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산과 언덕: 기슭 엄/한(厂) | 언덕 부(阜/阝) | 메 산(山)

    2-4. 산과 언덕: 기슭 엄/한(厂) | 언덕 부(阜/阝) | 메 산(山)


기슭 엄/한(厂)
비탈진 언덕이나 절벽




옛 중국 사람들이 살았던 황하강 중류는 황토가 쌓여 높은 황토고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황토고원은 비가 오면 빗물에 의해 작은 개울이 되어 흘러가면서 부드러운 황토를 깎아 골짜기를 이루거나 절벽이 되기도 하는데, 골짜기나 비탈진 언덕, 그리고 절벽의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가 기슭 엄/한(厂)자입니다.

[사진] 중국 황토고원과 골짜기

옛 중국 사람들은 이러한 언덕에 동굴을 뚫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탈진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계단을 만들어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슭 엄(厂)자가 들어가는 글자들을 보면 황토고원에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 생생히 그려집니다.
기슭 엄/한(厂)자는 언덕이나 절벽에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또 싫을 염(厭)자와 기러기 안(雁)자에서는 소리로 사용됩니다.

- 언덕이나 절벽과 관련된 글자
▶ 안(岸:岸:) : 언덕 안, 메 산(山) + 기슭 엄(厂) + [방패/마를 간(干)→안]
▶ 애(厓:厓:) : 언덕 애, 기슭 엄(厂) + 흙 토(土) X 2
▶ 애(崖:崖:) : 벼랑 애, 메 산(山) + [언덕 애(厓)]
▶ 원(原:原:) : 언덕 원, 기슭 엄(厂) + 샘 천(泉)
▶ 원(源:源:) : 근원 원, 물 수(氵) + [언덕 원(原)]

언덕 안(岸)자는 '산(山)에 있는 기슭(厂)이 언덕이다'는 뜻입니다. 융기해안(隆起海岸)은 '바닷속의 땅이 높이(隆) 일어나(起) 만들어진 해안(海岸)'이고, 침수해안(沈水海岸)은 '산이 물(水)에 잠겨(沈) 만들어진 해안(海岸)'입니다.

언덕 애(厓)자는 '흙(土)과 흙(土)이 높이 쌓여 있는 곳이 언덕이나 벼랑(厂)이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메 산(山)이 추가되어 벼랑 애(崖)자가 만들어졌습니다. 국사나 미술 시간에 배우는 마애불(磨崖佛)은 '벼랑(崖)에 갈아서(磨) 만든 불상(佛像)'이란 뜻으로, 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을 말합니다. 마애석불(磨崖石佛)이라고도 합니다. 마애삼존불상(磨崖三尊佛像)은 자연 암벽을 깎아 만든 3명의 불상입니다.

언덕 원(原)자는 원래 '언덕(厂)의 갈라진 틈 사이로 샘(泉) 흘러나오는 곳이 물의 근원이다'는 뜻입니다. 이후 '근원→언덕→(언덕 위의) 벌판'이라는 뜻이 생기면서, 원래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물 수(氵)를 추가하여 근원원(源)자가 생겼습니다. 원시인(原始人)은 '근원(原)이자 시작(始)인 사람(人)'이란 뜻이고, 개마고원의 고원(高原)은 '높은(高) 곳에 있는 벌판(原)'입니다. 진원(震源)은 '지진(地震)이 발생한 근원(源)'으로, 지진이 발생한 땅속의 지점인 반면, 진앙(震央)은 '지진(地震)이 일어난 지역의 중앙(央)'으로, 땅 위의 지점입니다.

- 절벽과 사람
▶ 액(厄:厄:) : 재앙 액, 기슭 엄(厂) + 병부 절(㔾)
▶ 위(危:危:) : 위태할 위, 사람 인(人) + 기슭 엄(厂) + 병부 절(㔾)
▶ 반(反:反:) : 돌이킬 반, 기슭 엄(厂) + 또 우(又)

'액땜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닥쳐올 액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긴다는 뜻입니다. '액운(厄運)을 때우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앙 액(厄)자는 절벽(厂)에서 굴러 떨어져 다쳐서 쪼그리고 있는 사람(㔾)의 모습입니다. 한마디로 재앙입니다. 병부 절(㔾)자는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글자 중에서, 절벽(厂)위에 사람(人)이 서 있는 모습의 첨(厃)자가 있습니다. 이 글자는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위태하다'와 '(절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다'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두 가지 뜻을 구분하기 위해 위태할 위(危)자가 생겼는데, 첨(厃)자에 재앙 액(厄)자처럼 절벽 아래에 굴러 떨어진 사람(㔾)의 모습을 추가하였습니다.

☞ 돌이킬 반(反)

반대(反對), 반감(反感), 반성(反省) 등에 사용되는 돌이킬 반(反)자는 '손(又)으로 기어서 절벽(厂)을 되돌아 올라가다'는 뜻입니다.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과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의 반정(反正)은 '돌이켜서(反) 바르게(正) 세우다'는 뜻으로, 정치를 잘못하는 왕을 폐위시키고 새로운 왕을 세우는 일을 의미합니다.

