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일 수요일

한자 부수 북 고(鼓) | 모 방(方)

    4-14. 북과 깃발: 북 고(鼓) | 모 방(方)


북 고(鼓)
손에 북채를 잡고 북(壴)을 두드리는 모습




고대 중국에서 전쟁은 일상생활이었습니다. 이러한 전쟁에서 칼이나 창과 같은 무기 외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 북과 깃발이었습니다. 확성기나 무전기가 없던 옛 중국에서 전쟁을 할 때, 수천수만 명의 군사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군사들은 멀리서 깃발의 움직임이나 북소리를 듣고 진격을 하거나 퇴각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깃발과 북은 전쟁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진] 청동으로 만든 은나라의 북

북 고(鼓)자의 왼쪽 부분은 북 주(壴)자 입니다. 북 주(壴)자는 받침대(ㅛ) 위에 있는 북(ㅁ)과 북 장식(士)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을 매달지만, 중국에서는 이와 같이 받침대 위에 올려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자 오른쪽의 지탱할 지(支)자는 북채(+)를 들고 있는 손(又)의 모습입니다. 따라서 원래는 '북을 치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이후 '북을 치다→북→두드리다→(북을 쳐서 기분을) 북돋우다'는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고무적이다'의고무(鼓舞)는 '북을 치고(鼓) 춤을 추다(舞)'는 뜻도 있지만, '힘을 내도록 격려하여 용기를 북돋우다'는 뜻도 있습니다. 귓속의 고막(鼓膜)은 '소리가 두드리는(鼓) 얇은 막(膜)'이고, 고실(鼓室)은 '고막(鼓) 뒤에 있는 방(室)'으로, 공기로 차 있으며 바깥귀에서 받은 소리의 진동을 속귀로 전달하는 작용을 합니다. 소고(小鼓)는 '작은(小) 북(鼓)'으로, 자루 손잡이가 달려 있고, 풍물놀이에 쓰입니다.

- 북과 관련 있는 글자
▶ 팽(彭:彭:) : 성/팽팽할 팽, 북 주(壴) + 터럭 삼(彡)
▶ 팽(膨:膨:) : 부풀 팽, 고기 육(肉/月) + [팽팽할 팽(彭)]
▶ 주(尌:尌:) : 세울 주, 마디 촌(寸) + [북 주(壴)]

팽팽할 팽(彭)자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북(壴)에서 힘차게 소리(彡)가 나오는 모습입니다. 터럭 삼(彡)은 털과는 상관없이 소리가 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글자는 성씨로 사용되는데, 팽조(彭祖)는 하(夏)왕조부터 상(商)왕조에 걸쳐 약 800년을 살았다는 전설 속의 인물입니다.

팽(彭)자에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지면 살이 쪄 팽팽하게 부풀 팽(膨)자가 됩니다. 단열팽창(斷熱膨脹)은 '외부 열(熱)을 단절(斷)시킨 상태에서 기체의 부피를 팽창(膨脹)시키면 기체의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으로 냉장고와 에어컨 등의 열교환기에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이 현상을 이용합니다.

세울 주(尌)자는 '손(寸)으로 북(壴)을 받침대 위에 올려 세우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가 독자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른 글자와 만나 소리 역할을 합니다. 집 엄(广)자를 만나면 주방 주(廚)자, 나무 목(木)자를 만나면 나무 수(樹)자가 됩니다.

- 기쁨과 관련 있는 글자
▶ 희(喜:喜:) : 기쁠 희, 입 구(口) + 북 주(壴)
▶ 희(憙:憙:) : (마음으로) 기뻐할 희, 마음 심(心) + [기쁠 희(喜)]
▶ 희(囍:喜:) : 기쁠 희, [기쁠 희(喜)] X 2
▶ 가(嘉:嘉:) : 아름다울 가, 북 주(壴) + [더할 가(加)]

환희(歡喜), 희비(喜悲), 희극(喜劇) 등에 사용되는 기쁠 희(喜)자는 '북(壴)을 치면서 입(口)으로 노래를 부르니 기쁘다'는 의미입니다. 나중에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마음 심(心)자가 추가되어 기뻐할 희(憙)자가 되었습니다.

