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수레 거/차(車) | 배 주(舟)

    4-9. 운송 수단: 수레 거/차(車) | 배 주(舟)


수레 거/차(車)
위에서 본 수레의 모습




중국에서는 BC 1300년 무렵 은(殷)나라 때 이미 군사적인 목적으로 말이 끄는 수레가 사용되었습니다. 수레는 전쟁에서 군수품을 보급하는 운송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전쟁 무기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사진] 은허에서 발굴된 마차(馬車). 마차 1량에 사람 2명과 말 2마리의 뼈가 보입니다.

마차(馬車) 1량(輛)에는 2마리의 말이 끌고 병사 3명이 탔는데, 중앙에 있는 병사는 말을 몰고 오른쪽 병사는 창을 들고 왼쪽 병사는 활을 들고 있었습니다. 수레에 탄 채로 활을 쏘거나 창으로 상대방을 찌르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당시에는 가공할 무기가 되었습니다. 중국 한(漢)나라와 초(楚)나라의 전쟁을 게임화한 장기에서 차(車)가 가장 강력한 무기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치르는 군사 군(軍), 전쟁을 치르기 위해 진칠 진(陣), 군대를 지휘하다는 지휘할 휘(揮)자에 모두 수레 차(車)자가 들어갑니다.

수레 거(車)자는 위에서 수레를 본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글자 중앙에 있는 日자는 몸체를, 위아래에 있는 一은 바퀴를, 중앙의 ㅣ는 바퀴 축을 나타냅니다.

수레 거(車)자는 수레 차(車)자로도 읽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수레는 '거'로 읽고, 다른 힘으로 움직이는 수레는 '차'로 읽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전거(自轉車)와 인력거(人力車), 다른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自動車), 기차(汽車), 마차(馬車)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 군대와 관련된 글자
▶ 군(軍:军:) : (수레를 탄) 군사 군, 수레 거(車) + [두루 균(勻→勹→冖)→군]
▶ 진(陣:阵:) : (수레로) 진칠 진, 언덕 부(阜/阝) + 수레 거(車)
▶ 배(輩:辈:) : (수레의) 무리 배, 수레 거(車) + [아닐 비(非)→배]
▶ 운(運:运:) : (수레로) 움직일 운, 갈 착(辶) + [군사 군(軍)→운]
▶ 휘(揮:挥:) : 휘두를 휘, 손 수(扌) + [군사 군(軍)→휘]

군사 군(軍)자는 뜻을 나타내는 수레 거(車)와 소리를 나타내는 두루 균(勻→勹→冖)자가 합쳐진 형성문자입니다. 군담소설(軍談小說)은 '군사(軍)의 이야기(談)를 소재로 한 소설(小說)'로, 《징비록(懲毖錄)》, 《임진록(壬辰錄)》, 《유충렬전(劉忠烈傳)》 등이 있습니다.

진칠 진(陣)자는 '전쟁터에서 언덕(阜/阝) 위에 수레(車)를 배열하여 진을 치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진을 칠 때에는 평지보다는 언덕 위가 싸움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무리 배(輩)자는 좌우로 펼친 새의 날개(非)처럼 진영을 갖춘 수레(車)의 무리를 의미합니다. 아닐 비(非)자는 좌우 양쪽으로 펼친 새의 날개를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폭력배(暴力輩)는 '폭력(暴力)을 휘두르는 무리(輩)'입니다. 선배(先輩)는 '먼저(先) 간 무리(輩)'이고, 후배(後輩)는 '뒤(後)에 오는 무리(輩)'입니다.

움직일 운(運)자는 '군대(軍)가 이동하여 가다(辶)'는 뜻입니다. 이후 '움직이다→옮기다→운반(運搬)하다→운전(運轉)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운동(運動)은 '움직이고(運) 움직이다(動)'는 뜻입니다. 운적토(運積土)는 '운반(運)되어 퇴적(積)된 토양(土)'으로, 암석의 풍화물이 강물, 바닷물, 바람 등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운반되어 퇴적된 토양입니다.
'정말 운(運)이 없다'에서 보듯이, 움직일 운(運)자는 운수(運數)나 운명(運命)을 뜻하기도 하는데, 옛 사람들은 계속 변화하는 운수나 운명이 움직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기(氣)가 움직이다(運)'는 뜻의 기운(氣運)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운은 항상 일정하지 않고 상황이나 때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휘두를 휘(揮)자는 '군대(軍)를 지휘하기 위해 손(扌)을 휘두르다'는 뜻입니다. 이후 '휘두르다→지휘(指揮)하다→뿌리다→흩어지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휘발유, 휘발성 등에 들어가는 휘발(揮發)은 '액체가 흩어져(揮) 떠나다(發)'는 뜻입니다.