- 기타
▶ 석(石:石:) : 돌 석, 기슭 엄(厂) + 돌의 모습(口)
▶ 엄(嚴:严:) : 엄할 엄, 입 구(口) X 2 + 기슭 엄(厂) + [감히 감(敢)→엄]
▶ 후(厚:厚:) : 두터울 후, 기슭 엄(厂) + 날 일(日) + 아들 자(子)
▶ 단(段:段:) : 층계 단, 기슭 엄(厂) + 석 삼(三) + 창 수(殳)

돌 석(石)자는 절벽(厂)에서 떨어진 바위(口) 모습이나 절벽(厂) 옆으로 드러나보이는 바위(口)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엄격(嚴格), 엄명(嚴命), 엄밀(嚴密), 엄선(嚴選), 엄숙(嚴肅), 위엄(威嚴), 존엄(尊嚴) 등에 들어가는 엄할 엄(嚴)자는 '언덕(厂)에서 광석(口,口)을 캐내는 일은 감히(敢) 하기 힘들고 엄하다'는 뜻입니다. 계엄(戒嚴)은 '경계(戒)를 엄(嚴)하게 하다'는 뜻으로, 전시나 사변 등 비상 사태를 당하여 일정한 지역을 군인들이 경계하게 하고 그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군대가 맡아 다스리게 하는 일입니다.

☞ 두터울 후(厚)

두터울 후(厚)자는 갑골문자를 보면 기슭( 厂)에 기대어 놓은 두터운 질그릇(日 + 子)의 모습으로, 청동을 녹이기 위한 장치로 추정됩니다. 청동을 녹이기 위해 보통 질그릇보다 두께가 두꺼워 '두텁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은 '(상공업을) 잘 이용(利用)하여 생활(生)을 두텁게(厚) 한다(잘살게 한다)'는 뜻으로, 조선 후기 실학파가 주장한 중상주의(重商主義) 정책입니다. 복리후생(福利厚生)의 후생(厚生)도 같은 의미입니다.

☞ 층계 단(段)

층계 단(段)자는 연장을 든 손(殳)으로 언덕(厂)에 계단(三)을 만드는 모습에서 층계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창 수(殳)자는 손(又)에 창이나 연장을 든 모습입니다. 해안단구(海岸段丘)는 '해안(海岸)에 계단(段)처럼 만들어진 언덕(丘)'이란 뜻입니다. 이러한 해안단구는 해안의 융기가 여러 번 되풀이 되어 만들어집니다. 층계 단(段)자는 바둑, 태권도, 유도 등에서 잘하고 못하는 정도를 매긴 등급을 이르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언덕 부(阜/阝)
언덕에 올라가는 계단




언덕 부(阜/阝)자는 황토고원(黃土高原)에 사는 고대 중국인들의 동굴 집을 오르내리는 계단(階段)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또 이런 계단들이 언덕에 있었기 때문에 언덕이라는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주로 언덕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갑니다.

간략형으로 쓰는 부(阝)자는 고을 읍(邑)자의 간략형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언덕 부(阝)자는 항상 왼쪽(阿, 險, 隔, 障)에, 고을 읍(邑)자는 항상 오른쪽(鄭, 郡, 都, 郞)에 사용합니다. 언덕 부(阝)자를 자전에서 찾을 때는 2획이 아닌 3획임을 유의하세요.

- 언덕과 계단
▶ 아(阿:阿:) : 언덕 아, 언덕 부(阜/阝) + [옳을 가(可)→아]
▶ 릉(陵:陵:) : 언덕 릉, 언덕 부(阜/阝) + [넘을 릉(夌)]
▶ 륙(陸:陆:) : 뭍 륙, 언덕 부(阜/阝) + [뭍 륙(坴)]

언덕 아(阿)자는 원래 언덕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이후 '언덕→(언덕 등선이) 굽다→(굽은 마음으로) 아첨하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곡학아세(曲學阿世)는 '학문(學)을 왜곡(曲)하여 세상(世)에 아첨(阿)하여 인기를 끌고자 한다'는 뜻으로, 중국 한나라의 원고생이 공손홍에게 "학문의 정도는 학설을 굽혀 세상 속물에 아첨하는 게 아니다"라고 한 데서 유래합니다. 1840년 중국에서 일어난 아편전쟁의 원인이자 마약의 일종인 아편(阿片)은 영어 오우폄(opium)을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뜻을 해석하면 '사람 마음에 아첨하는(阿) 약 조각(片)'이란 뜻이 됩니다.

언덕 릉(陵)자는 언덕처럼 큰 무덤을 뜻하기도 합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선릉(宣陵)은 조선 제9대 왕 성종의 왕릉(王陵)입니다.

뭍 륙(陸)자는 '뭍이 언덕(阜/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조륙운동(造陸運動)은 '육지(陸)를 만드는(造) 운동(運動)'으로, 지반의 융기와 침강으로 육지가 만들어지는 지각 운동입니다. 산(山)을 만드는 조산운동(造山運動)에 비하여 넓은 지역에 걸쳐 서서히 작용합니다.