기쁠 희(喜)자가 2개 붙은 기쁠 희(囍)자는 기쁨이 2배라는 뜻으로 쌍희자(雙喜字)라고 부릅니다. 보통 이 글자는 옷이나 그릇, 건물 벽 등에 새겨 넣습니다. 중국 식당에 가면 종종 벽에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자금성 곤녕궁에 있는 쌍희자(雙喜字)

여자의 이름에 많이 사용되는 아름다울 가(嘉)자도 원래 기쁠 희(喜)자와 같은 뜻을 가졌습니다. 이후 '기쁘다→즐기다→좋다→칭찬하다→아릅답다' 등의 뜻이 파생되었습니다. 가례(嘉禮)는 '아름다운(嘉) 예식(禮)'이란 뜻으로, 혼례(婚禮)를 말합니다.

- 다른 북
▶ 기(豈:岂:) : 어찌 기, 받침대 위에 세운 북의 모습
▶ 중(中:中:) : 가운데 중, 막대기에 끼운 북의 모습

북 이야기가 나온 김에 북을 나타내는 다른 글자도 살펴보겠습니다.

☞ 어찌 기(豈)

북 주(壴)자와 비슷하게 생긴 어찌 기(豈)자도 북의 상형입니다. 상형문자를 보면 북 주(壴)자와 닮아 있으나 윗부분에 장식이 더 많습니다. 나중에 가차되어 '어찌'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다른 글자 내에서는 여전히 북이란 의미로 사용됩니다. '싸움에서 이기고 북(豈)을 치며 돌아오다'는 뜻의 개선할 개(凱), '북(豈)을 치면 마음도 즐겁다'는 뜻의 즐거울개(愷), '멀리까지 들리도록 북(豈)은 높은 곳에서 쳐야 한다'는 뜻의 높은땅 개(塏)자가 그러한 예입니다.

[사진] 막대기 중앙에 끼워 세워놓은 북

중국에서는 북을 막대기에 끼워 땅에 세우기도 하는데, 가운데 중(中)자가 북(口)을 막대기(ㅣ)나 깃발에 끼워 땅에 세워 놓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북은 전쟁터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중심이 된다고 해서 '가운데'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중동(中東)은 '동(東)양으로 가는 중(中)간에 있는 지역'이란 뜻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의 나라가 있는 지역을 말하며,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이래 유럽인이 사용한 미들 이스트(Middle East)를 한자로 번역한 것입니다.



모 방(方)
쟁기의 모습




모서리를 의미하는 방(方)자는 원래 손잡이가 달린 쟁기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쟁기는 땅을 가는 데 사용하였고, 옛 중국 사람들은 땅이 네모졌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방(方)자는 '네모'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네모는 말 그대로 '네 개의 모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후 '네모→모→모서리→가장자리→변방(邊方)→지방(地方)'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하늘(天)은 둥글고(圓) 땅(地)은 네모(方)나다'는 뜻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은 옛 중국 사람들이 본 하늘과 땅의 모습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공방전(孔方傳)〉은 '네모(方) 모양의 구멍(孔)을 가진 엽전의 전기(傳記)'라는 뜻으로, 고려 때 임춘이 엽전을 의인화하여 지은 소설입니다. 방언(方言)은 '지방(方)의 말(言)'이란 뜻으로 사투리를 의미합니다.

[사진] 〈공방전(孔方傳)〉의 소재가 된 엽전

이러한 방(方)자는 다른 글자와 만나 소리로 사용됩니다. 소리로 사용될 때에는 글자의 오른쪽(防,紡,訪,妨 등)이나 아래쪽(房,芳,旁 등)에 옵니다.

하지만 부수로 사용될 때에는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집니다. 부수로 사용되는 방(方)자는 모두 글자의 왼쪽(旅,旗,族,施)에 오는데, 이 글자들은 공통적으로 글자 오른쪽 위에 사람 인(人)자처럼 생긴 글자가 있습니다. 상형문자를 보면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인데, 이런 깃발을 본떠 만든 글자가 깃발 언(㫃)자입니다. 따라서 부수로 사용되는 모 방(方)자는 깃발 언(㫃)자를 반으로 잘라 놓은 글자입니다.

이러한 깃발은 주로 군인들이 들고 다녔으며, 이동하거나 전쟁 시 북과 마찬가지로 군대를 지휘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 깃발을 뜻하는 글자
▶ 기(旗:旗:) : 기 기, 깃발 언(㫃) + [그 기(其)]
▶ 려(旅:旅:) : (깃발을 든) 나그네 려, 깃발 언(㫃) + 성씨 씨(氏)
▶ 족(族:族:) : (깃발을 든) 겨레 족, 깃발 언(㫃) + 화살 시(矢)
▶ 선(旋:旋:) : (깃발을 따라) 돌 선, 깃발 언(㫃) + [발 소(疋)→선]

기 기(旗)자는 태극기(太極旗), 국기(國旗), 군기(軍旗) 등에 사용됩니다. 사령기(司令旗)는 '명령(令)을 맡은(司) 깃발(旗)'이란 뜻으로 군대를 지휘할 때에 쓰는 깃발입니다.

