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넓은 평야와 큰 강이 있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쌀을 재배하였고 이러한 쌀 덕분에 중국 문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농업, 축산업, 어업을 통틀어 단위 면적당 칼로리를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쌀 농사이다. 현재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유가 쌀 농사와 무관하지 않다. 만일 밀농사를 지었거나 목축업을 하였더라면 지금 만큼의 인구가 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전설에 의하면 신농씨(神農氏)가 백성에게 농사짓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쳤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발굴에 의하면 이미 1만년 전에 양쯔강 중류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으로 재배한 벼가 발견되었다.
주나라 초기에는 정전제(井田制)가 실시되었다. 정전제란 밭(田)을 9등분하여, 이중 바깥에 있는 8등분은 8명이 각자 자신들이 경작하여 여기서 나는 농산물을 자신이 가지고, 중앙에 있는 나머지 1등분은 8명이 공동으로 경작하여 국가에 바치는 제도이다. 개인이 경작하는 밭을 사전(私田)이라 하고, 8(八)명이 공동으로 경작하는 밭을 공전(公田)이라 한다. 9등분 한 밭의 모양이 네모안에 우물 정(井)자가 들어가 있는 모습(囲)이라고해서 정전제(井田制)라고 불렀다.
하지만 언제인지 모르지만 정전제가 점차 사라지고 춘추시대에는 농지가 사유화되면서 백성들은 세금을 내기 시작했는데, 화폐 대신 벼를 세금으로 내었다. 세금을 의미하는 조세(租稅)에 벼 화(禾)자가 들어가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공정한 조세를 위해 저울이 필요했고, 벼 무게를 달기 위해 저울이 탄생되었다. 저울을 의미하는 저울대 칭(稱)자나 저울 칭(秤)자에 벼 화(禾)자가 들어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이때부터 무게나 부피를 재기위한 도량형(度量衡)이 발전하게 된다.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나라는 황하강 중류의 섬서(陝西)지역에 있었다. 이곳은 땅이 비옥하여 쌀이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유로 나라 이름인 진(秦)에는 벼 화(禾)가 들어간다. 또한 진(秦)나라에서 나는 벼 이름도 역시 진(秦)으로 불렸다.
진시황제(秦始皇帝)가 천하를 통일한 다음 맨 먼저 한 일이 도량형(度量衡) 규격의 통일이었는데, 도량형 규격을 통일한 목적이 공평한 조세(租稅) 징수를 위함이었다. 도량형(度量衡)의 도(度)는 길이를, 량(量)은 부피를, 형(衡)은 무게를 의미한다.
■ 밭 전(田) - 밭의 모양
밭의 모양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논과 밭은 구분한다. 벼를 심기 위해 물을 잠겨 있는 곳이 논이고, 필요할 때에만 물을 주는 곳을 밭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논과 밭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논 답(畓)자는 중국에는 없고, 한국에서 만든 글자이다. 밭(田)에 물(水)을 대면 논(畓)이 된다.
모 묘(苗)자는 논밭(田)에 풀(艹)이 나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묘목(苗木)은 어린 나무이다.
경계 계(界)자는 밭 전(田)자와 [끼일 개(介)→계]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밭(田) 사이에 끼어(介) 있는 길이 경계(境界)이라는 의미이다.
차례 번(番) 혹은 번지수 번(番)자는 밭 전(田)자에 [분별할 변(釆)→번]자를 합친 글자이다. 누구의 밭(田)인지를 분별(釆)하기 위해, 차례대로 번호를 매겨 번지(番地)를 정하는 데에서 유래한다. 분별할 변(釆)자는 짐승의 발자국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즉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무슨 짐승인지를 분별한다는 의미이다.
맡을 당(當) 혹은 마땅할 당(當)자는 뜻을 나타내는 밭 전(田)자와 [오히려 상(尙)→당]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밭을 맡아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로 밭 전(田)자가 들어간다. 당국(當局)은 어떤 일을 맡아 처리하는 기관이고, 당연지사(當然之事)는 당연한 일을 일컫는다.