- 언덕의 모습
▶ 륭(隆:隆:) : (언덕이) 높을 륭, 언덕 부(阜/阝) + [하늘에예지낼 륭(㚅)]
▶ 험(險:险:険) : (언덕이) 험할 험, 언덕 부(阜/阝) + [다 첨(僉)→험]
▶ 협(陜:陕:) : (언덕이) 좁을 협,땅이름 합/섬, 언덕 부(阜/阝) + [낄 협(夾)]

높을 륭(隆)자는 '하늘에 예 지내는(㚅) 언덕(阜/阝)은 높다'는 뜻입니다. 융기(隆起)는 '높이(隆) 일어나다(起)'는 뜻으로, 땅이 높이 솟아오른 것을 말합니다. '융숭한 대접을 받다'의 융숭(隆崇)은 '높고(隆) 높다(崇)'는 뜻입니다.

험난(險難), 험악(險惡)에 들어가는 험할 험(險)자는 '언덕(阜/阝)이 험하다'는 뜻입니다. 위험(危險)은 '위태하고(危) 험하다(險)'는 뜻이고, 보험(保險)은 '재해나 사고 등의 위험(險)으로부터 보호(保)를 받는 일'입니다.

좁을 협(陜)자는 '언덕과 언덕(阜/阝) 사이에 끼어(夾) 있는 골짜기가 좁다'는 뜻입니다. 좁을 협(陜)자는 땅이름합(陜)자나 땅이름 섬(陜)자로도 사용합니다. 경상남도에 있는 합천군(陜川郡)은 '좁은(陜) 냇물(川)이 있는 고을(郡)'이란 뜻으로, 지리산 자락에 있는 이곳은 원래 협천(陜川)이란 이름을 가졌으나, 일제 때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세 마을이 합쳐져 합천(合川)이라고 이름이 바뀌었고, 지금은 한자 이름만 예전 그대로 두어 합천(陜川)으로 부릅니다. 중국의 섬서성(陝西省)은 '좁은 골짜기(陝) 서쪽(西)에 있는 성(省)'이란 뜻으로, 주(周)나라 때부터 당(唐)나라 때까지 수도였던 서안(西安)이 있습니다.

- 언덕으로 막힘
▶ 격(隔:隔:) : (언덕으로) 막힐 격, 언덕 부(阜/阝) + [솥 력(鬲)→격]
▶ 장(障:障:) : (언덕으로) 막을 장, 언덕 부(阜/阝) + [글 장(章)]
▶ 방(防:防:) : (언덕으로) 막을 방, 언덕 부(阜/阝) + [모 방(方)]
▶ 한(限:限:) : (언덕으로) 한정 한, 언덕 부(阜/阝) + [괘이름 간(艮)→한]

격(隔), 장(障), 방(防)자는 모두 '언덕으로 막혀 있다'는 뜻에서 언덕 부(阜/阝)자가 들어갑니다.
막힐 격(隔)자는 언덕(阝)으로 막혀서 '서로 떨어져 있다'는 뜻도 있습니다. 간격(間隔)이나 격리(隔離)가 그런 경우입니다. 횡격막(橫隔膜)은 '가슴과 배 사이에 가로(橫)로 막고(隔) 있는 막(膜)'으로, 가슴과 배를 서로 막는 막입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세상(世)에서 격리(隔)되어 있는 느낌(感)’이란 뜻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몰라보게 변하여 아주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합니다.

막을 장(障)자가 들어가는 글자로는 장애(障礙), 장벽(障壁), 고장(故障) 등이 있습니다.

막을 방(防)자는 방화(防火), 방충(防蟲), 방지(防止), 방재(防災), 방위(防衛) 등에 사용됩니다. 중구난방(衆口難防)은 '여러 사람(衆)의 말(口)을 막기(防) 어렵다(難)'는 뜻입니다. 방곡령(防穀令)은 '곡식(穀)의 유출을 방지(防)하는 명령(令)'이란 뜻으로, 조선 고종 때인 1889년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함경도 관찰사 조병식이 일본으로 곡물 수출을 금지한 명령입니다.

한정(限定), 한계(限界), 제한(制限) 등에 사용되는 한정 한(限)자는 '언덕(阝)으로 막혀 땅이 한정되다'는 뜻입니다. 한전제(限田制)는 '밭(田)의 소유를 한정(限)하는 제도(制)'로, 조선의 실학자인 이익이 주장한 토지제도입니다. 토지 매매로 양반들이 토지 소유를 늘렸기 때문에 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크기를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 언덕과 전쟁
▶ 진(陣:阵:) : (언덕 위에) 진칠 진, 언덕 부(阜/阝) + 수레 차(車)
▶ 진(陳:陈:) : (언덕 위에) 늘어놓을 진, 언덕 부(阜/阝) + 동녘 동(東)
▶ 대(隊:队:) : (언덕 위의) 무리 대, 언덕 부(阜/阝) + [다할 수(㒸)]
▶ 추(墜:坠:) : (언덕에서) 떨어질 추, 흙 토(土) + 무리 대(隊)
▶ 수(帥:帅:) : (언덕 위의) 장수 수, 언덕 부(阜) + 수건 건(巾)
▶ 사(師:师:师) : (언덕 위의) 스승 사, 언덕 부(阜) + 깃발 잡(帀)

예나 지금이나 전쟁을 할 때는 언덕 위에 진(陣)을 칩니다. 높은 언덕 위에서는 적의 동태나 전황을 파악하기가 좋고, 깃발로 병사들을 지휘하기도 편하며, 적들이 쳐들어오더라도 방어하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언덕 부(阜/阝)자는 전쟁과 관련된 글자에도 사용됩니다.

