다.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며 상주(喪主)를 위문(慰問)하는 일을 문상(問喪) 혹은 조상(弔喪)이라 하고, 경조사(慶弔事)는 '결혼이나 환갑잔치와 같은 경사스러운(慶) 일(事)과 조상(弔)과 같은 불행한 일(事)'을 말합니다.

형제(兄弟)에 나오는 아우 제(弟)자는 '아우→나이가 어린 사람→제자(弟子)'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도제(徒弟)는 '제자(徒)와 제자(弟)'라는 뜻으로, 중세 유럽의 동업자조합인 길드(guild)에서 3가지 계층으로 나누어진 수공업 기술자의 맨 아래 계층입니다. 2∼8년 정도 수업을 거치면 장인(匠人)이 되었습니다.

아닐 불(弗)자는 미국 돈의 단위인 달러($)와 비슷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달러($)를 한자로 불(弗)자로 표시합니다. 또 불소치약(弗素齒藥)의 불소(弗素)는 영어의 플루오린(fluorine)을 음역하면서 불(弗)자를 사용하였습니다.



화살 시(矢)
화살의 모습




화살 시(矢)자는 화살의 모습으로 위쪽이 화살촉이고, 아래쪽이 화살 뒷부분의 깃털이 붙은 부분입니다.

화살 시(矢)자는 화살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가는데, 그 중에서도 '화살에 맞아 다치다'는 뜻의 글자에 많이 사용된 사실로 비추어 보면 전쟁에서 활과 화살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화살에 맞아 다침
▶ 질(疾:疾:) : 병 질, 병 녁(疒) + 화살 시(矢)
▶ 상(傷:伤:) : 상할 상, 사람 인(亻) + 화살 시(矢→人) + [빛날 양(昜)→상]
▶ 의(醫:医:医) : 의원 의, 닭 유(酉) + 상자 방(匚) + 화살 시(矢) + 창 수(殳)

질병(疾病), 질환(疾患) 등에 사용되는 병 질(疾)자의 상형문자는 화살(矢)에 맞은 사람(大)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나중에 침대에 누운 사람(疒)과 화살(矢)로 변했습니다. 괴질(怪疾)은 '괴이한(怪) 병(疾)'이란 뜻으로 전염병의 일종인 콜레라를 일컫는 말입니다. 또 이질(痢疾)은 '설사(痢)하는 병(疾)'으로 큰창자에서 발병하여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전염병입니다.

병 질(疾)자는 '빠르다'는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빠르게(疾) 달리다(走)'는 뜻의 질주(疾走)가 그러한 예입니다, 아마도 '전염병이나 화살이 빠르게 퍼지거나 날아간다'고 해서 생긴 뜻으로 짐작됩니다. 질풍노도(疾風怒濤)는 '빠른(疾) 바람(風)과 성난(怒) 파도(濤)'를 말하는데, 1770년에서 1780년에 걸쳐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운동입니다. 이 명칭의 유래는 클링거( Friedrich Klinger, 1752~1831년)가 쓴 희곡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에서 나왔습니다.

상처(傷處), 부상(負傷), 손상(損傷), 중상(重傷) 등에 들어가는 상할 상(傷)자는 '사람(亻)이 화살(矢→人)에 맞아 다쳤다'는 뜻입니다. 상처(傷處)는 '다친(傷) 곳(處)'입니다.

의원(醫員), 의사(醫師) 등에 사용되는 의원 의(醫)자는 화살에 맞아 몸속(匚)에 화살(矢)이 있거나, 창(殳)으로 찔렸을 때 술(酉)로 소독하고 마취를 시킨 데에서 유래합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술이 병도 치료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다른 해석에서는 상자(匚) 속에 수술 칼로 사용되는 화살촉(矢)과 수술 도구를 들고 있는 손(殳), 치료제인 술(酉)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글자는 원래 '치료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치료하다→(치료하는) 의원→의술→의학'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의방유취(醫方類聚)》는 '치료하는(醫) 방법(方)에 대해 종류(類)별로 모은(聚) 책'으로, 조선 세종 27년(1445년)에 김순의 등 12명이 공동 편찬한 의학 백과사전입니다.

- 화살과 관련되는 글자
▶ 교(矯:矫:) : 바로잡을 교, 화살 시(矢) + [높을 교(喬)]
▶ 단(短:短:) : 짧을 단, 화살 시(矢) + [콩 두(豆)→단]
▶ 후(侯:侯:) : 제후 후, 사람 인(亻) + 과녁의 모습(그) + 화살 시(矢)
▶ 후(候:候:) : 기후 후, 사람 인(亻) + [제후 후(侯)]
▶ 함(函:函:) : 함 함, 입벌릴 감(凵) + 화살 시(矢)

바로잡을 교(矯)자는 '휘어진 화살(矢)을 바로잡는다'는 뜻입니다. 교정(矯正)은 '바로잡아(矯) 바르게(正) 하다'는 뜻입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는 '뿔(角)을 바로 잡으려다(矯) 소(牛)를 죽이다(牛)'는 뜻으로 작은 일에 힘쓰다가 큰 일을 망치는 것을 말합니다.