경기 기(畿)자는 뜻을 나타내는 밭 전(田)자와 [기미 기(幾)]의 변형자이다. 경기(京畿)란 서울 주위의 오백리 이내의 땅(田)을 일컫는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춘추시대에는 경기(京畿)지역을 왕(王)이 다스리고, 나머지 땅들은 제후에게 나누어 주고 다스리게 하였다. 경기도(京畿道)는 서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행정구역이다.
다스릴 략(略)자는 뜻을 나타내는 밭 전(田)자와 [각각 각(各)→략]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원래 밭(田)을 다스려 경작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나중에 간략할 략(略), 꾀 략(略), 노략질할 략(略) 등 여러가지 의미가 추가되었다. 약도(略圖)는 간략한 도면을, 전략(戰略)은 전쟁의 계략을, 약취(略取)은 폭력으로 노략질함을 일컫는다.
머무를 류(留)자는 밭 전(田)자와 [토끼 묘(卯)→류]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밭에 머무니까, 밭 전(田)자가 들어간다. 체류(滯留)는 오래 머물러 있다느 의미이다.
글자 속에 밭 전(田)자가 들어 있지만 밭 전(田)자와 상관 없는 글자가 많다. 아래가 그러한 예이다.
다를 이(異)자는 기이한 귀신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무당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기이하다" 의미에서 "다르다"는 의미가 추가되었다. 밭 전(田)자는 귀신의 머리 모습이다. 이견(異見)은 남과 다른 의견이다.
그림 화(畵)자는 손으로 잡고 있는 붓(聿)과 붓으로 그린 그림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붓(聿) 아래의 밭 전(田)자는 그림을 나타내며 밭과는 상관 없다.
가축 축(畜)자는 소의 창자(玄)와 소의 위(田)를 본 따 만든 글자로, 검을 현(玄)자나 밭 전(田)자와는 상관없다. 가축(家畜)은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다.
밥통 위(胃)자의 글자 위에 있는 밭 전(田)자는 소의 위를 본따 만든 글자로, 밭과는 상관 없다. 위암(胃癌)은 위에 생기는 암이다.
묶을 누(累)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글자 위의 밭 전(田)자가 3개나 있다. 전(田)자가 무었을 나타내는 지는 분명치 않으나, 3개를 실(糸)로 묶어 둔다는 의미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누적(累積)은 포개어 쌓는다는 의미이다.
생각할 사(思)자의 글자 위에 있는 밭 전(田)자는 머리의 모습의 상형인 정수리 신(囟)자가 변형된 것이다. 따라서, 사(思)자는 머리(囟→田)와 마음(心)으로 생각 한다는 뜻이 된다. 사모곡(思母曲)은 어머니의 사랑을 그린 고려 가요이다.
이외에도 밭 전(田)자와 닮은 글자들이나 밭 전(田)자와 관련이 없는 글자들도 있다. 말미암을 유(由)자는 투구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투구 주(胄)자의 생략형이라고도 한다. 유래(由來)는 일이나 물건의 근본 내력이다.
갑옷 갑(甲)자는 거북 배 껍질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단단한 거북 배 껍질을 갑옷을 만드는데 사용하였기 때문에 갑옷이란 뜻이 생겼다. 갑골(甲骨)문자는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 배 껍질(甲)과 소뼈(骨)에 새긴 글자이고, 갑각류(甲殼類)는 몸이 갑옷처럼 단단한 껍데기로 덮인 게, 새우, 가재 따위의 동물이다.
펼 신(申)자는 번개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번개 전(電)자나 우뢰 뢰(雷)자에서 비 우(雨)자를 뺀 글자는, 번개의 상형인 신(申)자가 변형된 글자이다.