진칠 진(陣)자는 '언덕(阜/阝) 위에 수레(車)를 배치하여 진(陣)을 치다'는 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수레(車)는 적군을 돌파하거나 군수품, 식량 등을 운반하기 위한 전쟁 필수품입니다. 배수진(背水陣)은 '등(背) 뒤에 강(水)을 두고 친 진(陣)'으로, 도망갈 길을 막아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진칠 진(陣)자와 비슷하게 생긴 늘어놓을 진(陳)자는 원래 언덕 부(阝)자에 펼 신(申)자가 합쳐진 글자로 '언덕(阝) 위에 펼쳐(申) 놓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만, 나중에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진열(陳列)은 물건을 보이기 위해 죽 벌여 놓은 것입니다.

무리 대(隊)자는 원래 '사람(人)이 언덕(阜/阝)에서 추락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간체자(队)를 보면 이 글자의 원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글자의 모양과 뜻이 함께 변해 언덕 위에 진(陣)을 친 군대(軍隊)의 '무리, 떼' 등의 뜻이 생겨, 원래의 뜻을 살리기 위해 흙 토(土)자를 추가하여 떨어질 추(墜)자가 만들어졌습니다. 군대(軍隊)와 부대(部隊), 군대의 단위인 대대(大隊), 중대(中隊), 소대(小隊) 등에 사용되며, 대원(隊員), 대오(隊伍), 대열(隊列), 대형(隊形) 등 군대에 관련된 용어에 사용됩니다.

언덕 부(阜)자의 모양이 조금 변한 것도 있습니다. 장수 수(帥)자와 스승 사(師)자의 왼쪽에 나오는 글자가 그런 경우입니다.

장수 수(帥)자는 '언덕(阜)에서 깃발(巾)을 들고 지휘하는 사람이 장수(將帥)이다'는 뜻입니다.

[사진] 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에서 빼앗아 간 수(帥)자 깃발

장수 수(帥)자와 비슷하게 생긴 스승 사(師)자는 원래 '언덕(阜) 위에 깃발(帀)을 꽂고 주둔하는 군대'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갑골문자를 만들었던 은나라 때에는 삼사전법(三師戰法)이라고 해서 군대를 좌, 중, 우의 삼사(三師)로 나누어 배치하여, 중앙의 군대가 정면에서 공격하고, 좌우의 군대가 양쪽에서 포위하는 공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사단(師團)은 지금도 군부대의 단위로 사용됩니다. 이후 '군대→(군대를 깃발로 지휘하는) 장수→우두머리→스승'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교사(敎師)는 '가르치는(敎) 스승((師)'입니다.

- 부(阜)의 변형 자가 들어가는 글자
▶ 추(追:追:) : 쫓을 추, 갈 착(辶) + [언덕 부(阜)→추]
▶ 관(官:官:) : 벼슬 관, 집 면(宀) + 언덕 부(阜)

장수 수(帥)자와 스승 사(師)자 외에도 벼슬 관(官)자와 쫓을 추(追)자도 모양이 변한 언덕 부(阜)자가 들어갑니다. 추적(追跡), 추격(追擊), 추월(追越) 등에 사용되는 쫓을 추(追)자는 원래 '언덕(阜) 위의 적을 쫓아 거슬러 올라가다(辶)'는 뜻입니다. 언덕 부(阜)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입니다.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은 '추가(追加)로 고쳐서(更) 바르게(正) 만든 예산(豫算)'이란 뜻으로, 예산이 정하여진 뒤에 생긴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정한 예산을 변경하여 만든 예산입니다. 줄여서 추경예산이라고 합니다.

벼슬 관(官)자는 '언덕(阜) 위에 우뚝 솟은 집(宀) 혹은 언덕(阜)처럼 높은 집(宀)이 관청(官廳)이다'는 뜻입니다. 이후 '집→관청(官廳)→(관청에서 일하는) 벼슬아치→벼슬'이란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비슷한 글자로, 집(宀) 안에 방(口)이 여러 개 있다는 의미의 글자인 집 궁(宮)자가 있습니다. 관리(官吏)는 관청에서 일하는 벼슬아치’라는 뜻으로, 국가 공무원을 말하며, 장관(長官)은 ‘우두머리(長)가 되는 관리(官)’이라는 뜻으로, 행정부에 있는 각 부서(국토해양부, 국방부, 외무부, 건설교통부 등)의 우두머리입니다.