짧을 단(短)자는 '화살(矢)이 콩(豆)과 같이 작다, 짧다'는 뜻입니다. 이후 '작다, 짧다→모자라다→뒤떨어지다→결점'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장단(長短)은 '길고(長) 짧음(短)', '장점(長)과 단점(短)', '길고(長) 짧은(短) 박자' 등의 뜻이 있습니다.

제후(諸侯)는 봉건 시대에 일정한 영토를 가지고 백성을 다스리던 사람입니다. 제후 후(侯)자는 '화살(矢)을 과녁(그)에 잘 맞추는 사람(亻)이 제후(諸侯)이다'는 뜻입니다. 무인(武人) 사회였던 고대 중국에서 활 쏘는 실력으로 지위가 정해졌습니다.

기후 후(候)자는 원래 '사람(亻)에게 안부를 묻다'는 뜻입니다. 이후 '(안부를) 묻다→방문하다→살피다→징후(徵候)→기후(氣候)'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증후군(症候群)은 '어떤 증세(症)나 징후(候)가 일어나는 무리(群)'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병적인 증상이나 현상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영어로 신드롬(syndrome)이라고 합니다.

☞ 함 함(函)

함(函)은 물건을 넣어두는 상자를 말합니다. 결혼하기 전에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결혼에 필요한 비단과 편지를 나무 상자에 넣어 보내는 것을 '함(函) 팔러 간다'고 합니다. 함 함(函)자의 갑골문자를 보면 화살(矢)이 화살통(凵)에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화살(矢)이 화살통(凵)에 들어 있는 모습에서 '함'이나 '(함에) 넣다'라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수학의 함수(函數)는 '숫자(數)를 넣다(函)'는 뜻으로, y=f(x)로 표현하며, x를 f(x)에 넣으면 y값이 계산됩니다. 함수(函數)는 돈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동판매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변수 x는 돈, 함수 f(x)는 자동판매기, y는 자동판매기에서 나오는 음료수에 해당합니다.

- 기타
▶ 치(雉:雉:) : 꿩 치, 화살 시(矢) + [새 추(隹)→치]
▶ 의(疑:疑:) : 의심할 의, 짝 필(疋) + 비수 비(匕) + 화살 시(矢) + 창 모(矛)
▶ 치(癡:痴:痴) : 어리석을 치, 병 녁(疒) + 의심할 의(疑)
▶ 의(矣:矣:) : 어조사 의, 나 사(厶) + 화살 시(矢)
▶ 지(知:知:) : 알 지, 입 구(口) + [화살 시(矢)→지]

꿩 치(雉)자는 '화살(矢)처럼 날아가는 새(隹)' 혹은 '화살(矢)처럼 긴 꼬리를 가진 새(隹)'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강원도 원주의 치악산(雉岳山)은 '꿩(雉)이 많이 사는 산악(山岳)'이란 뜻이며, 1908년에 이인직이 발표한 신소설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의심할 의(疑)

의심할 의(疑)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갈림길에서 지팡이를 든 노인이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지 머뭇거리는 모습인데, 여기에서 '머뭇거리다, 헛갈리다, 의심(疑心)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 글자에 병 녁(疒)자가 추가되면, 어리석을 치(癡)자가 됩니다. 치매(癡呆)나 바보 천치(天癡)에 사용되는 이 글자는 '정신이 헛갈리어(疑) 갈팡질팡 헤매는 병(疒)'이란 뜻입니다. 이후 글자의 모양도 바뀌었는데, '발(疋) 아래에 있는 것이 비수(匕)인지, 화살(矢)인지, 창(矛)의 머리인지 의심(疑心)스럽다'로 외우면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피의자(被疑者)는 '의심(疑)을 당하는(被) 사람(者)'으로 범죄자로 의심되어서 수사 대상이 된 사람입니다.

어조사 의(矣)자는 사람(大)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화살 시(矢)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의(矣)자는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는 의성어입니다. 하지만 자전에서 찾을 때는 화살 시(矢) 부에서 찾아야 합니다,

알 지(知)자에서 앎(知)이란 것은 화살(矢)이 과녁을 맞히듯 정확하게 입(口)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습니다. 미지수(未知數)는 방정식에서 '알지(知) 못하는(未) 수(數)'로, 보통 문자 x로 나타내는데, x는 영어에서 '모르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X-선(X-Rays)은 X-선 광선을 발견한 뢴트겐이 이 광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서 X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Christmas)도 X-mas라고도 하는데, 예수의 탄생일이 정확하게 며칠인지 모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또, X-파일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해결되지 않는 미지(未知)의 사건 기록을 일컫습니다.