☞ 나그네 려(旅)

나그네 려(旅)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깃발(㫃)을 든 군사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깃발 아래에 있는 뿌리 씨(氏)는 뿌리와 상관없이 두 사람의 모습(从)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이 글자는 원래 군대나 군대의 단위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주나라에서 여(旅)는 500명 단위의 군대이며, 5여(旅)를 1사(師)로 하고, 5사(師)를 1군(軍)으로 하였습니다. 지금도 여단(旅團)사단(師團)군단(軍團)은 각각 군대의 단위입니다. 이러한 군대는 항상 전쟁터를 떠돌아다니므로 이후 나그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여행(旅行)은 '나그네(旅)가 가다(行)'는 뜻이고, 여관(旅館)은 '나그네(旅)들이 자는 집(館)'입니다.

☞ 겨레 족(族)

겨레 족(族)자는 깃발(㫃) 아래에 있는 화살(矢)이 있는 모습으로, 화살은 전쟁을 의미합니다. 옛날의 전쟁은 씨족이나 같은 종족들이 같은 깃발 아래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이런 이유로 겨레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귀한(貴) 종족(族)'이란 뜻의 귀족(貴族)은 신분이 높고 가문이 좋은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족외혼(族外婚)은 '같은 씨족이나 종족(族) 바깥(外)의 사람과의 결혼(婚)'입니다.

☞ 돌 선(旋)

돌 선(旋)자는 깃발 아래에 발(疋)이 있는 모습으로 '지휘관이 흔드는 깃발(㫃)에 따라 움직이다(疋)'는 뜻에서 주위를 '돌다'는 뜻이 생겼습니다. 나선(螺旋)은 '소라(螺) 껍데기의 무늬처럼 돌아가는(旋) 무늬'를 말하며, 나사(螺絲)나 용수철(龍鬚鐵: 용의 수염처럼 생길 철사)은 나선(螺旋) 모양입니다.

-기타
▶ 시(施:施:) : 베풀 시, 깃발 언(㫃) + [어조사 야(也)→시]
▶ 유(遊:游:) : 놀 유, 갈 착(辶) + [깃발 유(斿)]
▶ 어(於:於:) : 어조사 어, 어조사 우, 탄식할 오, 까마귀 모습

실시(實施), 시행(施行) 등에 사용되는 베풀 시(施)자는 원래 '깃발(㫃)이 흔들거리다'는 뜻으로 만든 글자입니다. 이후 '흔들거리다→드러내다→널리 퍼지다→실시(實施)하다→베풀다' 등의 뜻이 생겼습니다.

놀 유(遊)자는 원래 '군인들이 깃발(斿)을 들고 떠돌아다니다(辶)'는 뜻입니다. 깃발 유(斿)자는 아이(子)가 깃발(㫃)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후 '떠돌다→여행하다→즐기다→놀다'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유람(遊覽), 유목(遊牧), 유세(遊說), 유학(遊學) 등 유(遊)자가 들어가는 낱말은 '간다, 떠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서유견문(西遊見聞)》은 '서양(西)을 여행하면서(遊) 보고(見) 들은(聞) 것을 기록한 책'으로, 한말(韓末)의 정치가 유길준이 미국 유학 때, 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한 최초의 국한문혼용체로 된 책입니다. 유흥가(遊興街)는 '놀거나(遊) 흥겨운(興) 거리(街)'로, 술집 따위의 놀 수 있는 장소가 모여 있는 거리입니다.

어조사 어(於)자는 깃발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까마귀의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입니다. 하지만 어조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어조사 우(於)나 탄식할 오(於)자로도 사용됩니다. 어조사 우(於)자의 약자는 어조사 우(于)자인데, 방패 간(干)자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은 '푸른색(靑)은 쪽(藍)에서(於) 나왔으나(出) 쪽(藍)보다(於) 더 푸르다(靑)'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남을 일컫는 말입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중간한 태도'에서 어중간(於中間)은 '거의 중간(中間)쯤에(於)'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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