▶ 界 : (밭의) 경계 계, 밭 전(田) + [끼일 개(介)→계] / 경계(境界) ▶ 番 : (밭의) 차례 번, 번지수 번, 밭 전(田) + [분별할 변(釆)→번] / 번지(番地) ▶ 當 : (밭을) 맡을 당, 마땅할 당, 밭 전(田) + [오히려 상(尙)→당] / 당국(當局), 당연(當然) ▶ 畿 : 경기 기, 밭 전(田) + [기미 기(幾)의 변형자] / 경기도(京畿道) ▶ 留 : (밭에) 머무를 류, 밭 전(田) + [토끼 묘(卯)의 변형자→류] / 체류(滯留) ▶ 略 : (밭을) 다스릴 략, 간략할 략, 노략질할 략, 꾀 략, 밭 전(田) + [각각 각(各)→락→략] / 약도(略圖), 전략(戰略), (略取)
■ 나 사(厶) - 팔을 안으로 굽힌 형상
일명 마늘 모(厶)자라고 부르는 나 사(厶)자는 안으로 굽힌 팔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라고 하지만 상형문자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어쨋던 팔을 굽혀 안은 것이 내 것 혹은 나란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마늘 모(厶)라고 부르는 것은 글자의 모양이 마늘 쪽 같이 생겼기 때문일 뿐 마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나 사(厶)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공(公)과 사(私)가 있다. 두 글자는 주나라 초기에 실시된 정전제(井田制)에서 유래한다. 정전제란 밭(田)을 9등분하여, 이중 바깥에 있는 8등분은 8명이 각자 자신들이 경작하여 여기서 나는 농산물을 자신이 가지고, 중앙에 있는 나머지 1등분은 8명이 공동으로 경작하여 국가에 바쳤다.
사사로울 사(私)자는 자신(厶)이 재배하는 벼(禾)를 개인이 사유(私有)는 것에서 유래하고, 공변될 공(公)자는 9 등분한 밭(田) 중에서 중앙에 있는 하나를 여덟(八) 명의 개인(厶)들이 공동으로 경작하여 국가에 바친 데에서 유래하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땅을 공전(公田)이라 불렀다. 공(公)과 사(私)를 잘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힘 력(力) - 쟁기의 모습
쟁기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쟁기를 사용하는데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힘에 관련 되는 글자에 포함된다.
남자 남(男)자는 쟁기(力)로 밭(田)을 가는 사람은 남자(男子)라는 의미이다.
더할 가(加)자는 쟁기(力)와 입 구(口)가 나란히 있는 글자이다. 쟁기질(力)하는 사람에게 입(口)으로 더 잘하라고 말하는데에서 더한다는 의미가 붙었다는 설이 있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는 뜻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 부추기거나 몰아치는 것을 일컫는다.
못할 렬(劣)자는 힘(力)이 적어(少) 남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열세(劣勢)는 상대편보다 힘이 적다는 뜻이다.
힘합할 협(劦)자는 힘(力)을 여러 개 합쳐 협력한다는 뜻이다. 많다는 뜻의 열 십(十)자를 더하면 협력할 협(協)자가 된다. 고기 육(肉→月)자가 합쳐지면 옆구리 협(脅)자가 되는데, 협박할 때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고 해서 "협박(脅迫)한다"는 의미도 생겼다.
이길 승(勝)자는 힘 력(力)자와 [밀어 올릴 등(朕)→승]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힘(力)이 센 사람이 승리(勝利)한다는 뜻이다. 부수가 힘 력(力)자임에 유의하자.
움직일 동(動)자는 무거운(重) 것은 힘(力)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동력(動力)은 움직이는 힘이다.
일할 로(勞)자는 힘 력(力)자와 등불 형(熒)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밤에도 등불(熒) 아래에서 힘(力)써 일하는 데에서 유래한다. 노동자(勞動者)를 의미대로 해석하면 밤에도 무거운 것을 옮기는 사람이다. 등불 형(熒)자 아래에 벌레 충(虫)자가 들어가면 개똥벌레 형(螢)자가 된다.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우리에게 잘알려진 글자이다.