- 물건을 싣고 운반함
▶ 재(載:载:) : (수레에) 실을 재, 수레 거(車) + [해할 재(𢦔)]
▶ 수(輸:输:) : (수레로) 보낼 수, 수레 거(車) + [성 유(兪)→수]
▶ 전(轉:转:) : (수레가) 구를 전, 수레 거(車) + [오로지 전(專)]

수레의 기본적인 역할은 물건을 싣고 운반하는 것입니다.
적재(積載), 기재(記載), 등재(登載)에 사용되는 실을 재(載)자는 '수레(車)에 싣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재(載)자는 '해, 년(年)'이란 뜻도 있습니다. 천재일우(千載一遇)는 '천(千) 년(載)에 한(一) 번 만나다(遇)'는 뜻으로, 좀처럼 얻기 어려운 좋은 기회를 이르는 말입니다.

수송(輸送), 수출(輸出), 수입(輸入), 밀수(密輸) 등에 들어가는 보낼 수(輸)자는 '수레(車)에 실어 보내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수뇨관(輸尿管)은 '오줌(尿)을 보내는(輸) 관(管)'으로, 신장의 오줌을 방광까지 운반해 주는 가늘고 긴 관입니다. 오줌관 또는 요관(尿管)이라고도 합니다.

회전(回轉), 자전(自轉), 공전(公轉)에 들어 있는 구를 전(轉)자는 수레(車)가 굴러가다'라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구르다→회전(回轉)하다→옮기다→바꾸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전학(轉學)은 '학교(學)를 옮기다(轉)'는 뜻입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은 '화(禍)가 바뀌어(轉) 복(福)이 되다(爲)'는 뜻으로, 나쁜 일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자전거(自轉車)는 말(馬)이 끌지 않아도 '스스로(自) 굴러가는(轉) 수레(車)'라는 뜻입니다.

- 수레와 바퀴
▶ 여(輿:舆:) : 수레 여, 수레 거(車) + [마주들 여(舁)]
▶ 륜(輪:轮:) : (수레의) 바퀴 륜, 수레 거(車) + [둥글 륜(侖)]
▶ 축(軸:轴:) : (수레의) 굴대 축, 수레 거(車) + [말미암을 유(由)→축]
▶ 복(輻:辐:) : (수레의) 바퀴살 복, 수레 차/거(車) + [찰 복(畐)]
▶ 궤(軌:轨:) : (수레의) 바퀴자국 궤, 수레 거(車) + [아홉 구(九)→궤]
▶ 련(連:连:) : (바퀴자국이) 이을 련, 갈 착(辶) + 수레 거(車)

수레의 특징은 바퀴에 있습니다. 하지만 바퀴가 없는 수레도 있습니다. 수레 여(輿)자는 많은 사람이 수레(車)를 마주 드는(舁) 모습인데, 여기에서 수레란 바퀴가 달린 수레가 아니라 가마나 상여(喪輿)처럼 사람이 마주 들고 가는 수레를 의미합니다. 수레 여(輿)자는 땅이란 뜻으로도 사용되는데, 옛 중국 사람들은 땅을 만물을 싣고 있는 하나의 큰 수레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 수레 여(輿)자는 땅이란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큰(大) 동(東)쪽 땅(輿地)의 지도(圖)'로, 조선 후기 김정호(金正浩)가 제작한 조선의 지도입니다. 크기가 세로 6.6m, 가로 4.0m나 되어 큰 대(大)자가 붙었고, 동(東)쪽 땅(輿地)은 우리나라를 말합니다.