- 언덕에 오르내림
▶ 척(陟:陟:) : (언덕에) 오를 척, 언덕 부(阜/阝) + 걸음 보(步)
▶ 강(降:降:) : (언덕에) 내릴 강, 항복할 항, 언덕 부(阜/阝) + [내려올 강(夅)]
▶ 타(隋:隋:) : (언덕에서) 떨어질 타, 수나라 수, 언덕 부(阜/阝) + [제사고기나머지 타(★)]
▶ 타(墮:堕:) : (언덕에서) 떨어질 타, 흙 토(土) + [떨어질 타(隋)]
▶ 운(隕:陨:) : (언덕에서) 떨어질 운, 언덕 부(阜/阝) + [인원/둥글 원(員)→운]
▶ 함(陷:陷:) : (언덕 사이에) 빠질 함, 언덕 부(阜/阝) + [함정 함(臽)]

높은 언덕에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의미의 글자에도 언덕 부(阜/阝)자가 들어갑니다.
오를 척(陟)자는 '언덕(阝) 위로 걸어(步) 올라가다'는 의미입니다. 진척(進陟)은 '나아가(進) 올라가다(陟)'는 뜻으로, 일이 진행되어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 황토고원에 있는 동굴집

내릴 강(降)자는 '언덕(阝)에서 내려오다(夅)'는 뜻입니다. 또 '적에게 항복하면 언덕 위의 진(陣)을 버리고 언덕(阝)에서 내려오다(夅)'는 뜻으로 항복할 항(降)자가 되었습니다. 강수량(降水量)은 '물(水)이 내려오는(降) 양(量)'이란 뜻으로, 땅에 떨어진 비, 눈, 우박 등의 양을 말합니다.

황토고원에 살았던 중국 사람들은 높은 언덕에서 종종 떨어지기도 했었나 봅니다.
언덕(阝)에서 떨어질 타(隋)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대신 아래에 흙 토(土)자가 들어간 떨어질 타(墮)자가 사용됩니다. 여명과 이가흔이 주연한 1995년 홍콩 영화 〈타락천사(墮落天使, Fallen Angels)〉는 외로움에 지쳐 타락한, 도시의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왕가위(王家衛, 왕자웨이) 감독의 대표작입니다.

떨어질 타(隋)자는 수나라 수(隋)자로도 사용됩니다. 수(隋)나라에서 완성한 중국 대운하는 북쪽의 황하강과 남쪽의 양자강을 연결하는 1,747km의 운하입니다. 수나라에서 운하를 완성한 후 운하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수(隋)나라 양제(煬帝)를 기념하는 의미로 이 버드나무 이름을 수양(隋煬)버들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수양(隋煬)'은 '늘어진(垂) 버드나무(楊)'란 뜻의 수양(垂楊)버들로 바뀌었습니다.

떨어질 운(隕)자는 '둥근(員) 것이 언덕(阝)에서 굴러 떨어지다'는 뜻입니다. 운석(隕石)은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에 떨어진(隕) 돌(石)'입니다.

빠질 함(陷)자에 들어 있는 함정 함(臽)자는 함정(臼)에 사람(人)이 빠지는 모습입니다. 절구 구(臼)자는 절구나 함정의 상형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阝)자가 추가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언덕 사이의 갈라진 틈에 잘 빠지기 때문입니다. 아첨할 함(諂)자에도 함정 함(臽)자가 들어가는데, '아첨(諂)은 말(言)로 파놓은 함정(臽)이다'는 뜻으로, 아첨(阿諂)에 걸려들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만든 글자입니다.

- 언덕에 올라가는 계단
▶ 계(階:阶:) : (언덕의) 섬돌 계, 12획 / 언덕 부(阜/阝) + [다 개(皆)→계]
▶ 제(除:除:) : (언덕에서) 덜/섬돌 제, 언덕 부(阜/阝) + [나 여(余)→제]

섬돌 계(階)자에서 섬돌은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돌계단(階段)입니다. 언덕과 같이 높은 곳을 올라가기 위해 섬돌을 만들었기 때문에 언덕 부(阝)자가 들어갑니다.

제거(除去), 삭제(削除), 해제(解除) 등에 들어 있는 덜 제(除)자는 원래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이런 계단으로 올라가면 힘이 적게 들어, '덜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이후 '계단→(힘을) 덜다→없애다→제외(除外)하다→면제(免除)하다→나누다→나눗셈'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조립제법(組立除法)은 '숫자를 조립(組立)하여 틀에 넣은 다음 나누기(除)를 하는 방법(法)'으로, 고차방정식을 풀 때에 인수분해를 하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 언덕의 그늘과 볕
▶ 음(陰:阴:隂) : (언덕의) 그늘 음, 언덕 부(阜/阝) + [이제 금(今)→음] + 이를 운(云)
▶ 양(陽:阳:) : (언덕의) 볕 양, 언덕 부(阜/阝) + [빛날 양(昜)]

그늘 음(陰)자와 볕 양(陽)자에 언덕 부(阜/阝)자가 들어가는 이유는 언덕의 앞쪽에는 볕이 비치고 뒤쪽에는 그늘이 지기 때문입니다.