힘쓸 무(務)자는 힘 력(力)자 위에 칠 복(攵)자와 [창 모(矛)→무]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손에 막대기를 들고(攵) 창(矛)을 이기려고 힘을 쓴다는 의미가 생겼으나 나중에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힘 력(力)자가 추가 되었다. 사무실(事務室)은 일하는 방이다.
어릴 유(幼)자는 힘(力)이 작으니까(幺) 어리다는 의미이다. 유치원(幼稚園)은 어린이를 가르치는 곳이다.
▶ 勤 : 부지런할 근, 힘 력(力) + [진흙 근(堇)] / 근면(勤勉) ▶ 努 : 힘쓸 노, 힘 력(力) + [종 노(奴)] / 노력(努力) ▶ 勉 : 힘쓸 면, 힘 력(力) + [면할 면(免)] / 면학(勉學) ▶ 勵 : 힘쓸 려, 힘 력(力) + [갈 려(厲)] / 장려상(奬勵賞) ▶ 務 : 힘쓸 무, 힘 력(力) + 칠 복(攵) + [창 모(矛)→무] / 사무실(事務室) ▶ 功 : (힘으로) 일할 공, 힘 력(力) + [장인 공(工)] / 공로(功勞) ▶ 助 : (힘으로) 도울 조, 힘 력(力) + [도마 조(且)] / 원조(援助) ▶ 勸 : (힘으로) 권할 권, 힘 력(力) + [황새 관(雚)→권] / 권고(勸告) ▶ 劫 : (힘으로) 위협할 겁, 힘 력(力) + [갈 거(去)→겁] / 겁탈(劫奪) ▶ 劾 : (힘으로) 캐물을 핵, 힘 력(力) + [돼지 해(亥)→핵] / 탄핵(彈劾) ▶ 募 : (힘으로) 모을 모, 힘 력(力) + [없을 막(莫)→모] / 모집(募集) ▶ 勃 : 활발하게 일어설 발, 힘 력(力) + [성낼 발(孛)] / 발기(勃起) ▶ 勇 : 용감할 용, 힘 력(力) + [길 용(甬)] / 용감(勇敢) ▶ 勢 : 기세 세, 권세 세, 힘 력(力) + [심을 예()→세] / 세력(勢力) ▶ 幼 : 어릴 유, 힘 력(力) + [작을 요(幺)→유] / 유치원(幼稚園)
■ 벼 화(禾) - 이삭이 달려 있는 벼
벼의 맨 위에 고개 숙인 이삭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벼 화(禾)자는 벼와 관련되는 글자에 주로 들어가며, 쌀 미(米)자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이삭 수(秀) 혹은 빼어날 수(秀)자는 벼 화(禾)자에 아이밸 잉(孕)자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벼(禾)가 아이(孕)를 밴 것이 이삭(秀)이다. 이삭이 패거나, 여문다는 의미도 있고, 여문 이삭이 빼어나다라는 의미도 있다. 수재(秀才)는 머리가 뛰어난 사람이다
벼 도(稻)자는 벼 화(禾), 손톱 조(爪), 절구 구(臼)자가 합쳐진 글자로, 손(爪)으로 절구(臼)에 있는 벼(禾)를 찧는 모습이다. 입도선매(立稻先賣)는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판다는 의미이다.
곡식 곡(穀)자는 벼 화(禾)자에 [껍질 각(殼)→곡]자의 변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벼(禾)에서 껍질(殼)을 벗겨내면 곡식(穀食)이다.
볏집 고(稿)자는 벼 화(禾)자에 [높을 고(高)]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볏집은 벼(禾)에서 이삭을 털어낸 것이다. 원고(原稿)를 출판하기 위하여 초벌로 쓴 글인 초고(草稿)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씨 종(種)자는 벼 화(禾)자에 [무거울 중(重)→종]자가 들어간다. 벼의 씨라는 뜻인데, 씨가 벼 중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이다. 종자(種子)는 씨라는 뜻이다.