바퀴 륜(輪)자는 '수레(車)에서 둥근(侖) 것이 바퀴이다'는 뜻입니다. 둥글 륜(侖)자는 '죽간으로 된 책(冊)을 둥글게 말아 모아두다(亼)'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올림픽의 오륜기(五輪旗)는 '다섯(五) 개의 바퀴(輪)를 그린 깃발(旗)'입니다. 이륜차(二輪車)는 '바퀴(輪)가 둘(二) 달린 차'(車)로,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있습니다.

[사진] 오륜기(五輪旗)

좌표의 x축(軸), y축(軸)에 들어가는 굴대 축(軸)자는 양쪽 수레바퀴의 한가운데 뚫린 구멍에 끼우는 긴 막대로, 바퀴의 회전축(回轉軸)입니다.

바퀴살 복(輻)자의 바퀴살은 바퀴 중앙에서 테를 향하여 부챗살 모양으로 뻗친 가느다란 나무나 쇠막대입니다. 복사(輻射)는 '수레의 바퀴살(輻)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쏘다(射)'는 뜻으로, 물체가 빛이나 열을 방출할 때 수레의 바퀴살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간다고 해서 복사(輻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진] 수레의 바퀴살. 빛이나 열이 바퀴살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복사(輻射)라고 합니다.

고대 중국에서 마차(馬車)가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도로(道路)도 함께 발달하였습니다. 잘 알려진 다닐 행(行)자는 마차가 다니는 넓은 두 개의 길이 직각으로 만나는 사거리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가 없던 고대 중국의 길은 황토 흙으로 덮여 있어, 마차가 다니는 길은 마차의 바퀴자국이 깊이 패어져 있었고, 기차가 레일을 따라 가듯이 마차 바퀴도 패인 자리를 따라 달렸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로 유명했던 로마제국 시대에도 바퀴 자국이 움푹 패인 길이 있었습니다. 로마제국 시대에 화산재에 묻혔던 폼페이에 가면 이런 도로를 직접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로 나누어져 있었던 춘추전국 시대에는 나라마다 마차의 바퀴 폭이 달라, 다른 나라로 가려면 마차의 바퀴를 바꿔 끼워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노(魯)나라에 살았던 공자가 유세(遊說)를 하려고 14년간 조(曹), 위(衛), 송(宋), 정(鄭), 진(陳), 채(蔡), 초(楚) 등의 천하를 떠돌아다닐 때, 수레바퀴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바퀴자국 궤(軌)자는 이와 같이 땅에 패인 바퀴자국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거동궤(車同軌)는 '수레(車)의 바퀴자국(軌)을 같게(同) 만들다'는 뜻으로 BC 247년 진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하면서 모든 마차의 바퀴 폭을 6척(약 1.6m)으로 같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궤적(軌跡)은 '바퀴자국(軌)의 흔적(跡)'이란 뜻으로 수학에서는 점이 지나간 자취를 뜻하고, '바퀴자국(軌)의 길(道)'이란 뜻의 궤도(軌道)는 천체에서 행성, 혜성, 인공위성 따위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다른 천체의 둘레를 돌면서 가는 길을 말합니다.

[사진] 태양을 도는 행성과 혜성의 궤도(軌道)

연속(連續), 연결(連結), 연휴(連休) 등에 들어가는 이을 련(連)자는 '수레(車)가 지나가는(辶) 자리에 바퀴자국이 계속 이어져 연결(連結)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연음법칙(連音法則)은 '연속되는(連) 소리(音)가 변하는 법칙(法則)'으로, 받침이 있는 음절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음절이 이어질 때, 앞 음절의 받침이 뒤 음절 첫소리가 되는 음운 규칙을 말합니다. 국어→구거, 숲이→수피 등이 연음 법칙의 예입니다.

- 기타
▶ 경(輕:轻:軽) : (수레가) 가벼울 경, 수레 거(車) + [물줄기 경(巠)]
▶ 고(庫:库:) : (수레를 넣는) 곳집 고, 집 엄(广) + [수레 거(車)→고]
▶ 연(軟:软:) : (수레가) 연할 연, 수레 거(車) + [하품 흠(欠)→연]
▶ 교(較:较:) : 견줄 교, 수레 거(車) + [사귈 교(交)]
▶ 헌(軒:轩:) : 처마 헌, 수레 거(車) + [방패/마를 간(干)→헌]