그늘 음(陰)자에 들어 있는 이를 운(云)자는 구름이 떠 있는 모습으로, 구름 운(雲)자의 고어입니다. 즉 '해가 구름(云)에 가려져 그늘이 진다'는 뜻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볕 양(陽)자에 들어 있는 빛날 양(昜)자는 해(日)에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음덕양보(陰德陽報)는 '그늘(陰)에 덕(德)이 양지(陽)에서 보답(報)한다'는 뜻으로, '남 모르게 덕을 쌓은 사람은 반드시 뒤에 복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 기타
▶ 린(隣:邻:) : (언덕 위의) 이웃/가까울 린, 언덕 부(阜/阝) + [도깨비불 린(粦)]
▶ 원(院:院:) : (언덕으로 둘러싸인) 집 원, 언덕 부(阜/阝) + [완전할 완(完)→원]
▶ 부(附:附:) : (언덕에) 붙을 부, 언덕 부(阜/阝) + [줄/의지할 부(付)]
▶ 은(隱:隐:隠) : (언덕에) 숨을 은, 언덕 부(阜/阝) + [숨길 은(★)]
▶ 제(際:际:) : 사이 제, 언덕 부(阜/阝) + [제사 제(祭)]
▶ 귀(歸:归:) : 돌아갈 귀, 그칠 지(止) + 언덕 부(阜) + 빗자루 추(帚)
▶ 도(陶:陶:) : 질그릇 도, 언덕 부(阜/阝) + [질그릇 도(匋)]

이웃 린(隣)자는 원래 다섯 집으로 이루어진 주민의 조직을 뜻하였습니다. 고대 중국에서 집들이 홍수를 피해 언덕(阝) 위에 위치해 있었고, 이러한 조직에서 이웃이란 뜻이 생겼으며, 다시 인근(隣近)이나 인접(隣接)에서와 같이 '가깝다'라는 뜻도 생겼습니다. 사대교린주의(事大交隣主義)는 '큰(大) 나라는 섬기고(事) 이웃(隣) 나라와는 사귀는(交) 주의(主義)'입니다. 조선 전기의 외교 정책으로, 사대(事大)는 명나라에 대한 외교책이며, 교린(交隣)은 일본과 여진족에 대한 외교정책입니다. 일 사(事)자는 '섬기다'는 뜻도 있습니다.

병원(病院), 학원(學院) 등에 들어가는 집 원(院)자는 원래 '언덕(阝)처럼 튼튼한 담장'을 의미했으나, 나중에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첨부(添附), 부록(附錄), 부가(附加) 등에 나오는 붙을 부(附)자는 '언덕(阝)에 의지하여(付)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교과서 중에 사회과부도(社會科附圖)는 '사회(社會) 과목(科)의 부록(附)으로 있는 지도(圖)'라는 뜻입니다.

은밀(隱密), 은둔자(隱遁者), 은어(隱語) 등에 사용되는 숨을 은(隱)자는 '언덕(阝) 뒤에 숨다'는 뜻입니다. 은유법(隱喩法)은 '비유(喩)를 숨겨서(隱) 하는 방법(法)'입니다. 예를 들어 ’그 여자는 공주 같다’는 문장을 보면, '같다'란 단어 때문에 '그 사람'을 '공주'에 비유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공주다’라고 말한다면 그 여자가 진짜 공주인지, 비유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비유를 숨기는 방법을 은유법이라고 합니다.

사이 제(際)자는 원래 '춘추 시대의 제후들이 하늘에 있는 신에게 제사(祭)를 지내기 위해 높은 언덕(阝) 위에 모이다'는 뜻입니다. 이후 '모이다→만난다→사귀다→사이'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제후들이 만나지는 않지만, 국제(國際) 회의나 국제(國際) 무역을 위해 나라 간에는 만납니다. 이성 교제(異性交際)는 '다른(異) 성(性)별을 사귀어(交) 만나다(際)'는 뜻이니다.

귀항(歸港), 귀국(歸國), 귀로(歸路) 등에 들어가는 돌아갈 귀(歸)자는 원래 '고향 언덕(阜)의 흙덩어리와 빗자루(帚)를 들고 시집간다(止)'는 뜻입니다. 옛 중국에서는 고향 언덕의 흙덩어리와 빗자루를 들고 시집을 갔습니다. 남의 부인(婦=女+帚)이 되려면 빗자루(帚)가 필요했습니다. 그칠 지(止)자는 발의 상형인데, '그치다'는 의미와 함께 '가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나중에 시집은 '여자가 돌아가야 할 집'이라는 의미에서 '돌아가다'는 의미가 생겼습니다. 북회귀선(北回歸線)은 '적도에서 북(北)쪽으로 올라간 해가 돌아서(回) 적도로 되돌아가는(歸) 경계가 되는 선(線)'입니다. 또한 1934년 미국의 작가 헨리밀러가 발표한 자전적인 내용의 소설 이름이기도 합니다. 파격적이고 적나라한 성묘사 때문에 오랫동안 판매금지를 당했지만, 문단에 일대 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헨리 밀러의 입지를 굳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질그릇 도(陶)자에 들어가는 질그릇 도(匋)자는 '질그릇(缶)을 둘러싸고(勹) 있는 가마에서 질그릇을 굽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가마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언덕 부(阜/阝)자를 추가해서 질그릇 도(陶)자가 되었습니다. 보통 가마는 언덕을 따라 비스듬히 길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도요지(陶窯址)는 '질그릇(陶)을 굽는 가마(窯)가 있던 터(址)'를 말합니다.