숨길 비(秘)자는 벼 화(禾)자에 [반드시 필(必)→비]자가 들어간다. 원래 벼 화(禾)자 대신에 귀신 기(示)자를 사용하였다. 귀신은 눈에 보이지 않고 숨어있다는 의미였으나, 벼(禾)를 도적으로부터 숨겨둔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비밀(秘密)은 남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춘추전국 시대로 넘어가면서 세금(稅金)을 벼로 거두었다. 그래서 세금과 관련되는 글자에 벼 화(禾)자가 들어간다. 농경국가에서는 벼가 사실상 화폐 역활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쌀이나 벼가 현금과 거의 같은 효력을 지녔다.
세금 조(租)자와 세금 세(稅)자는 모두 세금을 의미하는 형성문자이다. 조세(租稅)란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세금이다.
이러한 세금을 거두어 들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양을 측정하기 위해 저울이 필요했다. 따라서 저울과 관련되는 글자에 벼 화(禾)자가 들어간다 저울 칭(秤)자는 벼 화(禾)자와 평평할 평(平)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천칭(天秤) 저울로 물건을 달 때 저울이 수평(水平)이 되도록 단다는 의미이다. 평평할 평(平)자도 원래 좌우 대칭인 저울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저울대 칭(稱)자는 벼 화(禾)자와 [둘을 한꺼번에 들 칭(爯)]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둘을 한꺼번에 들 칭(爯)자는 손(爪)으로 좌우 대칭인 천칭 저울(冉)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다. 칭(稱)자는 칭찬(稱讚)한다는 의미도 나중에 추가 되었다.
헤아릴 정(程)자는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자에 [드릴 정(呈)]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세금으로 낼 벼(禾)의 무게나 양을 헤아리는 데에서 유래한다. 정도(程度)는 얼마의 분량이란 뜻이다.
이로울 이(利)자는 다 자란 벼(禾)를 칼(刂)로 베어 수확하니 이익(利益)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모를 옮길 이(移)자는 벼 화(禾)자와 많을 다(多)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모(禾)가 모판에서 자라서 무성해지면 논으로 옮기는(移) 데에서 유래한다. 논으로 옮겨 심는 것을 "모내기"라고 부른다.
잡을 병(秉)자는 벼(禾)의 허리를 손(彐)으로 잡은 형상으로 한움큼의 볏단 혹은 잡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병철(李秉喆)은 삼성그룹이 창업자이다. 겸할 겸(兼)자는 벼(禾) 두 포기의 허리를 손(彐)으로 잡은 형상이다. 겸임(兼任)은 두 가지 이상의 임무(任務)를 겸한다는 의미이다.
향기 향(香)자는 벼 화(禾)자와 달 감(甘→日)자의 합성어이다. 달 감(甘)자는 입에서 혀를 빼어 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형문자이다. 즉 밥을 기다리며, 냄새를 맡으면서 혀를 빼어무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밥 냄새는 향기(香氣)이었다.
까끄라기 묘(秒) 혹은 시간단위 초(秒)자는 벼 화(禾)자에 [적을 소(少)→초]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벼(禾)의 아주 적은(少) 조각이 까끄라기이고, 작은 까끄라기의 의미가 작은 시간 단위인 초(秒)로 변했다.
드물 희(稀)자는 벼 화(禾)자에 [바랄 희(希)]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바랄 희(希)자는 원래 베(巾)의 올이 효(爻)라는 글자처럼 드문드문 있어 "드물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드문 것은 희소성(稀少性)으로 인해 "바라거나 희망(希望)한다"는 뜻이 생겼다. 나중에 "드물다"라는 원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벼 화(禾)자를 붙여 드물 희(稀)자가 되었다. 드문드문 성기게 벼(禾)를 심었다는 의미이다. 밀도가 낮은 것을 희박(稀薄)하다고 한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사람이 70세까지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라는 뜻으로,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에서 유래한다. 70세를 고희(古稀)라고 부르는 것이 이 시에서 유래한다.