가벼울 경(輕)자는 '수레(車)가 가볍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마티즈나 티코와 같은 경차(輕車)는 '가벼운 차'라는 뜻으로 소형차를 말합니다. 경범죄(輕犯罪)는 '가벼운(輕) 범죄(犯罪)'로, 길에서 노상방뇨(路上放尿: 길 위에서 오줌을 눔)나 고성방가(高聲放歌: 큰 소리로 떠들고 노래를 부름)가 이에 해당합니다. 경공업(輕工業)은 '무게가 가벼운(輕) 물건을 만드는 공업(工業)'으로, 신발이나 옷을 만드는 공업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자동차나 배와 같이 무거운(重) 물건을 만드는 공업(工業)'을 중공업(重工業)이라 합니다.

곳집 고(庫)자는 '수레(車)를 넣어 두는 집(广)이 곳집 혹은 창고(倉庫)'라는 의미입니다. 곳집은 곳간이나 창고를 말하며, '고(庫) + 사이시옷(ㅅ) + 집'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냉장고(冷藏庫)는 '차게(冷) 저장(藏)해 두는 창고(庫)'입니다.

사람이 피곤하면 하품을 하기 때문에, 하품 흠(欠)자는 '하품→부족하다, 모자라다→결함→이지러지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연할 연(軟)자는 '수레(車)에 흠(欠)이 있어 이지러지니 연약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연약하다→연하다→부드럽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연체동물(軟體動物)은 '연한(軟) 몸(體)을 가진 동물(動物)'로, 조개, 달팽이, 굴, 오징어, 문어 등과 같이 몸속에 뼈가 없는 연한 동물입니다. 연두색(軟豆色)은 '연한(軟) 콩(豆)의 색(色)'입니다. 또 중국에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software)를 '부드러운(軟) 물건(件)'이라는 의미로 연건(軟件)이라 하고, 하드웨어(hardware)를 '굳은(硬) 물건(件)'이란 뜻의 경건(硬件)이라 합니다.

[사진] 연두색(軟豆色)의 콩

견줄 교(較)자는 원래 수레(車) 좌우의 널빤지 위에 댄 가로 나무 앞으로 나온 부분으로 수레 안에 서 있을 때 잡는 곳이었는데, 그게 수레 위 상자처럼 된 부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그것의 크기로 수레의 크기를 비교(比較)하면서 '비교하다, 견주다'라는 의미도 생겨났습니다. 비교(比較)는 '견주고(比) 견주다(較)'는 뜻입니다. 일교차(日較差)는 '하루(日) 동안의 비교한(較) 차이(差)'라는 뜻으로, 기온, 습도, 기압 따위가 하루 동안에 변화하는 차이입니다.

처마 헌(軒)자는 원래 '대부(大夫) 이상의 벼슬아치가 타는 높고 큰 수레(車)'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나중에 이런 큰 수레에는 난간, 처마 등이 있어서 난간, 처마 등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난간이나 큰 처마가 있는 집이란 뜻도 생겼습니다. 동헌(東軒)이나 오죽헌(烏竹軒)이 그런 집입니다. 동헌(東軒)은 동(東)쪽에 있는 집(軒)'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에 지방 관아에서 고을 원님이 나랏일을 처리하던 건물을 일컫습니다. 오죽헌(烏竹軒)은 '까마귀(烏)처럼 검은 대나무(竹)가 있는 집(軒)'으로 강원도 강릉의 율곡 이이(李珥)가 태어난 집입니다.

[사진] 벼슬아치가 타고 다니는 수레 헌(軒). 난간과 처마가 있습니다.

- 수레의 멍에
▶ 량(兩:兩:両) : 두 량, 말 두 마리를 묶는 멍에의 모습
▶ 량(輛:辆:) : 수레 량, 수레 거(車) + [두 량(兩)]
▶ 액(軛:轭:) : 멍에 액, 수레 차(車) + [재앙 액(厄)]

[사진] 진시황제 무덤에서 발굴된 청동 말. 말 등 위로 들 입(入)자 모양의 멍에가 보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한 채의 수레는 보통 말 두 마리가 끌었는데, 각 말의 등에는 들 입(入)자 모양의 멍에를 씌웠습니다. 멍에는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하여 말이나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입니다. 두 량(兩)자는 수레를 끄는 두 마리의 말에 씌우는 멍에의 모습입니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은 '한번(一) 들어(擧) 두(兩) 개를 얻는다(得)'는 뜻으로, '한(一) 개의 돌(石)로 두(二) 마리 새(鳥)를 잡는다'는 뜻의 일석이조(一石二鳥)와 같은 말입니다.