이를 지(至)
땅에 화살이 닿는 모습




이를 지(至)자는 땅(一) 위에 화살 시(矢)자가 거꾸로 있는 모습입니다. 즉, 화살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으로 '이르다, 도달하다'는 뜻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하지(夏至)는 '여름(夏)에 도달하다(至)'는 뜻으로,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반대로 동지(冬至)는 '겨울(冬)에 도달하다(至)'는 뜻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스스로 자(自)자와 이를 지(至)자는 각각 '~부터(from)'와 '~까지(to)'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은 '처음(初)부터(自) 끝(終)까지(至)'입니다.

- 이르다는 의미의 글자
▶ 도(到:到:) : 이를 도, 이를 지(至) + [칼 도(刂)]
▶ 도(倒:倒:) : 넘어질 도, 사람 인(亻) + [이를 도(到)]
▶ 치(致:致:) : 이를 치, 이를 지(至) + [뒤져올 치(夂)]
▶ 대(臺:台:台) : 대 대, 갈 지(之→士) + 높을 고(高) + 이를 지(至)
▶ 질(窒:窒:) : 막힐 질, 구멍 혈(穴) + [이를 지(至)→질]
▶ 질(膣:膣:) : 새살돋을 질, 고기 육(肉/月) + [막힐 질(窒)]

도착(到着), 도달(到達)에 사용되는 이를 도(到)자는 뜻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자에 소리를 나타내는 칼 도(刂)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칼 도(刂)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넘어질 도(倒)자는 '(화살이 땅에 이르듯이) 사람(亻)이 땅바닥에 이르다(到), 즉 넘어지다'는 뜻입니다. 이후 '넘어지다→도산(倒産)하다→거꾸로 되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도치법(倒置法)은 '문장을 거꾸로(倒) 두는(置) 방법(法)'으로 '갑시다. 저곳으로!' 등이 도치법의 예입니다.

이를 치(致)자는 뜻을 나타내는 이를 지(至)자에 소리를 나타내는 뒤에 올 치(夂)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발의 상형인 뒤져올 치(夂)자가 칠 복(攵)자와 비슷해서 혼동할 수 있습니다. 과실치사죄(過失致死罪)는 '실수(失)가 지나쳐(過) 죽음(死)에 이르게(致) 한 죄(罪)'로,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해 사람을 죽인 죄입니다.

부산의 해운대(海雲臺), 양양의 의상대(義湘臺), 강릉의 경포대(鏡浦臺)에 들어가는 대(臺)는 흙이나 돌 같은 것으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이나 높은 누각입니다. 대 대(臺)자는 원래 '높은(高) 곳으로 가서(之→士) 도달하다(至)'는 뜻이었으나, 나중에 높은 곳이나 구조물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막힐 질(窒)자는 '구멍(穴) 끝에 이르면(至) 막혀 있다'는 의미입니다. 질식(窒息)은 '숨(息)이 막히다(窒)'는 뜻입니다.

새살 돋을 질(膣)자는 '화살에 맞아 구멍이 난 상처에 새 살(肉/月)이 돋아 상처 구멍(穴)이 막히다(窒)'는 뜻입니다. 또 질(膣)자는 '사람의 몸(肉/月)에서 끝이 막힌(窒) 구멍(穴)'인 여자의 음문(陰門)을 뜻하기도 합니다.

- 이르는 집
▶ 실(室:室:) : 집 실, 집 면(宀) + [이를 지(至)→실]
▶ 옥(屋:屋:) : 집 옥, 주검 시(尸) + 이를 지(至)

사람이나 짐승들이 밖에서 나다니다가 밤이 되면 모두 집에 돌아옵니다. 이런 이유로 집을 뜻하는 글자 중에는 이를 지(至)자가 들어가는 글자가 있습니다.

교실(敎室), 화장실(化粧室), 호텔의 특실(特室) 등에 사용되는 집 실(室)자는 집이라는 뜻보다는 방(房)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즉 '집(宀) 안에서 방에 이르면(至)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고실(鼓室)은 ‘고막(鼓膜) 뒤에 있는 방(室)’이란 뜻으로, 고막 안쪽에 있는 가운데 귀의 한 부분으로, 공기로 차있으며, 바깥귀에서 받은 소리의 진동을 속귀로 전달하는 작용을 합니다.

집 옥(屋)자에 들어가는 주검 시(尸)자는 집을 뜻하는 글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집 옥(屋)자는 '집(尸)에 이르다(至)'는 뜻입니다. 또 지붕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옥외(屋外)는 '집(屋)의 바깥(外)'이지만, 옥상(屋上)은 '지붕(屋) 위(上)'입니다. 서옥제(壻屋制)는 '사위(壻)가 사는 집(屋)이 있는 제도(制)'로, 고구려에서 결혼할 여자의 집 뒤에 조그만 집을 지어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와 살게 한 제도입니다. 고구려의 서옥제는 데릴사위제와 비슷하나, 서옥제는 여자가 낳은 자녀가 성장한 뒤에 남자의 집에 되돌아가서 사는 점이 다릅니다. 즉 서옥제는 일시적인 데릴사위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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