녹봉 질(秩) 혹은 차례 질(秩)자는 벼 화(禾)자에 [잃을 실(失)→질]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옛날에는 녹봉(월급)을 벼로 받았다. 벼슬(녹봉)의 높고 낮음에 차례를 정한다는 데에서 차례라는 의미가 나왔다. 질고(秩高)란 녹봉이나 벼슬이 높음을, 질서(秩序)는 일정한 차례나 규칙을 의미한다.
진나라 진(秦)자는 벼 화(禾)자에 두손으로 절구공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즉, 두 손으로 절구공이를 들고 벼(禾)를 찧고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화목할 화(和)자는 밥(禾)을 모두 함께 먹으니(口) 화목(和睦)하다는 의미이다. 벼 화(禾)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가을 추(秋)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불(火)에 타는 메뚜기가 그려져 있다. 메뚜기는 가을에 나타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불로 태웠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작가인 펄벅이 중국 농촌을 소재로 쓴 소설 대지(大地)를 보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는 메뚜기 떼를 물리치기 위해 논을 불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고대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중에 메뚜기와 불(火)이 벼(禾)와 불(火)로 바뀌었다.
춘추(春秋)시대 이전의 중국에서는 계절(季節)을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분류하지 않고. 봄과 가을, 즉 춘추(春秋)로 분류하였다. 따라서 춘추(春秋)는 1년을 의미한다. 나이의 높인 말을 춘추(春秋)라고 부르는데, 여기에서 유래한다. 또한 사서 오경 중의 하나인 춘추(春秋)는 BC 722에서 BC 481에 이르는 242년 동안의 일들을 연대순으로(그래서 책 이름이 춘추이다) 기록한 역사서이다. 그래서 이 시기를 춘추(春秋)시대라고 부른다.
맡길 위(委), 계절 계(季), 해 년(秊)자의 상형문자는 모두 비슷하다. 위(委)자는 여자(女)가 벼(禾)를 머리에 이고 있고, 계(季)자는 아이(子)가 벼(禾)를 이고 있고, 년(秊)자는 사람(亻→千)이 벼(禾)를 이고 있는 모습으로, 모두 가을에 벼(禾)를 수확하는 모습이다.
맡길 위(委)자는 전쟁이나 병으로 인해 남자가 농사 일을 여자에게 맡기거나, 위임(委任)하는 데에서 유래한다. 위(委)자에 사람 인(人)자를 합치면 왜국 왜(倭)자가 된다. 왜국 사람들이 키가 작다고 해서 키작을 왜(倭)라고 알고 있으나, 키작을 왜(矮)자는 별도로 있다. 마지막 계(季), 막내 계(季), 계절 계(季)자는 수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아이(子)들이 논밭에 떨어진 이삭(禾)을 줍는다는 해석과 함께, 가을 수확이 계절(季節)의 마지막 막내(子)라는 해석이 있다. 계절이 봄과 가을만 있었고 가을이 되면 1년이 끝나기 때문이다. 해 년(秊)자는 추수를 하니까 한 해가 다 갔다라는 의미로 한 해를 의미한다. 이 글자는 지금 사용되지 않고, 대신 이 글자의 모습이 변하여 해 년(年)자가 되었다. 이와 같이 수확의 계절은 고대 사회에서 년대를 계산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 穀 : 곡식 곡, 벼 화(禾) + [껍질 각(殼)의 변형자→곡] / 곡식(穀食) ▶ 稿 : 볏집 고, 벼 화(禾) + [높을 고(高)] / 원고(原稿) ▶ 穫 : 벼 벨 확, 벼 화(禾) + [잡을 획()→확] / 수확(收穫) ☞ 獲 : 얻을 획, 개 견(犭) + [잡을 획()] / 포획(捕獲) ▶ 種 : (벼의) 씨 종, 벼 화(禾) + [무거울 중(重)→종] / 종자(種子) ▶ 稱 : (벼의 무게를 달) 저울대 칭, 칭찬할 칭, 벼 화(禾) + [둘을 한꺼번에 들 칭(爯)] / 칭찬(稱讚) ▶ 租 : (벼로 낼) 세금 조, 구실 조, 벼 화(禾) + [도마 조(且)] / 조세(租稅) ▶ 稅 : (벼로 낼) 세금 세, 벼 화(禾) + [날카로울 예(兌)→세] / 세금(稅金) ▶ 程 : (벼의 무게를) 헤아릴 정, 계량기 정, 벼 화(禾) + [드릴 정(呈)] / 정도(程度) ▶ 秒 : (벼의) 까끄라기 묘, 시간단위 초, 벼 화(禾) + [적을 소(少)→초] / 분초(分秒) ▶ 積 : (벼를) 쌓을 적, 벼 화(禾) + [꾸짖을 책(責)→적] / 적금(積金) ▶ 秘 : (벼를) 숨길 비, 벼 화(禾) + [반드시 필(必)→비] / 비밀(秘密) ☞ 泌 : 샘물 흐르는 모양 비, 물 수(氵) + [반드시 필(必)→비] /분비물(分泌物) ▶ 稀 : (벼가) 드물게 있을 희, 벼 화(禾) + [바랄 희(希)] / 고희(古稀) ▶ 秩 : (벼로 주는) 녹봉 질, 벼슬 질, 차례 질, 벼 화(禾) + [잃을 실(失)→질] / 질고(秩高), 질서(秩序) ▶ 稚 : (벼가) 어릴 치, 벼 화(禾) + [새 추(隹)→치] / 유치원(幼稚園)
■ 쌀 미(米) - 쌀알들이 달려 있는 이삭
이삭에 쌀알들이 촘촘이 달려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쌀 미(米)자를 풀면 팔십팔(八十八)이 된다. 이런 이유로 나이 팔십팔(八十八) 세를 米壽(미수)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벼 씨앗을 뿌려 거둘 때까지 여든 여덟 번 손을 써야 할 만큼 키우기 힘들다는 데에서 쌀 미(米)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속설일 뿐이다. 쌀 미(米)자는 쌀과 관련되는 글자에 들어가며, 벼 화(禾)자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똥 분(糞)자는 쌀 미(米)자와 다른 이(異)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쌀(米)이 다른(異) 것으로 변한 것이 똥이란 의미이다. 똥오줌을 분뇨(糞尿)라 부른다.
기운 기(氣)자는 쌀(米)로 밥을 지을 때 올라오는 수증기(水蒸氣)를 의미한다. 쌀 미(米)자를 제외한 글자(气)가 원래 글자이며, 수증기나 안개 등이 옆으로 깔려 있는 모습을 본 따 만든 글자이다.
조 속(粟)자의 상형문자를 보면 벼(禾)에 알곡이 붙어 있는 형상이 었으나, 나중에 쌀 미(米)자 위에 알곡이 붙어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글자로 나무(木) 위에 밤송이가 달려 있는 밤나무 률(栗)자가 있다. 창해일속(滄海一粟)은 푸른 바다에 한 알의 좁쌀이란 뜻으로, 크고 넓은 것 가운데 있는 아주 작은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단장할 장(粧)자는 쌀 미(米)자에 [농막 장(庄)]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옛날에는 화장(化粧)을 하기 위해 쌀(米) 가루로 분(粉)을 만들었고, 피부를 좋게하기 위해 쌀 뜨물로 세수를 하였다. 쌀이 피부에 좋다는 것은 현대에 와서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찧을 정(精)자는 뜻을 나타내는 쌀 미(米)자에 [푸를 청(靑)→정]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쌀을 곱게 찧어 정미(精米)한다는 의미이다. 쌀을 찧는 방앗간을 정미소(精米所)라고, 정밀(精密)은 가늘고 촘촘함을 의미한다. 반대의 의미를 가진 거칠 조(粗)자는 뜻을 나타내는 쌀 미(米)자와 [도마 조(且)]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쌀을 정미(精米)하지 않아 거칠거나 조잡(粗雜)하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정령(精靈)이 쌀에서 나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찧을 정(精)자는 정령 정(精)자도 된다. 정령(精靈)은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정신이고, 정신(精神)은 인간의 마음이다.