☞ 수레 량(輛)

수레 량(輛)자는 두(兩) 개의 멍에를 가진 수레(車)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수레를 세는 단위로도 사용됩니다. 기차나 전차를 셀 때 열차 한 량, 두 량이라고 하는데, 이때 량(輛)자가 수레를 의미합니다. 또 차량(車輛)은 차(車)를 의미하지만, 열차의 한 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멍에 액(軛)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글자입니다만, 고등학교 수학에서는 자주 등장합니다. 공액근(共軛根), 공액복소수(共軛複素數), 공액쌍곡선(共軛雙曲線), 공액축(共軛軸)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공액(共軛)이란 '함께(共) 멍에(軛)를 맨 두 마리의 말'이라는 뜻입니다. 멍에를 맨 두 마리의 말과 마찬가지로 항상 붙어다니는 한 쌍의 항목(근, 복소수, 쌍곡선, 축)을 뜻합니다. 또, 말 두 마리의 자리를 바꾸어도 끄는 힘에 변화가 없듯이, 공액 관계에 있는 한 쌍의 항목을 서로 바꾸어 놓아도 그 성질에 변화가 없을 경우에, 그 둘의 관계를 이르는 말입니다. 공액(共軛)은 순우리말로 '켤레'라고 합니다. 켤레는 신, 양말, 버선 따위의 짝이 되는 두 개를 한 벌로 세는 단위입니다. 이러한 것들도 멍에를 함께 맨 두 마리 말처럼 붙어다니기 때문입니다.



배 주(舟)
사각형 모양의 중국 배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진 곳에는 공통적으로 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은 강가에 살면서 집보다 먼저 만들기 시작한 것이 배입니다. 황하강 주변에 살았던 고대 중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사진] 상자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 특유의 배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배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앞 혹은 앞뒤가 뾰쪽하게 생겼으나, 중국의 배는 상자와 비슷하게 생겼고 바닥도 V나 U형태가 아니라 편평합니다. 이런 모양의 배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로, 조선 시대의 판옥선(板屋船)이나 거북선도 이런 영향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태국의 명물 수상시장에 가보면 아직도 이러한 형태의 배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배에 구멍이 나더라도 물이 배 전체에 들어오지 않도록 중간에 격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배 주(舟)자는 중국의 네모난 배를 위에서 본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또 글자 가운데에는 격벽이 그려져 있습니다.

- 배와 관련되는 글자
▶ 항(航:航:) : 배 항, 배 주(舟) + [목 항(亢)]
▶ 선(船:船:) : 배 선, 배 주(舟) + [산속늪 연(★)→선]
▶ 함(艦:舰:) : 싸움배 함, 배 주(舟) + [볼 감(監)→함]
▶ 정(艇:艇:) : 거룻배 정, 배 주(舟) + [조정 정(廷)]
▶ 반(般:般:) : 일반 반, 배 주(舟) + 창 수(殳)

배 항(航)자는 배라는 뜻보다 '항해(航海)하다'는 뜻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항해(航海), 항로(航路), 출항(出航), 운항(運航) 등에 사용됩니다. 항공기(航空機)는 '공중(空)을 항해하는(航) 기계(機)'입니다.

배 선(船)자는 일반적인 배를 일컫는 말입니다. 선박(船舶), 어선(漁船), 선장(船長) 등에 사용됩니다. 판옥선(板屋船)은 '널빤지(板)로 지붕(屋)을 덮은 배(船)'이며, 왜선을 무찌르기 위해 1555년(명종 10년)에 만든 배로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년) 때에 크게 활약하였습니다. 지붕을 덮은 배에서 노를 젓는 병사들은 지붕 아래쪽에, 공격을 담당하는 병사들은 지붕 위쪽에 배치하여 서로 방해받지 않고 전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판옥선(板屋船)

싸움배 함(艦)자는 군함(軍艦), 잠수함(潛水艦), 항공모함(航空母艦), 구축함(驅逐艦) 등 전쟁하는 배를 일컫습니다. 항공모함(航空母艦)은 '항공기(航空)의 어머니(母)가 되는 배(艦)'로,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 때문에 매우 큰 갑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축함(驅逐艦)은 '적함을 몰거나(驅) 쫓는(逐) 배(艦)'로, 어뢰(魚雷)를 주 무기로 하여 잠수함을 주로 공격하는 배입니다.