메 산(山)
봉우리가 3개인 산




중국에는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는 5개의 산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 문명이 발달한 하남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있는 5개의 산을 오악(五岳)이라 부릅니다.
  1. 중악(中嶽) 숭산(嵩山) : 해발 1,440m로 하남성(河南省)에 위치. 하나라와 은나라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하고, 잘 알려진 소림사가 있습니다.
  2. 동악(東嶽) 태산(泰山) : 해발 1,532m로 산동성(山東省)에 위치.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돌출되어 있는 산동(山東)반도에 있는 산입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산입니다.
  3. 서악(西嶽) 화산(華山) : 해발 2,040m로 섬서성(陝西省)에 위치. 주, 진, 한, 당나라의 수도였던 서안(西安)이 근처에 있습니다. 진시황제의 병마총이 발굴되기도 하였습니다.
  4. 남악(南嶽) 형산(衡山) : 해발 1,290m로 호남성(湖南省)에 위치. 
  5. 북악(北嶽) 항산(恒山) : 해발 2,017m로 산서성(山西省)에 위치.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로 유명한 산입니다.
이외에도 중국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의 북쪽에 있는 북망산(北邙山)이 있습니다. 이곳은 왕이나 유명한 사람들의 무덤이 2만5천 개가 있습니다. 중국 산동(山東)에 있는 영산(靈山)인 아미산(峨嵋山)도 유명합니다. 또한 중국 고대의 전설상의 성산(聖山)인 곤륜산(崑崙山)도 있습니다.

메 산(山)자가 들어가는 글자로는 산 이름이 있습니다. 위에 등장하는 숭산(嵩山)의 숭(嵩), 아미산(峨嵋山)의 아(峨)와 미(嵋), 곤륜산(崑崙山)의 곤(崑)과 륜(崙)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모두 형성문자인데,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글자입니다.

- 산의 지형
▶ 악(岳:岳:) : 큰산 악, 메 산(山) + 언덕 구(丘)
▶ 안(岸:岸:) : (산의) 언덕 안, 메 산(山) + 기슭 엄(厂) + [방패/마를 간(干)→안]
▶ 령(嶺:岭:) : (산의) 고개 령, 메 산(山) + [옷깃/목 령(領)]
▶ 협(峽:峡:峡) : (산의) 골짜기 협, 메 산(山) + [낄 협(夾)]
▶ 봉(峰:峰:) : (산의) 봉우리 봉, 메 산(山) + [만날/이끌 봉(夆)]

☞ 큰산 악(岳)

큰산 악(岳)자에 들어 있는 메 산(山)자가 봉우리가 3개인 산인 반면, 언덕 구(丘)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봉우리가 2개 있는 산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큰산 악(岳)자는 '언덕(丘)과 산(山)이 있는 곳이 큰 산(岳)이다'는 뜻입니다. 산악기후(山岳氣候)는 '산악(山岳) 지방 특유의 기후(氣候)'로, 기온과 기압이 낮고 일사량은 많으며 기후의 국지적 차가 심합니다.

언덕 안(岸)자는 '산(山)에 있는 기슭(厂)이 언덕이다'는 뜻입니다. 침수해안(沈水海岸)은 '산이 물(水)에 잠겨서(沈) 만들어진 해안(海岸)'으로, 복잡한 해안선이 생기고 많은 산봉우리들은 섬이 됩니다.

고개 령(嶺)자는 '산(山)의 목(領) 부분이 고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지역은 주로 산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러한 지역을 넘나들 때 반드시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명에는 고개 령(嶺)자가 많이 들어갑니다. 영남(嶺南)은 '소백산맥에 있는 죽령(竹嶺), 조령(鳥嶺), 혹은 추풍령(秋風嶺)의 남(南)쪽 지방'으로, 지금의 경상도 지방을 일컫습니다. 영동(嶺東)은 '대관령(大關嶺)의 동(東)쪽 지방'이라는 의미입니다. 관동(關東)도 '대관령(關)의 동(東)쪽 지방'으로, 영동과 같은 말입니다. 문경에 있는 조령(鳥嶺)은 '나는 새(鳥)도 힘들어 쉬어 가는 고개(嶺)'입니다. '문경새재'라고도 하는데, 조(鳥)는 우리말로 '새'이고, 령(嶺)은 우리말로 '재(고개)'입니다.