망설일 미(迷)자는 뜻을 나타내는 갈 착(辶)자에 [쌀 미(米)]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갈지 말지 망설이니까, 갈 착(辶)자가 들어간다. 미로(迷路)는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길을 찾을 수 없게 된 길이다. 미(米)자가 소리로 사용되는 희귀한 경우이다.
▶ 粘 : (밥이) 붙을 점, 끈끈할 점, 쌀 미(米) + [점 점(占)] / 점성(粘性) ▶ 粉 : (쌀) 가루 분, 쌀 미(米) + [나눌 분(分)] / 분골쇄신(粉骨碎身) ▶ 粧 : (쌀가루로) 단장할 장, 쌀 미(米) + [농막 장(庄)] / 화장(化粧) ▶ 粒 : 쌀알 립, 쌀 미(米) + [설 립(立)] / 미립자(微粒子) ▶ 糧 : 식량 량, 쌀 미(米) + [헤아릴 량(量)] / 식량(食糧) ▶ 精 : (곡식을) 찧을 정, 정령 정, 쌀 미(米) + [푸를 청(靑)→정] / 정미소(精米所), 정밀(精密), 정신(精神) ▶ 粗 : (곡식이) 거칠 조, 쌀 미(米) + [도마 조(且)] / 조잡(粗雜) ▶ 糖 : (쌀로 만든) 엿 당, 쌀 미(米) + [당나라 당(唐)] / 당뇨병(糖尿病) ▶ 糊 : (쌀로 만든) 풀 호, 쌀 미(米) + [턱밑살 호(胡)] / 호구지책(糊口之策) ▶ 氣 : 기운 기, 수증기 기, 쌀 미(米) + [기운 기(气)] / 수증기(水蒸氣)
■ 말 두(斗) - 국자 모양
곡식이나 물을 퍼는 국자 모양의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이다. 북두칠성(北斗七星)의 뜻은 "북(北)쪽에 있는 국자(斗) 모양의 일곱(七)개 별(星)"이다. 이런 국자 모양의 그릇을 말이라 부르기도 하고, 말로 쌀의 양을 재기 때문에, 말은 쌀의 양을 세는 단위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쌀 10 되가 한 말이다. 되를 나타내는 글자로 되 승(升)자가 있는데, 상형문자를 보면 말 두(斗)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헤아릴 료(料)자는 쌀 미(米)자와 말 두(斗)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말(斗)로 쌀(米)의 양은 헤아린다는 의미이다. 재료(材料)는 물건을 만드는 원료이다.
비슷한 글자의 과정 과(科) 혹은 품등 과(科)자는 벼 화(禾)자에 말 두(斗)자를 합쳐 만든 글자이다. 말(斗)로 벼(禾)의 양의 재기 위해 먼저 품질에 따라 분류를 해야하므로, 품등이란 의미가 생겼고, 또한 분류한다는 의미의 과목(科目)이나 과정(科程)등의 의미도 생겼다.
기울 사(斜)자는 뜻을 나타내는 말 두(斗)자에 [나 여(余)→사]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국자(斗)에 담긴 것을 부으려면 국자를 기울여야 한다는 데에서 유래하는 글자이다. 경사(傾斜)는 기울어진다는 의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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