거룻배 정(艇)자의 거룻배는 돛 없는 작은 배를 이르는 말입니다. 구명정(救命艇), 어뢰정(魚雷艇), 잠수정(潛水艇)과 같이 작은 배를 일컫는 말에 사용됩니다. 또 우리나라 해군에서는 500톤 이상이면 함(艦), 미만이면 정(艇)이라고 합니다. 해군 함정의 함정(艦艇)은 크거나 작은 군사용 배를 모두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일반 반(般)자에 들어 있는 창 수(殳)자는 손에 창이나 연장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여기에서는 강 위에서 배의 방향을 돌리기 위한 삿대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의미는 '배(舟)를 돌리다'는 뜻을 가졌으나, 가차되어 가지(종류를 세는 단위) 혹은 일반(一般: 한 가지)이란 의미로도 쓰입니다. 피차일반(彼此一般)은 '저쪽과 이쪽이 한(一) 가지(般)다'라는 뜻으로 두 편이 서로 같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 달 월(月)자로 변한 배 주(舟)
▶ 전(前:前:) : 앞 전, 그칠 지(止) + 배 주(舟→月) + 칼 도(刂)
▶ 짐(朕:朕:) : 밀어올릴 등, 나/조짐 짐, 배 주(舟→月) + 관계할/빗장 관(关)
▶ 유(兪:俞:) : 성 유, 모을 집(亼) + 배 주(舟→月) + 물결의 모습

원래는 배 주(舟)자였으나, 나중에 모양이 변하여 달 월(月)자처럼 사용되는 글자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글자를 살펴보겠습니다.

☞ 앞 전(前)

앞 전(前)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그칠 지(止→ㅛ)와 배 주(舟→月)자가 합쳐진 모습(歬)입니다. 즉, 배(舟)가 앞으로 나아가는(止) 모습에서 앞이란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이 글자에 칼 도(刂)자가 붙어 '자르다'는 의미의 글자가 되었으나 여전히 '앞'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자, 칼 도(刀)자가 한 번 더 추가되어 자를 전(剪)자가 되었습니다. 전선(前線)은 '(어떤 무리의) 맨 앞(前)에 있는 선(線)'이란 뜻으로, 성질이 다른 두 기단(氣團: 공기 덩어리)의 경계면이 지표와 만나는 선을 의미합니다. 차가운 기단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전선을 한랭전선(寒冷前線)이라 하고, 따뜻한 기단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전선을 온난전선(溫暖前線)이라 합니다. 전쟁터의 전선(戰線)에서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군대가 만나 시끄럽게 싸우듯이, 전선(前線)에서도 성질이 다른 두 기단이 만나 시끄럽게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옵니다.

☞ 밀어올릴 등(朕), 나 짐(朕)

밀어올릴 등(朕)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배 주(舟→月)자와 두 손의 상형인 손맞잡을 공(廾)자에 막대기(ㅣ)가 있는 형상입니다. 즉, '두 손(廾)으로 삿대(ㅣ)를 밀어 배(舟→月)를 상류로 밀어 올리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글자는 (말 위로) 오를 등(騰), (풀이 위로 솟은) 등나무 등(藤), (힘을 올려) 이길 승(勝) 등인데, 공통적으로 '밀어 올리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라는 뜻이 생겨 나 짐(朕)자가 되었고, 진시황 이후에는 천자(天子)만이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루이 14세가 말한 '짐(朕)이 곧 국가다'가 그러한 예입니다.

성 유(兪)자는 배(舟→月)들이 모여(亼) 강(巛)에서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점점 나아가는 모습으로, '점점 나아가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글자는 (입으로) 깨우칠 유(喩), (병이) 나을 유(癒), (발로) 넘을 유(踰), (차로) 보낼 수(輸) 등인데, 공통적으로 '점점, 나아가다, 나아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나중에 성씨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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