골짜기 협(峽)자는 '양쪽으로 산(山)을 끼고(夾) 있는 곳이 골짜기(峽)이다'는 의미로, 골짜기를 협곡(峽谷)이라고도 합니다. 골 곡(谷)자는 물이 흐르는 계곡(溪谷)을 정면에서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봉우리 봉(峰)자는 메 산(山)자가 위로 올라간 봉(峯)자와 같은 글자입니다. 봉우리는 산의 맨 꼭대기이기 때문에 위로 올라간 것 같습니다. 설악산에는 대청봉(大靑峯)이 있고, 지리산에는 천왕봉(天王峯)이 있습니다.

- 산이 높음
▶ 숭(崇:崇:) : (산이) 높을 숭, 메 산(山) + [마루 종(宗)→숭]
▶ 최(崔:崔:) : (산이) 높을 최, 메 산(山) + [새 추(隹)→최]

높다는 의미의 글자에도 메 산(山)자가 들어갑니다.
높을 숭(崇)자는 메 산(山)자와 마루 종(宗)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여기에서 마루는 대청마루의 마루가 아니라, 산마루, 고갯마루에서 보듯이 '꼭대기'나 '높다'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따라서 높은 산(山)과 높은 마루(宗)가 합쳐진 글자가 높을 숭(崇)자입니다. 우리나라 남대문의 본래 이름은 숭례문(崇禮門)으로, '예(禮)를 숭상(崇尙)하는 문(門)'입니다. '숭고한 희생'의 숭고(崇高)는 '높고(崇) 높다(高)'는 뜻입니다.

높을 최(崔)자는 '산(山)이 높고, 새(隹)가 높이 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성씨로 사용됩니다.

- 섬
▶ 도(島:岛:) : 섬 도, 메 산(山) + [새 조(鳥)→도]
▶ 서(嶼:屿:) : 작은섬 서, 메 산(山) + [더불 여(與)→서]

바다 위의 섬은 화산 폭발이나 땅이 융기(隆起)하면서 생기기도 하지만, 육지가 침강(沈降)하여 생기기도 합니다. 고대 중국인들은 바다의 섬은 육지가 침강하여 바닷물에 잠기지 않은 높은 산이 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섬도(島)자는 '새(鳥)가 날아서 갈 수 있는 바다 위의 산(山)'이라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

작은섬 서(嶼)자도 마찬가지로 메 산(山)자가 들어 있습니다. 도서지방(島嶼地方)은 '책들(圖書)이 있는 지방(地方)'이 아니라, '섬들(島嶼)이 있는 지방(地方)'입니다.

- 산에 있는 광물
▶ 암(巖:岩:岩) : (산의) 바위 암, 메 산(山) + [엄할 엄(嚴)→암]
▶ 탄(炭:炭:) : (산의) 숯 탄, 메 산(山) + 재 회(灰)

바위 암(巖)자의 간체자나 약자를 보면 메 산(山)자에 돌 석(石)자가 합쳐진 암(岩)자를 쓰는데, '산(山)에 있는 돌(石)이 바위(岩)이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잡한 암(巖)자보다는 간단한(岩)자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용암(熔岩)은 '불(火)에 녹은(熔) 암석(岩)'입니다.

숯 탄(炭)자는 '산(山)속에 묻혀 있는 재(灰)가 석탄(石炭)'이란 뜻입니다. 탄수화물(炭水化物)은 '탄소(炭)와 물(水)이 화합한(化) 물질(物)'이란 뜻으로, 탄소(C) 분자와 물(H2O) 분자가 합쳐진 CH2O입니다

- 기타
▶ 선(仙:仙:) : (산에 사는) 신선 선, 사람 인(亻) + 메 산(山)
▶ 밀(密:密:) : (산이) 빽빽할 밀, 메 산(山) + [편안할 밀(宓)]
▶ 붕(崩:崩:) : (산이) 무너질 붕, 메 산(山) + [벗 붕(朋)]

신선 선(仙)자는 '산(山)에 사는 사람(亻)이 신선(神仙)이다'는 뜻입니다. 선녀(仙女)는 '산(山)에 사는 여자(女)'가 아니고, '하늘에 사는 여자(女) 신선(神仙)'입니다.

빽빽할 밀(密)자는 '산(山)이 빽빽하다'는 뜻입니다. 이후 '빽빽하다→은밀(隱密)하다→숨기다→비밀(祕密)→몰래'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밀도(密度)는 '빽빽한(密) 정도(度)'를 말하고, 밀림(密林)은 '나무가 빽빽한(密) 숲(林)'을 말합니다. 밀수(密輸)는 '몰래 은밀하게 숨겨서(密) 보내다(輸)'는 뜻입니다. 메 산(山)자 대신 벌레 충(虫)자가 들어가면 꿀 밀(蜜)자가 됩니다.

큰 비나 지진이 오면 산허리가 종종 붕괴(崩壞)됩니다. 무너질 붕(崩)자는 '산(山)이 무너지다'는 뜻입니다. 방사선붕괴(放射線崩壞)는 '원소가 방사선(放射線)을 내어 놓으면서 붕괴(崩壞)되는 현상'으로, 원자량이 매우 큰 원소(예: 우라늄, 플루토늄 등)들은 핵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상태가 불안정해서 스스로 붕괴를 일으키며 질량이 작은 다른 원소로 변화하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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